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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반전카드 없었다"알맹이 없는 구상, 냉랭한 여론...출입기자단 질문마저 미비했다는 비판
조호성 기자 | 승인 2015.04.02 18:38|(179호)

 

   
▲ 지난 1월 1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여론 반응… 기대 이하

매년 새해가 밝으면 조직의 리더는 새로운 구상을 밝힌다. 앞길을 열어 지향점을 정하려는 의도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 1월 12일 신년기자회견을 열었다. 사회 전 분야를 아우르는 계획을 밝히며, 2015년 청와대가 걸어갈 지향점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대북 문제와 경제 관련 민생 현안 정책이 가닥을 잡았다. 박 대통령은 남북 대화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을 거듭 제안하고 ‘창조경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지속 추진 등을 언급했다.

 

   
▲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공감 여론조사 결과 (자료제공 : 리얼미터, 조사 의뢰기관 : MBN)
하지만 여론의 반응이 기대 이하다. 리서치 전문 기관 리얼미터의 조사결과를 보면, 신년기자회견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박 대통령의 발표 내용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지 조사한 결과, 공감한다는 의견이 33.0%에 불과했다.

비공감 의견은 39.6%에 달했다. 여론 반전을 이끌지 못한 지역은 광주·전라(부정 의견 52.1%), 경기·인천(44.2%), 서울(43.9%) 순이었다. 지지기반이 약한 호남 지역은 그렇다 해도 수도권에서 지지율이 낮은 건 뼈아프다.

부정적 견해는 다른 리서치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 13일부터 15일 사이 진행한 조사에서도 청와대에 박한 점수를 주었다. 무려 40%에 달하는 응답자가 기자회견이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긍정 의견은 28%에 불과했다.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받은 수치와 정확히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2014년 새해를 맞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응답자 가운데 43%의 지지층을 확보한 바 있다. 1년 사이 상황이 역전됐다.

결국 신년기자회견 이후 국정 지지율도 2014년과 판이한 양상을 보였다. 동일한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는 35% 대 55%를 나타냈다. 전자가 긍정 답변이고 후자가 부정 답변이다. 불과 1년 전에는 긍정 의견 53%, 부정 의견 37%였다.

이처럼 낮은 지지율의 원인은 비선실세 문건 파동에 이은 연말정산 소동으로 귀결된다. 수사결과를 납득하지 못하는 여론과 경기위축 가능성으로 불거진 증세논란까지 청와대를 향한 눈초리가 곱지 않다. 하지만 청와대는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분위기를 쇄신해야 할 시점에서 기회를 놓쳤다는게 기자회견을 지켜본 정치권의 반응이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이 날 브리핑에서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 올해가 쇄신과 혁신의 호기라는 진단 아래 신(新)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실천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며 “청와대 문건 파동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고뇌에 찬 자성을 쇄신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했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국민에게 새해 선물을 주지는 못할망정 고집불통의 오기만 재확인시켜줬다”며 “그동안 소통이 잘 됐다고 강변하는 대목에서는 아연실색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뒷심 약한 ‘통일 대박론’

정치권의 반응 가운데 가장 싸늘한 부분은 대북 관련 문제다. 북한보다 한 수 밀린 모습을 보였다는 게 중론이다. 그동안 외교와 국제관계, 대북, 안보 정책에서 후한 점수를 얻었던 박 대통령이기에 이번 기자회견은 다소 의외로 비쳐진다. 지난해 박 대통령은 ‘통일 대박론’을 주장하면서 이목 끌기에 성공했다. 반면 올해는 화해 제스처가 다소 약했다.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내비쳤다. 5·24 제재 해제 등 전제 조건을 내걸긴 했지만 외관상으로 북은 적극적이다.

우리 정부는 남북 당국자 간 대화를 우선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거듭 강조하는 선에서 그쳤다. 남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내용물이 부족하다는 평가는 이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남북문제와 관련해서 이벤트 성격이 강한 발언을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박지원 의원은 논평에서 “남북관계를 두고 대화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제안이 없다. 남북 간에 대화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었지만 진전된 구상을 밝히지 않았다. 일반적인 내용만 짧게 언급했을 뿐 과감한 제안이 없었다”고 평했다.

물론 기대치가 높은 게 평가절하의 원인이라는 견해도 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다. 박 대통령이 공동 광복절 기념행사를 제안하고 통일준비위원회의 역할을 유독 강조한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지켜본 국민은 조금 더 세세한 대북 관련 제안을 원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같은 여론에 관해 대통령 1인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지난해 ‘통일 대박론’이라는 밑그림을 리더가 제시한 만큼 각 부처에서 세부 계획안을 기자회견 시점에 맞춰 제시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외교안보 현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박론은 하나의 큰 틀, 즉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내용물은 외교와 안보, 통일 현안에 관계된 인사들이 채워야 한다. 기자회견이 있은 뒤 국민 여론이 악화했다면 콘텐츠가 다소 부족했다는 지적이 정확하다. 대통령 탓이라기보다는 정책을 보좌하는 측의 문제”라고 말했다. 정책의 방향 제시가 잘못됐다기보다는 실무를 책임지는 이들의 준비부족 혹은 자세한 설명의 부재가 낮은 지지율로 귀결했다는 의미다.

