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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순환 이슈 - 쓰레기도 자원이다‘자원순환기본법’ 14년째 표류중… 무엇이 문제인가 - 환경부, 순환자원 모두 폐기물로 보는 관점 ‘여전'
박윤희 기자 | 승인 2015.01.13 09:45|(178호)

   
▲ <표 1> 자원순환사회법 추진 사례(경과)

자원순환법이 재활용산업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01년 12월, 이부영 의원 외 22명이 순환경제사회 형성을 위한 기본법 제정을 추진해 왔지만 부처 간 이견으로 결국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후 총 6차례 기본법 형태의 자원순환법이 발의되어 왔지만 진통을 겪으며 현재 국회에 표류중이다.

지난해 6월 환경부가 발표한 ‘제4차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에 의하면, 종량제 봉투에 들어 있는 재활용 가능 자원은 종이류 41%, 플라스틱류 24.3%, 금속류 2.6%, 유리류 2.5% 등 약 70.4%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량의 순환자원이 폐기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재활용이 가능한 폐종이, 폐페트병, 폐캔 등의 순환자원을 광범위하게 폐기물로 규정하고 폐기물과 동일한 규제사항을 적용하고 있는 현 폐기물관리법 때문이다. 순환자원을 재활용하는 시설들 역시 환경에 유해한 물질을 배출하지 않더라도 법상 ‘폐기물처리시설’로 분류되어 인근 주민들에게 기피대상의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이로 인해 생기는 국가적 손실은 매년 최소 약 2.6조 원(운반비용 약 1.2조 원 + 자원해외유출 약 1.4조 원 + 행정비용 약 300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시행을 목표로 한 ‘자원순환법’ 정부의 법안에서도 아직도 배출물 모두를 폐기물로 보는 환경부의 관점은 여전하다.

   
▲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재료연구소 정국채 박사팀은 최근 첨단 소재 폐기물을 재활용해 기능성 나노분말을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은 정국채(왼쪽) 박사와 연구원이 재료연구소에서 장비를 확인하고 있다.

폐가전재활용사업 독식, ‘환피아’ 원인

최윤선 한국자원순환재활용연합회 부회장에 따르면, 환경부가 발표(2011년 기준)한 수치대로라면 산업폐기물의 80%, 생활폐기물의 60%가 재활용되고 있다. 이는 수치상으로만 보면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몇 가지 오류를 가지고 있다. 먼저 수치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모호하다. 또 선진국처럼 순환이용의 우선순위 원칙이 없어 재사용이 가능한 폐제품을 파분쇄해서 철, 플라스틱만으로만 재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폐타이어의 경우 물질 재활용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 물질 재활용은 30%, 열적 재활용은 70%로 설정돼 있다. 결국은 폐타이어 대부분을 소각에 의한 에너지 회수로만 사용되고 있는 실정인데, 폐자원의 효용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정책적 기반 마련이 없이는 자원의 순환이용이 불가능한 실정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독일, 일본과 같은 선진국은 법으로 폐자원을 순환 이용하는 우선순위를 정해 폐자원의 효용을 극대화하고 있다. 재사용(재제조 포함), 물질 재활용, 에너지 회수의 순으로 우선순위가 높을수록 폐자원의 효용가치가 높은 순환이용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독일이 1994년에 ‘순환경제 및 친환경적 폐기물처리촉진법(약칭: 순환관리법)’을 제정한 데 이어 일본은 2001년 ‘순환형 사회형성추진기본법’을 제정했다. 중국도 2009년 ‘순환경제촉진법’을 기본법으로 제정·시행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3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가 도입되면서 ‘폐자원이 돈이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도입 당시 약 64만 t에 머물렀던 국내 포장재 재활용량은 2013년 약 93만 t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EPR 역시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진통을 앓고 있다.

EPR이란, 제품 생산자나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의 생산자에게 그 제품이나 포장재의 폐자원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의무를 부여해 재활용을 분담하게 하고(재활용분담금),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부과금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제도다.

