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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의 빛과 그림자가까워진 만큼 걱정도 늘었다
·홍인표 경향신문 편집부국장 | 승인 2014.11.03 15:29|(176호)
지금 제주도는 중국인 관광객이 먹여 살린다고 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제주도 외에도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이 크게 늘면서 내수 관광산업을 크게 성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제조산업이 발전하면서 스마트폰, 정유 등 한국의 주력 사업이 타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안보를 입장에서도 서로 북한을 사이에 둔만큼 좋은 관계를 가져가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맹국인 미국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중국을 예의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눈치가 보인다. 한국이 중국과 어떻게 관계를 이어나갈 것인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 글을 중국 공산당 탄생지라고 부르는 징강산(井崗山)에서 쓰고 있다. 이곳은 남부 후난성 창사에서 추수폭동을 일으켰던 마오쩌둥(毛澤東)과 장시성 난창에서 폭동을 주도했던 주더(朱德)가 각각 실패한 뒤 패잔병을 이끌고 한데 모여 국민당 군대와 싸운 곳이다. 지난해 6백만 명이 찾은 이곳 혁명 유적지를 가면 안내판마다 중국어, 영어, 한국어 안내문이 적혀 있다.
 
징강산시 관계자는 지난해 징강산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이 200명에 불과했지만 앞으로 많이 찾아오기를 기대하면서 한국어 안내판을 세웠다고 밝혔다. 징강산만 그런 게 아니다. 중국 관광 명소는 어디든 한국어 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어 안내판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특이하다.
 
한국과 중국 두 나라는 수교 22년을 맞아 활발한 민간 교류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은 하루 평균 15,000명꼴로 중국을 찾고 있다. 반면 요우커라는 이름의 중국 관광객은 하루 평균 16,000명꼴로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 올해는 6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요우커는 해마다 7조 원 규모로 소비를 하면서 내수부진에 빠진 우리나라 경제를 되살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과 국빈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에 참석해 인사들의 축사를 경청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지불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사용하라고 중국 관광객들에게 알리는 광고판이 여러 개 붙어 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부근 사직공원 맞은편에는 한식 뷔페식당을 찾는 관광버스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명동 거리는 중국인들이 차지한 지 오래다. 세월호 참사와 소비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유통업계는 요우커가 떠나면 한국 내수시장은 죽는다며 요우커를 반기고 있다.
 
요우커는 우리나라 명승고적을 본다기보다는 쇼핑 관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에 관광을 오는 목적을 조사한 결과, 쇼핑이 전체 80%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 화장품이나 인삼제품을 비롯해 세계적인 명품을 우리 면세점으로 사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관광상품을 서둘러 개발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관광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요우커를 대상으로 한 다시 가고 싶은 나라 조사에서 우리나라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더욱이 올해 9월 중국 최남단 섬 하이난다오에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심 면세점이 문을 열었다.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큰 롯데면세점 본점 4배 이상 크기다. 해외로 나가서 물건을 사는 중국인들을 중국 국내에서 흡수하겠다는 의도다.
 
차이나 머니로 대표할 수 있는 중국의 투자 행렬도 대단하다. 제주도는 바다를 구경하기 힘든 중국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중국 자본이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그동안 중국 자본은 제주도 땅을 6천억 원(공시지가 기준) 가까이 사들였다. 외국인들이 제주도에 갖고 있는 땅의 절반 가까이를 중국인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요즈음 제주도 어디를 가나 중국어 간판을 단 공사 현장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 자본이 세우고 있는 콘도, 리조트 건물 공사들이다. 2006년 이후 제주도에 중국인이 투자한 것은 12개, 3조 5,000억 원에 이른다. 이처럼 중국인들의 제주도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제주도에 갈 때 한 달 동안은 한국 입국 비자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 일정 부분 작용했다. 더욱이 5억 원 이상 제주도에 땅을 사면 영주권을 준다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부동산 투자 이민제정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국의 돈 많은 부자들이 불안정한 국내 사정이나 자녀 교육 문제를 감안해 해외에 거처를 두고 싶어 하는 만큼 투자이민제도는 가뭄의 단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05년 시행 이후 올해 8월 말 현재 중국인들은 모두 1,438건, 9,597억 원 투자를 했다. 올 연말이면 중국인들의 제주도 보유 부동산 규모가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투자 이민제 시행 이후 중국인 투자가 크게 늘어나는 효과는 있지만 후유증도 만만찮다. 그들이 숙박시설이나 카지노를 지을 경우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현재 제주도는 부동산 투자 이민제의 득실을 따지면서 계속 시행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제주도만 중국 자본이 몰리는 것은 아니다. 화교를 비롯한 중국 자본은 최근 요우커 관광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서울 홍대 앞이나 연희동, 연남동에 땅을 사들여 소규모 면세점을 세우거나 짓고 있다. 서울 홍대 부근만 해도 불과 몇 달 사이 중국어 간판의 식당과 면세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주인은 대부분 중국인이다. 관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리다 보니 땅이나 건물을 사서 투자나 직접 경영을 하려는 중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요우커가 계속 몰려든다고 해도 이들이 중국 자본의 콘도를 이용하고 중국 자본이 만든 면세점에서 물건을 살 경우, 우리에게는 별다른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주기 어렵다.
 
