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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이제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야 할 듯…
정연정 배재대학교 공공정책학과 | 승인 2014.11.03 14:11|(176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발언 이후 대권후보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지 절반도 안 되는 기간인 2년이 지났음에도 당·청 간에 마찰이 빚어지고 언론에선 연일 대권후보의 지지도를 비교하고 행보를 비추고 있다. 특히 박원순 서울 시장은 지지율 1위를 꾸준히 지키며 강한 무게감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순탄치만은 않다. 대권 후보 1순위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에 대해 짚어봤다.
   
▲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고가에서 열린 '서울역 고가 시민개방' 행사에서 박원순 시장이 고가를 둘러보고 있다.
 
개별 정치인이 영향력 있는 리더십으로 성장하는 데 갖추어야 할 덕목은 많다. 리더십을 성장시키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일반적인 덕목, 예컨대 전문성, 카리스마, 도덕성뿐만 아니라 이른바 정치적 운이라고 할 수 있는 비과학적인 요소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중세의 타락한 도시국가 정치의 길을 급변하는 상황 또는 운(fortuna)을 다루는 군주의 강력한 능력(virtu)에서 찾고자 했던 마키아벨리(Machiavelli)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정치인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다양한 상황들과 운을 관리∙활용하는 능력은 정치인에게서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특히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과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자신을 온전히 던져야 하는 순간이 늘 있지만은 않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상황에 정치적 운을 걸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뿐더러 늘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주요 정치인 중 비교적 이러한 비루트를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대표적인 정치인 중의 하나가 박원순 시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쉽게 말하면 정치적 운이 좋은 사람이기도 하고, 또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적 상황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개인적인 능력을 갖춘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박원순 시장이라는 평가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당시 개인 박원순은 지지율이 한 자리 수에 머물러 있는 크게 주목을 끌만한 요소를 갖추지 못한 시민사회 활동가였다. 물론 스스로를 사회 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고 칭할 만큼 시민사회의 거목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온 인물이기는 하나, 그는 정치에서는 특별한 경력을 갖고 있지 않은 초년생에 불과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출입기자단 합동 인터뷰 및 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그랬던 그가 지지율이 열배나 높은 서울 시장 후보로 평가되었던 당시 안철수 교수의 지지를 통해 급성장했고, 재선에도 성공했다. 그리고 현재 야권에서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로까지 성장했다. 이런 급진적인 변화는 불과 2~3년 안에 이루어진 것이다. 과거 정치 거물들이 수십 년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매우 짧은 시간에 박원순 시장은 운을 비루트로 환원하는 성공적인 과정을 거쳐온 셈이다.
 
야권내에는 크게 두 가지의 흐름이 혼재되어 왔다. 이른바 친노 세력들의 자기 부활 및 확장의 흐름을 한 축으로 움직이고 이것이 갖고 있는 진영적 폐쇄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새 정치 세력의 조직화 흐름이 있다. 물론 이 두 가지는 반대 경쟁 진영에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스스로의 진영적 갈등과 충돌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갈등과 충돌은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의원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 구조로 표현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은 바로 이러한 두 가지 흐름을 과거의 흐름으로 돌려세우고 자신만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물론 그것의 실체가 분명하지 않다. 친노의 자기 세력화에 대한 문제제기도, 그리고 안철수 의원으로 표방되었던 야권의 새 정치 세력화의 문제도 언급하거나 극복하고자 하는 적극적 행동을 박원순 시장이 아직까지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박원순 시장은 이러한 야권에 뿌리박혀 있는 구조를 극복하거나 새로운 흐름으로 대체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노력이 현재로서는 없는 만큼 박원순 시장의 영향력은 해석을 필요로 하며, 또한 대중적 검증을 필요로 하는 것이 된다. 박원순 시장의 성장과 의미는 바로 야권의 해결되지 않은 진영구조를 극복하는 대안으로서 성공하느냐를 통해 최종적으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박원순 시장의 등장과 성장이 야권에게 어떤 화두를 던지고 있는가하는 것은 분명하다.
 
   
▲ 민생과 안전, 균형발전을 위한 새정치민주연합 지방정부예산정책협의회의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245호실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시도지사 당선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안철수(왼쪽 세번째) 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른바 기성 정치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시각과 수단으로 훈련된 인물을 통해 야권의 혁신 정치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박원순 시장의 출현과 성장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3김 정치를 우리 정치 발전의 걸림돌로 정의하면서 이를 그토록 극복하고자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혁신 지향은 이제 인물의 극복이 아닌 가치와 정향의 극복이라는 포스트 87년의 체제를 야권에 뿌리 내리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미래를 향한 새로운 가치와 수단을 통해 경쟁력 있는 야권으로 혁신해 가기 위해 박원순 시장이 갖고 있는 의미가 있다.
 
