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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재정적자 - 경제 효율화가 필요하다법인세 논란, 힘겨루기 여전
조호성 기자 | 승인 2015.03.06 17:42|(180호)

재정적자 규모 확대를 두고 정치권의 논란이 뜨겁다. 불길은 경제계로 치닫는다. 핵심 사안 가운데 하나는 법인세다. ‘늘리느냐, 줄이느냐’ 논제 자체는 간단하다. 하지만 결론 도출이 쉽지 않다. 여권 내 주류와 비주류 갈등에서 비롯된 증세 논란 중 법인세에 얽힌 주장들을 살펴봤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증세와 감세를 놓고 정치권, 경제계의 힘겨루기가 비등하다. 어느 한쪽도 한 치의 양보를 하지 않는다. 해묵은 논쟁이 지속될 뿐이다.

   
 

법인세 인상은 근로자와 소비자 부담

법인세 증세 이야기가 나올 때면 어김없이 성난 목소리를 내는 곳이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권태신 원장은 그동안 전국경제인연합회 행사, 각종 경제정책토론회에서 “무상복지 재원을 마련하려고 법인세를 인상하면 국내 투자가 감소한다. 해외로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 일자리 감소와 청년실업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곤 했다. 권 원장은 법인세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닌 곳에서도 논란이 시작될 기미가 보이면 법인세 늘리는 데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한경원은 법인세를 늘리는 일에 줄곧 부정적 시각을 고수했다. 법인세를 늘릴 시, 그 부담이 소비자와 근로자의 몫으로 귀결된다는 게 주장의 골자다. 아울러 법인세 인상이 소득재분배 효과를 내지 못하고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한경연은 그동안의 보고서에서 법인세 인상이 저소득 근로자에게 악영향을 주고, 소득불평등을 초래하거나 오히려 나빠지게 한다고 분석했다. 실상 연구원이 내놓은 결과를 보면, 법인세를 높일 때 그 일부를 소비자와 근로자가 부담해야 한다. 일종의 전가다. 수치상으로는 법인세 2%p를 인상할 때 소비자와 근로자, 기업은 각각 32.8%, 16.0%, 51.2%의 분담 비율을 보인다. 소비자와 근로자의 비율을 합하면 절반에 육박한다. 소득재분배 효과도 마찬가지다. 법인세가 늘면 오히려 소득재분배가 나빠질 우려가 있다는 게 한경연의 시각이다. 법인세 인상이 자본을 법인사업에서 개인사업 부문으로 옮겨가게 하는데, 개인사업을 하는 고소득층이 혜택을 누린다는 설명이다.

결국 법인세 인상으로 복지재원을 마련할 경우 일반 소비자와 근로자의 조세부담이 가중되고 소득 격차가 커질 수 있다. 곧, 법인세를 손대봤자 복지혜택을 늘리거나 정부의 재정적자를 해소할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이외에도 법인세 인상 반대론자들은 경제성장률 감소, 세입기반 약화 등을 언급한다.
 

세율 낮춰야 경제가 산다

앞서 언급한 GDP와 투자 감소는 일종의 가정이다. 실증 없이 법인세 인상을 전제하고 도출한 결과다. 그렇다면 과거 실제 사례는 어떨까. 지난 2008년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린 바 있다. 이후 5년간 대기업의 조세부담은 약 23.7조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이들은 겉으로 부담이 줄었을 뿐, 실질적으로 조세가 늘었다고 주장한다. 표면적으로 법인세수가 줄어든 이유가 경제상황 악화에 따른 결과라는 견해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2007년과 2009년 사이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이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경영악화와 매출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었다. 당시 금융위기가 법인세율 인하와 맞물려 세수 감소로 나타났다는 게 법인세 인상에 회의적인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는 이들의 또 다른 논리는 GDP 대비 법인세 수입 비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5위에 해당한다. 법인세율 자체는 낮지만, GDP와 비교할 때 높다는 이야기다. 한경연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2012년 기준 4.0%에 달한다. 지난 2010년과 비교할 때 0.5%p 늘었다. 같은 기간 OECD 국가들의 평균 비중은 0.1%p 증가했다. 상승 속도가 빠르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지난달 16일 국회예산정책처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회원국의 최고 법인세율 평균은 지방세를 포함해 25.3%였다. 2000년도와 비교할 때 7.3%p 감소했다. 결국 22%인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회원국 평균과 비교할 때 낮고, GDP 대비 법인세 수입 비중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을 보인다. 같은 자료에서 예정처의 분석결과를 좀 더 언급하면 법인세는 재정건전성 회복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았다. OECD 회원국의 법인세율과 국가채무비율 간 상관계수를 조사한 결과 0.03으로 그 수치가 크지 않았다.
 

