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갑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

암 환자의 식단이라고 해서 어려워할 일은 전혀 아니다. 암 치료를 위해 건강보조식품이나 영양제를 복용할 필요도 없고, 고기 섭취를 제한할 필요도 없으며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어려운 재료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그저 세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면서 5대 영양소가 고루 포함되도록 노력하고 평소보다 소금과 설탕, 고춧가루, 지방 등의 양념을 줄여 되도록 담백하게 조리하면 되는 일이다. 육류는 껍질과 지방질 부분은 제거하고 살코기만 먹도록 하고 육류가 꺼려지면 달걀과 생선, 두부, 콩, 치즈 등을 충분히 섭취해 단백질을 보충하면 된다. 단, 단백질이 불에 직접 닿으면 발암물질이 생성되므로 육류나 생선은 석쇠 등을 이용해 불에 직접 굽는 것보다 프라이팬에 굽거나 찌는 것이 좋고 탄 음식 역시 암 발생을 촉진시키므로 조리할 때 태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환자의 소화 능력이 떨어지거나 식욕이 없는 경우에도 영양 섭취는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환자가 먹기도 편하고 소화흡수율도 높일 수 있도록 죽이나 미음으로 조리하거나 갈아서 조금씩, 자주 섭취할 수 있도록 하되 이때도 영양을 고르게 섭취하도록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골고루 잘 먹으려고 노력해야 치료에 따른 체력소모를 보강하고 부작용도 극복해 암도 빨리, 좀 더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가족이 옆에서 아무리 권해도 환자가 거부하면 소용없는 일이므로 환자가 스스로 먹을 수 있는 음식, 먹고 싶은 음식을 요구해 조금식이라도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암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식사 지침 열 가지

첫째, 매끼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 등 5대 영양소가 고루 포함된 식사를 한다.

둘째, 암을 치료하는 영양소나 식품은 없으므로 항암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건강보조식품이나 항암약제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셋째, 너무 짜고 맵고 기름진 음식은 피하고 음식을 만들 때는 소금과 설탕, 고춧가루, 지방 등의 양념을 줄여 담백하게 조리한다.

넷째, 암 예방을 위해서는 총 칼로리 섭취량이 지나치게 많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지만 암 치료를 위해서는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해야 한다. 단, 암 환자라도 비만이거나 과체중이면 칼로리 섭취량에 주의하면서 운동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섯째, 육류는 껍질과 지방을 제거한 후 살코기만 섭취하고 육류와 생선을 조리할 때는 불에 직접 굽거나 튀기는 대신 프라이팬을 이용해 굽거나 찐다.

여섯째, 매끼 김치 외에 나물과 날로 먹을 수 있는 샐러드 등 채소 반찬을 두세 가지 이상 곁들이고, 다양한 채소류를 섭취할 수 있도록 사용하는 채소의 종류를 자주 바꿔준다.

일곱째, 매일 다른 종류의 과일을 두세 가지 이상 섭취한다. 과일이나 채소는 즙으로 마시는 것보다 생으로 먹는 것이 영양소 섭취에 더 효과적이다.

여덟째, 젓갈, 장아찌와 같은 염장식품과 소시지, 베이컨 등과 같은 훈제식품은 섭취하지 않는다. 그러나 발효 유산균인 김치와 고단백 발효식품인 청국장은 너무 짜게 만든 것만 아니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아홉째, 외식을 할 때는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을 고른다. 쌈밥이나 비빔밥 등 다양한 채소를 먹을 수 있는 종류를 선택하면 재료 가운데 해로운 성분이 있더라도 서로 보완하고 중화하는 작용을 하므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고기를 먹거나 회, 스파게티 등을 먹을 때도 반드시 쌈채소와 샐러드 등을 곁들이도록 한다.

열째, 물은 하루 6~8컵 충분히 마신다. 단, 식사할 때는 섭취한 음식물이 침 속의 아밀라아제와 충분히 섞여야 소화흡수도 잘 되고 장기에 부담도 주지 않으므로 음식을 빨리 삼키도록 하는 물이나 국물류의 섭취를 되도록 줄이고 오랫동안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좋다.

박재갑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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