네팔은 인도 판과 유라시아 판의 접경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지진에 취약한 지대다. 이번 지진의 진앙지는 ‘구르카 용병’의 출신지로 유명한 구르카 지역으로, 이 지역에서 인도 판이 유라시아 판 밑으로 들어가며 리히터 규모 7.9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리히터 규모 7.9는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실전에 투입되었던 핵폭탄의 810배에 달하는 TNT 1GT가 터진 것과 같은 위력을 지닌다. 또한 구르카와 카트만두를 비롯한 이번 지진의 최대 피해지는 고대에 형성된 마른 호수 바닥 위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이 마른 호수 바닥에 있던 부드러운 흙이 지진 운동을 더욱 증폭시켰다는 콜로라도 대학의 실험 결과도 나왔다.

더욱이 카트만두를 비롯한 네팔의 도시들은 내진 설계는커녕 보강 조치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낡은 건물들과 심한 경우 1800년대부터 수리되지 않은 도로와 인프라들로 구성되어 있어 지진이 발생했을 때 전괴에 가까운 피해가 발생했다. 강력한 지진과 불안정한 지형, 그리고 노후화된 시설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모여 피해를 키운 것이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최소 8,800여 명 이상의 사망자(네팔 측 추산 1만 5천명 이상)와 1만 8천여 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네팔 전 인구(약 3천 1백만 명)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810만의 이재민이 텐트촌 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아직도 매몰되어 있는 희생자들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어, 사망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될 전망이다. 인접 국가에서도 이번 지진으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인도에서 76명, 중국(티베트)에서 25명, 방글라데시에서 4명이다.

또한 지진의 영향으로 에베레스트에서 눈사태가 발생했고, 에베레스트 남부에 위치한 베이스캠프에서 17명이 눈에 매몰되어 사망했다. 또한 인도 쪽에 위치한 베이스캠프에서도 19명의 시신을 인도 군 소속 산악부대가 찾아냈다. 그 외 실종자가 수십 명 발생했고, 부상자 역시 60여 명 이상 발생했다. 사망자 중에서는 구글 어스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위해 조사 차 에베레스트를 방문했던 서른 세 살의 댄 프레딘버그 구글 이사도 포함되었다. 그는 사고 발생 직전까지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여행 기록을 올려 그를 아는 이들에게 더 큰 아픔을 남겼다.

네팔의 끝이 보이지 않는 비극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위도 상으로 아열대 지역이기에 네팔에는 6월에 우리의 장마와 같은 몬순이 시작된다. 심한 비바람이 몰아치면 지진으로 약해진 지반이 추가로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현재 810만 명이 텐트촌이나 가설 주택 등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유행성 출혈열이나 수인성 전염병이 발생하게 될 경우, 대량의 2차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문화유산들도 소실됐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던 62m 높이의 흰색 9층탑 다라하라 탑은 당시 탑을 관광하고 있던 200여 명과 같이 무너져 내렸다. 그 상황에서 살아난 이는 겨우 20여 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마주 데왈 사원뿐 아니라 인근 산악 주거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까지 송두리째 무너져내렸다. 뉴욕타임즈는 “세계문화유산 7곳 가운데 바크타푸르에 위치한 더르바르 광장, 바산타푸르에 위치한 더르바르 광장(네팔 왕가가 가장 오래 거주했던 지역), 파탄에 위치한 더르바르 광장, 보드나투의 불탑(스투파) 등 4곳이 심하게 파괴됐다”고 전했다. 더르바르란 네팔 어로 ‘왕궁’이며, ‘더르바르 광장’은 네팔의 왕궁이나 별궁을 중심으로 한 광장들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파탄에 위치했던 더르바르 광장은 불교 양식과 힌두교 양식이 절묘하게 조화된 걸작이었기에 문화 애호가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바산타푸르 더르바르 광장에 위치한 ‘네팔의 경복궁’ 박타푸르 왕궁도 이번 지진 탓에 90% 이상 파괴되었다.

