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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설정하다2014년 경제정책의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고, 새해 경제 전망을 제시할 때…
홍인표 경향신문 편집부국장 | 승인 2015.01.05 11:41|(178호)

   
▲ 12월 2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연석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5년 경제정책-2014년 경제 상황 평가

2014년 한 해 우리나라 경제는 한마디로 저성장,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정부는 2014년 경제성장률을 3.4%로 예상하고 있다. 당초 예상치보다 0.3%p 내렸다. 2014년 경제 성적표가 신통찮은 것은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가 결정적이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3개년 계획을 내놓은 지 불과 2개월도 되지 못해 초대형 악재를 만난 셈이다.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 심리는 이후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2로서 11월보다 1p 내렸다. 이것은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심리가 위축된 2014년 5월(105)는 물론 2013년 9월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기준인 100보다 크면 과거 평균보다 낙관적이고 이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이번 조사결과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민간 소비
가 부진하면서 서비스 산업 타격이 컸다. 새로 문을연 음식점의 생존율이 개업 1년 뒤 55%, 3년 뒤 27%, 5년 뒤에는 17%에 불과했다는 통계 결과가나왔다. 식당 10곳이 문을 열면 5년 뒤에는 2곳도채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연석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들으며 물을 마시고 있다.

 

경제 성장을 이끄는 3대축(소비, 투자, 수출)의 하나인 투자는 기업들이 경영환경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사내유보금만 쌓일 뿐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투자 촉진을 위해 새해 기업들의 사내유보금 80%에 대해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수출은 외부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그나마 선방했다. 무역 1조 달러로 예년보다 일찍 달성했다. 2014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당초 전망했던 1.8%에서 1.3%로 내려갈 전망이다. 이처럼 물가가 내려가면 디플레이션(장기불황에서 물가가 내려가는 현상)을 맞을 위험이 높아진다. 마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우리도 디플레이션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경제가 활력을 잃고 힘이 빠진 상태에서 무력하게 지내야 한다.

 

   
▲ 지난 12월 2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87차 노사정위원회 본위원회 및 조인식에서 김대환(앞줄 오른쪽 세 번째) 노사정 위원장이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을담은 기본합의안에 서명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걱정거리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4년 7월 취임하면서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가계소득을 늘리는 것을 2014년 하반기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이른바 ‘최경환 노믹스’로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는 2014년 8월과 10월 기준금리를 2.50%에서 2.25%, 다시 2.0%로 각각 내렸다. 경기부양을 위해 사상 최저수준으로 금리를 내린 것이
다. 정부는 2014년 8월 1일부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풀어 대출한도를 종전 60%에서 70%로 올렸다. 하지만 반짝이던 부동산 경기는 이른바 부동산 3법(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건축 조합원 1가구 분양 제한 폐지)이 제때 국회를 통과하지 않는 바람에 급작스럽게 식었다. 물론 2014년 연말부동산 3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제는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오히려 서울 강남권 재건축이 가장 활발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재건축 이주 수요가 맞물려전셋값을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 지난 10월 중국 북경 조어대에서 열린 ‘2014 APEC 재무장관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세계 경제의 저성장을 구조개혁과 수요진작을 통해탈출해야 한다며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5년 경제정책-경제혁신 3개년 계획

이런 상황에서 경제 3개년 계획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12월 22일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장관연석회의를 주재하면서“2015년에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 못 시키면이 수많은 회의와 고민과 노력이 다 헛수고가 될 수 있다”면서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추진을 위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물은 100℃에서 끓는데 어떤 사람은 99℃까지 노력을 해놓고 마지막 1℃를 채우지 못해서 실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가 하다하다 힘들어서 팽개치고 꼬이고 꼬여서 내버려둔 과제들이 눈앞에 쌓였는데, 특히 공무원연금개혁,
공공개혁, 중앙·지방 재정관계 등 현재 우리 앞에 쌓여있는 것들을 해결하는 것이 이 시대 우리의 사명이자 운명이고 팔자”라고 강조했다.

