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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융질서 재편되나?한국이 8개월 동안 가입 망설였던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황인환 편집위원장 | 승인 2015.05.04 19:39|(182호)
   
▲ 지난해 10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AIIB 설립 양해각서(MOU) 체결식이 진행되었다.
AIIB란 무엇인가?
AIIB는 중국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국제금융기구로, 미국과 일본이 주도해서 만든 세계은행(WB, World Bank, 1946년 8월 발족, 186개 회원국)과 아시아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 1966년 8월 창설, 현재 67개 회원국)을 대체 또는 보완하기 위해 만든 국제금융기구이다. AIIB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의 영문 약자다.
AIIB의 설립 목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있다. 다시 말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여러 개발도상국들에게 인프라를 구축할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 중국이 주도적으로 만든 금융기구다. 경제력이 빈약한 나라가 경제성장을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개발 자금이 많이 필요한데, 그 자금을 꿔주면(투자하면) 큰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반면에 뗄 위험도도 높기 때문에 경제 부국들은 망설이게 된다. 이런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만든 것이 AIIB은행이다. 저개발국에서는 이제 인프라 구축비용을 AIIB에서 빌리면 되는 것이다. 당연히 경제력이 약한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혜택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AIIB의 자본금은 현재 500억 달러이고 목표치는 1,000억 달러이다.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에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IMF는 6,848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WB는 2,232억 달러, ADB는 1,648억 달러이다. 이것만 보아도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기구가 여전히 세계 금융시장에서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이들 은행들의 금융 지원이 서구 쪽에 경도되어 집행된다는 점에서 아시안 국가들의 불만도 있었다.
참고로 세계은행(WB)은 현재 총재가 김용으로 한국계 미국인으로 역대 미국인들이 총재를 역임했다. 반면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현재 일본인 나카오 다케히코가 총재로 역대로 일본인들이 총재를 맡고 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아직 총재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중국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AIIB 설립 초기 중국식 운영방법의 불투명성과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과 같은 동질의 기구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고 하면서 우방국의 가입을 저지하였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가입을 망설이게 된 이유다. 그러나 지난 3월 12일 영국이 AIIB의 가입을 공식 선언하고 나서면서 국제 여론이 돌변했다.
AIIB는 현재 57개국이 창립회원국의 지위를 획득했다고 3월 15일 발표했다. 대륙별로는 아시아 34개국, 유럽 20개국, 아프리카 2개국, 아메리카 1개국이 회원국이 됐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1966년 창립 당시 31개국으로 출발한 것에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난다. 이 외에도 대만은 국호를 ‘중화대만’으로 하여 신청을 했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을 표방하는 중국의 주장 때문에 창립회원국에서 제외됐으며, 미국과 일본은 창립회원국 가입을 거부했지만, 일본은 창립회원국 지위는 포기하면서까지 가입 쪽으로 태도가 바뀌었다고 전한다. 북한은 지난 2월 진리췬 AIIB 임시 사무국장에게 가입의사를 타진했지만 북한의 금융·경제체제가 국제기구에 참여할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거절당했다. 거절 이유는 새로 설립되는 AIIB는 국제기준(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운용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IMF, WD, ADB 등의 차관 융자 기준인 해당 국가의 이자율, 통합재정수지. 중앙은행 통화계정 등의 자료를 요구하게 되는데, 북한은 1960대 이후 국내총생산(GDP)조차 제대로 공개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북한 경제의 투명성이 문제가 된 것이다. 만약 북한이 가입하게 된다면 역으로 북한의 경제 실태가 한눈에 들어날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AIIB 회원국의 총 국내총생산(GDP)은 44조 7,454억 달러로 전 세계의 58%에 달하고, 회원국의 인구도 49억 3,173만 명으로 전 세계의 68%에 달한다.
 
