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11일 오전(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옌치후 국제회의센터(ICC)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미국의 싸드 한국 배치에 따른 중국의 입장

한중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변수는 미국과 북한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미사일방어(MD) 체계 핵심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싸드) 체계를 한국에 배치하려고 한다. 명분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게 중국 측 입장이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2014년 11월 26일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 초청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국의 싸드 한국 배치 가능성에 대해 “한중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며 명확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려고 하는 싸드 사거리가 2,000㎞로 북한 미사일 방어 목적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중국은 보고 있다. 미국이 싸드를 한국에 배치하려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중국은 내다보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 정지융 푸단대 교수는 북한 미사일 탐지는 현재 미국이 괌에 배치한 싸드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싸드를 한반도에 굳이 배치하려는 것은 중국 내륙까지 탐지·관측하겠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싸드에 포함된 엑스 밴드 레이더의 탐지 반경은 1,500~2,000㎞로 알려져 있지만, 신호 출력에 따라서는 3,000㎞ 이상 장거리 탐지도 가능하다고 중국 측은 보고 있다.

▲ 지난 11월 박근혜 대통령과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특별오찬을 갖기 전 정미숙 한국가구박물관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실제로 추궈훙 대사 발언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14년 5월 28일 “한반도에 미사일 방어(MD) 체계를 배치하는 것은 지역의 안정과 전략적 균형에 이롭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 7월 박근혜 대통령과의 한중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의 싸드 도입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문제는 싸드의 한반도 배치가 실현된다면, 중국도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자기 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면 중국도 최신예 전투기를 북한에 팔거나 사정이 여의치 못하면 북중 국경지대에 대규모 전투기를 배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칫 이렇게 되면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거대한 장기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가 싸드 도입을 추진한다면 남북 간 전쟁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명분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때문에 미국과 중국 무기들이 한반도로 몰릴 경우 더 큰 군사적 긴장을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중관계가 멀어지면 한미일 공조를 기반으로 하는 대북정책도 유지하기 힘들다. 북중관계가 예전으로 돌아가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사실상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현재 대북정책은 한미중일 공조체제로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우리 정부는 싸드 배치에 대해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거나 아니면 중국의 요구를 거부하거나 양자택일의 문제가 가로놓여 있는 셈이다.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한국이 2015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으로 미국을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SIS는 ‘2015년 글로벌 정세전망’ 보고서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2015년 두 사람 관계가 얼마나 더 깊어질 것인지 시험대에 놓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CSIS는 한국은 북한의 위협적 행동을 제어하는데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하는 반면, 중국은 한국이 싸드 도입을 거부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한국과 중국 두 나라가 서로 상대방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것이며, 서로에 대해 불만을 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대북 도발 억제를 위해 싸드의 한반도 배치, 한미 양국 군사훈련 강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은 대북 문제를 넘어 지구촌 분쟁지역 평화유지 활동에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TPP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CSIS는 예상했다.

국내 여론도 추궈훙 대사가 발언한 것처럼 한국이 싸드를 배치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주문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결정한 사안이지 당신들이 왜 간섭을 하느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상황이 전개된다면 한중 양국관계는 상당히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한미동맹의 존재를 이해하면서도 미국의 장난에 한국이 놀아나서는 곤란하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변수도 한중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북중관계는 한국전쟁 당시 중국의 참전으로 혈맹이었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돌아섰다. 1961년 북한과 중국이 맺은 방위조약에는 두 나라 중 어느 한쪽이 제 3국의 침략을 받을 경우 자동적으로 참전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지금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분명하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 한반도의 비핵화이다. 중국이 북핵 문제를 위한 6자회담 재개에 공을 들이는 것도 한반도에 핵무기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현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이 선뜻 핵무기를 없애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물론 1,400㎞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도 걱정거리다.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가 추가 핵실험 등으로 인해 긴장이 높아진다면 큰일이다. 그런 만큼 북한 변수는 한중관계, 북중관계, 미중관계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 北 노동신문 13일자 1면에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오중흡7연대 칭호를 수여받은 조선인민군 해군 제189군부대를 시찰했다며 사진과 함께 보도하고 있다. 이날 시찰은 최룡해, 황병서, 리영길, 오일정, 한광상 등이 동행했다. 또 해군사령관 김명식 해군상장, 려련합부대 정치위원인 박태수 해군소장 등이 맞이했다. (출처 : 노동신문)