 

   
▲ 지난 1월 1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새해 첫날 신년사를 통해 발표했다. 사진은 1월 1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사에서 시민들이 TV시청을 하고 있는 모습.
그는 이어 “국방체질 강화, 대북정보 역량 강화, 비무장지대(DMZ) 평화생태계 유지 등의 세부 정책 제시가 있어야 했다. 북의 적극적 협조 없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통일정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기자회견에서 이를 밝혔다면 비판 여론이 줄었을 듯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번 정권이 지난 정권보다 대북 정책에서 유연한 위치에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정권에서 발생한) 천안함 사건을 포함해 남북관계가 나빠질 수 있는 문제에서 비껴 있다. 북한을 포용할 수 있는 재량이 있는 만큼 북이 협조하면 통일에 (능동적으로) 한 발 다가설 수 있다”고 전했다.

박한 경제점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

경제 분야도 낮은 점수를 피해갈 수 없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발표된 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박 대통령은 그동안의 성과와 차후 구상을 신년 회견에서 밝혔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4년 만에 세계성장률을 앞지르고, 고용도 12년 만에 50만명 대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수출액과 무역흑자, 무역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2년 연속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따라 올해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을 중심으로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세우겠다. 우선 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를 추진해서 다른 부문 개혁을 선도하겠다. 중복 기능을 과감히 통폐합하고 핵심역량 위주로 기능을 재편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외에도 공무원연금 개혁, 노동시장 구조개혁 종합대책 마련, 창의적 금융인 우대, 낡은 규제 타파 등을 언급하면서 경제 현안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국민의 관심이 당연히 경제에 쏠린 만큼 기자회견 발표문 가운데 상당부분을 민생 현안 문제로 채웠다.

하지만 국민 반응이 차갑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 분야에서도 점수가 후하지 않았다.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을 효과적으로 보는 국민은 소수일뿐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0~22일 진행한 조사에서 ‘인사문제’와 ‘공약 실천 미흡’에 이어 ‘경제정책’ 또한 점수가 깎였다. 해당 설문에서 박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을 기점으로 경제와 복지·서민문제에서 지지층을 잃었다. 수치로 굳이 따지자면 각각의 항목에서 소위 ‘안티’가 4%씩 늘었다.

정치권은 이같은 결과를 두고 여론과 청와대의 인식 괴리에 따른 지지율 하락이라고 분석한다. 국민은 단적인 예로 경제인 가석방 문제를 꼽았다. 이번 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기업인 가석방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업인이라고 해서 어떤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또 기업인이라고 해서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 국민의 법 감정, 또 형평성 이런 것을 종합해서 법무부가 판단하면 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원론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이다. 반면, 국민 정서는 가석방 문제에 냉소적이다. 청와대를 중간으로 놓고 보면 국민 여론은 가석방 불가에 확실히 치우쳐 있다. 기업인 가석방에 우호적인 여권과 비교할 때 국민 여론은 반대편에 있다.

여론조사 기관의 설문 결과를 봐도 이러한 국민 정서를 읽을 수 있다. 리얼미터에서 지난달 3~4일 경제인 가석방 문제를 조사했는데, 응답자 47.5%가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찬성 의견은 30%에도 못 미친다. 결과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가석방 반대 의견이 줄어들고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은 경제 사범에 가혹하다. 특히 60대를 제외한 20~50대에서 반대의견이 많은데, 지지기반이 약한 여권에게 불리하다. 여당과 불협화음이 새어나오는 청와대로서는 난처한 입장이다. 찬성과 반대 어느 쪽 입장을 대변해도 지지기반을 잃기는 매한가지다. 결국 경제인 가석방 문제는 박 대통령의 신년구상이 낮은 점수를 받는 데 일조했다.

‘순항’ 외친 박근혜노믹스, 현실은 회항?

경제 현안 가운데 또 다른 쟁점은 서민경제의 회생방안이다. 대통령의 신년회견을 보면 서민을 바라보는 데 인식 차이가 있다.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우리가 해야 될 최대 과제는 경제 활력을 되찾는 일이다. 지난해 46조 원 규모의 재정금융 정책 패키지를 추진했다. 올해 예산도 최대한 확장해서 편성했고 또 상반기에 조기 재정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에 관해 정치권은 너무 거시적인 입장에서 경제 문제를 논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한 야권 인사는 “현 정권은 대기업 위주 경제정책에 치우쳐 있다. 골목상권과 중소기업인, 비정규직 차별에 시달리는 서민의 고통을 대통령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쪼개기 계약으로 고통을 받다 비정규 직원 한 명이 자살을 택했다. 단적인 사건이지만 우리 사회에 갑을 관계가 너무 명확하다. 비정규직, 계약직 직원은 나이와 경력을 무시하고 정규직 직원에게 종속된다. 인격 모독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진다. 무기 계약직 전환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일괄 퇴사 당하는 일도 생긴다. 서민층에서는 고통을 분담하기보다는 전가하는 모습이 고의성 없이 일어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을’이 또다시 ‘갑’과 ‘을’로 분열 중”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견해를 종합하면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드러난다. 청와대는 경기활성화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거시적 입장이 뚜렷한 반면, 일부 야권과 청와대에 비판적인 인사들은 세부 사안에서 골든타임을 잃었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고용과 노동시장 유연화 과정에서 ‘을’들이 여전히 고통받는다는 이야기다. 미시적 입장에서 바라본 경제상황과 포괄적 입장에 선 청와대의 시선은 이처럼 방향이 다르다. 추상보다 디테일했어야 하는 박 대통령의 신년구상은 결국 여론 반전을 불러오는 데 실패했다.

출입기자단 질문의 핵심도 부실

질문이 좋아야 답변도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올해는 경제가 어렵다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많이 염려하고 있다. 국·내외 경제는 물론 서민들의 민생문제와 통일대박을 천명한 박 대통령의 신뢰있는 남북전략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질문이 미흡했다는 각계의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외부 필진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조호성 기자  youn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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