AIIB 자금 어떻게 쓰이나
AIIB의 현재 자본금은 초기 500억 달러 규모로 중국이 먼저 부담했으며, 목표액은 1,000억 달러 규모다.
중국은 장기 성장 전략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라는 신 실크로드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것은 동북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와 이스탄불을 거쳐 독일까지 이어지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북아시아에서 동남아시아와 인도양을 거쳐 유럽에까지 이르는 해상 실크로드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완성이 된다면 26개 국가 44억 명의 인구가 한 벨트로 연결되어지며, 경제규모는 무려 2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프로젝트에 AIIB 자금이 일부 쓰이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러한 황금시장을 선진국들이 놓칠 수 없기에 AIIB 가입을 서두른 이유다.
57개국이라는 많은 나라가 호응을 보이자 중국은 얼마간 느긋해졌으며 이제 이 기구를 국제기준(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어 투명하게 운용할 것인가의 과제를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이것은 바로 미국과 일본이 지켜보는 요지이기도 하다.
이 점을 의식했는지 중국 정부의 기관지인 인민일보에 의하면, AIIB는 협력 플랫폼으로 각국 상황에 맞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AIIB를 통해 아시아의 중소국가는 국제금융기회 참가 경험을 갖게 되고, 영국 같은 전통 금융대국은 경쟁력 강화 기회가 될 것이며, 호주 같은 자원대국은 시장 확대 기회를 얻게 되고, 사우디, 카타르 같은 국부펀드 강국은 안정적인 투자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서 “중국이 개방적 지역주의 원칙의 실천에 나섰다”며 “AIIB 창설이 아시아의 번영에 희망을 줄 것”이라면서 AIIB의 운영방식을 혁신해 효율을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했다. AIIB는 기업과 협력 파트너십 모델을 도입해 민간부분이 저소득 국가의 인프라 건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왜 가입을 고민했을까?
중국은 2015년 3월 말까지 참여하는 국가에 한해 창설멤버로 인정하겠다고 우리나라를 압박하여 우리나라는 8여 개월의 장고 끝에 마감이 임박한 지난 3월 26일 가입을 결정했다.
중국의 AIIB는 미국과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는, 즉 아시아금융 질서에 대항하여 중국이 자기중심의 새로운 국제 통화 질서를 구축하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 명백한데, 사드(THAAD) 문제와 겹으로 겹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 채 8개월을 끌었다. 안보 동맹이냐 경제발전이냐의 기로에 선 고민이었다.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즉 육로와 해로의 신 실크로드 건설 프로젝트는 연간 8,00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이며 10년이면 8조 달러 인프라 투자 사업이다. 한국이 그중 10%만 수주한다해도 연간 800억 달러, 한국 돈으로 80조 원, 우리나라 예산의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 한국경제는 10% 이상 수주하면 성장을 넘어 비약하는 수준이다. 결코 놓칠 수 없는 거대한 프로젝트 아닌가. 미적미적한 태도에 대한 언론의 질타도 많았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가입 안 할 수 없는 입장에서 가입하려면 창설국 지위를 확보해야만 앞으로 여러 가지 개발사업에서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고심 끝에 가입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자 미국은 중국의 움직임에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다. 제프 레스키 미 국무장관은 “한국의 AIIB 가입결정에 이렇다 할 평가를 하지 않겠다. (미국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일련의 국가가 최근에 가입 결정을 내린 건 그들 국가의 결정권이다. 국제기준의 투명성을 충족한다면 어떤 다자기구도 환영한다. 따라서 AIIB도 국제사회의 기준을 충족하기 바란다”라고 한 발 물러선 발언을 했다. 일본은 그때까지도 AIIB 가입에 대해 언급이 없었다. 미국으로서는 실로 EU, 즉 유럽연합에 이어 두 번째 맞는 국제 경제적 도전일 수도 있다.
한국의 또 한 가지 고민은 한국의 지분이 얼마일까였다. 당초 중국은 자기들이 50%를 갖겠다는 생각이었으나 가입국이 늘어나 이제 30~40%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도 당초는 5~6%를 예상했다. 그런데 6% 정도로는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불가능하다. 이사회에서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해야만 우리에게 유리한 프로젝트를 많이 가져올 수 있는데, 이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AIIB 회원국 지분율에 대해 GDP규모로 계산해보면, 한국은 5% 전후로 예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소 7%, 최대 10%의 지분을 확보해야 중국을 견제하고 발언권이나 의사 결정권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야만이 프로젝트 배당이나 인사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종 창립가입국이 57개국으로 늘었고, 나중에 일본이 참여 의사를 밝힘으로써 지분율이 3%대로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되는 상태다.
창립회원에 대한 특혜는 MOU상 기본투표권 추가 배분, 이사회에서 이사나 대리이사를 보장, 이사진 구성에 우선권 부여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우리나라의 가입은 한중 자유무역협정 체결, 원 위안화 직거래시장 등 한국과 중국의 경제협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AIIB 가입이 경제발전에 득이 되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가입을 만류했던 미국의 입장도 고려해야할 것이다. 경제는 안보와 정치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일본도 참여의사 발표, 한국 지분율 더 낮아질 것
한국이 AIIB의 창립회원국으로 확정되자 일본도 연간 8,000억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를 외면할 수 없어 드디어 AIIB 참여 입장을 밝혔다. 일본의 참여 역시 미국을 곤혹스럽게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AIIB 창립회원국 지위를 포기하면서까지 가입을 미룸으로써 미·일동맹의 의리를 지켜낸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도 참여하도록 은근히 회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까지 자국 중심의 금융 통화 질서에 반기를 든 AIIB에 가입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 최대의 지분을 가진 다자기구에 체면상 2인자로 참여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미참여 국가의 참여도 환영한다고 독려하고 있다. 그들은 투표권은 갖지만 AIIB규칙 제정 과정에서는 배제된다.
중국은 AIIB에 500억 달러를 기금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이에 반해 일본은 출연자금이 15억 달러에 불과하다. 중국 다음으로 많은 규모이긴 하지만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일본의 참여는 한국의 지분율에 크나큰 변수로 작용한다. 일본이 참여하기 전 한국의 지분율은 4.9~5%로 예상됐으나, 일본이 참여하면 GDP 기준으로 일본은 중국에 이어 2위로서 한국의 지분율은 4~5위로 밀릴 것이며 3%선으로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제 창립 회원국이 확정된 AIIB는 앞으로 지분과 지배구조를 놓고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AIIB 본부는 중국 베이징의 건룽제(金融街)에 이미 건설되고 있다. 한국은 새만금에 유치하려고 한 구상이 있었으나 벌써 물 건너간 상태다. 이제 지분 싸움에서는 결코 밀려서는 안 될 것이다.
 
AIIB 국제 금융질서 재편할까?
이제 세상의 관심사는 미국이 AIIB에 가입하느냐 여부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있다. 전문가들은 AIIB가 국제금융 질서에 단기적으로 끼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아시아개발은행 설립 이후 49년 만에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금융기구가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등장했다는 것에 이것은 국제기구 설립 이상의 큰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직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 질서가 도전 받고 재편될 염려는 없지만 미국 역시 제3국가들의 이런 움직임에 뒷짐질 입장은 아닐 것이다. 물론 경제와 안보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이번에 미국이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는 데도 많은 우방들이 실익을 쫓아 AIIB에 가입한 것을 음미해 보아야 할 것이다. 현대의 국제관계는 역시 경제적 계산서에서 나온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일본이 미국에게 마지막까지 의리를 지켰지만 결국 창립 회원국 지위를 포기함으로써 미국에게 마지막 의리를 지키고 결국 AIIB 가입을 선언한 것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황인환 편집위원장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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