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제 18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가운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새누리당사에 걸린 대형 현수막의 모습.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청와대와 여당

작년 한 해 동안 청와대와 여당은 바람 잘 날 없었다. 총리와 장관 임명과정에서 소위 해프닝을 여러 차례 겪었고, 연말에는 청와대 문건 작성과 유출, 그리고 수사라는 비선실세[국정농단(?)] 정국이 풀리지 않고 있다. 전국지방선거로 정권 초반 평가를 받았고 여당대표 경선과 당청 간 불협화음이 솔솔 흘러 나왔다.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졌으며,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놓고 갈등이 표출되기도 하였고, 헌재에서는 정당해산이라는 사상 초유의 결정이 내려지기도 하였다. 정치적으로는 청와대 인적 쇄신, 개헌논의 등과 국회운영의 혼돈 상태가 장기화되었으나, 예산안은 일정대로 통과되었다. 북한 실세 3인방이 방한하였으나 고위급회담이 결렬되고 유엔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통과되어 상임이사회에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는 등 남북문제는 안개정국에 들어와 있다.

경제적으로는 중국, 호주, 캐나다와의 FTA 체결, 전셋값 폭등, 서민경제는 붕괴 직전이다. 수출에 지장을 받을 정도의 환율전쟁이 본격화되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과 같은 대기업에 힘을 얻고는 있지만 현재 장기불황의 일본경제와 같은 조짐이 보인다면서 걱정들이다. 사회적으로는 공직자 출신들의 성폭력·성희롱사건이 줄을 잇고, 공공성이 큰 주요 산업에서 부정·비리사건이 터지면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며, 소득 면에서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 지난 2013년 2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제 18대 대통령 취임식을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렇듯 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정운영과 관련해 긍정적 평가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즉 마지노선 이하로 내려간 것이다. 비선실세 권력암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일이 벌어지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해결해야 하는데, ‘도무지 알 수 없다, 의문투성이다’라는 여론도 있다. 수면 아래로 내려놓을 뿐 해결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쌓아놓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산 통과를 축하한다는 청와대 모임에서 여당 태도를 보고 여당 지지도 역시 빠졌다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운운한다.

청와대를 고발 정권이라고 하고 대통령 뒤에 숨어 본인들의 자리를 지키려는 소인배들이라고 비아냥거린다. 잘못을 보고도 덮고 넘어가는 것을 못마땅히 여긴 결과가 아닐까? 여야의 싸움도 아니고 여당 내 또는 당청 간 갈등도 아닌 청와대 집안 식구들의 암투나 국정농단[개입(?)], 국기문란의 문건(찌라시) 작성 및 유출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보다 진한 물이 있다고 해도 여당의 행보는 각하 발언으로 묻혀 버렸다. 물론 김무성 대표는 당청은 한 몸이고 잘못된 것은 고치고, 잘못 알려진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는 했지만 여론은 미흡하게 받아들였다.

2015년을 전망해 본다

2015년에는 전국선거가 없는 유일한 해이고, 추동력을 받아 매듭을 풀고 공약을 실천하는 일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집권 3년 차이다. 즉 전국선거가 없다는 것은 절호의 기회라는 뜻이다. 우선 선거철이 되면 정책 추진에서 집단이기주의가 발동되고 이를 부추겨 민심 이반현상이 심해지기 마련이다. 또한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잠룡들이 등장하면서 집권당으로서는 부담스런 이야기들이 오가게 되는데, 소위 잽(단타)으로도 무너진다는 게임법칙도 있다.

두 번째는 집권 3년차가 황금기라서다. 3년차에 정책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면 공직자들이나 국민여론이 떠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수당이고 국정철학을 같이 할 공직자들을 포진시켜 놓고도 그 좋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무능정권으로 치부하게 된다. 정책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해결돼야 한다. 첫째가 인사요, 둘째는 부정비리 척결이고, 셋째는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다.

