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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곧 경제다
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 승인 2015.05.12 17:20|(182호)
   
▲ 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전통적인 주류 학문에서는 ‘정치의 영역’과 ‘경제의 영역’을 구별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국가와 시장’의 관계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 전까지 국가는 대체로 시장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통용되었다. 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이 시장질서에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시키는 전략으로 자본주의 경제학의 토대를 구축했던 것도 이런 배경이었다. 그러나 시장이 위기에 빠질 때 그 시장은 자생력을 회복할 수 없었고 결국 ‘국가의 역할’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신고전주의의 고민이 그것이다. 따지고 보면 정치와 경제, 그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공동운명체에 가깝다. 시장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국가의 역할이 강조되면 강조될수록 정치와 경제는 결국 한 몸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가 곧 경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경제위기와 정치실종
박근혜 정부 3년 차에 들어 정부가 민생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는 여전히 미흡하다. 내수경기는 장기침체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 경고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고용시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일자리가 부족하고 소득이 줄어드니 쓸 돈이 없다. 소비가 살아날 수가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천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 말 그대로 폭탄이 터질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가운데 지금 2년 차가 추진되고는 있지만 벌써부터 어두운 전망들만 쏟아지고 있다. 이대로 또 한 해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대기업들이라고 해서 마냥 잘 나가는 것만은 아니다. 2012년 이후부터 눈에 띄게 실적이 부진하다. 특히 삼성과 현대차의 당기순이익도 2010년 38조 원에서 작년에는 33조 6,000억 원으로 11.5% 감소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과 현대차를 뺀 나머지 28개 그룹의 당기순이익은 더 열악하다. 같은 기간 42조 1,000억 원에서 7조 9,000억 원으로 무려 81%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30대 그룹의 전체 당기순이익 가운데 삼성과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75%에 이를 정도이다. 이쯤 되면 30대 대기업도 심각한 편중 현상이 한창 진행중이라고 봐야 한다. 게다가 중국은 이미 우리 경제의 턱 밑까지 추격해 오고 있다. 엔저에 힘입은 일본 경제는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자칫 우리 경제가 이쯤에서 뒤로 밀려나는 것은 아닌지 이만저만한 걱정이 아니다.
이런 문제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새로운 경제 성장을 위한 미래 동력을 찾아야 할 주체가 바로 ‘정치의 영역’이다. 사회적 갈등구조를 해소하면서 경제발전을 위한 전략적이고도 거시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할 곳이 바로 정치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치가 그 고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경제는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정치가 오히려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정치가 어떤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까지 세워서 경제회생에 총력을 쏟고 있는 정부, 여기에 우리 정치권은 어떻게 화답하고 있는지 차분하게 따져 볼 일이다. 물론 정부와 정치권의 관계를 이분법으로 보거나 대립적으로 본다는 뜻이 아니다. 정부의 역할을 주도하는 곳 역시 청와대이며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대통령과 청와대의 정치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정치권인들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 단임제’ 국가에서, 게다가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우리의 권력구조 현실을 감안한다면 결국 정치의 중심은 청와대이며, 대통령의 리더십이 그 정점에 있다는 뜻이다.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서는 어떤 위기가 닥쳐왔을 때 상대방 탓을 하는 못된 버릇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특정 부문의 지도자 그룹도 예외가 아니다. 내가 잘못해서 일이 더 꼬이는 것이 아니라 나는 잘 하는데, 상대방 탓에 일이 잘 안 된다는 식이다. 정치권은 더 심하다. 여당은 야당이 툭하면 발목을 잡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야당은 여당의 일방통행 때문에 의회정치가 실종되고 있다고 외치고 있다. 청와대는 정치권 때문에 경제회생이 잘 안 된다고 연일 볼멘소리다. 정치권은 청와대의 소통 부족 때문에 정국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모두가 네 탓이다.
그렇다면 정말 무엇이 문제인가. 해법은 앞서 언급한 대로 정치의 중심, 즉 청와대에서 찾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다. 국론이 분열되고 경제가 어려울 때 ‘정치의 영역’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옳다면 그 중심에는 청와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있다. 이 문제부터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마냥 네 탓 공방만 반복하고 말 것이다. 지금의 우리 현실이 이렇지 않나 자문해 볼 일이다.
미국이 월가를 비롯한 금융위기 이후에, 그리고 중국이 잘 나가던 경제성장 기조가 주춤할 때 어떻게 했는지를 보면 정답은 간명하다. 정치가 곧 경제였다는 점이다. 독일은 물론이요, 이웃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언급조차 하기 싫은 일본 아베 총리가 대중적 인기를 받으며 나락에 빠졌던 일본 경제에 미세하나마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는 것도 결국의 정치의 문제, 즉 최고 지도자의 리더십 때문이다. 내치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독도 도발에 나서는 행태는 용서할 수 없지만, 이를 바탕으로 탈이념 기조 위에 실용주의적 리더십으로 국민통합을 이끌어 내는 아베의 힘을 우습게 볼 일만은 아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념이 너무 앞서 있다. 어쩌면 지난 3년간의 국정은 이념을 기반으로 하는 갈등과 반목, 대결과 대치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모두가 네 탓하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을 듯싶다. 그래서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얻었는가. 얼마나 소모적이고 바보 같은 일이었는지 아직도 모른다는 말인가. 기로에 선 한국 경제, 정치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 국민화합을 이끌어 내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더 간절해지는 이유다. 그래야 정치가 바로 설 수 있으며, 경제가 새로운 동력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가 곧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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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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