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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김무성 동시 해외순방, 불화를 댕겼다경제 살리기 위해 세계를 뛰는 박 대통령, 여권 대권주자 김 대표 실언으로 화 자초
남혁우 기자 | 승인 2014.11.03 13:42|(176호)
   
▲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17일 오후(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대통령 궁에서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과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박 대통령이 14일부터 17일까지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동안 김 대표가 국정감사도 미루고 대권행보로 주목되는 중국 방문을 진행했다.
 
문제는 방중 마지막 날인 16일 김 대표의 예상치 못한 발언으로 발생했다. 이날 김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이 미루고 있던 개헌 논의를 국감이 끝나면 시작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그동안 박 대통령의 의지와는 상반되는 것이기 때문에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대립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었다. 실제로 이 발언 이후 당청은 물론 박·김 간의 불화설이 급속하게 번졌으며, 새누리당의 친박 성향 의원들은 김 대표를 거칠게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대표는 바로 박 대통령에게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한국 경제 원동력 찾기 위해 해외순방한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하기 위해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이탈리아경제인협회가 주최하는 한-이탈리아 경제포럼에 참석하고, 나폴리타노 대통령 및 마테오 렌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며 경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이탈리아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를 만나 양자회담을 가지며 남북관계 및 경제 관련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양 측은 상품·서비스·투자 등 주요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개방을 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으며 민감한 이슈인 농수산물에 대해서도 양국의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의 한국 투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리 총리에게 당부하고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에 대한 투자승인, 공장이전 등에 대한 중국 측 지원도 요청했다.
 
지난 6월 박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을 잇달아 방문했다. 이 순방은 가스 프로젝트 등 자원외교 진전을 통해 유라시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미래의 ‘경제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과 회담을 하고 우리나라 기업들이 참여 중인 현지 자원개발 및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의 원활한 이행 등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한 상호 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정체되어 부진에 빠진 수출과 내수를 해결하고 경제 성장의 원동력을 만들기 위해 올해에만 독일, 스위스, 인도 등을 각 세계 곳곳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20일 부산 해운대구 APEC로 벡스코에서 열린 월드 IT 쇼 전시장을 찾아 하마둔 뚜레 ITU사무총장 등과 전시를 참관하고 있다.
대권도전 의지가 엿보인 김 대표의 방중 이슈
 
박 대통령이 이탈리아에 방문해 각국 정상들과 경제 및 남북관계 등에 대한 회담을 나누는 동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면담을 가졌다. 13일부터 16일까지 3박 4일간 이뤄진 이 방중은 김무성 대표의 차기 대권을 위한 행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기존에 김 대표가 시진핑 주석과 맺은 단순 약속을 지키기 위한 방문인데도 정갑윤 국회부의장, 이병석 전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이재오, 조원진, 김학용, 김세연, 김종훈, 조원진, 박인숙, 박대출, 이에리사 의원 등 11명의 국회의원과 34개 언론사 42명의 기자가 수행취재단으로 동행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기간은 박근혜 정부의 두 번째 국정감사 기간이었기 때문에 논란은 더 가속화됐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13일 “국회에서 국정감사 기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63명의 방문단을 이끌고 중국 방문에 나섰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국회를 팽개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새누리당도 중국과의 외교 관계상 방중을 취소할 수 없었을 진 몰라도 방문단의 규모가 너무 컸다며 대권행보를 의심했다. 청와대 역시 성급하게 대권 행보 움직임을 보인 김 대표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 10월 14일 오후 중국을 방문중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방중 의원단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위해 중국 북경 인민대회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결정적인 갈등의 원점이 된 개헌 발언
 
김 대표와 청와대 간 갈등설은 방중 마지막 날에 있었던 김 대표의 개헌 발언에서 결정적으로 불이 붙었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다만 경제활성화, 민생경제 회복, 규제개혁 등 정부가 추진 중인 하반기 주요 국정과제가 산적해 있는 지금 개헌 논의를 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개헌을 시작하면 다른 이슈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듯 사라져 국회에서 표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막고 있는 와중 김 대표가 16일 중국 상하이 숙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개헌은 대선이 가까워지면 안 되므로 이번 정권 내에 빠른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확고한 뜻을 밝혀다. 이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을 사실상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대권행보가 의심된 방중과 맞물리면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갈등설이 급격하게 번지기 시작했다.
 