문재인도 안되고 안철수도 안 되니 박원순이다라는 ‘차선적’ 대안 수준에 머무른 의미 부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원순 시장에게 있어서 정치적 출발은 이러한 의미를 통해 어느 정도 설명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해석일지도 모른다. 지리멸렬한 야권에 어떤 것이든 희망이 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에서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무게감을 섣부르게 정의하는 오류를 필자가 범하고 있다고 비판받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여전히 박원순의 새로움과 그가 지향하는 미래적 가치는 현재까지 이미지이고 희망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야권 대권후보 1위로서의 박원순 시장의 이미지 정치는 어떻게 진화해야 할 것인가가 핵심적인 문제이다.
 
최근 박원순 시장의 시정 운영과정에서 불거진 불미스러운 문제, 그리고 일부가 제기하는 네거티브성 의혹보다도 정치인 박원순에게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고려돼야 할 것은 최선으로서의 박원순 개인의 가치와 지향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필자는 이른바 ‘농약급식’ 논쟁에 대응하는 박원순 시장의 대응능력, 그리고 자신의 중요한 가치의 설파 능력에 대해 심각한 회의감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른바 잘못된 프레임을 바로 잡는 가치적 능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 것이다. 서울시의 급식이 농약급식이 아니라면 어떤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지, 그리고 현실적으로 나타난 문제가 무엇인지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대안형 정치인으로서의 면모가 충분히 발휘되지 못했다.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무상급식의 현실적 주소, 그리고 우리가 갖추어야 할 조건 등에 대한 냉철한 논리와 설파가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부정형식으로 막을 내린 셈이다.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가 무엇이어야 하고, 우리 사회의 발전과 진화를 발목잡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가치적 내용이 정립돼야 한다. 스스로를 소셜 디자이너로 칭하고 있지만 어떤 사회를 지향하고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박원순 리더십을 통해 명시적으로 확산돼야 한다. 일상적 행정을 수행해야 하고, 중앙정부의 법률과 제도에 묶여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이러한 가치를 설파하고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미래 리더십으로 부상하고 있는 박원순 시장의 현재 위력만큼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가치적 내용은 대중적으로 검증되고 확인돼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세력화의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시부터 박원순 시장은 현재까지 정치권, 좀 더 구체적으로 정당과 거리를 두어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당선되기 전까지도 그는 무소속으로서의 위치를 고집했고, 당선 이후 (구)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후 (구)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자리매김했으나 당내에서의 조직적 기반은 매우 취약한 편이다. 물론 차기 대권 후보 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당내 힘의 추도 자연스럽게 움직이고는 있지만, 더 큰 정치과정을 감내하기 위해서는 자기 세력을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 새정치민주연합 서울특별시당 창당대회가 열린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안철수(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가운데)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박원순(왼쪽) 서울시장과 논의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한길(민주당 대표) 공동창당준비위원장
현재로서 박원순 시장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세력화의 첫 작업은 ‘연합(coalition)’이다. 어떤 세력이나 사람들과 손을 잡고 갈 것인가가 핵심인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다양한 계파와 정치적 지향에 의해 혼재되어 있다. 가치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좀 더 왼쪽으로 강한 이념적 정향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파도 있고, 중도를 수렴하고 정치의 실용성을 강조하는 중도파도 있다.
 
그리고 세대적으로는 이른바 486 세대로 일컬어지는 학생 운동 세력 출신이나 민주화 운동 세력들도 존재하고 있다. 과연 박원순 시장은 어떤 세력들을 중심으로 연합전략을 수행 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이것은 박원순 개인의 정치적 지향과도 연관성을 갖고 있지만 세력 확장의 첫 번째 단추를 어떤 내용으로 채울 것인가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야권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할 방향과 궤를 같이 하는 연합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공적인 것이며, 공개적이어야 할 것이다.
 
특정한 세력에 에워싸여져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협소한 폐쇄적 리더십으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력은 가치로써 연대할 때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박원순 시장이 당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서울시당 토론회 장에서 국민 참여 정당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나아가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정당의 진로에 대해 개인 박원순 시장이 입장과 의견을 피력한 경우가 많지 않아 이러한 주장은 당연히 관심을 끌만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이 처해 있는 문제를 간파하고 내세운 대안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얼핏 보기에 당내 특정한 세력들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바를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당원 중심이든 일반 국민중심이든 현실적 진단에 기반한 대안을 통해 세력결집을 구애하는 적극적 활동이어야 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의 국민중심의 개방형 정당의 강조는 순서가 바뀐 대응의 결과물이다. 이미 입장을 선명하게 갖고 있는 특정 세력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박원순 시장이 고민해야 하는 과제는 개인적인 네거티브성 논란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올바른 가치가 정립되어 표현된다고 하더라도 쉽게 빠질 수 있는 네거티브성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치 리더십의 도덕성과 관련된 자질을 쉽게 흠집을 낼 수 있는 네거티브는 그냥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명을 위한 적극성도 요구된다. 박원순 시장은 선거에서 이러한 네거티브를 적극적으로 극복한 적이 없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서는 그 현란한 도전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정연정 배재대학교 공공정책학과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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