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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정치개혁의 전환점 되어야…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 승인 2015.05.12 17:08|(182호)
   
▲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성완종 리스트’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지금 단계에선 검찰 수사가 어디로 향할지, 정치권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게 될지 누구도 예상하기 어렵다. 당초 이 사건은 자원외교 비리수사로 시작됐다. 그러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과 그가 남긴 메모가 정치권에 태풍급 파장을 일으키면서 급기야 정치개혁 차원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대선 때의 새누리당 정치자금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권의 가장 예민한 부분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이번 기회를 아예 정치개혁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부패의 늪에서 부패를 고발하다
성완종 전 회장은 사망 당일 새벽, 산으로 올라가던 중에 경향신문 기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맑은 사회를 앞장서 만들어주시고 꼭 좀 보도해 달라.” 성 전 회장은 ‘맑은 사회’라고 했다. 그동안 자신의 정치 활동과 기업 활동 모두가 얼마나 부패한 사회에서 이루어졌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가면서도 이런 말을 남겼을까 싶다. 실제로 성 전 회장은 정치인으로서, 또 기업인으로서의 역정을 보면 부패와 떼려야 뗄 수가 없어 보인다.
이미 고인이 된 마당에 아픈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지만 자수성가한 성 전 회장의 영광 이면에는 불행하게도 부패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따라다니는 듯하다. 결국 그 부패의 고리가 성 전 회장의 생명을 빼앗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성 전 회장은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맑은 사회’를 당부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의 이런 당부를 궤변이라고 비난할 수 있겠지만 목숨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호소력 있게 들을 필요가 있다. 부패의 늪에서 빠져서 얼마나 고통스럽게 살아왔기에 ‘맑은 사회’라는 유언으로 남겼겠는가.
성완종 전 회장은 갔지만 그가 남긴 메모와 메시지는 그대로 정치개혁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당과 정파를 뛰어넘어 우리 정치·사회 혁신의 계기가 된다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당장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연일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부응해 검찰도 신속히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검찰의 이런 모습에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박수만 칠 수도 없는 일이다. 검찰의 칼끝이 잘 나가다가도 갑자기 야당을 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표적 수사’나 ‘물타기 수사’를 경고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 하겠다.
앞으로 검찰 수사를 놓고 상당한 공방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워낙 사안이 중대할뿐더러 그 범위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박근혜 정부 집권 3년 차의 국정 드라이브가 통째로 소진될 수도 있는 문제다. 그리고 성 전 회장과 관련해서 야당도 결코 자유스럽지가 못하다. 언제든지 정치 공방전으로 촉발될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게다가 검찰에 대한 신뢰는 이미 한계까지 간 상황이지 않은가. 검찰이 어떻게 결론을 내더라도 검찰수사에 대한 불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살아 있는 권력의 핵심부에 대한 수사인지라 검찰 수사로 끝낼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어차피 특검 수사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라도 정치개혁의 계기가 된다면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정치개혁은커녕 정쟁만 가중시키고 검찰이나 특검에 대한 불신만 더 증폭시킨다면 최악의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지금의 골든타임을 또 이런 식으로 낭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부패의 늪에서 부패를 고발한 성 전 회장의 유언마저 그대로 땅에 묻히지 않을까 걱정될 따름이다.
 
그래도 개혁은 멈출 수 없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2003년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 이후 가장 중대한 사건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야당이었지만, 지금은 여당이라는 점에서 국정운영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당시보다 더 위중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당장 드러난 것만 해도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3명이 모두 명단에 올랐다. 그리고 홍준표 경남지사까지 포함해서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과 2007년 한나라당 대선과 경선, 그리고 2012년 대선 자금도 수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정국으로 인해 국정운영에 큰 차질을 빚고 말았다. 그 후에는 ‘정윤회 문건’ 파동까지 겹쳐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새해 들어 집권 3년 차에 겨우 국정을 정비해서 국정혁신의 새로운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것이다. ‘부패와의 전쟁’은 명분과 실리 모든 면에서 국정혁신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렵게 되고 있다. 다시 국무총리 인선 문제가 남아있다. 또 한바탕 홍역을 치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주변의 핵심 인물들은 이미 도덕성에 상당한 내상을 입어버렸다. 법률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도덕적으로 상처가 너무 깊어 보인다. 따라서 이런 상태로는 국정혁신의 동력을 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택할 수 있는 카드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거의 외통수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다시 말하면 ‘부패와의 전쟁’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정면승부를 펼쳐야 한다. 이는 먼저 검찰이 길을 열어야 한다. 설사 특검이든 상설특검이든 다른 대안으로 가더라도 지금의 검찰수사는 정말 성역 없이 해야 한다. ‘정치검찰’의 오명을 씻어내지 못하면 그 부메랑은 그대로 박근혜 정부의 부담이 되고 말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궁지에 몰려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딱 이럴 때 즐겨 사용하는 말이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다. 설사 살을 도려내는 고통이 있더라도 지금의 위기를 정치개혁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만들어낸다면 이보다 더 값진 교훈을 어디서 얻겠는가. 정파와 정당을 뛰어넘어 성완종 전 회장이 죽음으로 호소했던 ‘맑은 사회’에 대한 희망을 이번 기회에 그 싹이라도 심어봤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비록 그는 ‘부패의 늪’에 빠져 고통스럽게 갔지만, 그의 바람만큼은 새로운 개혁의 싹이 되어 무럭무럭 자라났으면 좋겠다.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poeco@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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