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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부는 변화의 바람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 승인 2015.04.08 19:11|(181호)
   
▲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 강화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병기 신임 비서실장을 발탁한 배경도 ‘소통 강화’라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가 변해야 할 부분이었다. 아무리 훌륭한 인재를 뽑았어도 그 인재를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것은 리더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병기 비서실장 체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 행보에 관심이 모아졌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그런데 정말로 박 대통령이 달라지고 있다. 집권 3년차에 들어 청와대에 조그만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뜻이다. 마치 오랫동안 얼어붙었던 불통의 장막을 걷어내는 듯한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있다.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달 13일 청와대에서 정의화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이인복 중앙선관위원장, 이완구 국무총리 등 5부 요인을 초청해 회동을 갖고 중동 순방 성과를 설명했다. 대통령이 5부 요인을 초청해서 국정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하는 모습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당연한 모습이 뉴스가 된다면 그건 뭔가 잘못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실 박 대통령이 5부 요인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순방 결과 등을 설명한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뉴스 같지 않은 일이 큰 뉴스가 돼버린 것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볼 때 이런 행보는 분명히 달라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순방 이후 지난 달 17일에는 순방 성과 및 국정현안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김무성 대표의 제의를 박 대통령이 수용해서 성사된 만남이었지만 이 또한 박 대통령의 소통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만남이었다. 게다가 만나서 대화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지난 2013년 박 대통령이 국회 사랑재로 가서 여야 대표와 회동을 할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당시 김한길 대표가 미리 준비해 간 여러 가지 내용을 언급했지만, 박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했다. 그래서 소통이 아니라 불통만 확인했다는 비판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로 문재인 대표의 발언을 경청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회동이 공개됐을 때 문 대표가 작심한 듯이 ‘경제민주화’와 ‘공약 파기’를 언급하자 박 대통령은 직접 연필로 적어가면서 조목조목 설명하거나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말 그대로의 소통이 이뤄진 공간이 되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불편한 자리가 될 수도 있었지만 박 대통령은 경청하고 설명하고 또 협조를 구했다. 때론 정서적으로 호소하는 발언도 나왔다. 그리고 회동 장소에 먼저 나와 여야 대표를 기다리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예우 하나에도 신경을 썼다는 평가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변화 기류는 지지율이 바닥권으로 갈 때부터 예상할 수 있었다. 집권 3년차에 국정혁신의 정점을 찍어야 할 타이밍에 지지율 30%대는 국정혁신의 동력을 살리기엔 역부족이다. 다시 말하면 낮은 지지율에서는 국민이 신뢰하지 않고 또 관료들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심지어 박 대통령을 철석같이 믿고 있던 영남권과 50대 이상의 핵심 지지층이 붕괴되고 있다는 소식은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을 것이다. 단순한 지지율 추이가 아니라 핵심 지지층이 이탈할 경우 박 대통령은 더 이상 믿을 곳이 없다. 따라서 이대로는 모든 시도가 수포로 돌아 갈 수 있음을 직시했다고 본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소통 강화로 변화를 모색한 것이며, 그 표상으로 이병기 신임 실장을 발탁한 것이다. 이제 그 효과가 조금이나마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은 긍정적이다.
 
이병기 비서실장의 막후 소통행보
인사가 만사라고 했던가. 청와대의 변화 기류는 이병기 신임 비서실장의 공이 많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는 달리 엄숙하고 묵직한 조직 분위기 대신에 조용하고 발빠른 소통 행보에 나서는 모습이 보기 좋다. 좀 더 빨리 청와대 분위기를 이렇게 바꿨어야 했다. 국민이 그토록 박 대통령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도 청와대는 사실 무덤덤했다. 아니 아예 관심조차 없는 듯 했다. 그 사이 얼마나 귀한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는가. 김기춘 전 실장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좀 더 빨리 국민의 눈높이에 맞췄어야 했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이병기 비서실장의 최근 행보는 단연 눈에 띈다. 이를테면 각 수석비서관들이 업무 상황을 이 비서실장에게 보고하려고 하면 이 실장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라고 독려했다고 한다. 그래야 박 대통령의 질문에 곧바로 답변을 하고 업무추진도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과 각 수석들의 소통 창구를 이 비서실장이 직접 열어 준다는 뜻이다. 이것저것 직접 다 챙기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 때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고 이 실장의 청와대 장악력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 청와대 분위기가 오히려 더 부드럽고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지난 달 17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 때도 이병기 비서실장은 마무리까지 깔끔했다. 당일 청와대 회동은 순방 성과를 설명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이슈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자칫 박 대통령 이야기만 듣거나 아니면 문재인 대표의 일방적 주장만 반복되다가 결국 사진만 찍고 끝날 수도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병기 비서실장은 달랐다. 빈손으로 끝날 뻔한 3자 회동 이후 이 실장은 여야 대표를 붙잡고 2시간 가까이 합의문 작성에 공을 들였다. 비록 원칙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공동 합의문 형식으로 발표된 것은 이 실장의 막후 소통 행보가 결정적이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의 소통행보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제 작은 변화를 보여줬을 뿐이다. 한 순간의 보여주기식 소통 행보로 끝나서는 안 될 일이다. 이제 임기가 채 3년도 남지 않았다. 내년 총선과 그 다음해의 대선까지 고려한다면 정말 시간이 없다. 국정성과로 박근혜 정부의 진면목을 보여줘야 할 시점은 지금이 적기다. 그러나 소통이 막히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그러면 끝없는 정쟁이 다시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말 것이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에서 부는 최근의 작은 변화 바람도 따뜻한 봄날을 맞아 국익의 활기찬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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