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화 국회의장은 신년특강을 통해 ‘건강사회’를 역설했다.

먼저 “2015년, 올해는 광복된 지 70년이 되는 해”라는 말로 강연을 시작한 정의화 의장은, “그러나 그것은 분단된 지 7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는 의미”라며 “정치가 제대로 못 하면 이토록 가슴 아픈 침탈과 분단의 역사를 겪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근거로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해보자며 이야기를 꺼냈다. 정리하자면, 동학농민혁명은 1894년에 일어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중항쟁으로, ‘사회비리 척결과 인간 평등실현, 외국 침략세력의 구축’을 대의명분으로 ‘반외세 자주독립과 반봉건 민주화’를 내세우며 봉기한 사건이다. 그런데 이 동학 농민혁명군을 진압하겠다고 고종과 관료들이 청나라 군대를 불러들이면서 따라 들어온 일본군이 우리나라에서 청·일 전쟁을 일으킨다. 결과적으로 조선이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훗날 분단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요지다.

여기서 정의화 의장은 그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이렇게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다. 정 의장은 그 원인을 ‘정치’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정치가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우리의 역사가 가슴 아픈 침탈과 분단의 역사를 겪어야 했던 것이 아닐까’하는 정 의장의 진지한 성찰이 담긴 말이자 국회의장으로서 그만큼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는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새해는 정통인화(政通人和)의 정신으로…

정의화 의장은 신년사에서 “새해를 정통인화(政通人和)의 정신으로 임하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치가 잘 이루어져서 국민이 화합하고, 경제와 민생이 활짝 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뜻”이라며 ‘서로 배려하고 화합한다면 번영과 통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전했다. 그러면서 “제 할 일 제대로 하는 국회, 특권 집단이라는 비난을 듣지 않는 국회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경제회복과 민생에 직결되는 핵심 안건에 대해서는 국회의장인 제가 과감하게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 강연 중인 정의화 국회의장의 모습

“남북관계는 여전히 꽉 막혀있습니다. 그러나 통일은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꽉 막힌 물꼬를 트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국회도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남북의 물꼬를 트는 데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주저 없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회 본회의에서도 지난해 말, 여야가 뜻을 모아 남북 국회회담 추진의지를 담은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이 뜻을 받들어 저는 이른 시일 안에 남북국회의장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다각도로 노력하겠습니다. 북측도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랍니다.”

정의화 의장은 통일에 대한 노력을 강조하면서 남한과 북한의 국회가 만나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의장은 지난해 말, “신년사를 통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자는 제안을 하려고 한다. 빠른 시일 안에 남북국 국회의장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겠다”며 “북측도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금의 경색된 남북관계의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주 만나야만 한다”고도 말했다. 또, “제가 의사 출신인데, 한반도를 사람의 인체로 보면 반신불수이거든요, 우리가 아무리 지금 잘 살고 좋다고 하더라도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하루아침에 제로가 될 수 있습니다. 조금은 어렵겠지만 우리가 통일이 된다면, 경제적으로도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나라가 된다고 봅니다.”라고 말하며 통일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개인적으로도 사비를 들여 '남북의료협력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으로 활동해 온 정 의장은 장인·장모가 모두 이북 출신으로 남북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평소 정의화 의장은 ‘한국형 슈바이처’가 되고 싶다며, “임기를 마친 후, 가능하다면 북한 지역에 작은 병원을 세워 한국의료팀을 꾸리고 두 달에 한 번씩이라도 왕래하면서 의료기술을 전파하고 우리 국민이기도 한 북한의 주민들에게 시술도 하는 등 의료봉사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말하곤 했다.

▲ 국민대 정치대학원 주최 ‘신년하례식 및 북악정치 포럼 2015’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앞쪽 좌측부터 다섯 번째)

정치 선진화와 국민통합을 위해 ‘선거제도 개혁’ 반드시 필요

정치 선진화와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정의화 의장이 말했다. 기존의 선거제도를 살펴보면, ‘승자독식, 지역구도 정치, 대립과 갈등의 정치’와 같은 문제들로 인해 우리 정치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상호 존중과 상호 호혜, 대화와 타협의 정치, 품격 있는 정치’ 등이 필요하다”며 “국회의원은 자신의 이익이 아닌 민족의 미래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치의 고질병 중의 고질병인 ‘지역감정 해소’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선진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선거구제 개편’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입문한 뒤로 ‘영·호남 화합과 국민 통합’에 앞장서 온 정의화 의장은 ‘영·호남 화합 전도사’로 평가받는다. 정 의장은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독립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어쩌면 개헌보다 중요한 문제이고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 제도이므로 선거구제의 경우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것이 가장 좋고, 그게 안 되면 ‘권역별 비례대표’로 전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중대선거구제’와 함께 ‘석패율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언급했다. 이를 통해서 동서 간 화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밝혔다.

더불어 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넘어 통합과 화합의 시대로 만들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의장 직속 선거제도개혁 국민자문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출산율 최하위권 수준, 소멸하는 대한민국

정의화 의장은 대한민국 사회의 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한국은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최하위권이라며 저출산·고령화의 위기에 놓인 대한민국을 염려했다. 인구가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는 물론 대한민국의 국력이 쇠퇴한다는 의미이므로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고 기대수명은 세계 3위로 올라서면서 저출산·초고령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정 의장은 “입법문제로만 접근해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기 때문에 사회적 분위기 등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진 대한민국으로의 제3의 길, ‘건강사회’

한국 정치 선진화를 위한 우리의 과제를 여러 주제로 짚어나간 정 의장은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선진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국가 대개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국가 대개조의 첩경은 팽배한 이기주의를 이타주의로 바꾸고, 물질주의와 정신주의 간 조화로운 균형을 이룰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또, 분열을 화합과 통합으로 바꿔나가는 제3의 길이 필요한데, ‘신뢰가 있는 사회’, ‘투명한 사회’, ‘청렴한 사회’. ‘배려하는 사회’ 등 네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건강사회’가 바로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직과 성실, 박애’ 등 이른바 ‘새빛 운동’을 통해 ‘제 탓하기, 제 할 일 제대로 하기, 제 몫 함께 나누기’를 실천해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일련의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충효, 홍익정신, 인의예지’ 등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국민정신을 다시 한 번 부활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의화 국회의장 프로필

△경남 창원(67) △부산고, 부산대 의대, 연세대 의과대학원 등
△부산 중구·동구 지역구 5선 의원(제 15·16·17·18·19대) △봉생병원 원장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장(’06) △한나라당 세종시특별위원회 위원장
△국회스카우트의원연맹 회장( ’10) △한나라당 비상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제 18대 국회 국회부의장 △제 18대 국회 국회의장 직무대행
△ 제 19대 한미의원외교협의회 회장 △제 19대 국회 국회의장

박진혁 기자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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