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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는 많았지만 실속 없는 부실 투성6일 만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던 급행 국감
남혁우 기자 | 승인 2014.11.03 15:14|(176호)
올해 국정감사는 10월 7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됐다.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국회 파행 사태로 인해 9월 30일 국감 일정이 정해졌기 때문에 국감까지 준비기간은 겨우 일주일이었다. 이 기간 동안 여아 국회의원과 피감기관은 자료를 마련하고 증인을 요청하고 하는 등 모든 국감 준비를 마쳐야 했다.
 
부족한 기간으로 인해 국감 준비는 모두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3주간에 걸친 국정감사는 새롭다기 보다는 기존에 알고 있던 이슈를 재확인하는 것에 그쳤다. 주요 현안이나 거대 비리 등 큰 이슈를 캐기 어렵다고 생각한 것인지 다수의 국회의원은 치약이나 거대쥐 등 최근 화재가 되고 있는 소소한 이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 세월호 침몰 사건은 이번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였다. 하지만 준비 부족과 여야간의 당쟁 등의 이유로 인해 별다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사실 확인에서 그친 세월호 사건
 
국정감사 초반 최대 쟁점은 세월호 침몰 사건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적 이슈인 만큼 안전행정위원회뿐만 아니라 국무조정실, 산업은행, 광주지검 등 다양한 상임위에서 다뤘다. 하지만 매번 국감마다 이렇다 할 방안이 나온 것이 아니라 여야의 입장을 확인하거나 기존에 확인한 사실을 다시 알아보는 수준이었다. 국정감사가 처음 열린 지난 7일 안전행정부 국감에서는 사고 당시 정부의 대응과 후속 조치의 적절성 등에 대한 질의만 집중됐다.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은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39개 부·처·청이 자체 안전 점검을 한 결과, 세월호 사고 이후 주요 시설물 24만여 곳에서 총 4만4천여 건의 지적 사항이 나왔다”며 세월호 이후에도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20일 열린 광주 검찰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세월호에 대한 청와대의 책임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세월호 구조 과정의 위법성 수사는 배가 침몰하는 2시간 동안 국민이 바다에 빠져 희생될 때 정부는 왜 아무것도 못했느냐에 집중해야 한다.
 
즉, 세월호 사건의 핵심 의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처를 청와대가 대처를 하지 않은 점, 해군이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물러간 점 등이다. 하지만 광주지검은 목포해경 123정장과 해경 차장과 언단과의 유착관계만 밝히고 끝났다”고 청와대의 책임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은 “이번 사건은 해경에 책임이 있다. 청와대에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21일에는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기업은행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세월호 관련 대출 부실이 다뤄졌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산업은행이 2012년 10월 청해진해운에 대한 대출 100억 원 중 80억 원을 대출심의하면서 감정평가도 하지 않은 채 부실 대출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기택 산업은행지주 회장은 “감정평가 이전에 이뤄진 세월호 구입자금 대출은 선박 대출 관행에 따른 것이다. 배 값 80억 원을 대출하고 감정평가가 이뤄진 이후 증축비용 20억 원을 지급했다”고 답했다. 이 답변을 들은 이 의원은 “그걸 관행이라고 하는 것인가. 산업은행에 세월호 사고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이냐”며 홍 회장을 몰아붙였다.
 
   
▲ 10월 22일 오후 경기 수원 경기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의 경기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위원이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경찰 시간대별 조치사항을 최동해 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당쟁으로 불거진 판교 참사
 
2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와 다음날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감에서는 지난 17일,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여·야 의원은 판교 사고에 책임이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재명 성남 시장을 강하게 추궁했다. 다만 남 지사가 새누리당 소속이고 이 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점 때문에 새누리당은 성남시청에, 새정치민주연합은 경기도청에 책임을 물기에 바빴다. 
 
이미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경기도지사 앞으로 협조요청을 보냈다. 하지만 경기도청은 소방차 진입과 피난로 확보 외에는 별다른 안전관리 사항을 점검하지 않는 등 안전관리에 소홀했다”고 말하며 경기도지사에게 책임을 물었다. 반면 새누리당 윤영석 의원은 “남경필 지사는 사고가 발생하자 독일 방문 중인데도 속히 복귀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잘못이 자신에게 있다며 겸허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시장은 변명으로 발뺌만 하고 있다”며 이 시장의 태도를 지적했다.
 