추락하고 있는 지지율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면 지혈효과가 있는 정책을 찾게 마련인데, 우선 미해결사건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것은 인사와 혁신,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일 것이다. 야당에서는 출전 채비를 마치고 강력할 개혁을 요구할 것이고 여당에서는 혁신안을 마련해 정책선점을 꾀할 것이다. 보수와 진보논쟁, 개헌논의, 사자방(4대강 사업·해외자원개발·방위산업)같은 비리 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의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세질 전망이다. 혁신정책 추진에 맞서는 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실체 없는 원칙주의라면서 반박하는 사례들도 등장할 수 있다. 외교적으로도 변화가 클 것으로 보이는데, 유엔의 움직임을 민감하게 관찰하면서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과 러시아의 행보도 눈 여겨 봐야 한다. 미국이 쿠바와 단절외교를 청산한 사건도 심도 있게 분석해 봐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국경 없는 환율전쟁 역시 우리에게는 불리할 전망이고, 무역수지도 걱정이다.

공공개혁, 연금개혁 등 정책 드라이브에는 언제나 이해당사자들은 반대하기 마련인데, 국민을 상대로 설득하는 과정을 충분히 활용해 불필요한 갈등과 그로 인한 피해를 줄여야 한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3년 2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광장에서 열린 제 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2015년에는 희망을 심어야 한다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지율은 쌓이고 쌓여 표출된 것이지 사건 하나의 영향으로 변곡점을 만들지는 않는다. 따라서 진정성으로 신뢰를 회복하면 된다. 우선 인사와 혁신, 피부에 와 닿는 정책, 국민 부담을 줄이는 정책으로 진정성을 보여주면 된다.

그리고 대선 공약인 경제와 복지로 요약할 수 있다. 국내외적으로 품격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만 행복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소통의 정치리더십을 보여주고, 신뢰받는 인사정책을 통해 안정된 국정운영이 이루어져야 하며, 정치개혁으로 선진화를 도모하고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로 국민 부담을 줄여 나가면서 발전을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소통정치 실현

국회의장이 국회와 청와대 간 핫라인이 설치되고 나서 두 번 전화를 걸었어도 받은 적 없었다며 하소연했다. 복지부 장관도 떠났고, 문체부 장관도 심정을 토로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여론조사에서도 언제나 소통문제가 등장한다. 소통은 집권 초기부터 따라 다니는 말이다.

이제는 소통기법에 대한 의견차이가 있다고 보고 소통기법을 다양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소통에서 상하소통과 좌우소통이 있다면 적어도 좌우소통이라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운영기법이 개방적이지 못하여 권위주의적 행태로 비춰질까 걱정이다. 청와대 문건유출사건도 결국은 소통과 인사, 관리문제였다. 4월부터 떠돌았던 문건이었고, 보고도 되었으며 오래전부터 언론에서 오갔던 이야기들이었다. 정보기관들이 모를 리 없다. 유감을 표시하는 것 자체가 바로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뢰받는 인사정책

청와대 문건 파동 역시 인사문제다. 국기문란사건의 작성과 유출을 모두 엄벌해야 한다. 모든 언론에서 비선실세 권력암투라고 했다. 예가 정확할지는 모르나 문민정부 때나 국민의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아들을 감옥 보내 놓고도 국정을 안정시키지 못했던 경험도 있고, 권력암투에 대통령 목숨까지 앗아 갔던 지난 역사를 생각해서라도 청와대 인사는 대폭 물갈이가 되어야 한다. 특히 비서실장은 정치력을 펼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하는 것이 국정운영에 보탬이 될 것이다. 새로운 국무총리 임명과 함께 신뢰받는 2기 내각을 구성해 산뜻하게 출발해야 한다. 국정쇄신용 개각이라기보다는 손발을 맞출 수 있는 팀을 재구성한다는 의미에서 개각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 공석 중인 공공기관 인사도 관피아, 공피아, 군피아 등을 파기하면서 전문가들을 발굴해 조속히 마무리해 줘야 현장이 돌아가게 된다.

