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면(北面)하고 있는 미륵석불, 통일염원의 표상
▲ 선묵혜자 스님이 108산사 순례기도회 법회서 설법하고 있다.
선묵(禪.)혜자(慧慈) 스님이 2015년 을미년 정초 108산사 순례기도회 제100회차 순례지로 충주 월악산 미륵리 미륵세계사의 미륵석불입상(보물 96호)을 찾은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 미륵석불은 건립연대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독특하게 북면(北面)을 하고 있고, 언제부터인가 얼굴에서부터 백화(白化; 돌이 희어지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그 지방에 “만약 이 미륵불 전신이 희어진다면 그때가 바로 온 백성이 평화롭게 사는 용화선경이 도래하는 때이다”라는 비결도 전해 오고 있다. 현재 얼굴 부분은 거의 희어졌고 몸체도 상당 부분이 희어지고 있는 상태이다.
혜자 스님은 이것을 “미륵이 북면을 하고 있는 것은 북녘 하늘을 보고 통일을 염원하는 소망을 담고 있는 것이고, 미륵석불의 몸이 희어지는 것은 곧 우리 민족이 통일되어 세계에 우뚝 서는 날이 온다는 것이다”고 풀이했다. 혜자 스님이 이곳을 100회째로 찾은 이유다.
또한 “월악산 꼭대기 영봉(靈峰) 위에 보름달이 산 밑 물 위에 비치기 시작하면 그로부터 30년이 지나 나라에 여자 지도자가 나타나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나면 통일이 된다”라는 비결도 전해오고 있다. 월악산 밑 물은 30년 전 막은 충주호를 말하고, 여성 지도자 출현 후 3년이면 2015년 금년을 말한다. 실제로 영봉에서 내려다보면 수면이 한반도 지형을 빼 박은 듯하다.
이 미륵석불을 누가 언제 건립했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망국 통일신라의 한을 품은 마의태자가 여동생 덕주 공주와 함께 이곳에 머물며 신라의 부흥운동을 펴려고 했지만 터가 좁아 여동생 덕주만 남겨두고 금강산으로 들어갔다고 하여 마의태자가 세웠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충주는 한반도의 중앙이었다. 그래서 중원탑도 충주에 서 있다. 월악산 송계계곡 미륵리에 미륵불 건립도 그런 맥락이 아니었을까?
현재는 미륵세계사(彌勒世界寺)가 미륵석불입상을 지키고 있다. 조만간 원래대로 미륵대원사지 복원도 추진될 전망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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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8일 충주 월악산 108산사 순례기도회에 많은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법회를 진행하고 있는 선묵혜자 스님 | ||
한반도 평화 위해 네팔서 ‘평화의 불’ 분등해 와
▲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신도들이 법회에 참석해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
혜자 스님은 이 날 법회에서 “올해는 통일을 위해 더욱 열심히 기도하자. 그래서 올해는 당초 계획했다가 미뤄진 금강산 신계사를 반드시 순례하고, 북한 지역에도 ‘평화의 불(火)’을 밝히자”고 설법했다.
‘평화의 불’은 무슨 불이고 금강산 ‘신계사(神溪寺)’는 또 어떤 절인가.
‘평화의 불’은 1986년 11월 ‘세계평화의 날’을 맞아 당시 네팔의 가넨루러 비터 왕세자가 히말리야 산기슭에서 3,000여 년 동안 자연적으로 타고 있는 ‘꺼지지 않는 불’을 채화한 것과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져온 불씨를 합쳐 부처의 고향 룸비니의 평화공원 제단에 점화한 불로 세계인에게 자비와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여기서 채화된 불을 혜자 스님이 2013년 4월 19일 람 바란 야다브 네팔 대통령에게서 직접 건네받아 티베트 라싸-중국 시안 법문사-룽먼 석굴을 거쳐 5월 2일 인천항을 통해 한국에 들여왔다. ‘평화의 불’은 이 날 임진각에 마련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대법회'에 참석한 뒤 도선사로 옮겨 현재까지 보관되고 있다.
