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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원유가격 전쟁 - 원유 등 국제 원자재 ‘슈퍼 사이클’ 국면 종료…‘신흥국 상품위기’ 되나?
한상춘/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 승인 2015.01.09 11:42|(178호)

   
▲ 전남 여수 원유부두에서 미국 원유를 실은 원유수송선에서 원유를 하역하고 있는 모습.

1990년대 이후 원유를 포함한 국제 원자재 가격은 4번의 슈퍼 사이클을 경험했는데, 이번 논쟁은 4차 슈퍼 사이클에 관한 것이다. 2000년대 들어 강하게 상승하던 원자재 가격이 세계경제 저성장 위기가 확산되면서 하락세로 반전돼 이를 두고 원자재 가격상승 국면이 끝났다는 주장과 가격상승이 지속될 것이란 주장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슈퍼 사이클이 종료됐다고 주장하는 측은 △ 선진국의 경기침체 △ 중국의 성장률 둔화 △ 비전통 원유생산 증가 등을 주된 논거로 삼는다. 하지만 △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도시화에 따른 지속적인 원자재 수요 △ MENA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이유로 슈퍼 사이클의 종료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 국제 원자재 슈퍼 사이클 시기별 현황. 1)의 경우, 4차 슈퍼 사이클 기점을 1999년으로 잡고 있는 기관도 있음을 밝혀둔다.

슈퍼 사이클이란, 자원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후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현상으로서 통상 20년 이상의 상승과 하락 주기를 의미한다.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후 전쟁특수를 기반으로 한 2차 슈퍼 사이클과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시작된 3차 슈퍼 사이클 등 20세기 들어 3차례의 슈퍼 사이클이 발생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차 슈퍼 사이클은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성장으로 촉발됐는데, △ 기상이변 △ 바이오연료 생산 △ 투기성 자본의 유입 등 공급 및 금융요인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결부됐다. 올해 들어서는 우크라이나와 이라크 사태 등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지정학적 위험도 가세하고 있다.

 

   
 

   
▲ 국제 원자재 시장 주요 이슈의 쟁점과 현황

원유 등 국제 원자재 시장이 장기적으로 하락국면에 진입했느냐의 여부는 경기와 자원시장 이슈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원자재 시장의 큰 흐름을 세계경기 침체라는 거시적 시각에서 조망하고, 하락국면의 속도와 기울기는 자원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미시적 요인들로 판단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미시적 요인으로는 셰일 가스·신재생 에너지·바이오 연료·중국 자원수요·기상이변 등이 있는데, 자원가격 하락국면에서 세계 자원시장을 교란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세일 가스 개발에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이 동참하면서 국제 원자재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예의 주시되고 있다.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의 슈퍼 사이클 논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슈는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 간의 새로운 냉전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최종 확인된 사망자가 무려 298명에 달하는 말레이 항공기 격추사건은 구 냉전 시대의 최대 사건이었던 대한항공 격추사건(사망자 269명)과 비교된다. 과거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과 현재 미국과 러시아 간의 신냉전 속에 구소련이나 러시아가 격추의 주체였거나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두 사건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신냉전 시대가 도래된다면 현재의 국제관계는 정치군사적 전쟁보다는 경제 주도 양상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가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미국이 국내에서 생산된 원유를 수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안정을 유지했으나 앞으로 셰일 가스 개방을 통해 수출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경우 러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인 원유의 가격이 미국의 셰일 가스 개방으로 하락하게 되면 러시아 경제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응해 러시아는 미국의 국채를 팔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러시아가 소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는 1,300억 달러에 불과해 큰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EU·미국, 러시아 제재 주요 일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는 러시아와 유럽 간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그동안 유럽이 중심이 돼 왔는데, 이마저도 러시아 경제에 타격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럽과 러시아보다는 미국과 러시아로 갈등관계의 축이 바뀌었는데, 미국이 이제는 2차로 러시아에 대한 서방 경제제재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지금까지 취한 러시아 기업과 러시아인에 대한 여행금지, 자산동결에 비교하면 매우 확대된 조치이지만 러시아 경제의 핵심부문을 완전히 차단하는 수준은 아니었다.(미국의 러시아 제재에서 세계 최대 천연가스 회사이자 러시아 정부가 50%가 넘는 지분을 가진 가스프롬은 제재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회사를 차단할 경우 유럽 우방국들에도 피해가 가는 것을 고려한 처사였다.)

   
▲ 유리 트루트녜프 러시아 부총리가 지난 12월 9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러 경제포럼’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앞으로 서방과 러시아 간의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나, 초강경 제재조치와 맞대응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강경한 제재조치가 단행될 경우에 러시아 경제가 경기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한 세계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세계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러시아가 서방의 확대된 경제제재에 대해 자국의 주요 수출품인 에너지 및 곡물수출을 중단하는 등 부분적으로 맞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여전히 변수가 남아있다.

