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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과 북한 인권문제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 승인 2015.01.12 12:11|(178호)

“파괴된 민주주의, 국민의 힘으로 살려냅시다.” 헌법재판소에 의한 통진당 해산결정이 내려지고 난 다음, 주요 야권 진보인사들이 주도한 원탁회의의 선언문 가운데 하나다. 선언문에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헌재가 도리어 헌법에 보장된 복수정당제와 정치적 다원주의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데 앞장섰다”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한다. 민주주의라는 체제에서는 누구든지 자신의 양심과 판단에 대해 이런 저런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런 주장을 납득할 수 없는 사람도 표현의 자유에 대해 왈가불가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헌재의 재판관들이 어떠한 외압에 의해 이런 결정을 내릴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하였을 그 어떤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의 심의과정은 엄격하였고 9인의 헌법재판관 활동은 독립적이었고 중립적이었다. 그들의 법적 지식이나 판단에 대해 이견을 제시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독자적인 판단과 자신의 양심과 양식에 따라 판결하였음을 의심할 수 있는 그 어떤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친북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을 볼 때면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저 분은 어떻게 사안에 따라 저렇게 행동이 달라질 수 있을까? 일관성을 찾아보기 힘들고 어떤 사안이 자신이 원한대로 결정이 내려지면 구국의 결단이니 민주적 결단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과 다른 의견이 나오기라도 하면 민주주의의 적이니 어용이니 하는 말이 예사롭게 나온다. 그들의 논리구조는 당연히 편리한 경우에만 해당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성인이 된다는 것은 사안에 대한 판단에 일정한 논리적 일관성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성인과 달리 아이들은 당장의 편리함이나 이익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많지만, 성숙한 어른들은 달라야 한다.

통진당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이재화 변호사는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이른바 원로들이 모이는 모임에서 “(이번 결정)은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사실을 짜깁기해서 억지 논리로 통진당을 위헌이라고 한, 기획된 판결”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한다. 이런 주장은 억지 주장일 뿐더러 수많은 증거들을 살피고 오랜 시간 동안 증언들을 경청하면서 판결을 내린 헌재 재판관들을 모욕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재판관들이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치열하게 고민하였고 엄정하게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이 변호사가 알다시피 재판관은 각자가 내리는 최종결정 이전까지 그 어떤 협의나 논의가 있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재 재판관의 담합을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원탁회의에 참석한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의 발언은 더욱 놀랍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못해서, 진보정치의 결실을 지켜내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라는 그녀에게 민주주의란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헌법 내의 모든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한 국가의 시민들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는 방종과는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체제에 위해를 가하는 활동까지 용인할 수 있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에 있겠는가. 나는 어느 사회든 진보와 보수가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진보가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쪽의 이념이나 이데올로기에 동조하고 그런 이데올로기를 대한민국에 실현하기 위한 활동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동서냉전이 대결구도로 달려가고 있을 때에도 유럽에서는 좌파 활동이 극심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낭만적이고 철이 없는 지식인들은 소련을 미화하고 북한을 미화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음악가 윤이상 같은 뛰어난 음악가도 1960년 대와 1980년대 좌익운동을 독일에서 펼쳤던 인물이다. 그는 경남 통영이 낳은 뛰어난 예술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를 추앙하는 움직임이 통영에서 펼쳐졌을 때 나는 “그의 예술 활동은 높게 평가하지만 그의 이름을 딴 음악당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그 이유는 냉전 하에서 북한 체제에 지나치게 협조하였기 때문이다. 협조하는 것도 그냥 동조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았고 재독 유학생의 북송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였다. 그래도 윤이상과 같은 인물은 이해할 수 있다. 당시는 공산주의의 실상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수한 예술가의 입장에서 몰랐기 때문에 북한 체제를 두둔하고 옹호하는 일을 전개하였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올바른 활동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북한에서 생명을 걸고 넘어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텔레비전만 켜더라도 얼마든지 북한의 실상을 증언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나는 개인적으로 몇몇 탈북자들을 알고 지낸다.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이런 생각을 한다. “저렇게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저렇게 폭압적인 정권 하에서 죽을 고생을 하고 지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북한 인권문제를 제어할 수 있는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가.”

이런 면에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일들을 볼 때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많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점을 명확히 기술하고 있다. 언어로 보나 역사적인 동질성으로 보나 우리는 북한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 유린의 상황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체계적으로 인권문제를 조사·연구하고 세계 각국에 조직적으로 알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나서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의 협력을 요청하고 이를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실상은 어떤가. 북한 인권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기초에 해당하는 북한 인권법도 국회에 잠을 자고 있는지 10여 년이 되어가고 있다. 물질적인 수준을 높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도덕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당장 북한의 사람들을 돕는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자신을 돕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당위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여전히 종북 논쟁을 갖고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헌재의 결정이 나오자 야권에서 나오는 반응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반응이다. 야권의 유력한 대권 후보들의 입에서조차 “세계사적으로 유래가 드문 일이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한 사람은 원탁회의 참석자 11인 가운데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아무리 가치관이 상대적이라고 부르짖는 세상이긴 하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우리 사회가 올바른 길로 들어서길 소망한다. 올바른 길의 시작은 북한의 실상에 눈을 뜨는 일이고 그 다음의 일은 혹독한 인권 유린 체제를 돕지 않는 일이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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