이 일이 가능했던 것은 혜자 스님이 2008년 5월‘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 순례기도회’ 회원들과 함께 네팔을 방문하여 인도에서 공양 받은 부처의 진신사리 8과(顆) 중 부처 탄신지인 룸비니에 전해줌으로써 이루어진 일이다. 이것을 현지 불교계나 언론들은 불기 2550년만의 부처의 귀향(歸鄕)이라고 대대적인 불사를 벌였었다. 그 대가로 ‘평화의 불’을 분등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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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주를 나누어줄 때마다 하늘에 무지개가 떠오른다.(좌) 선묵혜자 스님(왼쪽에서 두 번째)을 비롯한 대한불교조계종 큰스님들이 네팔 룸비니 동산에서 이운한 ‘평화의 불’을 2013년 5월 2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채화하고 있다.(우) | ||
민족 화해 통일의 상징, 금강산 신계사
혜자 스님은 2011년 금강산 신계사 순례를 계획했다가 남북관계로 무산되었다.
신계사는 유점사, 장안사, 표훈사와 더불어 금강산의 4대 사찰 중 하나다. 신라 법흥왕 5년(519)에 창건되었으나 6·25 전쟁 때 소실된 고찰이다. 신계사는 2004년 남북 불교계가 처음으로 협동하여 복원 공사를 시작하여 2006년 11월 19일에 낙성기념 법회를 올린 ‘민족 화해와 통일의 상징인 사찰’이다. 매년 낙성기념 남북불교도 합동법회가 열리고 있으며 작년에는 혜자 스님과 북측 신계사 주지 진각스님이 법회 봉행을 알리는 타종을 하기도 했다.
분단 70주년인 금년에는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 와 함께 반드시 순례하여 통일의 불씨를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이번 방북순례에는 부처님의 고향인 룸비니에서 모셔온 ‘평화의 불’을 직접 들고 가서 북한 전역에 평화의 불을 나누어주겠다는 계획이다.
혜자 스님의 발걸음은 혼자가 아니다. 그 뒤에는 마치 후광처럼 5,000명이라는 엄청난 순례단이 뒤따르고 있다. 그들 모두가 38선을 넘어 금강산 신계사를 찾아가 남북통일 기원 법회를 열고 “통일만이 민족이 살 길이다”고 108배를 올리고 싶어 한다. 이것이 이루어지면 1998년 6월 16일 고(故)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 500마리를 몰고 방북하여 남북교류의 물꼬를 튼 사건을 능가하는 엄청난 통일기원 이벤트가 될 것이다.
붓다 석가모니 불기 2556년 만에 고향 룸비니로 귀향시켜 드려
▲ 붓다 석가모니의 불기 2556년만의 귀향. 석가모니 탄신지인 네팔 룸비니 평화공원에 선묵혜자 스님이 전해준 진신사리 3과를 봉인한 탄생불 제막식. 중앙은 ‘사리 이운 평화기원 대법회 기념비’의 위용.
‘선묵혜자 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 순례기도회’는 지난 2012년 2월 13일 세계불교사에 길이 남을 불사(佛事)를 남겼다. 붓다 석가모니를 불기(佛滅紀元/석가모니의 입멸한 해를 기준) 2556년 만에 고향인 네팔의 룸비니동산으로 귀향(歸鄕)시켜 봉안한 일이다. 여기에 봉안된 진신사리는 1910년 부처의 열반지인 인도 쿠시나가라의 마하파리니르바나 스투파에서 출토된 것으로서 대열반사(大涅槃寺) 주지 갸네 쉬와르 스님이 지난 2008년 1월 그곳을 순례하는 선묵혜자 스님에게 봉양한 3과인 것이다.
2012년 2월 15일 봉안식 행사는 다음과 같다. 수많은 신도들이 연도에 운집하여 환호하는 가운데 코끼리 등에 진신사리 3과를 모시고 룸비니동산 마야대비사원으로 이운하고, 다시 1.3km 거리에 있는 2,000평 규모의 ‘한국-네팔 불교도 우정의 평화공원’ 중심부에 세워진 4.5m 높이의 ‘사리 이운 평화기원 대법회 기념비’ 상단에 높이 2.5m,무게 1톤 규모의 탄생불을 조성하여 제막식을 가졌다. 진신사리 3과는 탄생불 하단에 복장문과 함께 봉안했다. 기념비 좌우의 보처엔 진신사리가 룸비니로 귀향할 때까지의 108기도회의 여정과 순례자 7,000여 명의 이름이 아로새겨져 있다. 혜자 스님은 직접 기념비 상단에 올라가 봉안과정을 진두지휘했다.