김정은 제1서기가 취임 이후 중국을 방문하기는 커녕 시진핑 국가주석과 단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은 북한으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새해 김정은 서기의 방중이 실현되느냐. 그리고 언제쯤 실현되느냐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다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선뜻 김정은 서기의 방중을 받아들일지도 지켜볼 일이다.

한중관계에서의 걸림돌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을 주도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 인프라 투자를 위해 2015년 말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본부를 베이징에 두기로 했다. 중국은 전체 자본금 1,000억 달러 가운데 절반인 500억 달러를 내놓기로 약속했다. 2014년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출범식에는 모두 21개국이 참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선뜻 참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은행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은행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의 대항마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자칫 이 은행을 참가하겠다는 결정이 미국과 일본과는 손잡기를 포기하는 대신 중국과의 손잡기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부담스럽다. 물론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우리가 참가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운을 남기고는 있지만 결정하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2014년 양국 정상이 합의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도 새해 본격 출범을 예고하고 있다. 무역이 중요한 우리로서는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과의 FTA를 맺어 경제영토를 넓힐 수밖에 없다. FTA가 주는 과실이 FTA 출범에 따른 시장 개방보다 이득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미국이 주도해 일본, 호주, 싱가포르를 비롯한 12개국이 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TPP 참가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12개 회원국으로 먼저 출범을 한 뒤 한국은 나중에 참가하라고 우리 측에 통보했다. 우리로서는 중국과 FTA도 하고 미국 주도의 TPP도 가입하려고 했지만 일단은 미국으로부터 완곡한 거절을 당한 상태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둘 다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막상 현안별로 보면 어느 것을 선택할지, 우선순위를 어떻게 결정할지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한중관계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는 변수로는 어업 분쟁, 이어도를 둘러싼 영유권 갈등, 역사문제가 있다. 어업 분쟁은 중국 연해 물고기가 씨가 말라 중국 어선들이 우리 영해를 침범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불거지고 있다. 우리나라 해양경찰의 단속과정에서 중국 선원이 숨지는 우발적인 사고가 터져 양국 국민들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 문제는 서로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도 어업 분쟁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한국이 과잉단속을 한다고 보고 있다. 물론 중국 선원이 흉기를 들고 대항하는 만큼 우리 경찰도 총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인명을 살상하는 불상사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서로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어도는 수중 암초인 만큼 엄밀하게 말하면 영유권 분쟁은 아니다. 다만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은 만큼 이번 기회에 해양 경계를 결정하는 회담을 서둘러 진행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도 있다. 서해의 경우 두 나라가 주장하는 200 해리 배타경제수역이 겹치는 만큼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한다.

역사 문제는 두 나라 학계가 해법을 찾는 게 좋다. 고구려가 중국의 고대 지방정권이냐는 문제를 둘러싼 이른바 동북공정 논란은 중국이 현재 자신들의 영토는 모두 과거 자신들의 국가라고 인정하는 독특한 역사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북공정 논란은 두 나라가 학계 공동연구로 결론을 내자고 합의를 한 바 있다. 역사 문제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어서 자칫하면 온라인에서 네티즌들이 민족주의 감정에 휩싸여 양국관계를 해칠 수 있다. 양국 정부, 언론, 네티즌 할 것 없이 자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보나 역사적으로 보나 영원히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과의 친밀한 관계에 미뤄볼 때, 새해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방위로 협력관계가 가속화할 것으로 본다. 다만 사소한 마찰이나 갈등은 가능한 한 미리 대비를 하는 게 중요하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서야 되겠는가.

홍인표 경향신문 편집부국장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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