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도 모바일 시대다. 여야당 모두 모바일 민심 잡기에 여념이 없다. 실상 ‘인터넷’을 활용한 정당 논의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국내 인터넷 보급이 이뤄지면서 여야에서 온라인 활용 시도를 지속했다. 하지만 이제 인터넷을 넘어선 ‘모바일’이다. 일종의 도약이다.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새누리당이 먼저 기선 잡기에 나섰다. “미친 듯이 토론하고 미친 듯이 혁신한다.”는 구호를 내걸고 ‘모바일 정당 - 크레이지파티’를 결성한 모습이 이채롭다. 변신이 숙명인 야당까지 판에 합류했다. 신세대와 온라인에 강한 야당 정치인이 이념을 넘어 표심을 잡으려 한다. 누구나 참여하고 모든 국민의 의견을 듣겠다는 정치권의 계획이 막을 올렸다. 


모바일 활용 수준, 한 단계 아래

대한민국의 인터넷 이용률이 80%를 넘어섰다. 지지자가 필요한 정치인, 표를 얻어야 당선되는 국회의원에게 온라인은 ‘진리’로 여겨진다. 여의도에서 지역구가 멀기라도 하면, 의원과 보좌관 몇 사람으로 감당하기 힘들다. 날마다 열리는 세미나와 포럼, 지지층 모임 등 얼굴만 내비치고 가야 하는 행사가 여럿이다. 이러한 정치 환경 탓에 국회의원은 인터넷을 기웃거린다.

특히 정치권은 모바일에 관심을 둔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정치, 활동 반경을 넓히는 모바일 정치에서 여당과 야당은 활용 방안을 내놓기 바쁘다. 19대 국회의원의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용현황을 보면 모바일에 관한 관심 수준이 드러난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2013년 3월부터 10월 사이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76%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 사용 비율은 95.3%에 달했다. 온라인 가상공간을 이용해 유권자에게 다가서려는 의원들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해당 결과에서 주의 깊게 바라볼 점은 SNS를 활용하는 국회의원 비율이다. 인터넷 홈페이지보다 SNS 비중이 크다. 모바일에 무게 중심을 둔다는 얘기다. 일방통행이 아닌, 양방향 소통을 원하는 국민과 정치인이 이 같은 통계치의 이유다. 개설과 관리의 편의성 측면에서 모바일이 월등히 앞선다. 접근성 역시 높다. 이 같은 장점이 모바일에 끌리는 원인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회의원의 모바일 이용수준은 한 수 아래다.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유권자와 비교했을 때 얘기다. 모바일 앱과 유투브 등은 아직 미개척지로 여겨진다. 19대 현역 의원의 모바일 앱 개설 현황(2013년 11월 기준)을 보면 22.2%에 불과하다. 유투브는 단, 7%만이 개설했다. 지지자보다 낮은 모바일 지수를 지녔다는 비판이 여기서 비롯된다.

게다가 현 정치권의 모바일 활용은 일방향에 그친다. 대다수 의원이 자신의 정책이나 동향 등을 지지자에게 전달하는 수준이다. 반대로 의견수렴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 의원별로 관리 인원을 두자면 비용이 상승하고 양질의 대응이 불가능하다. 결국, 당 차원에서 모바일 지지자의 의견을 모으고 시의적절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 같은 정치 환경에서 탄생한 시도 가운데 하나가 ‘크레이지파티’다. 우선은 새누리당이 먼저 발을 내디뎠다. 아쉽게도 현재까지 기대만큼 왕성한 활동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일부에서 선거용으로 만든 보여주기식 단체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시도 자체는 눈에 띈다. 현 콘텐츠 자체가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다. 국민 사이에 논쟁이 되는 주제로 국회의원과 전문가 등이 나와 정책을 논의한다. 법령을 입안한 이들이 정당성을 설파하고 이에 대한 반박이 이어진다. 국민은 실시간으로 자신의 의견을 정당에 전달한다.

크레이지파티 결성, 기대감 있다
보수와 혁신 사이 ‘내부갈등’ 지속 

크레이지파티라 불리는 모임이 결성된 건, 올해 5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당헌·당규를 개정하면서까지 공을 들였다. 늦은 밤, 의정 활동에 바쁜 국회의원이 크레이지파티가 개최한 생방송에 출연하고, 새누리당 김무성 당 대표가 관련 세미나 축사에서 관심을 보였다. 지난 5월 28일에는 새누리당 김상민, 신의진 의원이 참석해 ‘셧다운제’를 두고 토론에 나섰다. 11월 5일에는 김 대표가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연결 사회와 미래정당’ 토론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토론회는 크레이지파티가 주최한 행사였다. 김 대표는 “크레이지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미친 듯이 토론하고 미친 듯이 혁신하는 정당이 아닐까 한다”고 농담을 건네며 발전 가능성을 점쳤다.

