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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대통령의 회고록(1) 유난히 치열한 삶의 표본, 대통령의 회고록한국 역대 대통령들의 회고록과 동서고금을 통해 본 회고록들
황인환 편집위원장 | 승인 2015.03.12 17:04|(180호)

 

   
▲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 2008~2013>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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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시간> 서둘러 출간한 이유 있을까
 
지난 129, 이명박 전 대통령은 22일 출간을 앞둔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2008~2013>을 언론에 미리 배포했다. 회고록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그것이 이렇게 빨리, 그리고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사안을 담고 출간될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기에 마치 풍선을 터트린 듯 정치권과 언론이 한꺼번에 달아올랐다.
회고록에는 남북정상회담 막후 비공개 접촉 비화나 중국을 포함한 4대국 정상과의 회담 비화 등의 외교 관련 사항이 비교적 많은 면으로 소개되었고, 미국과의 쇠고기협상부터 20085월부터 8월까지 이어진 광우병 사건에 대한 진실과 고뇌, 2009년 세종시 수정안의 정치 역학적 구조와 수정안 반대파인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이야기 등도 실려 있어서 세인을 궁금케 했다.
회고록 내용에 대한 논란들 중 특히 남북 비밀접촉 관련 논란이 크게 일자 지난 130일 집필을 주도했던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나서서 해명하기에 이른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회고록에 담긴 내용은 모두가 팩트(fact)라고 강조하면서 특히 외교·안보 분야가 많이 기술된 것은 국가정보원이나 외교부 등의 상층부가 물갈이된 상황에서 전임 정부가 지금껏 추진해 왔던 이 분야의 맥락을 후임 정부에게 바로 알려주기 위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온 정책들이 폐기되는 전례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는 북한과의 비공개 접촉 비화를 실은 것도 그 접촉이 왜 실패했는지를 이제 국민에게 최소한을 공개하는 것도 도리라고 생각했다면서 그 시기에 정상회담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지만,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을 고치기 위해서 안 했다고 했다. 과거와 똑같이 돈이나 쌀을 퍼주면서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런 맥락을 후임 정부에 귀띔해 주기 위해서 출간했다는 이야기다.
회고록 집필 책임자는 한때 국정을 마비시켰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미국 측의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회고록 내용이 팩트(사실) 그 자체라고 강조하면서 이 부분은 노 전 대통령이 고인이기 때문에 무척 신중하게 접근하였으며 관련기록을 면밀히 찾아보고 확인해 저술했다고 밝히고, 오히려 회고록에 밝히지 않은 내막도 많았다면서 피어오르는 논란의 불씨를 잠재웠다.
 
<대통령의 시간> 언론 평가 왜 부정적
 
그런데도 일부 언론들은 오히려 사자방사업(4대강사업, 자원외교, 방위산업)에 대한 언론과 국회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그에 대한 변명과 방패막이로 회고록을 펴낸 게 아니냐고 생태적인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회고록 조기 출간에 대하여 언론의 시시비비(是是非非)는 뜨거웠다. H신문에서는 소시지와 외교는 만드는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외교관례를 어겼다면서 이 회고록으로 남북관계와 대외관계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 신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배제했다면 재임시절의 치적만을 내세우고 사자방 사업을 변호하는 내용으로 채워졌을 텐데, 그렇다면 그것은 가짜 회고록이라고도 말했다. 책이 출간되기 전이어서 읽어보지 않은 비판이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대다수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는 진정한 자기반성 대신 자기의 공만 부풀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회고록의 역사적 가치를 쉽게 상실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과실에 대한 자기변명으로 점철된 것이라면 회고록으로 가치가 없다. 모 씨는 회고록 조기출간을 놓고 참을 수 없는 MB의 가벼움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봐서는 안 된다. 회고록 출간에 기한이 따로 있고, 담길 내용에 제약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집필도 출간도 순전히 개인의 자유이다. 그러므로 출간 시기와 담긴 내용에 대해서 시비를 건다는 건 그야말로 주제넘은 월권이다. 모든 논란을 넘어서 대통령의 회고록이나 자서전은 그 자체로도 역사적인 사료이며 자기 재임기간에는 밝힐 수 없었던 여러 가지 비사는 후임 대통령들에게 커다란 반면교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고록과 자서전이란 문학
 