봉안 후 혜자 스님은 “탄생불을 모신 것을 계기로 네팔과 한국의 평화, 그리고 세계의 평화가 오기를 기원한다”고 설법했다.
이 행사에는 고팔 기라티 네팔 공보부장관을 비롯한 네팔정부 요인들과 한국 불교계에서 동광 조계종 전 중앙종회 부의장 등 불교계 인사들 다수와 108산사 순례회원 300여 명이 참석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비버람 버터라이 네팔 수상,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등 각계 지도자들의 축하 메시지도 답지했다.
“부처님은 말년에 몸이 쇠약하여 고향으로 가시다가 쿠시니나가르에서 열반에 드셨습니다. 우리 108산사 순례기도회원의 정성으로 고향으로 모셔드렸으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혜자 스님은 이런 큰 불사를 수행한 것을 모두 108산사 순례기도회원들의 공덕으로 돌렸다.
동방의 끝나라 대한민국에서 선묵혜자 스님과 108산사 순례기도회원들이 부처의 진신사리 3과(顆)를 직접 두 손으로 모시고 석가의 고향을 찾아가 기증했고, 그 사리를 봉안한 탄생불을 세웠다는 것은 서기 372년 고구려 소수림왕 때 불교가 전파된 후 실로 1640년 만의 첫 보은불사였다. 사리 3과를 모신 것은 3보(三寶), 즉 불(佛)·법(法)·승(僧)에 맞춘 것이다. 이러한 공로로 네팔 정부는 선묵혜자 스님께 ‘평화훈장’을 수여했고, 국내에서도 2013년 한국언론인연합회 선정 ‘자랑스런한국인대상(나눔봉사 부문)’을 수상하였다.
한국 불교 순례문화의 효시
선묵혜자 스님은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 순례기도회(108山寺巡禮祈禱會) 회주(會主)’이다. 108산사 순례기도회는 혜자 스님이 삼각산 도선사 주지로 있던 2006년 9월에 발기(發起)되었다. 그리고 10월에 제1차로 양산 통도사(通道寺)를 순례함으로써 장장 9년 대장정의 첫 발을 내디뎠다. 통도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적멸보궁이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다. 혜자 스님은 산사를 순례할 때마다 그 절 이름이 새겨진 구슬을 한 과씩 나누어 준다. 108산사를 돌면 자연스럽게 108염주가 꿰어지도록 한 것이다. 이 날 금강계단(金剛戒壇)에서 염주알을 나누어주는데, 갑자기 하늘에 칠색채연의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순례단은 더없이 좋아했고, 나도 이 행사가 무사히 마칠 수 있겠구나 했죠.” 혜자 스님의 회고이다.
당시 혜자 스님은 <선묵혜자 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라는 사찰 안내서를 한 권 펴냈는데, 그것이 그만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불자들이 모여 들어 책에 열거된 산사를 직접 돌아보자는 요구에 따라 순례단이 조직되었다. 순례단의 이름도 책 이름에서 그대로 따왔다.
그러나 말이 쉽지 순례에 따른 절차나 준비는 전문 관광회사들도 힘들 정도였다. 관광버스가 수십 대가 움직이는데 주차장, 음식점, 집회 장소 마련 등 평생을 산사에서만 지내온 스님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었다. 특히 회주인 혜자 스님으로서는 행사 전 현지답사도 몇 번씩 다녀와야 했다.
매일매일 자체 불사도 많은데 108산사 순례를 떠난다니까 처음엔 같은 스님들도 반대했다. 그러나 회차가 거듭될수록 회원이 5,000명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지원자가 끊임없이 늘고 기도회에서 불심의 열기가 활활 타오르자 지금은 한국 불교 순례문화의 효시라고 오히려 찬사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108산사를 순례할 때 반드시 ‘평화의 등불’과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다닌다. 그래서인지 가는 곳마다 7색 무지개가 피어오른다. 그것을 보고 회원들은 환호하고, 혜자 스님은 부처님의 가피가 오늘도 내렸음을 인지한다.
