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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인사의 배경과 향후 전망주목되는 ‘김종덕號’, 문체부의 앞날
김태훈 세계일보 문화부 기자 | 승인 2014.11.03 17:46|(176호)
“속된 말로 표현하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청와대한테 제대로 ‘찍힌’ 듯하다. 문체부 직원들, 요즈음 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최근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인사가 내뱉은 말이다. 지난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냈고 현 정부 들어서도 문화계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이 인사는 “문체부를 보는 청와대 시선이 곱지 않은 것 같다”고 단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문화 융성’을 국정의 핵심 기조로 선포하고, 문체부 창설 이후 처음으로 전직 문체부 관료 중에서 장관이 배출되는 등 현 정부 초기 문체부 관료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로부터 약 1년 9개월이 지난 지금 문체부에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 유진룡 전 장관에 이어 임명된 김종덕 문체부 장관(가운데)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등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1급 간부 전원의 사표 제출, 왜?
 
10월 초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이 동시에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자 문체부를 비롯한 관가는 충격에 휩싸였다. 간부들이 사의를 밝힌 공식적인 명분은 “김종덕 신임 문체부 장관이 인사 단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기자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문체부 대변인실도 “(새 장관이 단행할) 인사 폭을 넓히고, 인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1급 간부들이) 저마다 자발적 결단을 내린 것”이란 설명을 내놓았다.
 
1급은 흔히 ‘직업공무원의 꽃’으로 불린다. 중앙정부 부처에서 1급은 보통 ‘실장’으로 불리는 직위를 맡는다. 주로 2급이 임명되는 ‘국장’보다 한 단계 높은 자리다. 장관, 차관 바로 아래가 1급이니 굉장히 높은 직급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높은 대신 신분보장이 안 된다. 절대다수의 공무원은 법률에 의해 신분이 보장되지만 유독 1급 공무원만 예외다. 인사권자로부터 사표 제출을 요구받으면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상당수 부처는 정권이나 장관이 바뀌면 ‘물갈이’ 차원에서 1급 간부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게 관행처럼 자리 잡은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문체부의 경우 정부 부처 가운데 드물게 지금껏 이런 관행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숱한 장관 교체가 있었으나 문체부 1급 간부들이 “인사권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은 단 한번도 전해지지 않았다. 올해 초 국무총리실 소속 1급 직원 전원이 사표를 내면서 관가가 온통 ‘물갈이’ 파문에 휩싸였을 때도 문체부는 ‘미동’조차 감지되지 않았다. 그래선지 문체부 안팎에선 이번 1급 간부들의 동반 사의 표명을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사의를 밝힌 6명 가운데 절반인 3명의 사표가 수리됐다. 최규학(53, 행정고시 27회) 전 기획조정실장, 김용삼(57, 7급 공채) 전 종무실장, 신용언(57, 행정고시 29회) 전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이 그들이다. 이들은 명예퇴직 형식으로 30년 가까이 근무한 일터를 쓸쓸히 떠나야 했다.
 
   
▲ 지난 7월17일 청와대로부터 ‘면직’을 통보받은 전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후 최규학 전 기획조정실장 등 1급간부 3명이 사의를 표하면서 업무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경제부처 출신을 1급 요직에 임명
 
문체부는 곧바로 후속 인사를 단행했다. 부처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조정실장에는 송수근(53, 행정고시 31회) 전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기용됐다. 송 실장은 문체부에 앞서 내무부, 공보처 등을 거쳤고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도 근무했다. 2013년 12월 문체부 콘텐츠정책관에서 새누리당으로 옮겼다가 약 10개월 만에 ‘친정’에 금의환향했다.
 
K-팝과 드라마를 비롯한 한류 콘텐츠 확산을 진두지휘할 문화콘텐츠산업실장 자리는 뜻밖에도 외부 인사인 윤태용(55, 행정고시 28회) 전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한테 돌아갔다. 윤 실장은 기재부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치고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정통 경제관료로,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국제통상 분야에 정통하다는 평이다. 그동안 경제관료가 정무직인 문체부 장차관에 기용된 적은 있어도 문체부 실국장급을 꿰차고 들어간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 이 또한 문체부를 비롯한 관가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여당 전문위원과 타 부처 출신이 문체부 고위직을 차지한 이번 1급 인사를 놓고서 많은 이들이 “문체부에 짙게 드리워진 유진룡 전 장관의 색채를 벗겨내기 위한 것”이란 관전평을 내놓았다. 앞서 명예퇴직 형식으로 물러난 1급 간부 3명도 유 전 장관의 핵심 측근이었던 점이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이란 관측이 나돌았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대체 유 전 장관의 어떤 점이 청와대를 그토록 불편하게 만든 것일까.
 