 

네팔 지진의 생존자 구조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구조대가 구조 작업을 해야 할 장소까지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설령 구조대가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해도 구조 장비는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이 대부분이었고, 결국 인력으로 구조 작업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네팔 정부가 지진 발생 7일 만에 “생존자 구조와 구호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된다”며 구조 작업보다는 구호활동과 재건에 더 비중을 두겠다고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비극 속에서도 다음과 같은 작은 기적들이 나타났다.

• 4월 29일 오전, 지진 발생 4일 만에 박타푸르 광장에서 건물 잔해에 매몰되어 있던 11세 소녀를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 4월 30일 오전, 지진 발생 5일 만에 카트만두의 7층 건물 잔해에서 15세 소년 펨바 타망을 구조했는데, 펨바 타망은 5일간 자신의 젖은 셔츠에서 짜낸 물과 우연히 가지고 있었던 기(ghee: 인도식 버터) 한 병으로 연명했다. 펨바 타망은 놀랍게도 약간의 상처와 타박상만 입고 경도의 영양실조 증상만을 나타냈을 뿐 무사했다.

• 4월 30일 저녁, 카트만두 버스 터미널에 고립되어 있던 23세의 호스텔 종업원(여성) 크리시나 데비 카드카가 구조되었는데, 시신 3구의 곁에 누워 5일을 버텼으며, 노르웨이를 비롯한 5개국 구조대원이 팀을 이뤄 10시간을 파헤친 끝에 그녀를 구조할 수 있었다.

• 5월 4일, 이미 골든 타임이 지나 생존이 절망적인 시점이었으나, 놀랍게도 킴탕 마을에서 101세의 노인이 구조되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네팔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GDP의 35%가 손실되었고, 경제는 10년 이상 퇴보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네팔 경제의 초기 재건 비용만 최소 20억 달러(우리 돈 2조 1천 400억 원) 이상이 들 전망이며, 피해액은 5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네팔 정부가 피해 복구 예산으로 책정할 수 있었던 금액은 겨우 200억 루피(우리 돈 2,118억 원)로, 최소 재건비용의 10분의 1, 피해액의 2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네팔은 그만큼 빈국이며, 유일하게 발전 가능성이 있던 관광 산업과 수력발전을 기반으로 한 경공업도 이번 지진으로 그 기반을 잃었다. 81%의 네팔 국민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사탕수수나 담배 등 상품작물에 치중하고 있기에 부족한 식량을 지원받고 있는 실정이다. 유엔 세계식량기구(WEF)는 이번 지진으로 인해 네팔의 식량난이 세 배 이상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네팔의 가장 큰 문제는 네팔 국민들이 네팔 정부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239년의 왕정이 2007년에야 공화정으로 바뀌었지만, 정부의 주요 구성원들이 지난 23년간 네팔 정부를 상대로 무장 투쟁을 일으키고 있던 마오주의자(Maoist – 마오쩌둥의 사상을 신봉하는 사람들, 농촌 중심이며 반문명적 성향을 지닌다.)들이기에 정치와 경제를 포함한 모든 면에서 미숙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번 지진 이후 네팔 정부는 ‘카트만두를 위시한 정부를 지지하는 지역부터 먼저 구호하고 있으며, 세계 각지에서 보내지는 구호 물품을 카트만두 공항에 쌓아놓은 채 자신들의 계획대로 사용하고자 한다는’ 의심을 국민들로부터 받고 있다. 산간 지역 주민들은 “우리는 정부로부터 어떤 구호품도 받지 못했다. 먹을 것도 없고 방수천조차 받지 못했다”고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집권한 지 불과 4년 만인 지난 2011년 조사에서도 현 정부의 인기는 최악의 상태였으며, 이번 지진에 대한 조치를 향후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내전’마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국제사회는 전망하고 있다.

지진이 일어난지 한 달, 언제 다시 일어날지 모르는 여진의 공포 속에서도 네팔은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오고자 하고 있다. 하지만 네팔이 지진 피해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필요하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은 이번 지진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고 유엔의 이름으로 4억 2,300만 달러의 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1억 달러도 채 모금하지 못해, 네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한때에 지나지 않았는가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세계적인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