크레이지파티는 이미 비례대표 국회의원 2석 추천권을 가졌다. ‘게임중독방지법 찬반 국민투표’, ‘게임법 개정안’, ‘광역버스 입석 금지’ 등 굵직한 정책 과제까지 논의를 마쳤다. 전 국민이 참여하는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의견을 듣고자 시도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가운데 ‘광역버스 입석 금지’ 논의는 찬반투표를 거쳐 시행을 늦추는 데까지 성공했다.

최근에는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이 크레이지파티에서 ‘투표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했다. 크레이지파티는 개정안을 두고 온라인 투표를 거쳤고 찬성 61.8%, 반대 39.2%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의 직접 참여, 빠른 의견수렴, 효율성 높은 정책 결정을 보여준 모범 사례 가운데 하나다. 단순 논의만 거쳤다면 소용없다. 정책에 국민 의견을 직접 반영하는 매개체 역할을 수행했기에 크레이지파티의 영향력은 컸다.

시도가 참신하다

이처럼 크레이지파티의 시도는 참신하다. 하지만 반발 또한 없지 않다. 기대보다 못한 국민 참여가 원인이다. 야당의 비판도 만만치 않고 중도층의 지지를 생각만큼 이끌어내지 못했다. 여당의 홍보기구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반면, 이러한 의견에 크레이지파티 관계자는 반박한다. 이미 여당에서 당헌·당규까지 바꾸는 모습을 보였고 공천권을 손에 넣었다는 입장이다. 적어도 다음 총선에서 크레이지파티에 우호적인 국회의원이 두 명 이상 탄생한다. 안정권에 속한 비례대표 순위를 받는 게 가능해서 선전용이라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주축이 된 여당 내부에도 있다. 그들 사이에서 모바일 정당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내부갈등이다. 한정된 기득권을 나눠야 하니 내부의 적이 없을 수 없다. 당의 의사결정 구조에 끼어들어야 하는 크레이지파티와 이런 입김을 막아야 하는 힘겨루기로도 보인다.

사실상 크레이지파티가 ‘보수혁신’이라는 기치를 내건 때부터 내부갈등이 당연했다. 기득권 세력의 혁신을 바라는 모습이니 마음이 편할 수 없다. 이미 지지기반이 튼튼하고 선거 결과도 나쁘지 않은데 계속해서 거듭나야 한다니, 입지를 흔들려는 수작으로 보인다. 모바일 정당으로 위장했을 뿐이고, 점진적인 여당 물갈이가 목적이 아니냐는 비난도 있다.

여당이 이 같은 내분에 휩싸일 때, 야당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모양새다. 유력 대권후보로 여겨지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근 발언이 눈에 띈다. 지난 10월 12일 박 시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인터넷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금천구청에서 열린 서울시당 당원 대토론회에 참석한 박 시장이 모처럼 목소리를 냈다. 참여정당, 현실에 밀착한 정치를 강조하며 일상에서 쉽게 동참하는 정당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박 시장은 무소속으로 경선에 나가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장으로 당선됐다. 자신의 행보와 인터넷 정당은 그 맥락이 같다. 폐쇄가 아닌 개방된 정당이 야권을 살린다는 게 그의 관점이다. 어찌 보면, 야당 내에 세력이 약한 박 시장에게 인터넷 정당은 당연한 선택이다.


모바일정당, 한계를 넘다

정치권이 꿈꾸는 최종 목적지는 국민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일 수 있다. 공간의 제약, 시간의 제약, 재원의 제약 등으로 지금까지는 대의 민주주의에 그쳤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함께 미래 사회는 진정한 직접 민주주의를 꿈꾼다. 크레이지파티를 비롯한 모바일 정당, 인터넷 정당은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아울러 현재까지 가장 성공 가능성이 큰 길이기도 하다.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추진력을 뒷받침해야 한다. 장애물을 뚫고 나가는 힘이 모바일 정당 지지자에게 필요한 과제다. 그들 스스로 “기성 정치인의 인터넷 뉴미디어 몰이해와 거리감”을 빈번하게 언급하는 상황에서 자기 확신을 갖기란 쉽지 않다.

후기정보화사회에서 뉴미디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언급한 만큼 ‘모바일 정당’이 대세라면 정치인 누구라도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 비판이든, 비난이든 직접 민주주의를 인터넷에서 실현하는 이들이 좌우를 넘고 협력 행보를 늘려갈수록 ‘모바일 정당’이란 흐름을 방해하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조호성 기자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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