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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정치개혁, 대통령의 신념이 문제다박근혜 정부, 비리척결·정치개혁 없이 경제발전도 선 국가도 없다
황인환 본지 편집위원장 | 승인 2015.06.02 15:47|(183호)
비리척결과 공무원 기강 확립을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가 ‘성완종 리스트’라는 암초를 만나 선봉장인 이완구 총리를 잃고 지난 한 달간 목표 없이 표류했다. 공무원연금개혁도 여야가 합의까지 한 마당에 느닷없이 끼어든 국민연금 명목대체율 50% 때문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박 정권 자체가 레임덕에 걸리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았다.
지난 4·29 재보선에서 국민의 재신임을 얻어 회생한 박 정부는 현 정부 법무부 장관 출신인 황교안 신임 총리를 앞세워 개혁의 칼을 다시 빼들었다. 임기 절반을 넘겨야 하는 박근혜 정부가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과제는 공공·노동·금융·교육의 4대 개혁과제이지만, 그보다도 정치개혁이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치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정치개혁은 무엇이며, 어떻게 개혁해야 실패 없이 성공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 그 해답을 알아보도록 한다.
 
   
▲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 사진은 2013년 4월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제50주년 법의날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양승태 대법원장, 황교안 법무부 장관(오른쪽부터)의 모습.
저항 심해도 개혁은 필수적인 것
정권마다 개혁(改革)을 부르짖었지만 한번도 속 시원하게 개혁에 성공한 적은 없었다. 물론 정권마다 개혁성과를 자랑하지만 미미한 성과에 그쳤고, 대부분의 경우 반대 세력의 저항에 부딪혀 중도에 포기하거나 좌절되기가 일쑤였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개혁이 진정 국민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정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19세기 이탈리아의 사회개혁가이자 작가인 마치니는 “개혁이 국민에 의해, 국민을 위해 이루어지지 않고 일부 계급에게 독점된다면, 그것은 하나의 악을 다른 악으로 대체하는 작용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개혁의 과실이 국민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충고다.
개혁이란 무엇일까? ‘개혁(改革)’의 사전적 의미는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 고치는 것이다. 개혁은 혁명과는 다르다. 개혁은 사회 특정 부문의 점증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고쳐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그러므로 개혁은 일종의 사회 운동과 같다. 이런데도 국민은 ‘개혁’이라고 하면 모두 기존 질서를 뒤엎어 주기를 기대한다. 이것은 개혁의 의미 중에 ‘뜯어 고친다’는 행위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강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잘못된 이해가 갈등을 일으켜 저항을 부르는 것이다.
개혁은 사회 발전 과정에서 필수적이고, 필연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사회 각 분야는 물론 자기 자신의 개혁까지도 항상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발전하기 때문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19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개혁의 테마, 시대 따라 달라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정권은 ‘개혁’을 내세운다. 새 정권이 개혁을 부르짖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권 초기의 상대적으로 취약한 정치적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함이다. 개혁운동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냄으로써 정권의 기반인 정통성을 확보한다는 논리다. 이 과정에서 구 정권의 업적을 일부 폄훼하는 조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5공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이 노태우 후보에게 “나를 밟고 지나가도 좋다”고 했던 말이 그것이다. 이처럼 신 정권의 개혁드라이브는 숙명적으로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이것은 정치의 타고난 생태이기에 나무랄 수만은 없다. 개혁세력은 설상가상으로 개혁으로 이득을 보는 계층으로부터도 그다지 고맙다는 말도 못 듣는다. 무관심 때문이다. 그래서 개혁은 고독하고 쓸쓸한 역정이다. 이처럼 가시밭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개혁을 추진하려면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 대통령을 대신해 개혁을 추진할 개혁주도기관 등의 강력한 리더십이 확립돼야 한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 재직 중인 박진 교수를 비롯한 여러 개혁 학자들도 “대통령이 밀어주지 않는 정부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통령 주변 환경이 무르익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신뢰가 높을수록 개혁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3년 2월 취임 이틀 만에 처음 연 국무회의에서 자신의 재산을 깜짝 공개하여 국민을 놀라게 한 후 그 여파로 공직자 재산공개를 추진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여기서 얻은 국민적 지지로 그해 8월 역사적인
‘금융실명제’를 도입하는 성과를 냈다.
김대중 정부는 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임기 초반 부실기업 통폐합 및 해외매각 등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다가 1999년 조폐공사 노조에 대한 파업유도 사건으로 개혁 추진력을 잃어버리고 만다.
