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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경제다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 승인 2015.01.12 11:56|(178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3%p 하향 조정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5월의 3.7%에서 3.4%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3.8%에서 3.5%로 내렸다. 그만큼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연말연초 체감경기는 거의 바닥권이라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대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일본처럼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KDI도 최근의 경제상황을 우려하면서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국책연구소가 내놓은 우울한 경제 전망 이전에 이미 국민이 느끼는 경기침체 현실은 장기화·만성화되고 있다. 이러다가 한 순간에 국가경제가 위기로 빠져드는 것은 아닌지 내심 불안한 심경을 감출 수 없다.

한국경제의 구조개혁, 과연 동력이 있나

지난 달 22일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았다. 내수경기 활성화와 한국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에 나선다는 것이 기본 골자이다. 성장률이 떨어지고 심지어 디플레이션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체질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에 방점을 찍은 것이 오히려 놀랍다. 정부는 구조개혁 가운데 노동시장 개혁 등 6대 중점과제를 제시했다. 물론 우리 경제는 근본적인 구조개혁 없이 한 단계 높은 단계로 진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 사회가 이런 현실적 벽에 직면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역대 정부가 하나같이 경제의 체질개선과 구조개혁을 외쳤던 것도 이런 현실적 위기감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목소리만 높였지 제대로 된 경제의 체질개선과 구조개혁, 그리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성과를 만들어 낸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명박 정부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덮쳤지만 4대강 사업과 해외 자원개발이라는 미명하에 국민의 혈세가 엉뚱한 곳으로 술술 새버렸다. 툭하면 녹색경제를 외쳤지만 그 녹색경제는 다 어디로 갔는지 이제는 마치 옛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제야 국정조사 운운하지만 이미 배는 떠났고 돈잔치는 끝나버렸다. 제대로 된 국정조사가 될 리 만무하다. 피눈물 흘리는 국민들만 안타깝다.

이런 시점에서 새해는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골든 타임’이다. 갑자기 4월 보궐선거가 몇 군데 생기긴 했지만 큰 선거가 없는 마지막 타이밍이다. 게다가 임기 5년 가운데 3년차, 딱 중간이다. 어쩌면 임기 마지막 해라고 생각하고 뭔가 손에 잡히는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할 시점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경기활성화와 함께 구조개혁에 나서겠다는 것은 적절한 정책방향이요, 또 제대로 핵심을 짚었다는 생각이다. 경제의 구조개혁 없이 경제활성화 대책만 내놓는 것은 결국 속빈 강정처럼 되기 십상이다. 경제의 양극화 구조만 더 심화시키는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성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정부의 새해 경제정책 방향을 추진할 동력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다. 우선 박근혜 정부에 대한 민심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못하다. 집권 3년차를 맞는 이 시점에서 40% 안팎의 국정운영 지지율로는 경제의 체질개선을 이뤄낼 구조개혁을 성공시키기 어렵다. 어디 이뿐인가. 새해 여야관계는 지금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권의 새 지도부가 꾸려지면 강력한 대여투쟁으로 제1 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총력을 쏟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수와 진보의 극한 대치가 더 심화되는 시점에서 크고 작은 이슈를 놓고 벌이는 정쟁은 끝없이 전개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여론도 반으로 갈릴 것이다. 결국 이념의 무한 투쟁이 다시 새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그 결과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국정운영의 동력을 추락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경제의 구조개혁에 나설 수 있을지가 걱정될 따름이다. 결국 이것도 거품이 되고 말 것인가.

연금개혁, 또 말잔치로 끝날 것인가

정부는 공무원연금에 이어 사학연금과 군인연금의 개혁에도 나서기로 했다. 정부의 이런 의지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연금개혁은 경제구조의 근본을 개혁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퇴직 공무원들을 위해 하루하루 살기도 바쁜 국민의 세금으로 그 적자를 끝없이 메꿔 주는 모순을 어떻게 방치하란 말인가. 연금개혁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지난해 말까지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도 이런 배경이었다. 역대 정부가 나서서 뭔가를 해보려 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연금개혁을 박근혜 정부가 새해 구조개혁의 틀에서 추진하겠다니 만시지탄이다.

그럼에도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진 않는다. 가장 시급한 공무원연금 개혁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여기에 더해서 정부는 군인연금과 사학연금까지 손대겠다고 했다. 정말 개혁의지를 갖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럴싸한 포장으로 장밋빛 청사진만 내놓고 있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당장 여야 협상에 나선 새누리당이 반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뭔가 일에는 순서가 있고 절차가 있는 법인데, 공무원연금 개혁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군인연금과 사학연금까지 개혁하겠다는 것은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본 것이다. 게다가 당정협의조차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먼저 발표부터 하는 것도 수상해 보인다. 이는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의 동력을 빼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마저 정말 말잔치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물론 경제활성화는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러나 이는 경제의 구조개혁 없이는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까지 와버렸다. 역대 정부가 미적미적하는 사이 또는 엉뚱한 곳에 돈을 쏟아 붓는 사이 국가의 경제구조는 취약할대로 취약해졌다. 박근혜 정부가 다소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구조개혁까지 하겠다고 나선 것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의 발로 일 것이다. 을미년 새해 박근혜 대통령도 대단한 결심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 결심대로 구조개혁에 경제활성화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진짜 황금같은 ‘골든 타임’이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이런 점에서도 가속화되는 국론 분열, 떠나는 민심이 더 아쉽다.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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