야권, 세수결손 심각

그렇다면,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이들의 반대 논리는 무엇일까. 정부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법인세 인상을 외치는 야권이 이번 논란의 핵심에 있다. 지난 2월 8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된 문재인 의원은 줄기차게 법인세 인상을 주창했다. 경선을 앞둔 후보 때부터 문 의원은 “조세감면 제도를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국세감면액은 2013년 기준으로 30조 원에 달한다. 한시적으로 도입된 조세감면이 갖가지 사유로 복잡하게 난립한 상황이다. 더욱이 조세감면 혜택의 대부분이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돌아가 조세체계의 공평성과 투명성을 떨어뜨린다”고 발언했다. 이어 문 대표는 “대기업에 대한 최고세율을 부자감세 이전 수준으로 다시 인상해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하게 해야 한다. 2012년부터 4년 연속 세수결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기획재정부 잠정 집계로 1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세수결손이 추산된다. 일각에선 15조 원이 넘을 것이란 추계가 있다”고 밝혔다.

여권 내에서도 법인세 인상의 목소리는 흘러나온다. 청와대와 마찰을 우려해 공식화하기 어렵지만 증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맴돈다. 법인세가 아니더라도 정부 재정적자를 해소하고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증세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시각이다. 최근 새누리당 쇄신모임 ‘아침소리’에서는 세율 인상에 관한 의견이 교환됐다. 다소 직선적인데 “비과세 축소 등 박근혜식 소극적 증세로는 복지재정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도 적극적 증세에 관한 의견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증세를 해야 한다는 직접적 주장이 아니지만, 국민 혼란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증세에 관한 원칙과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비판으로 풀이된다.

증세는 최후의 수단

증세에 관해 중립적인 경제계 인사들은 시간을 두고 조세 저항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다. 법인세 인상을 명확히 지목하지 않지만 재정적자 규모 확대에 우려를 표하며 세율 인상을 조심스레 언급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재정적자는 33.4조 원에 달한다. 2009년 43.2조 원 적자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현경연은 보고서에서 “재정적자의 GDP 비중이 ‘EU의 건전재정 가이드라인(GDP 3%)’ 이내에 있지만 2010년 1.0%에서 2015년 2.1%로 증가 추세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세수 절대액의 감소는 그동안 세 차례 있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예상 밖의 2013년 세수 감소다. 당시 경제위기가 없었고 경제성장률도 플러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1.1조 원이라는 세수 감소가 발생했다. 2015년 복지 지출은 115.7조 원이고 전년대비 증가율은 8.5%에 달한다. 전체 정부지출 증가율 5.7%와 비교할 때 크게 상회하는 수치”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증세가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하는 경제계 인사들도 장기 관점에서 세제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일단 증세를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보공개와 주민참여 활성화, 행정의 투명성과 정부 신뢰도를 높여 소위 ‘증세 거부감’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기적으로는 과세 사각지대 해소, 세원 투명성 강화,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함으로써 조세 수입을 늘리는 처방을 내놓는다.
 

국민 여론, “선택해야 한다면 법인세 인상”

정치권과 경제계를 떠나 일반 국민의 의견은 어떨까. 여론조사 기관들의 설문 결과는 일치한다. 결론은 증세 반대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현행 복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48%로 우위를 보였다. 반면 ‘세금을 더 내더라도 복지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41%였다. ‘증세 없이 복지를 늘리는 게 가능한지’라는 질문에 65%가 가능하지 않다고 답했다. ‘가능하다’는 답변이 27%, 7%는 유보 의견을 보였다. 아울러 현 정부가 표면적으로 세금을 늘리는지 묻는 조사에 응답자 80%는 ‘그렇다’고 답했다. ‘아니다’라는 답변은 9%에 불과했다. 청와대로서는 뼈아픈 결과다. 또 다른 여론조사 역시 마찬가지 결과를 내놨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증세냐, 복지축소냐’를 선택하는 질문에 응답자 46.8%가 증세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반면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34.5%였다. 만에 하나 증세를 해야 한다면 어떤 세목을 꼽을까. 같은 조사에서 국민은 세원을 확보하는 데에 법인세를 지목했다. ‘증세한다면 어느 세금을 올리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말에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59.7%에 달했다. 부가가치세를 꼽은 응답자는 23.0%, 개인소득세는 6.0%였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여서 법인세 인상 의견이 많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비율상 법인세가 차지하는 의견이 절반을 웃돈다. 이처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국민 정서는 세금 인상을 반대하는데, 결국 올려야 한다면 법인세를 꼽았다.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이 간과하기 어려운 설문 결과다.

끝없는 법인세 딜레마

정치권과 경제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모두 합하면 결론 도출이 쉽지 않다. 기업에 우호적인 연구기관은 법인세 인하를, 반대에 선 야권은 인상을 요구한다. 여권 내에서는 정책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우회적인 입장만을 표명한다. 청와대는 ‘증세 없는 복지’ 공약으로 행보에 제약이 따른다. 국민은 공약이 깨질 경우 법인세를 지목한다. 커져만 가는 재정적자, 어려움이 따르는 세수 확보, 늘려야만 하는 복지혜택 등을 감안하면 논란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 민주화와 경제 자유화를 놓고 논쟁을 펼쳤던 이들은 이제 경제 효율화, 재정 효율화를 부르짖어야 할지 모른다. 결국 법인세 논란은 당분간 결론을 내지 못하고 미완의 과제로 남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조호성 기자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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