순례가 낳은 새로운 지방문화
혜자스님은 108산사 순례기도회의 순례는 산사가 있는 지방에 새로운 문화를 낳고 있다. 기도회가 찾는 산사를 중심으로 토산품 직거래장터가 자생적으로 개설되고 있다. 주차 관계로 목·금·토요일 3일간으로 나누어 순례하는 관계로 장은 3일 동안 열린다. 한 사람이 1만 원어치만 사도 5천만 원이다. 지자체장들이 다투어 방문을 요청해 오는 이유이다. 혜자 스님은 농촌사랑 홍보대사로 임명되었다.
특산품만 팔아주는 게 아니다. 논산의 관촉사처럼 인근에 군부대가 있으면 일부러 방문해 군인들에게 초코파이를 선물하고 있다. 현재 250만 개 이상을 군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 밖에도 다문화 여성농업인과 순례회원 간 친정엄마 108인연 맺기, 돈이 없어 약을 못 사먹는 농촌사람들에게 약을 사주는 108약사여래 보시, 농촌의 경제사정이 어려운 학생에게 주는 선묵108장학금, 부모에게 효행이 뛰어난 사람에게 주는 108효행상 시상 등 108산사 순례기도회의 문화가 갈수록 진화되어가고 있다.
선묵혜자 스님은 네팔 룸비니에 부처님 진신사리 모시랴, 108산사 순례 강행하랴 등 과로하다가 재작년 경남 고성 연화산 옥천사 순례 때 대상포진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도 사흘 중 단 하루만 빠질 정도로 초인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108산사 순례는 하늘이 준 아이디어
산사 순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지난 2006년 도선사와 중국 시안(西安)의 법문사(法門寺) 간에 형제(자매)결연을 맺게 되어 혜자 주지스님은 도선사에서 108명의 신도를 모시고 법문사에 갔다. 이때 그는 산사순례를 직접 해 보는 게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귀국하여 곧 실천에 옮겼다. 그는 이것을 하늘이 준 아이디어라고 굳게 믿고 있다.
혜자 스님이 왜 108개의 산사를 택했을까? 108산사를 다 돌고나면 108번뇌에서 헤어 나와 해탈에 이르기를 기원하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책 제목이 되었고 순례단의 이름이 된 것이다.
“108산사(山寺)에서 108불공(佛供)을 드리고, 108배(拜)를 올려, 108번뇌(煩惱)를 소멸하고, 108자비(慈悲) 나눔을 통해, 108공덕(功德)을 쌓아가면서, 108염주(念珠)를 만들어가자.”
이것이 혜자 스님의 화두이다.
‘108’은 번뇌를 벗어나라는 혜자 스님의 명품 브랜드
혜자 스님은 산사를 찾아갈 때마다 그 절의 이름이 새겨진 염주알을 하나씩 순례자들에게 나누어 준다. 맨 처음 출발지인 도선사가 1번 염주알이다. 108산사를 돌면 108염주가 완성된다. 첫 순례지인 통도사 적멸보궁의 금강계단(金剛戒壇)에서 2번 염주알을 나누어 주고 있는데 하늘에 무지개가 떠올랐다.
불교에서 108이란 수(數)는 중생이 겪어야 하는 108가지의 번뇌(煩惱)를 의미한다. 그래서 불자들은 그 108번뇌를 108염주에 담아 지니고 다니면서 수도한다. 높은 곳에 오르는 계단도 가능하면 108계단으로 만든다.
속계에서도 108이란 수(數)는 우주의 섭리를 담고 있다. 우선 태양의 직경은 지구의 108배이다. 야구공의 실밥 수도 108개이고, 골프홀의 직경도 108mm이다. 수호전 양산박의 두령 수도 108명이다. 108은 이제 모든 번뇌를 벗어나라는 선묵혜자 스님의 명품 브랜드가 되었다.
선묵혜자 스님, 그는 누구인가
부처의 사리를 고향 룸비니에 탄생불로 봉안하여 세계불교사에 길이 남을 불사를 올린 선묵혜자 스님은 과연 누구일까?
그의 법명은 혜자(慧慈)이고, 법호는 선묵(禪墨)이다.