대통령이 집필하는 자전적 저술에 보통 자서전이나 회고록이란 이름이 붙는다. 이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기(傳記)도 어떤 신문에서는 자서전이라 하고, 또 다른 신문에서는 회고록이라고 지칭했다. 집필 책임자 김두우 전 청와대정책기획수석은 <대통령의 시간> 부록에서 <회고록>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분야의 저술은 자서전 장르에 속한다. 굳이 그것을 세분하면 다음과 같다.
생애 중에 특히 중요한 부분만 다룬 것을 일반적으로 회고록(回顧錄, memoiren)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시간 2008~2013>은 회고록이다. 자서전(自敍傳, autobiography)은 자신의 생애에 대해 자기가 스스로 쓴 전기(傳記). 전기를 쓰는 전기 작가들은 많은 자료에 의존하지만, 자서전은 지은이 스스로의 기억에 의존한다. 사건에 따라 자료화 되지 않은 사실보다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당사자의 기억이 중요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자서전으로는 벤자민 프랭클린 자서전, 마틴 루서 킹 자서전, 백범일지, 알베르트 슈바이처 자서전 등이 있다. 같은 장르로 어떤 사람이 다른 인물의 일생을 쓴 것은 전기(傳記, biography, life)라고 하고, 3의 저자가 사료를 선정하고 해석하여 정리한 비평적 전기를 평전(評傳, critical biography)이라고 한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저질렀던 자신의 잘못을 신 앞에서 참회하는 기록은 참회록(懺悔錄, confession)이라고 한다.
 
역사 속 최고의 회고록,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
 
동서고금을 통해 최고의 회고록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쓴 <갈리아 전쟁기>이다. 사실적이고 생생한 필치로 전투뿐 아니라 인간과 문화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그려 보여주고 있다. 윈스턴 처칠은 영국 수상으로 제2차 세계 대전의 영웅이다. 그는 은퇴 후에 회고록 <2차 세계 대전>을 집필했다. 그는 그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문인이 아닌 정치인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노벨상 역사상 그가 유일하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끔직한 전장의 현장을 독자가 마치 직접 체험하듯 느끼도록 생생하게 묘사했다는 것이 시상 이유였다. 알고 보면 그는 젊은 시절 종군기자를 역임하여 이미 필력을 인정받은 바 있었다.  
   
▲ 우리나라의 대표적 회고록 <징비록(懲毖錄)>.
우리나라 회고록의 대표적인 것은 요즈음 방송되고 있는 임진왜란 7년의 참상을 그린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징비록(懲毖錄)>이다. 임진왜란 뒤 <징비록>은 오히려 일본인들과 동남아인들이 더 많이 구독하여 동아시아의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결코 빠지지 않는 문학성까지 뛰어난 임진왜란 기록이다. 이런 역사의 기록은 그 자체가 하나의 사초(史草). 그러므로 회고록은 왜곡이 없는 객관성과 진솔한 술회가 바탕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 작가들도 자서전이나 회고록의 가장 중요한 저술 요점은 자신의 과오를 솔직하게 뉘우치고 기술하는 데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역사상 최초의 자서전은 4세기경 로마의 <아우구스티누스 참회록>이다. 이와 더불어 루소의 <참회록>과 톨스토이의 <나의 참회>는 세계 3대 명작 자서전으로 손꼽힌다. 루소는 자신의 참회록에 대해 이렇게 기술했다. “언젠가 최후 심판의 나팔소리가 울려 나오더라도 나는 이 책 한 권을 가지고 심판관인 신 앞에 나아가서 큰소리로 말하려고 한다. 나는 이렇게 행했노라. 나는 이렇게 생각했노라. 나는 이렇게 살았노라. 선악을 가리지 않고 모두 말하리라. 어떠한 잘못도 감추지 않고 어떠한 선행도 과장하고 있지 않다고.”
한 점이라도 감추고 속이는 대목이 있다면 자서전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또한 자화자찬만으로 일관한다면 그것도 자서전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소설가 이청준도 <자서전을 씁시다>에서 자신의 과거가 아무리 추하고 부끄러워도 솔직히 시인할 정직성과 참회할 용기, 자신의 것으로 사랑할 애정이 없으면 자서전 쓰기를 단념해야 한다고 적었다.
하물며 한 나라의 통치자인 대통령의 회고록이 사실 중심으로 진솔해야 하는 이유는 국민이 독자인 까닭이다. 회고록을 읽는 이유는 같은 인간으로서 대통령이 어떤 사안에 부딪혀 고뇌하고, 판단하고, 결심하고, 실천해 나가는 그 고독한 정황 등을 읽고 그의 위인 됨을 배우고 싶어 하는 까닭이다. 그 외에도 대통령의 회고록은 후임 대통령에게도 반면교사가 되어 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거짓이 없어야 한다. 독자의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는 개입되지 않는다.
 
