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1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연수원으로 첫 출근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청와대가 빼어든 깜짝 카드, 정치인 총리

지난 1월 23일 박근혜 대통령은 새로운 총리 후보자로 이완구(65. 충남 청양)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명했다. 연두 기자회견 이후 지지도가 30%대로 가라앉고 연말정산 폭탄으로 민심이반 현상이 어디까지 갈 줄 모르는 위기에서 반전카드로 꺼내든 것이 정치인 총리 지명이라는 승부수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번 인사와 조직 개편이 국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이 체감하는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라고 발표했다. 이런 의미에서 총리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청와대 비서관 인사에서도 박대통령의 수첩인사를 탈피해 되도록 많은 외부 전문가를 발탁한 노력이 보인다.
그런 관점에서 청와대의 이번 인사는 국민의 여론을 많이 의식한 것이라고 언론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완구 총리 지명자는 “어제 저녁 늦게 연락을 받았고 오늘 아침까지 많은 생각 끝에 박근혜 대통령을 잘 보필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할 것이며, 이 자리가 나의 마지막 자리라는 각오와 함께 수락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에게 쓴 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되겠다”, “무너진 국가 기강을 다시 세우겠다”, “통일과 경제 살리기를 위해선 온몸을 바치겠다” 는 말로 지명을 수락했다. “야당과 소통하고 대통령께 직언하는 총리가 필요하다. 대통령께 직언하지 못하는 총리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소견도 피력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실이 아닌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원내대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평소 “야당을 국정의 축으로 생각하며 야당과 함께 하겠다”는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다.
 

40년 공직생활이 든든한 배경

이완구 총리 지명자는 충남 청양이 고향이다. 그곳 덕명초등학교, 대전중학교, 서울 양정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에 진학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형사정책학 석사,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밖에도 충남대학교 명예법학 박사, 공주대학교 명예경영학 박사를 수여받았다.
그는 1974년 제15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홍성군청 사무관, 경제기획원 사무관을 거쳐 1981년 홍성경찰서장, 충북 지방경찰청장, 충남 지방경찰청장을 역임하였고, 1995년 민주자유당 충남 청양, 홍성지구당 위원장으로 정치계에 입문하였다.
1996년 신한국당 이홍구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여당에 들어와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에 재선되고,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제35대 충청남도 도지사(한나라당)를 역임했으며, 2013년에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에 당선되었고, 2014년 5월에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당선되었다. 2001년에는 한국언론인연합회의 ‘제1회 자랑스런한국인대상(정치부문)’을 수상했다.
 

세종시 수정안 저지로 박 대통령과 교감

이상의 이력에서 주목할 대목은 제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소속으로 당선되었으나 1998년 정권교체가 되자 여당을 선택해, 공동 여당이자 충청권 지역당인 김종필 총재의 자유민주연합에 입당한 후 재선에 성공하였다는 점과 2006년 5월 제4회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해, 충청남도 도지사에 당선되었으나 2009년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겠다는 다짐으로 도지사를 사퇴했다. 세종시 수정안은 결국 국회 표결로 갔으나 충청도민과 야당, 박근혜 전 대표 등의 반대로 부결되었다. 이 당시에 세종시 원안을 주장한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워 졌다. 2010년 이명박 정부 시대의 일이다.
이 후보자는 2008년 12월 충청남도가 저소득층 아동 지원 정책을 추진한다는 조그만 신문 기사를 보고 박 대통령이 “이 지사님 참 좋은 일을 하셨다”고 전화를 준 적이 있다면서 그런 작은 신문의 기사 하나도 놓치지 않은 점에 감격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사석에서 “내 첫 월급 명세서까지도 보관하고 있다. 그만큼 공직 생활이 조심스러운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이처럼 40여 년의 공직생활은 그가 총리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까다로운 국회 청문회 절차가 남아 있다.
 

8개월간 투병으로 병마 물리쳐…
 

이완구 총리 후보자는 2012년 초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에 걸려 19대 총선 출마를 접어야했다. 그는 골수이식 수술을 받고 방사능 치료를 받는 등 8개월간의 사투 끝에 완치판정을 받았다. 그만큼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이지만 그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는 병마를 극복한 뒤 2013년 4·24 재보선 선거에서 부여 청양 지역구의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재기했다.
그는 큰아들을 조용하게 장가보낸 일과 장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처남에게 신문 부고란에 자기 이름을 빼달라고 했다는 일화 등을 자서전에 소개하기도 했다.

국회 앞 월세방 얻어 야당과 소통시간 늘려…
 

이 후보자는 작년 5월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당선되자 도곡동 집에서 괴나리 보따리를 싸들고 국회의사당 건너편 11평짜리 월세 오피스텔로 이사했다. 각종 법안 처리와 야당과의 소통을 위해 통근 시간이라도 아끼기 위해서였다. 이것은 그가 맡은 일에 얼마나 철두철미한 가를 단적으로 증명해준다.
청와대 윤두현 홍보수석은 이 후보자를 지칭하면서 “그동안 야당과 원만히 협조하며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에 기여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효과적인 추진과 대국민 봉사와 소통의 적임자”라고 총리후보 지명의 이유를 밝혔다.

포스트 JP로 충청도의 기대주
 

그는 충청도에서는 ‘포스트 JP’로 통할 만큼 신망이 깊다 40여 년간 정치·경제·치안·행정 분야를 두루 섭렵했기 때문에 기대도 크다. 만약 청문회를 통과하여 총리직을 잘 수행하면 영호남 양분 구도에 충청도의 존재를 확실하게 심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주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번 총리 후보 지명을 반기는 이유다.
자민련 총재 JP(김종필)는 당시 원내총무이던 이 후보자에 대해 “번개가 치고 나면 먹구름이 올지 천둥이 올지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이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눈길도 부드럽다. 그가 평소 야당과 잘 소통했다는 징표다. 청문회에 대해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철저한 검증을 언급하면서도 “정치력은 검증됐다”고 말하고,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책임총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자는 총리 지명을 받은 후 “소통의 가장 중요한 대상은 야당이다. 야당을 이기려 하지 않고 야당과 소통하는 총리가 이 시점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국민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는 말도 있지만 공직자는 국민의 말씀을 부모님 말씀과 같은 차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공직 기강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까지도 불태웠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청도 출신 네 번째(이헌재 총리대행을 포함하면 다섯 번째) 국무총리가 된다. 금년은 박근혜 정부 3년차로 광복 70년 분단 70년의 해다. 통일과 경제 살리기가 국정의 최우선 과제다. 청문회를 통과한 뒤 능력 있는 이완구 총리로서 통일과 경제살리기로 추락한 국민지지도를 만회하고, 국민 행복시대를 열어주길 기대한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2월 초에 열릴 예정이다.

황인환 편집위원장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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