현재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슈퍼 사이클은 4차 슈퍼 사이클의 상승에너지가 소진되어 장기 하락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되나, 위의 요소들이 국제 원자재 시장의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자원수급을 결정짓는 세계경기 변동이라는 거시적인 틀 속에서 자원시장을 구성하는 미시적인 요인들에 주목해야 한다.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단기간에 폭락함에 따라 각종 위기설이 실제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고개를 들고 있다. 러시아 제2 모라토리엄 우려, 그리스발 유로존 2.0 위기,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의한 잃어버린 30년 가능성,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제2의 외채위기, 중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설, 한국의 골든 타임 위기설 등이 그것이다.

이런 위기설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것은 위기가 일정한 시간을 두고 반복된다는 ‘주기설’ 때문이다. 이 주기설은 10년마다 반복된다는 10년 주기설인데, 역사적으로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1997년 10월 아시아 외환위기, 2007년 10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10년 주기로 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음 위기는 10년 주기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경고가 오래전에 나왔다.

각종 위기설이 난무함에 따라 다음 위기로 악화될수 있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티핑 포인트’란, 세계경제 상황을 언제든지 바꿔 놓을 수 있는 부정적 의미의 변수를 말한다. 각국이 ‘티핑 포인트’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6년 전 금융위기와는 또 다른 형태의 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상품위기다. 2015년에 예상되는 티핑 포인트 가운데 미국 자산시장에 낀 거품이 붕괴될 우려가 가장 큰 복병이다.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미국 증시로 자금이 몰렸다. 선택할 수 있는 안전자산이 제한됨으로써 국채로의 쏠림현상도 심해졌다. 미국 자산시장에 낀 거품이 꺼진다면 국제 간 자금 흐름을 흐트러뜨릴 가능성이 가장 우려된다.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의도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도 주목된다. 금융위기 이후 엔화 강세는 일본 경제 여건과 관계없이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2012년 12월 아베노믹스에 따른 성과마저 무력화되면서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에 빠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로 존이 붕괴될 수 있다는 사실도 변수로 작용한다. 유로 존의 최후 보루격인 독일 경제가 만약 흔들린다면 근본 원인이 미해결 상태인 유럽재정위기가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회원국 내부에서 분리독립 운동이 확산되는 것도 유로 존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2015년에는 각국이 자국통화 평가절하에 뛰어드는 환율전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이 속한 아시아 지역에서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 어느 때보다 각국 간 협조가 긴요한 상황에서 평가절하와 같은 극단적인 경제이기주의로 나아간다면 세계 경제는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미국 금리인상 시 23개 신흥국 자본유출 추정 결과

국제원자재 가격 ‘슈퍼 사이클’ 사망기간의 지속여부도 변수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진다면 한국과 같은 원유수입 의존도가 큰 국가를 중심으로 세계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디플레이션(성장과 물가 동시 하락)과 디스인플레이션(성장 속 물가 하락) 등 ‘D’ 공포가 확산되는 국면에서는 ‘경제 활력 저하’로 부정적인 측면이 더 우려된다.

내년에 우려되는 ‘티핑 포인트’ 가운데 지금까지 금융위기 시장별 발생 패턴과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때에 차기 위기는 신흥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1983년 이후 발생한 신흥국 위기 15건은 대부분 선진국의 금리인상 기간 전후로 발생했다. 1999년 이후 2012년까지 강세국면을 펼쳐왔던 신흥국 상품시장은 오래전부터 차기 위기 후보지로 주목을 받아왔다.

‘One World·One Market·One Economy’로 상징되는 초연결 시대로 접어든 이후 위기판단기법으로 캐나다 중앙은행이 개발한 금융스트레스지수(FSI ; Financial Stress Index)가 각광을 받고 있다. 종전의 판단지표는 각종 위기를 제한적으로 접근해 금융시스템 전반의 움직임과 위기발생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지수화해 알려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스트레스지수란, ‘금융시장과 정책당국의 불확실한 요인에 따라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피로도’로 정의한다. 금융변수의 기댓값이 변하거나 분산이나 표준편차로 표현되는 리스크가 커질 경우 금융스트레스를 높이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특정국의 피로도가 높게 나오면 해당국에 유입됐던 외국자금이 미국 금리인상 등과 같은 특정 사건을 계기로 이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신흥국별 금융스트레스지수를 산출해 보면, 경상과 재정수지가 건전하고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쌓아 놓고 있는 중국, 대만, 홍콩, 한국 등은 위기 가능성이 적게 나온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이 적고 경상과 재정적자가 심한 러시아, 베네수엘라,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 등은 높게 나온다. 모두 유가 움직임과 밀접한 국가들이다.

2015년 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는 우리 경제 입장에서 각종 위기설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충격이 의외로 커질 수 있다. 당리당략과 이해관계보다는 ‘경제부터 살려야 된다’는 목표와 인식부터 선행돼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6년 전 금융위기 사태처럼 예기치 못하는 상황에서 닥치는 재산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한상춘/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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