우리 역대 대통령들의 자서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열 명의 대통령 중 여섯 대통령의 자서전이 출간되었다. 1991년 윤보선 전 대통령의 <외로운 선택의 나날>, 2000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김영삼 회고록 1, 2, 3>,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공과 좌절-못다 쓴 회고록>2010년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유시민 정리), 201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김대중 자서전 상, >, 2011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노태우 회고록 상, >이다. 최근 소식으로는 전두환 전 대통령도 곧 출간을 앞두고 회고록을 준비 중이라고 들린다.
회고록의 판매 순위를 보면 김대중 자서전이 양장본 8만 질, 페이퍼백 10만 질로 단연 앞서고, 노무현 자서전 <성공과 좌절>16만 부로 뒤를 잇고 있다. 대통령의 자서전은 판매부수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그것이 역사나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느냐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우리는 그 책을 통해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이 하나의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얼만큼 고뇌를 했고, 그렇게 하여 결정된 정책이 우리의 과거와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으로 남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에게서 어떤 리더십을 배울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다.
 
유난히 치열했던 그들의 삶
 
대통령의 전기란, 대통령의 리더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더십 차원에서는 <김대중 자서전>을 꼽는다. 그의 자서전에는 반걸음만 앞서가라반걸음 리더십이 녹아 있다. 그의 자서전에 나타난 대통령의 리더십을 분석해 보면,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선견력, 구체적인 목표 설정력, 카리스마의 요체라 할 수 있는 동원력, 기발한 문구로 주위를 환기시키는 의사소통 능력, 정보관리와 인사관리의 능력, 판단력, 고독을 견딜 수 있는 결단력 등이다. 그 외에도 대중을 휘어잡을 수 있는 언어구사력, 책임감, 자신을 던질 수 있는 신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모든 대통령에게 공통으로 요구되는 리더십인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만델라 대통령의 자서전을 번역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자서전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거 전 독일 대통령 등의 추천사가 화려하게 붙어 있다. “돌아보면 파란만장한 일생이었다. 정계에 입문하여 국회의사당에 앉는 데까지 9, 1970년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후 대통령이 되기까지는 무려 27년이 걸렸다.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고, 6년간 감옥에 있었고, 수십 년 동안 망명과 연금생활을 했다. 대통령 후보, 야당 총재, 국가 반란의 수괴, 망명객, 용공분자 등 나의 호칭이 달라질 때마다 이 땅에는 큰 일이 있었다. 나는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 인생 끄트머리에서 돌아보니 너무도 많은 고비들이 있었다. 그 고비마다에는 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김대중 자서전)
나는 대통령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국민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지지했던 정당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에서 잇달아 참패했다. 나를 따랐던 정치인들은 몇몇을 빼고 대부분 선거에서 떨어졌다. 오래 나와 함께 일했던 참모들 태반이 실업자가 되었다. 그래도 아직은 기회가 있는 것 같았다. 시민으로서 성공할 기회다. 현직에서는 사랑받지 못했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사랑받고 싶었다. 내게 남은 시간 동안 훌륭한 시민으로 살고 싶었다. 그럴 자신이 있었다.”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일제 강점기에 수십 년간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했다. 해방이 되지 않았다면 죽을 때까지 고국 땅을 밟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이들도 마찬가지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도 쿠데타를 일으킬 당시에는 죽음을 각오했을 것이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간에, 역사의 평가가 어떻든 간에. 민주화 투쟁을 거쳐 집권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군사정권과 맞서 싸우다 강제 납치를 당하는 과정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도 하고, 목숨을 걸고 단식투쟁을 하기도 했으며, 오랜 세월 민주화 투쟁을 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차례로 흉탄에 잃고 18년을 침묵 속에 갇혀 지내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어릴 때부터 현대건설을 떠날 때까지 몇 차례 죽음의 위기를 겪었다. 그들의 라이프스토리가 강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들의 인생이 유난히 치열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오늘의 대한민국은 역대 대통령의 공과(功過)가 어우러져서 존재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시간> 에피소드 북)
아직은 소문이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서전도 준비 중이라는 설이 있고, 대통령을 역임하지는 않았지만 한때 대통령만큼의 권력을 구가했던 3김 시대의 유일한 생존자 JP(김종필)도 만화로 된 자서전을 준비 중이라는 설도 있다. 이들의 자서전이 모두 출간되면 우리는 지난 시절의 궁금했던 역사의 조각들을 맞추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황인환 편집위원장  weis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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