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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베이비부머’, 노후가 위태롭다은퇴자 중 30%는 ‘극빈층’ 전락 예상, 범국가적 대책 마련 시급
조성기 기자 | 승인 2014.10.14 14:09|(175호)

 

   
▲ 경기도에서 지원하는 대학·평생교육 전문기관을 통한 은퇴설계프로그램 ‘경기 55·63 새출발 프로젝트’

 ‘베이비부머’들의 노후, 사회문제로 떠올라

‘베이비부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의, 이른바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현재 52세에서 60세에 이르는 이들은 ‘은퇴’를 앞둔 세대가 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베이비부머’ 위기론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베이비부머 열 명 가운데 세 명은 필요한 비용보다 수입이 적어 ‘비참한 노후’를 보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부머들은 주로 노후에 필요한 수입을 월평균 200만 원 내외로 예상했지만 베이비부머의 26.1%는 확보 가능한 수입액이 100만 원 미만이라고 조사돼 30% 이상이 ‘극빈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부머’들은 제대로 된 은퇴 이후를 준비하지도 못한 채 직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몰려 있다. 위의 사례에서 최영호 씨는 퇴직 이후 당장 무엇을 해야 할 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조그마한 분식집이나 해볼까”하고 아내에게 말을 꺼냈다 면박만 당했다.
 
“장사는 아무나 하냐”는 것이다. 더군다나 대학생과 고등학생 등 두 자녀의 학비 문제도 걱정이 많다. 이런 고민은 비단 유 씨의 고민만은 아니다. 젊었을 때부터 은퇴 이후를 미리 대비해 오지 않은 이들에게 퇴직과 은퇴는 곧 ‘재앙’의 다른 이름이다.

의학의 발전과 생활환경의 개선 등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균수명은 80.5세로 지난 1960년의 52세에 비해 28세나 늘었다. 하지만 수명이 늘었다고 해서 생활이 더 윤택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20~30년 전에는 ‘평생직장’이라는 통념이 있어서 어느 정도의 나이까지는 노후의 삶을 계획하고 미리미리 대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명예퇴직과 구조조정 등 최근 들어 젊은 나이에도 직장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커지면서 노후는 고사하고 은퇴 이후 생계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더군다나 베이비부머들의 경우 재취업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 기업들이 10년 이상 경력자인 ‘중견인력’을 뽑을 때 업무능력이 가장 선호되지만 50세 이상의 베이비부머들에 대한 채용의사는 극히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4 베이비부머 일자리 엑스포’를 찾은 구직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부모공양’과 ‘자녀지원’ 두 벽에 낀 세대

이러한 상황에서 한 조사기관의 보고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대변해 준다. 즉, 우리나라 50세 이상 베이비부머들을 포함한 고령인구 가운데 70% 이상이 노후준비를 거의 하지 못했거나 현재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정도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한 30%의 대부분도 흡족한 준비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결국 거의 모든 고령층이 노후의 삶에 대해 비관적인 형편이다.
 
그 가운데 베이비부머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이비부머들은 2014년 현재 각 연령대별로 70~80만 명 등 모두 720여만 명에 이르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이 살아 온 지난 50년의 세월은 ‘대한민국 현대사’ 그 자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우리 현대사와 궤적을 같이 하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은 유년기 보릿고개라는 ‘빈곤의 시대’를 거쳐 청년기에는 ‘군사독재’와 ‘경제발전’을 온몸으로 동시에 경험했고 중년에 들어서는 ‘민주화 시대’를 맞았다. 장년기에는 ‘IMF’라는 초유의 국가부도사태를 겪기도 했던,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세월을 보낸 이들이다.

이들 세대는 평생의 꿈이었던 빈곤의 극복과 민주주의의 성취를 이뤘다는 점에서 행복한 세대기는 하지만, 명예퇴직과 구조조정의 바람에 휘말려 인생의 후반이 쓸쓸하게 풀리는 경우였다. 지난 1955년 베이비부머들이 이 세상에 등장한 이후 57년여간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비약적으로 커지고 국민소득 역시 200배가량 높아진 배경에는 경제인구의 주체로서 베이비부머들의 희생과 헌신이 뒤따르지 않고는 불가능했다.