노무현 정부는 탄핵 역풍에 힘입어 2004년 총선에서 원내 과반수를 얻어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진상규명법, 언론관련법 등 4대 개혁 입법을 강력하게 추진하려고 했다. 그러나 야당이 된 한나라당이 ‘4대 국론 분열법’이라고 맞서는 바람에 결국 여·야 간의 적당한 타협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회복의 기대를 안고 출범해 시장 중심의 정부 개혁을 추진했으나 한미 FTA 광우병 촛불시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추진력을 상실했다.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인천공항 지분 매각, KTX 운영효율화를 위한 경쟁 도입 등을 추진했으나 그것이 특정 업체에게 특혜를 주려한다는 꼼수로 비쳐져 실패하고 만다. 김대중 정부 때는 IMF 외환위기 시대였기에 가능했으나 이명박 정부 시대에는 이런 식의 개혁은 이미 식상해져 실패한 것이다. 개혁도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였기 때문이다.
 
총리와 장관도 개혁 주체 세력
총리는 물론 각 부처의 장관도 개혁의 주체세력이다. 그러나 장관의 개혁 추진 리더십은 부처의 이기주의와 국무위원으로서의 역할이 충돌하게 돼 있어 대부분의 장관은 부처 이기주의를 대표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장관의 임기가 1년, 길어야 2년이기 때문에 수십 년의 부처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에게 설득당하기 십상이다. 이런 예가 있었다. 1990년 8월 29일 아침. 당시 건설부 장관이 소집한 조회에서 400여 명의 공무원들이 단상의 장관을 앞에 두고 집단 퇴장한 사건이 일어났다. 공무원 사회의 집단 항명파동이었다. 그 이유는 그 자리가 건설부의 일부 기능을 지자체와 산하기관에 이관하는 계획을 설명하려던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개혁하려는 장관과 부서원 간의 소통 부족과 공무원 사회의 극단적 이기주의가 빚은 결과였다. 결국 1개월 후 장관이 전격 경질되고 만다. 그러나 개혁 대상 실무기구의 장인 장관이 나서지 않고 개혁을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통령과 장관은 그런 의미에선 한 마음이어야 한다.
 
   
▲ 아수라장이 된 국회 본회의장, 사진은 지난 2011년 11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의 모습.
대통령의 전폭 지지받는 개혁추진기구 필요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개혁 총괄 추진기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것은 개혁 반대 세력의 불만이 대통령에게 직접 향하는 것을 막는 방패막이 역할도 해야 한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행정쇄신위원회가 정부 개혁을 총괄했다. 이 기구의 주요 업무는 행정규제 완화 등 불합리한 법령과 제도 개선, 국민 편의 증진을 위한 행정 행태와 관행의 개선, 인허가 사무 등 민원행정의 쇄신, 중앙과 지방 및 정부와 민간부문 간의 기능과 역할의 재정립, 정부 조직 및 행정 수행 체제의 합리적 개편 등이었다.
김대중 정부의 행정개혁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추진위원회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를 묶은 위원회 형태의 개혁추진체였다. 김대중 정부 초기 개혁은 기획예산처가 주도했는데, IMF 때문이다. 정부 개혁의 범주도 재정과 공기업, 산하기관으로 확장했으며 예산과 연계한 강한 추진력을 가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추진기구였다고 평가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총괄했다. 위원으로서는 재정경제부 장관, 행정자치부 장관, 정보통신부 장관, 기획예산처 장관, 국무조정실장,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했으며 그 외 20명 내외의 위촉위원을 두었다. 사무국 책임자가 청와대 비서관으로 정책실장과 더불어 대통령의 힘을 실었다. 가장 이상적인 정부 개혁 추진체계라고 평가되고 있다. 그 대신 위원장이 비상임이고, 규모가 작으며, 각 부처에서 파견된 인원이 많아 책임성과 추진력에서는 김대중 정부의 기획예산위원회보다 약했다고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정부 출범 직전에 정부조직 개편안을 만들었으며 출범 첫해인 2008년에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추진했다. 그 외에는 별다른 정부 개혁추진위원회를 만들지 않았으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등에서 규제 개혁을 중심으로 정부 개혁 관련 과제를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의 4대 개혁과제는 공공, 노동, 금융, 교육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역시 별도의 개혁 추진기구를 만들지 않고,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안전행정부가 그 역할을 나누어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가 불거진 이후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에는 비리척결과 정치개혁을 위한 강력한 개혁 추진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박 대통령 역시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며 강력한 정치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명칭 변경도 개혁의 일환
정부의 제도나 조직의 개혁은 정권마다 바뀌는 행정부처의 명칭만 보아도 그 의지를 알 수 있다. 새 정권이 등장할 때마다 부처 업무를 통폐합하고, 부처 이름을 바꾸는 것이 큰 의미가 되는 것은 이것이 그 정부의 개혁 의지를 표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행정자치부의 명칭 변경 내력을 살펴보자. 이승만 정부 시대인 1948년 정부수립과 동시에 내무부와 총무처로 분리되어 있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1년에는 경찰청이 신설되었고,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에는 내무부와 총무처를 통합해 행정자치부가 되면서 1999년 5월에는 중앙인사위원회가 신설되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6월에는 소방방재청이 신설되었고,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2월에는 행정자치부와 인사위원회, 비상기획위원회, 정보통신부의 일부 기능을 통합해 행정안전부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3월에는 다시 안전행정부로 바뀌었다가 세월호 사건을 겪은 후인 2014년 11월에는 인사처와 안전처를 분리해 행정자치부라는 이름으로 16년 만에 다시 되돌아왔다. 이런 부처 명칭의 변경도 대통령의 적극적인 개혁 정책의 일환이라고 보여진다.