개언 발언으로 궁지에 몰린 김 대표
 
개헌 발언이 급격하게 퍼지면서 김 대표는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된지 100일 만에 고난을 겪었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23일 최고위원직에서 전격적으로 물러나면서 김 대표에 대한 리더십이 의심받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의 친박 의원들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내부 입지도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와 함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개헌 반대 입장을 강하게 밝히며 차별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김 전 지사는 “헌법을 바꿔달라고 하는 국민을 아직 못 봤다.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정치와 여의도를 바꾸고 먹고 살게 해달라는 것이다”라며 개헌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역시 “김무성 대표의 개헌 발언 때문에 국정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같은 당의 김재원 의원 또한 “개헌에 관심이 있는 의원은 많다. 하지만 개헌을 통해서 현재의 문제를 타개할 수 있다고 믿는 의원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김 대표의 개헌론에 제동을 걸었다.
 
오히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개헌 발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향해 칼을 빼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무성 대표는 철저한 개헌론자로 정기국회, 세월호 국회가 끝나면 개헌을 본격적으로 논의하자고 했기 때문에 작심하고 말한 것이다”라며 김 대표를 지지하고 나서는 등 야당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회의를 마친 10월 23일 오전 김무성 대표가 박대출 대변인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김무성 대표, 하루 만에 개헌 발언 사과
 
개헌 발언이 논란이 되자 김 대표는 다음날 즉시 박대통령에게 사과했다. 17일 열린 새누리당 국감대책회의에서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ASEM에 참석해 고생하고 계신데, 개헌 발언을 한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기자간담회에서 민감한 사항은 답변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제 불찰이었다”며 박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이어서 김 대표는 “연말까지 개헌 논의가 없어야 하는데 제 불찰로 크게 화제가 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개헌 논의를 미룰 것을 제안했다.
 
청와대 “개헌 발언, 실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김 대표가 개헌 발언에 대해 빠르게 사과하면서 사태는 더 이상 크게 발전하지 않고 진화되는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대표가 즉시 사과 발언을 했기 때문에 친박 성향의 의원들도 의심의 눈초리만 보낼 뿐 더 이상 강경한 대처는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김 대표의 대권 도전과 개헌 의지에 대한 의심이 깨끗하게 사라진 것은 아니다. 김 대표가 사과를 한 이후에도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은 “박 대통령이 국가의 보안과 경제를 위해 해외 방문 중에 어떻게 그런발언을 할 수 있냐”며 불편함을 표시했다.
 
청와대 역시 “당 대표이신 분이 실수로 그런 말을 언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자가 말을 받아치고 있는 기자간담회에서 개헌과 관련해 언급한 것은 이미 기사화를 염두하고 말씀하신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게 정상이다”라며 김무성 대표가 언급한
개헌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번 김 대표의 발언은 언급 후 즉시 박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개헌에 대한 의견을 철회하는 모습을 봤을 때 한순간의 실수로 비쳐질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김무성 대표는 이번 발언을 통해 정해진 기간 없이 미뤄지기만 하던 개헌을 주요 화두로 끌고 왔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대권 행보를 시작하게 됐다는 점에서 개헌 발언은 정치적 효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김문수 전 지사 역시 김 대표에 맞서는 형태로 대권 행보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권의 대권주자가 부각되면서 야권의 대권주자 역시 행보를 시작하려 하는 등 차기대권 주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페니 프리츠커 미국 상무부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힘의 논리가 숨어있는 헌법 개정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10차 개헌의 주요 쟁점은 이원집정부제와 4년 중임제다. 미국의 대통령 방식인 4년 중임제는 임기가 끝난 후 다시 대권에 도전해 투표에서 이기면 한 번 더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방식이다. 다만 중임은 한 번에 한한다.
 
중임제는 실력 있는 대통령에게는 기회를 한 번 더 제공할 수 있고 재선을 위해선 다시 투표를 거치기 때문에 집권 중인 대통령에게 좀 더 책임감을 부여할 수 있다. 또한 4년이 지나도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기 때문에 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인 레임덕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원집정부제는 통치권력이 대통령과 총리에게 이분화되어 있는 정치체제이다. 원칙적으로는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통치권을 행사하고 총리가 내각의 행정권을 행사한다. 현재 이원집정 부제가 시행되는 나라로는 프랑스와 오스트리아가 있다.
 
즉, 이원집중제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자는 것이다. 야권이 지속적으로 개헌을 요구하고 대통령이 거부하는 이유도 대통령의 권력 일부를 국회가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김무성 대표의 개헌 발헌이 화재를 모은 이유도 이것이다.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한 공약이자 현재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건드린 것이기 때문이다.

남혁우 기자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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