그는 삼각산 도선사 주지이시며 조계종 총무원장이면서 불교정화운동을 펼쳤던 청담(靑潭) 큰스님의 막내상좌로 1971년 큰스님이 입적하실 때까지 모셨다. 그의 속가는 충주인데 부친은 농부, 할머니는 기독교인, 어머니는 천주교인인 집안의 4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진학을 못했는데, 절에 가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당시 도선사 총무스님으로 있던 친척을 따라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4세때 불자의 길로 들어섰다. 행자 시절 많은 시련과 좌절로 대부분 환속했지만 그는 우직하게 큰스님 곁을 지켰다.
그는 1967년 청담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6년 석암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으며 총무원 문화부장, 사서실장, 소청심사위원장, 불교신문사 사장, 그리고 도선사 주지를 2001년 11월에 부임하여 2013년 11월까지 3차 12년을 연임했다. 혜자 스님은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108평화도량 수락산 도안사(度岸寺)’의 주지로 주석하고 있으면서 108산사 순례기도회를 이끌고 있다. 도안사도 역시 108평화도량이다.
혜자 스님은 지금도 미래의 불교는 산중에서 거리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그리고 한국에서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과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가서 위로하고 도와야 하는 것이 불자의 도리라는 청담 큰스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부처님 오신 날, 도선사에 방문해 선묵혜자 스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처님 탄생 불에 관불 의식을 하고 있다.
▲ 선묵혜자 스님은 서울 삼각산 도선사 주지 스님 때 명부전의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영정 앞에 일심광명 ‘평화의 불’을 밝힌 후 “생전에 평화를 갈구했던 박 전대통령 내외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도와주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평화의 불을 밝힌 의미를 되새겼다.
고 육영수 여사와도 특별한 인연
혜자 스님은 고 육영수 여사와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가 열다섯 살 때 당시 영부인이던 육 여사가 도선사를 찾아 7일간 머물며 기도를 올리셨다. 대통령 선거가 임박했을 때였다. 혜자 스님은 강추위에도 매일 수차례 육 여사에게 방닦을 걸레를 찬물로 빨아드렸다. 그럴 때마다 육 여사께서 안쓰러워하시며 “동자 스님은 앞으로 큰 스님이 될 것입니다” 그 한마디 말씀에 큰스님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청담 큰스님은 육영수 여사에게 대덕화(大德華)란 법명과 보살계를 내리셨다. 도선사 명부전에는 박정희, 육영수 여사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데, 혜자 주지스님이 특별히 정갈하게 관리했다.
108 평화도량 수락산 도안사
수락산 자락 도안사는 무척 소박한 모습의 절이다. 그러나 매우 정갈한 산사이다. 절 어디에서도 5,000명이라는 순례단의 열기를 찾기가 어렵다. 오르는 길섶에 간간히 스님의 경귀가 눈에 띈다.
저 산골짝에 흐르는 물소리 예사로 듣지 마오.
쉬지 않고 가는 세월의 소리라오.
가슴 어깨를 펴고 앞을 보고 걸으시오.
걸으면서 생각하고 뛰면서 일을 하오.
고난이 극심할 때라도 꺾여서는 아니 되오.
묵묵히 몸을 태우는 촛불처럼 참고 견디시오.
푸른 동해에 솟는 아침 태양을 바라보오.
하면 된다는 굳센 의지의 찬란한 광명이라오.
혜자 스님은 108산사 순례 중에도 많은 서적을 집필했다. <마음을 맑게 하는 부처님 말씀 108>(휴먼앤북스), <영원한 대자유(1)(2)> <큰스님 33인의 오도의 길 열반의 길>(밀알), <불교입문서>(아침단청),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화남출판사), <마음 꽃다발>(화남출판사), <그대는 그대가 가야할 길을 알고 있는가>(아침단청), <선묵혜자 스님과 산사에서 배우는 불교>(연중), <108 산사순례>(아침단청), <절에서 배우는 불교>(우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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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묵혜자 스님이 주지로 주석하고 있는 108평화도량 수락산 도안사. 서울 도봉구 상계동 수락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 ||
그러나 ‘선묵혜자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 순례기도회’는 이 사바세상에서 108번뇌가 다 소멸될 때까지 끊임없이 순환되지 않을까 믿어진다.
황인환 편집위원장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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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종욱 원장 "동안이ㅣ 되고 싶다면 눈 밑부터 밝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