2015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추진에 승부수를 던졌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최우선 과제로 노동시장 개혁을 꼽았다. 새해가 우리 경제가 새로운 도약의 길로 나아갈지, 아니면 이대로 주저앉을지를 결정짓는 분기점이라는 설명이다. 새해가 우리 제 구조를 개혁할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은 새해가 대통령 임기 동안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유일한 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추진에 총력을 다해야하겠다고 박 대통령은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같은 날 정부가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은 한마디로 이른바 최경환 이코노믹스의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공격적이고 과감한 경기부양 기조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구조개혁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무게중심 축을 옮긴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찾을 수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2014년 7월 경제팀을 맡은 이후 경제정책 방향은 내수활성화, 민생안정, 경제혁신의 순서로 진행했다. 하지만 5개월 만에 내놓은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인 구조개혁을 1순위로 전진배치했다. 내수활성화와 민생안정은 경제 활력 제고와 리스크 관리 3종 세트에 집어넣었다. 정책방향의 패턴인 단기, 중기, 장기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하지만 구조개혁의 내용을 뜯어보면 공공 부문과 금융, 노동, 교육 등 4대 분야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개혁보다는 단기 개혁에 치중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2015년까지 2년 동안 41조 원의 나랏돈을 넣겠다고 하고 이 중 75%를 차지하는 31조 원을 2014년 하반기에 쏟아 부었지만 경기회복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거시경제 전망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2014년 7월과 비교하면 정부는 2014년 성장률을 3.7%에서 3.4%로 0.3%p 낮췄다. 새해 2015년은 3.8%로 0.2%p 낮췄다. 정부 전망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10년(6.5%) 이후 2011년(3.7%), 2012년(2.3%), 2013년(3.0%), 올해(3.4% 전망), 내년(3.8% 전망) 등 5년 연속 잠재성장률(4%)을 밑돌게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새해 3.5%을 전망하면서 세계 경제가 예상(3.8%)과 달리 2014년처럼 3.3% 성장에 머무르면 3% 초반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수부족 사태 재연도 우려된다. 정부가 올 3분기까지 걷어 들인 국세수입은 152조 6,000억 원이다. 이는 연간 예상치의 70.5%에 불과하고 지난해와 비교하면 5%p 낮다. 2014년 세수부족은 2013년(8조 5,000억 원) 수준을 넘어 12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사상 최대 규모다. 정부가 2015년 세수 예상치(221조 5,000억 원)를 2014년보다 2.3% 늘려 잡았다. 하지만 기대 이상 경기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성장률 하향 조정에 따라 세수부족 사태는 재연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2015년에는 2014년 세수부족분까지 메우려면 32조 원 이상을 거둬야 한다. 그러면 성장률 6%를 기록해야 하는데, 이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대규모 국채 발행을 해서 빚을 내야 할 판이다.

   
▲ 한국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현금을 방출하고 있다.

정부의 구조개혁 핵심은 규제개혁이다. 공공 부문과 금융, 노동, 교육 등 4대 분야 구조개혁의 핵심수단은 규제강화와 규제완화, 경쟁체제 도입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규제강화로는 재정지출의 원점 재검토와 교육교부금 산정기준 개선, 고액체납자 명단공개 확대, 보조금총량제 도입, 공공기관 유사중복 기능 통폐합이 대표적이다. 규제완화에서는 재정지원의 한계를 보완하는 민간투자를 확대하고 이른바 돈맥경화를 해소하기 위한 금융개혁이 진행된다. 노동개혁에서는 외국 인력과 우수 전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비자제도 개선과 이민정책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교육개혁의 핵심인 9월 신학기제도 도입은 이전 정부에서 매번 논의됐다가 번번이 무산된 바 있
어 박근혜 정부 내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 구조개혁을 뒷받침하는 경제 활력 제고에서는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를 본격화하고 배당주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 민간 주택임대산업을 유망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 눈에 띈다. 리스크 관리 3종 세트에서는 기존 대출을 장기 고정 금리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는 가계부채 구조개선 대책과 기업이 신사업 분야 진출을 위해 사업재편 시 절차특례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사업재편지원특별법 제정, 외환건전성부담금의 부과대상을 여신전문회사로 확대하는 방안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사업재편특별법은 기업의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에 따라 대량해고 가능성도 있어 정부는 이에 대한 보완책도 함께 마련키로 했다.

정부가 주도한 노동개혁은 노사정 대타협으로 원점복귀했다. 구조개혁 핵심인 노동개혁은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했다. 최 부총리는 취임 초기부터 최근까지 정규직 과보호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정부도 비정규직 대책과 함께 정규직의 일반 해고 요건 완화와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확산 등 정규직 과보호 완화대책을 준비했다. 정부는 노동계의 반발과 김대환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의 반대로 노사정위의 논의결과를 지켜본 뒤 이번 정책방향에 포함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하지만 노사정위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편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기본 합의가 미뤄지면서 노동개혁의 세부과제가 빠졌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인위적 독점구조, 의사·변호사 등 각종 자격제도, 공기업의 비효율성, 일부 노조의 세습고용, 공무원 연금제와 같은 이기적인 행태를 개혁해야 우리 경제의 창의·혁신을 유도할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15년 경제정책 평가와 전망

2015년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큰 방향은 비교적 잘 잡았지만 구체인 액션 플랜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내리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는 입장이라면 과감하고 혁신적인 대책을 내세워야 하지만,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구조적인 체질개선을 오랜 기간 꾸준하게 추진하려들기보다는 경제 활력을 부채질하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허약한 체질을 바꾸려면 구조개혁이 불가피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기는 현실적으로 갈 길이 멀다. 저성장·저물가 영향으로 우리 경제의 체력이 허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개혁 추진은 자칫 국민들에게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마음만 급해 경기부양과 구조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구조개혁의 고통이 적으려면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야 하지만 어떻게 경기를 살려야 할지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구조개혁이 무리하다는 판단이 들면 해당 이익단체나 국민들의 반발이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어두운 표정으로 무언가를 응시하는 시민들의 모습.

현정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한국 경제가 일본 같은 장기 침체를 겪지 않으려면 경제구조 개혁이 가장 중요하며,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경제적 지대 추구행위를 타파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지대 추구행위는 인위적으로 라이센스나 자격요건을 소수로 제한해 이들만이 자신이 생산한 가치보다 많은 보수를 얻어가는 행태를 말한다. 이런 행위를 없애는 것의 관건은 각종 진입 장벽 제거와 행정규제 철폐에 달렸다는 설명이다. 2015년 경제혁신 3개년 개혁의 성패는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을 어떻게 설득하면서 개혁으로 유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홍인표 경향신문 편집부국장  016266124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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