국민부담을 줄이는 경제정책

IMF는 유로존(독일·프랑스·이탈리아) 경제가 계속 취약한데다 주요 신흥시장의 경기가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면서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3.8%로 전망했다. 러시아, 일본, 브라질이 주춤하고, 중국경제가 3년째 최저 성장을 기록했으며, 주식·채권·외환시장은 위험한 수준으로 출렁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에서 경기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고, 스페인과 캐나다, 멕시코 등도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국제경제 상황 속에서 우리는 고용률 상승과 주택경기 활성화가 내수 회복의 조절 요소로 작용하되,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고, 수출은 수요부족에서 오는 세계경기의 장기부진과 대중국 수출 부진, 엔저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다만 정부재정과 부채, 물가 등 거시경제 부문에서 안정성이 유지되고, 국가신용등급도 상향 조정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기준금리 추가 인하, 주택시장 활성화대책 강화, 가계소득 증대대책, 환율 하락 속도의 미세조정(균형 환율), 잠재성장률 제고정책 추진 등으로 선순환구도를 확고히 한다면 희망적이다.

2015년 올해는 국정운영을 위하여 새로운 세원 발굴도 좋지만 밖으로 새는 세금을 찾아내기 운동이 먼저 일어나야 하고, 국민 부담을 크게 하는 모든 정책들(예를 들어 공무원·사립학교 교원·군인연금개혁, 공공기관, 노동개혁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줄이고 지역이기주의가 동력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주례회동에서 임시국회 정상화 및 운영위 소집 등에 합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정치개혁과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

정치개혁은 딱 한 가지만 받아들여진다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기득권 내려놓기다. 기득권을 내려 놓으면서 이해득실을 따지되 국민의 입장에서 손해라는 개념을 버리고 따져 보아야 한다. 여기에는 보수와 진보 논쟁의 갈등도 들어가게 된다. 진보와 보수 논쟁은 우리 사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갈등과 대립관계임에는 틀림없으나 발전적 논쟁이 아닌 사회분열과 판단을 흐리게 하는 후퇴된 논쟁을 지양하자는 것이다. 모든 정책에서 가치관의 차이는 인정하되 보수와 진보로 끌고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야당은 출전 채비를 마치면 정치개혁을 놓고 여당과 협상을 요구할 것이고, 여당은 혁신안을 만들어 대응할 것인바, 문제는 이니셔티브, 즉 정책선점이 곧 승리할 것이다. 앞에서 거론했던 ‘기득권 내려놓기’를 누가 얼마나 어떻게 내려놓는가를 국민들이 보기 때문이다.

4월 보궐선거 전까지 미해결사건들이 순탄하게 해결돼야 한다. 본질을 흐리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간다거나 과정을 중시하지 않고 결과를 만들어 놓고 일을 추진한다는 등의 여론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진실공방에서 지금까지는 의혹이 커지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의혹 없는 진실공방을 보여줘야 한다. 다음은 부정비리 척결이다. 무기나 원전 같은 시설 등에서 일어나는 부정비리사건들은 이적행위나 다름없다. 관피아, 공피아, 군피아 등을 파헤쳐 부정부패의 끈을 잘라 내야 하고, 소위 사자방(4대강 사업·해외자원개발·방위산업)을 철저히 수사 또는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이와 같은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만이 대선공약을 차질 없이 실천할 수 있다. 대선 때는 경제와 복지로 집권하였다. 정권의 성과가 파묻히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능력이다.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사립학교교원·군인연금개혁, 공공기관 개혁, 노동개혁을 반드시 이루어내야 한다. 이것은 국민 부담을 경감시켜 주고 기초를 다지는 일로써 필수작업이다. 경제는 투입에서 소비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라도 올해 총력을 다하여 국민행복, 창조경제, 통일대박이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용택 박사(순천향대학교 외래교수)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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