   
▲ 지난 7월17일 청와대로부터 ‘면직’을 통보받은 전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후 최규학 전 기획조정실장 등 1급간부 3명이 사의를 표하면서 업무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인사 목표는 ‘유진룡 색채’ 지우기?
 
지난 7월 17일 박 대통령이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과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에게 ‘면직’을 통보했다. 둘 다 개각 대상에 포함돼 물러나는 게 기정사실로 굳어진 만큼 면직 자체야 이상할 게 없다. 문제는 교육부의 경우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가 차기 장관으로 이미 내정된 상태였지만, 문체부는 후임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성근 전 아리랑TV 사장이 후임 문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다가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낙마한 직후였다. 일반적으로 사정이 이러면 차기 장관을 내정할 때까지는 조직 안정을 위해 장관을 좀 더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면직’이란 카드를 꺼내들어 유 전 장관을 내쳤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와 문체부의 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둘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던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6월 물러나고 한 달 뒤 유 전 장관도 경질 수순을 밟았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유 전 장관이 박 대통령에게 날선 직언을 서슴지 않은 점,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인사에서 청와대와 문체부가 마찰을 빚은 점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청와대는 유 전 장관을 보필한 문체부 간부들이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에 빠져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여기는 듯했다.
 
사실 유 전 장관을 놓고선 평가가 엇갈린다. 청와대에 맞서 할 말은 한 ‘소신 있는 공무원’이란 칭찬이 있는가 하면, ‘고위 공직자로서 정무 감각이 너무도 부족하다’라는 혹평도 없지 않다. 문체부 관료 출신으로 처음 장관 자리에 올라 직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정작 재임 기간 중 이렇다 할 성과를 남긴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유 전 장관이 한 게 뭐가 있나. 장관으로 있는 동안 일은 안 하고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 챙겨준 게 전부”라며 “결국 유 전 장관 때문에 애꿎은 1급 간부 3명도 덩달아 옷을 벗은 셈”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른 관계자도 “소신이 뚜렷한 분이란 점은 인정하나, 고위 공직자로서 과연 올바르게 처신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 전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월 13일 서울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추궈홍 주한중국대사와 회담을 가졌다. 유진룡 전 장관이 추궈홍 중국대사에게 뽀로로 인형을 선물로 주고 있다.
주목되는 ‘김종덕號’, 문체부의 앞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급 인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문체부는 이제 김종덕 장관의 ‘친정’ 체제로 굳혀가는 모습이다. 대학교수에서 장관으로 옮겨 행정 경험이 부족한 만큼 관가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김 장관은 빠르게 조직을 장악해 가고 있다.
 
문체부 직원들에 따르면, 김 장관은 사석에서 잘 웃지 않고, 직원들끼리 하는 농담에 끼어드는 법도 거의 없다고 한다. 반면 실국장들이 보고를 허술하게 하거나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곧바로 ‘불호령’이 떨어진다는 소문이다. 한 간부는 “학자 출신이라 그런지 굉장히 꼼꼼하고 섬세하다”며 “온화한 외모와 치밀한 성격이 결합한 외유내강의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 10월 25일 열린 서울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2014 한복의 날 기념행사에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복을 입고 참석했다.
김 장관의 부임 후 첫 작품은 문체부 조직개편이다. 기존의 문화정책국·예술국·문화기반국을 한데 묶은 ‘문화예술정책실’과 관광국·체육국을 통합한 ‘관광체육레저정책실’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디어정책국은 문화콘텐츠산업실에 귀속시킴에 따라 문체부는 4실6국 체제에서 6실 체제로 완전히 탈바꿈을 했다.
 
이로써 1차관은 문화와 예술, 2차관은 관광과 체육을 각각 전담하게 돼 두 차관의 업무량이 거의 비슷해졌다. 그동안 문체부는 1차관에 비해 2차관의 권한이나 책임이 너무 작아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복수차관제 도입 취지와 달리 1차관은 사실상 장관 바로 아래의 ‘2인자’ 역할을 하고, 2차관은 체육 분야만 관할하는 ‘체육차관’처럼 취급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조직개편이 화제가 되자 김 장관은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김 장관이 바로잡아야 할 분야는 문체부 조직만이 아니다. 문체부가 유 전 장관 시절을 거치며 잃은 청와대의 신임을 되찾아 이를 발판으로 ‘문화 융성’의 실현을 위해 힘차게 밀어붙여야 한다. 미대 교수에서 문화행정가로 변신한 김 장관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2014 장애인 아시안게임의 폐회식. 이번 대회는 장애인 체육이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된 이후 국내에서 처음 개최되는 장애인종합국제대회다.

김태훈 세계일보 문화부 기자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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