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3가 한국은행에서 열린 ‘2015년 4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4월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전망치인 3.4%에서 0.3% 낮춘 3.1%로 하향 조정했다. 상반기 2.7%, 하반기 3.4%를 기록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1.9%에서 상반기 0.5%, 하반기 1.3%로 연간 0.9%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 진입하는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0.8% 이후 16년 만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락은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 때 예고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나 낮춘 배경에 대해 “1분기 실적치가 낮아지고 국제유가도 지난번(1월) 예상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물가의 장기적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는 올해 2.3%, 내년 2.1%의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경계했다.

지난해 정부가 세수 부족으로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집행을 예정대로 하지 못해 4분기 성장률이 낮아져 올해 성장률에 영향을 미쳤다. 이 총재는 “2014년 국내총생산이 다시 집계됐고, 특히 4분기 실적치가 예상보다 부진했다는 데 주로 기인했다”고 말했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이 0.3%로 제자리걸음한 것이 올해 성장률 전망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올해 세수 부족액을 약 6조 원으로 전제하고 전망치를 짰다.”며 “세수가 예상보다 부족하면 성장률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짠 올해 예산안에서 명목성장률(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을 6.1%로 내다봤지만 이 역시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더딘 경기 회복세에 저유가가 겹쳤기 때문이다.

글로벌 환율 경쟁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며 성장동력이었던 수출이 어려운 여건에 있다. 한은은 올해 상품수출 증가율을 기존 전망치 3.4%보다 낮은 2.9%로 예상했다. 상품수지 흑자가 사상 처음 1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지만 이는 수입가격 하락 효과다.

한은은 경기 회복의 열쇠를 내수에서 찾았다. 작년 8월과 10월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날 시점인 데다 저유가로 가계의 실질소득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2분기부터는 완만하게나마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성장률은 상반기(2.7%)보다 하반기(3.4%)가 높은 ‘상저하고’로 예상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정부와 한은은 올해 4%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낙관했다. 하지만 정부가 쓸 돈이 점차 부족해지면서 연말 경기 뒷심은 급격히 떨어졌다. 이 총재는 “경기 회복과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 정부 재정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우호 기자  koreana37@mjknews.com

<저작권자 © 정경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