기획재정부를 보자. 1948년 7월 17일 이승만 정부수립과 함께 재무부로 출발했다.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1년 경제기획원을 신설하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경제기획원 장관이 부총리를 겸직하도록 승격시켰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12월 23일에는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을 통합해 재정경제원으로 개편하고 재정경제원 장관을 부총리를 겸직하도록 승격시켰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에는 재정경제원을 재정경제부로 개편해 부총리제를 폐지했고, 이듬해인 1999년에는 기획예산처를 신설했다. 2001년 1월 29일에는 재정경제부 장관이 부총리를 겸직하도록 다시 승격시켰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2월 29일에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다시 통합해 기획재정부로 개편하였고, 금융정책 기능은 금융위원회로, 경제자유구역기획과 지역특화기획 기능은 지식경제부로 이관토록 하고 부총리제를 폐지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3월 23일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총리를 겸직토록 승격시켰다. 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박 정권이 경제 재도약에 역점을 둔다는 징표다.
정권의 의지에 따라 정부조직도 큰 정부, 작은 정부를 오갔다. 초대 정부(11부 4처)→문민 정부(2원 14부 5처 14청)→국민의 정부(18부 4처 18청)→이명박 정부(15부 2처 18청)→박근혜 정부(17부 3처 17청)로 변화되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명이 5년짜리 부처들이 들어섰다가 사라지고, 부서들이 이리저리 통폐합되고 이사하는 사례들이 많다. 정권이 역점 사업 추진을 위해 취한 조치겠지만, 지속 가능성이 없는 부처의 양산은 공무원들의 업무 집중을 방해하고 예산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쉬우므로 고려해 볼 일이다. 현 정부의 창조과학부가 다음 정권으로 어떻게 이어질지도 지켜볼 일이다.
 
   
▲ 청와대의 모습.
“정치가 바뀌면 나라가 바뀐다”
모든 개혁의 정점은 역시 정치개혁이다. 왜냐하면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나라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민주화를 이룬 후 그동안 여러 차례의 정치개혁이 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이루어진 성과는 찾기 힘들다. 이유는 정치적인 대형이슈가 터져 집권당의 입지가 불리해지면 그 반전카드로 정치개혁을 꺼내들고 마치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5월 5일 박근혜 대통령도 성완종 게이트로 여론이 급격하게 나빠지자 정치적 특사제도의 손질을 강력하게 지시했다. 언론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개혁 제1호라고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그것도 들여다보면 대통령 비서실장 3인과 국무총리가 연관되어 여론이 집권당에 불리한 쪽으로 요동쳤기 때문에 분위기 반전을 위한 카드라고 해석하는 이도 많다.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정치 거물급들이 연관된 성완종 게이트를 지켜보는 국민의 입장은 하루 속히 정치판의 대청소를 기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썩어도 너무 썩어 이적행위로까지 번진 방위산업 비리,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불량식품 유통, 외국에 한국 국고를 퍼다 뿌린 자원외교 비리 등 뿌리를 뽑을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선거제도 개혁
국회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하드웨어의 개혁에만 중점을 둔 느낌이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가 평등선거구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리고 공직선거법상 인구편차를 3:1에서 2:1로 바꾸라고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현 국회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발족되었다. 구성위원으로는 위원장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 새누리당 정문헌(간사), 김회선, 김명연, 경대수, 박민식, 여상규, 박대동, 김상훈, 민현주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간사), 박영선, 유인태, 백재현, 김상희, 신정훈, 김윤덕, 박범계, 김기식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2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개특위의 주요 안건은 선거구 획정,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 선거 관련 사안이다.