EPR 제도는 생산자가 제품의 재활용까지 책임을 지는 좋은 취지의 제도이지만, 실질적인 관리에서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안고 있다. 정부규제의 보호를 받는 공제조합에 소속된 재활용업체들이 지원금에 안주하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사실상 독식 체제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생산자에게 분담금을 받아 재활용업체에게 적정 비용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공제조합의 역할과는 달리 생산자가 지원비 분배를 권한으로 삼아 이들이 생산자조합으로서 막강한 권력을 떨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대기업 자신이 재활용업에 직접 뛰어들어 지원비를 독차지하고 있어 재활용산업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그 예로 폐가전 공제조합의 경우 50여 개 가입 업체 가운데 대기업 포함 8개의 업체가 전체 재활용사업의 74%를 독차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형태가 무려 4년간 계속되어 중소규모의 재활용업이 도태되어가고 있다.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협회 직속 6개 업체가 재활용 분담금 등으로 2개소의 재활용업체를 설립·운영하는 한편 나래RC 등 4곳의 재활용 업체에 지난 4년간 총 53.4억 원을 지분 참여(20.2억원) 및 운영자금 투자(33.2억 원) 형태로 지원해 특정 업체의 몸집을 키워왔다.

이들 주요 협회는 재무적 투자 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가전제품을 구매하면서 부담한 재활용 분담금이 협회를 통해 자신 및 특정 재활용업체의 몸집 키우기에 활용되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이들 주요 8개 업체에 전체 가전제품 재활용 처리물량의 74%를 몰아주는 방식은 법률 외에 별도로 협회 내‘재활용사업 운영 기준’을 작성·관리하면서 가능했다.

김 의원은 “폐가전 재활용산업이 조합과 특정 8개 재활용업체가 독식하는 공룡화 현상에 대해 책임 부서인 환경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일침했다. 또 폐가전 재활용 사업을 관리·감독해야 할 환경부의 전·현직 관계자들이 탈법적으로 개입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 <표 2> 최근 자원순환사회법 제안 및 발의현황

자원순환사회, 선택 아닌 ‘필수’

자원순환사업은 정맥산업으로서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미 2012년 대선 당시 공약 제96호로 자원순환사회 실현에 따른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 제정을 공약하고 현 정부 역시 이 법령의 제정을 국정과제로 설정하였다. 박 대통령은 또 2013년 10월 17일, 세계에너지총회에 참석해 “우리나라 경제 제2의 도약은 고용창출, 신산업 발전, 사회통합에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 패널로 참여한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좌)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우)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0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고 천연자원 사용을 최소화하자는 내용의 법률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재활용 자원은 폐기물이 아니라 순환자원이란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며 “관계당국도 규제일변도 정책에서 진흥 중심의 정책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원순환사회 촉진기본법 제정안에는 자원순환사회를 촉진하기 위해 ▲ 자원순환목표 설정·관리 ▲ 순환제품 사용·구매 촉진·교육·홍보 ▲ 소각·매립처분부담금과 자원순환촉진기금 설치·운용 ▲ 자원순환협력체계 구축 ▲ 자원순환연구개발센터 지정·운영 ▲ 자원순환문화 조성 등 시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도 같은 달 25일 열린 ‘자원순환사회 정착을 위한 법제정 토론회’에 참석해, “폐자원이 곧 순환자원이라는 가치관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며 “순환자원을 처분해야 할 폐기물과 구분하고 폐기물에 선행하는 개념으로 정의해, 순환·이용할 수 있는 순환자원의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돈을 버는 환경순환법이 돼야 하고,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제활동의 터전이 되는 자원순환사회를위한 법 제정이 절실하다”며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통해 중소재활용 업체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준영 자원순환거버넌스포럼 공동대표는 “자원순환사회를 추진 및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6~7개의 관련 부처가 함께 정책을 합의하고 각계각층이 협력해 추진업무를 수행할 때 가능하다”며 “한 개 부처가 제정한 개별법으로는 자원순환사회 촉진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자원순환 관련 하위 실행법과 더불어 각기 다른 역할과 기능을 조율하는 등 자원순환사회정책의 원칙을 담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본법 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 원장은 활용 가능한 자원을 규제 대상 폐기물로 간주하는 현행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하고, 자원순환 촉진을 위한 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자원순환이나 재활용 관련 법률조차 순환자원을 규제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은 순환자원이 폐기물 개념에 기초하기 때문”이라며 “순환사회를 지향하려면 순환자원의 법적 개념 정립과 함께 폐기물의 개념이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윤희 기자  youn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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