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영호 KOTRA 사장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을 수상한 오영호 KOTRA 사장은 “대한민국은 무역 강국답게 올해까지 4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다. 내년에도 다시 한번 경제기적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특히 중견·중소기업의 수출 증가율이 대기업 증가율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영예스럽게 받은 상을 마음 깊이 간직해 ‘2020년 세계 무역 5강, 무역 2조 달러’ 달성을 목표로 국가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30년 가까운 공직생활과 무역협회 상근 부회장을 거쳐 KOTRA 사장을 지낸 그가 가장 보람 있게 생각하는 일은 단연 2010년 11월에 개최한 ‛G20 비즈니스 서밋’이다. ‘기업들의 유엔총회’라고 불린 비즈니스 서밋은 G20 정상회의에 최초로 추가된 행사로서 글로벌 기업 CEO 120여 명이 참석해 주제별(무역투자, 금융, 녹색성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로 보고서를 만들어 G20 정상회의에 반영시켜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 사장은 집행위원장을 맡아 빈틈없이 행사를 준비한 덕분에 글로벌 CEO들로부터 ‘전무후무한 비즈니스 서밋’이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성공적인 행사 개최의 공로로 2011년에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 그는 ‘2005년 11월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선정 문제로 난항을 겪었던 시절’을 꼽았다. 당시 해결사(실무 책임자)로 차출되었던 오 사장은 “당시 지역주민들과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방식으로는 난국을 타개할 수 없겠다’는 판단으로 주민투표 방식을 도입해 경주가 최종 부지로 선정되도록 이끌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당시 공로로 2006년에 황조근정훈장을 받는 영예를 안았지만 당시의 심적 부담은 매우 컸다고 고백했다. “실패하면 공직을 그만 둘 각오로 사표를 써서 양복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 오영호 KOTRA 사장이 2014 제14회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좌측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태선 신호드림치과 원장, 백봉현 코세스그룹 회장, 김석환 홍성군수, 정성욱 (주)금성백조 회장, 김남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유석성 서울신학대학교 총장, 오병희 서울대학교 병원장, 김한민 영화감독, 이영현 세계한인무역협회 명예회장, 법명스님 법성사 주지,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 오영호 KOTRA 사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이상열 (사)한국언론인연합회 회장, 김종량 한양대학교 이사장, 송필호 중앙일보 대표이사 부회장(대리수상 이하경 중앙일보 논설주간), 홍석창 화가).

그의 대담한 면모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KOTRA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우리나라 무역이 나아갈 미래 ‘먹거리’를 찾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는 2012년 6월,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50년을 대비하자는 각오로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을 비전으로 정립하고 조직의 정신이자 핵심가치(고객, 공헌, 도전, 글로벌)를 새로 제정했다.

▲ 지난 2013년 1월 글로벌 취업창업대전에서 오영호 KOTRA 사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KOTRA는 글로벌 무역환경 변화에 부응한 다양한 신규사업(글로벌 M&A지원센터, 한류박람회 등 지식서비스 사업, G2G 정부조달 사업, 해외 취업·창업, 정부 3.0 추진지원 사업 등)들을 새롭게 장착해 무역·투자 및 해외 인력진출 등에서 많은 가능성을 열어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핵심가치를 도입한 지 3년차에 들어와 직원들의 의식 및 행동에 적잖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다. 오 사장은 “외부 고객들을 만나면 ‘KOTRA가 많이 변했고, KOTRA로부터 큰 도움을 받고 있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며 흐뭇해 했다.

그러면서 “2013년 공기업 고객만족도 평가에서도 KOTRA가 역대 최고의 점수인 94.9점으로 우수기관으로 평가받았을 뿐 아니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공기업 최초로 3년 연속 A등급을 받았다. 함께 뛰어온 임직원들에게 감사의 말씀과 함께 ‘변화와 혁신에는 쉼표가 없다’는 각오로 앞으로도 열심히 뛰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오 사장은 “대한민국은 1962년 제1차 경제개발계획에 나선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사적으로 보기 드문 ‘경제기적’을 이룩한 저력이 있는 나라”라고 자평하며 “이러한 공적은 정부 주도하에 강력한 수출전략을 추진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이 체계화된 제도 안에서 해외로 진출해 선진국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그 과정을 거치며 반도체,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가전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축적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지난 2014년 11월 쿠바 ‘호세마르티상’을 수상하는 오영호 사장의 모습으로 호세마르티 특별상을 수상한한국인은 오영호 사장이 처음인데,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이 상을 수상한 바 있다.

무역시장에서 경제는 내수, 투자, 수출이 3각축을 이루며 발전하게 된다. 내수시장이 빈약한 한국은 해외시장을 우리의 경제영토로 삼아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글로벌 진출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자유무역협정(FTA)을 잘 활용해 FTA의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정부와 기업이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오 사장은 “수출 산업은 대한민국의 ‘생존’이나 다름없었으며, 우리 경제가 나아갈 ‘미래’다”고 평가했다. 또 ‘수출의 아이콘’으로서 개도국의 ‘롤 모델’이 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CSR과 KSP(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무역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 한해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엔저와 중국경제의 둔화 우려 등 대외적인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흑자를 기록한 나라는 한국과 독일, 중국 정도이다.

오 사장은 “올해 우리나라는 무역 규모 1조 달러를 조기에 달성하면서 연간 수출규모는 세계 7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출기업의 저변이 과거 대기업 일변도에서 중소·중견기업으로 넓혀지고 있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올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수출 증가율은 6.1%로 대기업(1.0%)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에서도 중소·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33%에서 올해 33.9%로 늘었다. 오 사장은 “지금처럼 중소·중견기업이 주축이 되어 한류 및 문화 콘텐츠, IT소프트웨어, 서비스 업종 등에서 계속 약진을 하면 더 큰 무역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015년 국제 통상환경에 대해서는 “새해 세계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나가겠지만 국별 경기회복 편차,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안요인도 상존하고 있어 우리나라를 둘러싼 통상환경 역시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메가 FTA 추진이 가속화되면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 같다.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등 아·태 지역의 경제통합을 놓고 미-중 간 메가 FTA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한 ‘FTA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 사장은 “2000년대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은 미국, EU, ASEAN, 중국, 인도 등 52개국과 15건의 FTA를 체결했는 데 성공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순위는 세계 14위지만 FTA를 통해 확보한 경제영토로는 세계 3위에 해당하는 수치”라며 “이러한 FTA 네트워크를 활용해 TPP, RCEP 등 동아시아 경제통합 과정에서 중심축(linchpin) 역할을 해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공학한림원 신임 회장으로 선출 된 데 대해서는 “공학기술계의 최고 지성집단을 이끌게 되어 어깨가 무겁다. 학·연·산(學·硏·産) 최고 리더급인 800여 명 회원들의 지혜와 역량을 한데 모아 국가 산업과 과학기술의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싱크탱크’ 역할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공학도 출신인 만큼 이공계 인재육성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오 사장은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수 인재의 이공계 유입과 이들의 체계적인 육성에 달려 있으므로, 인재육성을 모든 사업의 최우선 순위에 둘 생각이다”며 “공학한림원이 주관하는 각종 토론회와 정책 연구 결과가 실제 정책에 적극 반영되도록 관련 정부 부처는 물론, 국회의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및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등과도 긴밀히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박윤희 기자  youn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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