   
▲ 국감 중인 10월 17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 현장.
책임 회피하기 바빴던 자원외교 실패
 
24일 국회에서 열린 24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수조 원의 국고 손실을 안긴 것으로 확인된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자원 투자의 실패 문제가 거론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시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 실패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자원·에너지 업무를 총괄한 지식경제부 장관에 몸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메릴린치가 인수에 관여하고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아들 김형찬이 메릴린치 서울지점장으로 영입됐다. 국부펀드가 1조 원의 손해를 보고, 하베스트 투자로 거의 2조 원의 손실을 냈다는 것은 권력형 비리인 ‘게이트’가 의심되는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최 장관은 자원외교 실패에 대한 책임문제와 관련해, “당시 자원외교 총괄은 국무총리실에서 했고 전 세계가 자원확보 전쟁을 벌이는 상황이었다. 개인의 방침이 아니라 정부의 주요 국정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최 장관의 발언에 홍종학 의원은 “최 부총리는 지식경제부 장관 취임사에서 적극적으로 해외자원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한 당사자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며 도의적 책임밖에 못 느끼겠다니 국민이 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 10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질의에 답하고 있다.
치약, 거대쥐 등 일상생활에 밀접한 이슈 집중
 
이번 국정감사는 세월호특별법, 정부조직법, 증세 논란, 사이버감찰 등 주요한 이슈나 정부의 정책 실패, 부패 및 비리 사건 폭로 등 강력한 사건에 대해 거의 다루지 않거나 흐지부지하게 넘어갔다.
 
대신 국회의원의 행보는 치약, 산양삼, 로봇물고기, 소방방재복, 뉴트리아 등 소소한 생활밀착형 이슈에 집중됐다.
 
지난 7일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품안전처 국감에서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어린이용 치약에 발암성 물질인 파라벤이 기준치보다 높게 함유돼 있다. 어린이용 치약은 단맛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삼킬 수 있다”며 본인이 가져온 과일향 치약을 들어보였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 역시 파라벤 치약 6개를 가져와 선보였다.
 
같은 날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감장에는 ‘괴물쥐’로 불리는 뉴트리아가 등장했다. 뉴트리아는 ‘외래종 퇴치작전 실패 사례’로 소개하기 위해 일종의 증인 자격으로 낙동강유역환경청 협조로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가져온 것이다. 하지만 당일 환노위 국감은 여야의 증인 채택 공방으로 파행됐기 때문에 뉴트리아는 수 시간 동안 대기만 하고 성과 없이 돌아갔다.
 
이 밖에도 13일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는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로봇물고기’의 실용성 여부를 논의하자 배덕광 의원은 로봇물고기를 직접 들고 나왔다. 배 의원은 “로봇물고기를 추적평가대상으로 선정해 60억 원의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해 주고 창조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일이나 미국, 호주는 오염물질 탐지, 방사능 탐지, 군사 목적으로 다양하게 로봇물고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적으로 큰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하는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국민이 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소소한 이슈에 집중한다는 것에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국감에서 국민의 관심을 모으기 위한 보여주기 쇼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 10월 7일 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수상 생태계 파괴 실태를 지적하기 위해 뉴트리아를 증인으로 데려왔다. 하지만 국정감사가 파행돼 뉴트리아는 국감에 입장하지 못한채 철망에 갖혀 있다.
쟁점과 상관없는 말로 시간만 때운 국정감사
 
주 쟁점이었던 세월호 관련 감사 대부분도 여야 각자의 입장확인을 하는 것에 그치거나 세월호와 상관없는 이야기로 정쟁을 하거나 시간을 끌다 끝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월호 사고와 가장 밀접했던 안전행정부 국감이다. 사고와 관련된 질의보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이 말한 ‘국회 해산’발언과 불성실한 답변 태도를 비판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세월호 사건이나 안전에 대해 발언해야 할 의사진행발언에서 “겸손해야 할 장관이 국회를 두고 내각제라면 해산해야 한다는 등 매우 부적절한 발언을 했지만 사과도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이완구 의원도 "이 자리는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신해서 질의하는 자리 인만큼 야당 의원들의 요구가 일리가 있다“며 정 장관에게 겸손하고 진솔한 자세로 임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세월호 사건은 뒷전으로 밀리고 정 장관의 태도 논란을 두고 여야 의원들이 정 장관에게 강하게 비판했다.
 
6일 만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던 부실 국감
 
올해 국정도 시작부터 ‘부실국감’이 예고됐다. 박근혜 정부의 두 번째 국정감사가 7일 시작해 오는 27일까지 진행했다. 올해 국정감사 대상기관은 672곳이다. 지난해 630개 기관보다 42곳 늘어난 것으로 1988년 국감 부활 이래 사상 최대 규모다. 하지만 여야가 국감 일정에 합의한 것은 9월 30일이다. 국감 시작 전까지 준비기간이 6일에 불과했다. 게다가 개천절과 주말 등 공휴일을 제외하면 실제 준비기간은 더 줄어든다.
 
감사대상인 수백 곳에 대한 자료와 질의서, 증인을 준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결국 여야는 물론 피감기관 모두 부실한 준비 상태로 국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국감 첫날 출석예정인 증인들은 국감에 출석할 의무가 없어 논란이 됐다.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요구할 경우 국회는 일주일 전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준비기간이 6일에 불과했기 때문에 아무리 빨리 요구해도 일주일 전에 연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이 비단 어제 오늘 일만의 일이 아니다. 여·야 의원과 피감기관 모두 국정감사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이 박혀 있다. 이 때문에 국정감사의 질이 매년 개선되기는커녕 해마다 올해가 최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고 있는 상황이다. 부실국감 의정활동을 하고 있지만 엄청난 세비만 축낸 대한민국 국회가 존재할 필요가 있는지 국민들의 원성만 높아가고 있다.

남혁우 기자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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