   
▲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안내문구가 설치돼 있다.
중국의 경제 환경이 급변하면서 우리 경제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올해 3·4분기 우리나라 실질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은 0.9%에 그쳤다. 네 분기 연속 0%대 성장을 이어갔다. 민간소비가 2분기보다 1.1% 증가하는 등 내수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중국 수출 둔화로 수출이 5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 성장률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중국에 대한 수출이 줄고 있는 것은 일단 중국 경제 성장세가 주춤해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실제로 중국은 3분기 성장률이 7.3%에 그쳤다.
 
하지만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우리가 중국에 수출한 것은 주로 중간재였다. 중국에서 가공을 한 다음 제3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노동집약적 산업을 하기에는 중국의 임금이 너무나 치솟아 단순 가공을 하는 경우는 중국을 상당수 떠나 베트남이나 다른 동남아 국가로 옮겨간 상태다. 그런 만큼 중국의 내수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것이 해법이기는 하지만,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자동차가 성공을 했을 뿐 생각보다 내수시장 공략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제품들이 무한경쟁을 벌이는 중국 내수시장을 파고드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중국 제조업체들의 약진도 걱정이다. 중국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샤오미’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의 애플이라는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 중국 내수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쳤다. 스마트폰 성능은 삼성전자보다 뒤지지만 가격이 절반에 불과하고 온라인 판매를 통해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제조업은 아니지만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해 시가총액이 구글에 이어 세계 제2위를 차지할 정도로 빼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는 주력제품인 스마트폰, 고급 제품은 애플의 아이폰, 중저가 제품은 중국에게 밀리는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 밀접한 경제관계에 못지않게 한국과 중국, 두 나라 외교관계는 순풍에 돛을 단듯이 갈수록 밀접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이다. 이것은 박대통령과 시주석의 5번째 만남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2012년 취임 이후 단 한번도 시진핑 주석을 만나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한중관계가 밀접해졌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이처럼 한중관계가 밀접한 것은 일본 아베 정권이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인하면서 과거사 문제에 관한한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에 관해서도 두 나라는 북한이 핵개발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우리 정부의 대중외교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가장 큰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를 예로 들어보자. 사드는 지상에서 발사해 고도 40~150㎞에서 적의 미사일을 타격하는 방어체계다. 함정에 배치해 고고도에서 적의 미사일을 타격하는 SM3와 함께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MD)체계를 구성하는 핵심이다. 미국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과 공식 협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중국 광객들이 짐을 들고 환전소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내심 중국 포위 전략의 하나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는 것에 대해 엄중경고를 보내고 있다. 사드가 바로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포석이라는 판단에서다. 결국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을 설득해 사드 배치를 하지 못하게 막거나 아니면 중국을 설득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해도 무방하다는 양해를 얻어야 한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 문제도 우리로서는 고민거리다. 자본금 500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은 10월 24일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하지만 한국은 일단 참가를 하지 않았다. 미국은 한국이 참가하지 않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에 맞선다는 의도를 담고 출범했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동남아를 순방하면서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들의 사회기반시설 자금을 지원하자는 목적에서 설립을 제안한 바 있다. 중국은 나름 경제력을 갖춘 한국이 참가하면 은행 운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 부총리는 당장 참가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불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여운을 남겼다. 중국과 미국, 어느 쪽과 손을 잡을지 우리 정부는 고민하고 있다. 한중관계는 가까와진 만큼 우려와 걱정거리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홍인표 경향신문 편집부국장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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