선거구 획정문제는 헌법재판소의 지침으로서, 예를 들면 현재 인구 100명인 선거구와 300명인 선거구가 모두 1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데, 이 비율이 너무 높아 평등 선거의 원칙에 위배되므로 이 비율을 2:1까지 줄이라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이어서 가장 민감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시한 안건으로 국회의원을 전국 6개 권역별로 인구 비례에 따라 나누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1 범위에서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방식을 의미한다.
각 정당별로 배정된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인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을 비례대표 순위에 따라 결정한다는 것이다. 현행 비례대표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단위의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할 경우 표의 등가성과 대표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석패율제의 석패율이란 당선자와 낙선자 간의 득표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낙선한 후보자의 득표수를 당선된 후보자의 득표수로 나눈 백분율로 나타낸다. 석패율제란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명단 중 지역구 후보를 일부 등재해 그중 지역구 당선자를 제외하고 석패율이 가장 높은 후보를 당선시키는 제도다. 다시 말해서 지역구에서는 낙선했지만 실제 선거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였을 경우 정당별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게 하는 제도인 셈이다. 이 제도는 선거에서 버려지는 표, 즉 사표를 축소해 지역구민의 의사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개특위는 8월 말까지 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과연 어떤 선거제도가 탄생할지 국민적 관심이 지대하다.
 
   
▲ 지난 5월 12일 제19회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최경환 부총리와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
불법정치자금과 비리 정치인 척결
정치개혁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 속 시원할 정도로 철저한 개혁을 통해 정치권의 대국민 신뢰를 되찾는 일이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신뢰는 받지 못한다는 것은 더 이상 국민의 대의기구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뢰란 약속(공약) 이행에서 쌓인다. 그리고 그 약속이행이란 곧 실천의지에서 오는 것이다. 국회의사당 현관에 ‘국민신뢰’라는 대형 현수막이 365일 걸려있어야 할 정도로 중요하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한국의 정치는 드디어 또 한번 청소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 같다. 비단 성완종의 검은돈뿐이겠는가. 국민은 여야가 모두 그의 검은돈에 오염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에 검은돈의 정체와 연결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어떤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줄 알 수 없다. 정치권을 살려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파헤쳐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요구다. 만약 정치자금법이 문제라면 그것도 성역 없이 뜯어 고쳐야 한다. 마치 백지 위에 다시 그림을 그리는 심정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정치개혁은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기회에 검은돈과의 어두운 커넥션을 철저히 캐내어 살을 깎는 아픔으로 잘라내지 않으면 남은 임기 동안 개혁은 물론 국민 신뢰조차도 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적 특별사면의 내면부터 들여다보겠다는 첫 의지 표명은 현재 국민에게 지지를 얻고 있다.
정치개혁은 정치제도를 비롯해 정치인의 특권, 입법 활동, 정치자금 등 무수히 많은 분야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중 어느 부문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는데, 그 이유는 우선순위가 없기 때문이다.
김용호(인하대 정외과) 교수는 정치개혁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의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첫째, 표를 얻기 위한 선거용 정치개혁 약속 금지, 둘째 최고지도자의 강력한 정치개혁 의지, 셋째 비리 정치인에 대한 일벌백계주의와 정치적 사면·복권 금지(국회의원 불체포 특권도 포함), 넷째 비리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와 시민단체의 엄중한 심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시 말하지만 국회는 국민의 신뢰 위에 존재한다. 국회의원은 선량(選良)이고 지역구의 대변인이기 이전에 국정을 논의하는 거국적 입법기관이다. 이들이 자존심을 가지고 국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치자금법도 개정돼야 한다. 음성적인 정치자금 유입은 차단하되 정상적인 절차에 의한 적정한 후원이나 제공을 보장하고 투명하게 수입과 지출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손봐야 한다. 국회의원은 충분한 자금의 뒷받침 없이는 제대로 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라를 위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민주국가, 대의기관의 본분인 다수결 원칙을 망각한 국회선진화법도 제대로 손 봐야 한다. 그 밖에도 개혁할 게 도처에 널려 있다. 매일 개혁해도 오히려 부족할 정도다.
개혁은 언제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성완종 리스트와 공무원연금개혁이 맞물린 이 시점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칼을 뺄 적기인 것 같다. 기회란 두세 번 오는 것이 아니다. 법조인을 총리로 내정한 박 대통령의 속내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황인환 본지 편집위원장  weis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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