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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의 정치학
박상병 시사평론가 겸 정치학 박사 | 승인 2015.04.13 10:28|(181호)
   
▲ 박상병 시사평론가 겸 정치학 박사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청와대에서 만난 지난 달 17일, 공동 발표문 가운데 최저임금에 대한 합의 내용은 “최저임금이 인상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야 대표의 의견이 일치되었으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는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청와대 회동에서 논의할 정도로 최저임금 문제가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사실 최저임금 문제를 맨 먼저 들고 나온 주인공은 최경환 경제부총리다. 최 부총리는 지난 달 4일 “적정 수준의 임금인상 없이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며 재계를 향해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했다. 정부의 경제사령탑이 직접 최저임금 문제를 들고 나올 정도로 내수경기가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최저임금, 당과 정부, 그리고 기업
장기불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벌써 수년째 내수경기가 살아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성장률이 나쁘지 않고 고용률도 높아졌다고는 하나 체감경기는 여전히 바닥권이다.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꿈틀대고 있다는 소식이지만이 또한 역대 최고의 전셋값 폭등에 따른 부수적 현상일 뿐이다. 그 사이 가계빚만 1,100조 원으로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 이러다가 금리가 대폭 인상되거나 부동산 시장이 더 침체될 경우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다. 자칫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는 차기 대선 정국에서 그 뇌관이 터져버릴 경우 선거 결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내수경기 활성화는 여권 입장에서도 절박한 과제다.
이런 시점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안을 들고 나온 것은 가처분 소득을 조금이라도 늘려서 내수경기의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뜻이다. 기업의 금고에는 막대한 자금이 쌓이고 있다고 일찌감치 지적을 했던 최 부총리였다. 이번에는 최저임금 인상안 카드를 뽑아 든 것이다. 명분과 실리 모든 면에서 괜찮은 선택으로 보인다. 여권이 대체로 동의하고 있으며 새정치민주연합도 환영하는 논평을 낸 것도 최 부총리의 주장에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대로 재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정부가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에 더 관심을 두었으면 좋겠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경제4단체는 아예 ‘최저임금 인상 수용 불가’라는 공동의 입장까지 결의했다. 정부의 절박한 호소를 재계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올해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이지 않은가. 내수경기가 이대로 가라앉을 경우 박근혜 정부가 어떻게 될지, 내년 총선이나 차기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재계가 아니다. 이런 결과가 재계에도 딱히 유리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반대하는 속내가 참으로 궁금할 따름이다. 물론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는 표면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노동개혁 등 주요 정책에 대한 압박이나 사안별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이 대목에서 하나 더 짚어볼 대목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최경환 부총리보다 재계 입장을 두둔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 회동 하루 전날인 지난 달 1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박용만 상의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기업인들이 임금 문제는 노사 자율에 맡겨야지, 정치권에서 거론할 사항이 아니라며 굉장히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저희들이 동감했다”고 말했다. 집권당 대표가 정부의 절박한 호소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물론 이튿날 청와대 회동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안에 공감은 했지만, 구체적인 합의가 없었던 것도 이런 배경이 아니었을까 싶다.
 
김무성 대표의 반격, 무엇을 노리나
김무성 대표도 지금 내수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서민들의 생활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앞으로 큰 선거를 치러야 할 김 대표가 재계 편에 선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최저임금 문제만 놓고 본다면, 정부와 야당이 손을 잡은 경우이며 재계와 김무성 대표가 이에 저항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정치적 역학관계가 다소 복잡해 보이는 대목이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해에는 세수가 무려 11조 원가량 덜 걷힐 만큼 경기가 좋지 않고 기업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기업의 힘든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업소득환류세를 신설하고 법인세 인상과 임금 인상을 압박하는 것에 속이 많이 상하리라 생각한다”며 강한 톤으로 재계를 위로했다. 이처럼 임금인상을 추진하는 정부와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는 야당을 향해 싸잡아 비판하는 배경이 무엇일까.
김무성 대표는 잘 알려진대로 기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가문 자체가 재계로 분류되는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뼛속까지 친기업적 마인드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김무성 대표는 한마디로 정부의 경제살리기 정책이 갑자기 최저임금 문제로 연결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최경환 경제부총리에 대한 불신과 구체적인 협의도 없이 민감한 정책이슈를 친박계 인사들이 주도하는 데 대한 강한 불만이 담겨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김 대표의 불만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회동 직후 서로 간에 이견이 많았다며 예상 밖으로 만남의 의미를 축소했던 김 대표의 속내가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다.
최저임금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굳이 우리 헌법 규정(119조)을 따지지 않더라도 국민(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책임지는 것은 정부(국가)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그럼에도 정부 방침에 집권당 대표가 반대하고 또 재계가 반대하고 있다. 과연 박근혜 정부가 예상 밖의 이런 저항을 어떻게 돌파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최저임금, 이번에도 시늉을 내는 수준에서 그칠지 아니면 박 대통령이 강조했던 ‘골든타임’에 걸맞는 승부수를 띄울지 궁금할 따름이다. 최저임금 문제가 임금 문제만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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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시사평론가 겸 정치학 박사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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