베이비부머들의 이전 세대들은 대부분 은퇴 후 자신의 자식들에게 부양받는 것을 정석으로 알고 있었다. 즉, 자식에 대한 투자가 곧 노후를 위한 최선책이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평균연령이 크게 늘고 결혼연령이 늦춰지면서 베이비부머들의 상황은 이전 세대들과는 크게 달라졌다. 위로는 늙은 부모를 봉양해야 하고 아래로는 독립하지 못한 자녀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해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윗세대들이 노후에 자녀들에게 봉양을 받는 것을 당연히 여겼던 반면, 베이비부머들의 경우 은퇴 후 자식들의 봉양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최근 청년실업문제에서 보듯 베이비부머들의 자녀들은 아직 독립하지 못한 이유로 부모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베이비부머들은 노후에 임박해 노후를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그러나 위의 예에서 보듯 이들은 마음먹은 대로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3 고령자 통계’에 의하면, 노후준비가 되지 않은 주요한 이유로 65세 이상 고령인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준비능력이 없었다’라는 답을 꼽았다. 부모 공양과 자녀에 대한 지원으로 스스로의 노후를 준비할 능력 자체가 되질 못하는 현실을 오롯이 보여준다.
 
   
▲ 페럼타워에서 국민연금공단이 베이비붐 세대들의 노후준비를 지원하기 위해 6개 기관과 합동으로 개최한 ‘제2회 베이비부머 은퇴설계 콘서트’에 한 참석자가 자료를 보며 강연을 듣고 있다.

경제력 필요하지만 ‘사회적 역할’이 중요

지난해 6월 한국보험협회가 개최한 ‘베이비부머의 은퇴준비 실태와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화 추세는 세계에서 가장 빨라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령국가로 이미 진입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기업의 생산성 하락 등에 따라 경제성장의 악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범정부적 차원에서 재정수입 감소와 노인관련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조세부담 증가가 초래될 것으로 예견된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준비는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한 복지전문가는 “베이비부머들이 은퇴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지원책, 즉 주택이나 금융자산 등을 통한 연금화 전략, 연금제도의 전반적인 개선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은퇴자들이 지속적으로 노후생활에 필요한 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재취업 교육의 활성화와 전직지원 서비스 강화 등 일자리 지원도 함께 역설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들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아 더 젊은 층들이 미리 은퇴 및 노후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20~30대 젊은 층들은 은퇴시기를 대부분 40대 중반 정도로 보고 있다. 현재 평균수명을 80세로 봤을 때 35년 이상을 노후의 삶으로 잡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외국어대학교가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40여 년의 노후를 위해서는 최소 4억 원에서 최대 6억 원의 자본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편안한 노후를 위해 경제력은 필수적인 요소다.
 
그러나 돈 만으로 노후 준비를 다 마쳤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전문가들은 귀띔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늦은 나이까지 일할 수 있도록 가급적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라고 주문한다.
 
   
▲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열린 ‘다시 일하는 베이비부머-활짝 피는 꽃보다 중년 베이비부머 세대 재취업 활성화를 위한 방하남 장관 정책 간담회’에서 방 장관 등 관계자들이 사회자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이제는 자신을 전문화시키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도 인정받기 힘든 시대가 됐다. 자신의 일을 즐기고 그 일에 미칠 수 있도록 자신에게 꼭 맞는 일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늦은 나이에도 자기계발이 중요한 이유다. 자기계발은 연령이나 사회계층의 구분 없이 자신에게서 표출된 능력을 뛰어넘어 잠재된 능력을 학습이나 훈련을 통해 일깨우는 것이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 안에서 필요한 능력만을 발휘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갖고 있는 최대의 역량으로 판단해 스스로를 일정한 영역 안에 가둬버리게 된다.

안정적인 미래를 준비하고자 한다면 몸담고 있는 조직이 부여하는 훈련비용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자비를 투자해 자신의 능력을 좀 더 체계화시키고 다듬어 스스로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성공적인 은퇴 이후의 삶을 영위하는 이들은 은퇴를 인생의 끝으로 보지 않는다. 지금까지 일궈온 인생을 정리하고 새로운 길을 걷기 위해 준비하는 출발점이며 그렇기에 더 흥분되고 의미 있는 지점이라는 것이다.

700만 명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은퇴를 앞둔 현재 사회적 의미가 큰 이들이 성공적인 은퇴 이후의 삶을 만들려면 베이비부머들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범국가적인 대책마련이 있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더불어 은퇴 이후를 위해 경제력과 건강만을 준비하는 것이 완벽한 노후 준비라고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들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사회적 역할을 찾는 일일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조성기 기자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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