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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에볼라 바이러스 대책 세워 있나‘에볼라 바이러스’, 21세기판 ‘흑사병’ 될까?
조성기 기자 | 승인 2014.11.03 16:18|(176호)
지구촌 전체가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른바 ‘21세기판 흑사병’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는 에볼라가 최초 발병지역인 서아프리카는 물론 미국 내로 감염이 확산되면서 지구촌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11월 7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ITU(국제전기통신연합) 전권회의를 계기로 에볼라 발병국 인근 국가 사람들이 입국하면서 우리나라도 에볼라 감염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돼 제대로 된 에볼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엄청난 파급력으로 공포감 확산
 
“에볼라 바이러스가 국제적인 연대와 세계경제에 가하는 위협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우리는 에볼라와의 싸움에서 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단체장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외친 말이다. 서아프리카 지역을 휩쓴 에볼라가 미국 본토까지 상륙하는 등 조기 차단에 실패한 사실을 질타하는 언급이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자체보고서에서 “허술한 국경과 붕괴된 보건시스템을 가진 지역에서는 전통적인 전염병 억지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문가들이 깨달았어야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세기 최대 인류의 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을, 세계은행 김용 총재가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일부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달 14일 현재 서아프리카 5개국과 미국, 스페인 등에서 감염자 9,200여 명, 사망자 4,550여 명의 피해를 내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1976년 최초로 알려진 질병 매개체로 사람과 유인원을 병원 숙주로 하는데, 감염 시 전신에 출혈을 동반하는, 치사율 높은 급성 열성 전염병이다.
 
현재 치료법이나 백신이 개발돼 있지 못해 발병하면 확산되지 못하도록 격리하고 증상이 호전될 수 있도록 임시로 조치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에볼라는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최대 21일의 잠복기를 갖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기간 감염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에볼라 증상을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서 감염되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귀띔이다. 건강한 사람과 악수를 하는 행동으로는 에볼라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작 에볼라 사태가 무서운 이유는 엄청난 파급력에 있다. 90%가 넘는 치사율과 엄청나게 빠른 확산 메커니즘은 에볼라 바이러스가 21세기판 ‘흑사병’으로 간주되고 있는 이유다.
 
단 1명의 환자만으로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내 수백 명, 심지어 수천 명이 감염될 수도 있다. 지난 9월 20일 미국에 입국한 라이베리아 출신 에볼라 환자는 확진 판정 8일 만에 사망했고 불과 입국 18일 만에 1,100여 명의 미국인들이 그로 인해 에볼라 감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받아야 했다.
 
   
▲ 10월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에볼라 관련 의사-간호협회 기자회견에서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이 보호장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발병국가 의료진 파견, 현명한 일일까?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에볼라 감염이 국내에 확산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부산에서 개최된 ITU전권회의에 에볼라 발병국인 기니와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대표는 입국을 허락지 않았다.
 
또한 공항 및 항만 검역소에서 고열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정부는 각 지역 관할 보건소를 통해 에볼라 발생 국가에서 입국하는 여행객을 파악해 21일간 추적조사를 벌이고 있다. 추적조사 기간 고열 증상을 보이면 즉시 격리 조치해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며 국제행사 기간에는 이동식 검사 차량을 현장에 배치하고 에볼라 관련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감염자 발생 시 신속 조치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에볼라 바이러스는 어떤 경로로 감염이 될까? 대부분 전문가들은 에볼라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하지만 잘못된 정보로 과도한 불안감을 유포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침이나 혈액, 구토물, 땀 등의 체액을 직접 접촉했을 때 감염된다. 모기 등 벌레나 음식물, 간접 접촉으로는 감염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극도의 공포를 주는 이유는 공기 중 감염이 가능하다는 일부 주장 때문이다.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료진의 경우 환자의 재채기나 체액이 비산될 때 감염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편 우리 정부는 에볼라 유행지역인 서아프리카지역에 국내 의료진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는데,이 결정이 논란이 되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이유에서다. 파견의료진들은 약 6주 동안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 및 교육을 하고 임무 종료 후 21일간 격리기간을 거쳐 약 9주 동안 활동하게 된다. 인도적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러나 일각에서는 의료인력 파견 자체를 극력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파견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금번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에서 의료진의 사망률이 50%를 넘는 등 위험요소가 크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서아프리카지역 의료진 감염 사례 416건 가운데 사망자가 233명에 달했다.
 
   
▲ 주요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지역 중 하나인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케네마. 케네마 국립의료원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를 치료하기 위해 헌신해온 셰이크 우마르 칸도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
신뢰성 있는 대책 마련 절실하다
 
의료진이라고 해도 감염확률이 높고 사망률 또한 높은 수치이기 때문에 의료진 파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에볼라 환자 치료 시 갖춰야 할 보호복과 장비가 충분하지 못하고 이를 교육할 국내 의료진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현실에 의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유다. 파견될 의료진의 안전 보장을 위해서는 사전 훈련이 매우 중요한데, 이에 대한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도 이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또 국내에서 에볼라 환자 발생에 대비한 대책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에볼라 환자가 국내에서 발생하면 치료를 담당할 국가지정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내 감염내과 간호사 4명이 사표를 냈는데, 이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적확히 알고 있어 감염에 대한 불안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에볼라 사태를 비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전 세계인들이 힘을 합해 에볼라 퇴치를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고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매뉴얼을 구축하기 때문이다. WHO가 에볼라 사태의 피해국인 나이지리아에 대해 에볼라 발병 종료를 선언한 사실만 봐도 그렇다.
 
나이지리아는 에볼라 발생 3개월 만에 더 이상 새로운 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민에게 에볼라 발생 사실을 알리고 증상이 있는 사람을 신속히 격리하고 이들과 접촉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추적 관리했기 때문이다.
 
인구에 비해 희생자도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이는 정부가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했고 국민들은 이를 믿고 그대로 따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에볼라 발생 사실조차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다른 아프리카 나라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중이다.
 
   
▲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인천국제공항 검역소에서 여행객들이 열감지기를 통과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만약 에볼라 발병 환자가 생길 경우 이러한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에볼라에 대한 공포심의 배경에 정부 정책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불신이 깔려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을 국민이 안심하고 믿을 수 있어야 에볼라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래야 정부의 지침에 따라 행동하고,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2차 감염도 막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성기 기자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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