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포럼’ 김혜정 회장 “올바른 역사관, 소통 통해 확립 가능”

지난 8월 18일 처음 개최된 ‘제1회 목련포럼’은 경희대학교 동문회관에서 진행됐다. 경희대학교여성총동문회를 이끌고 있는 김혜정 회장은 평소에도 구성원 간의 소통을 중요시했다. 동문회 회장에 오른 얼마 후 회장단과 여러 회원들과의 조율 끝에 소통과 관련한 포럼을 준비하게 됐고 탄생한 것이 ‘목련포럼’이다.

김 회장은 포럼 인사말을 통해 “특히 그 어느 때 보다도 여성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는 시기”라며 “소통을 통해, 능력 있는 여성과 사회에 바른길을 제시하는 여성들의 모임으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목련포럼은 오전 7시에 개최됐음에도 불구하고 약 150여 명이 참석했다. 첫 번째 포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원이 함께한 이 자리에는 예술의전당 고학찬 사장이 연사로 나서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국내 문화·예술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인 만큼 문화를 통한 소통의 여러 방법을 제시했다. 고 사장은 “노래 한 곡으로 소통이 되고 스포츠를 통해 서로가 하나가 된다”며 “소통의 부재 해결 방법이 어렵지 않다”고 역설했다.


▲ 지난 8월 18일 개최된 제1회 목련포럼 모습.

소통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김혜정 회장이 소통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본인이 일생일대의 작업이라고 생각하는 ‘고지도 수집’과 연관이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에 고지도의 학술적 가치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고지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통’이 가장 큰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독도를 두고 한·일 양국 간의 사이가 소원해진 만큼 객관적인 자료와 역사적이고 과학적인 주장을 통해 올바른 소통을 하고 그릇된 점을 고치고자 일생을 바친 저력이기도 하다.

재일교포 3세인 김 관장은 일본에서 성장해 문학을 전공했고 사학자인 부친의 영향으로 역사적 자료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허름한 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17세기 프랑스 고지도를 통해 지도 속 ‘영원의 세계’에 푹 빠졌다는 김 회장은 “지도에 담긴 다양한 역사와 문화적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또한 고지도를 통해 잃어버린 역사와 공간, 그리고 이름을 찾아 우리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것에 관심을 두기 위해서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고 김 회장은 생각했다. 그는 이를 위해 혜정박물관을 설립해 관장으로 직무를 수행하면서 외교적 분쟁해결과 민간과의 교류를 활발히 이어오고 있다.


▲ 목련포럼 김혜정 회장이 제1회 목련포럼에 대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경희대 고지도 박물관’

김혜정 회장의 이러한 염원은 경희대 혜정박물관을 통해 시작됐다.

지난 40여 년간 김 관장이 수집한 방대한 양의 고지도를 경희대학교에 기증해 2002년 설립된 고지도 전문 박물관인 ‘경희대 혜정박물관’은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힌다.

고지도 및 고문헌 3,240점, 고도서 및 고서와 민속품 6,363점, 일본 황실 자료 및 근대 회화 1,000여 점, 사료 및 언론 스크랩 자료 250,000여 점 등 총 260,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18세기 후반 신경준이 제작한 대형 채색 필사본 도별도(道別圖)인 경기도, 강원도, 함경북도, 함경남도 등 총 4점은 국가 지정 보물로 채택되기도 했다. 그 역사적 가치를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하는 김 회장은 “서로의 역사적 증명력을 보완하는 자료”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고지도를 통해 독도와 관련된 한·일 간의 역사적 분쟁도 잠재울 수 있다고 말한다. 1595년 벨기에에서 제작된 일본열도, 우리나라를 한반도로 표기한 1655년의 중국지도첩 등은 그런 이유에서 세계적으로도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1737년 프랑스의 당빌이 제작한 지도에는 독도가 동해안 바로 옆에 명확히 표기돼 있고, 1794년 영국의 던이 제작한 지도에도 동해가 ‘MER DE COREE’와 ‘COREAN SEA’로 각각 적혀 있어 서양인들이 동해를 한국의 영해로 일찌감치 인정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전시된 60여 점의 서양의 고지도에는 고구려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말하고 있어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이 일방적이 주장으로 부당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며 “모든 학문은 지도를 통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 목련포럼 김혜정 회장과 강연을 맡은 예술의전당 고학찬 사장이 포럼에 참여한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나눔의 미학(美學)

평생을 바쳐 모아온 고지도 및 고서적을 선뜻 기증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 김혜정 회장은 이에 대해 “박물관에 소장된 유물과 자료들은 일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전 국민의 문화 자산이어야 한다”며 “주변국과의 올바른 관계 정립을 위해서라도 고지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은 손해가 아니라 오히려 나에게 많은 것으로 돌려준다”며 그 속에 행복의 싹이 자란다고 강조했다.

나눔에 대한 그의 신념은 제주도와 몽골에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혜정원’을 통해 발현됐다. 25년 넘게 운영한 이 복지시설은 그에게 몽골에서 수여하는 대통령 최고문화훈장(1991), 최고지식인훈장(2010),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으로 꼽히는 북극성훈장 등을 안겨줬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김 회장은 옥관문화훈장(2012), 자랑스러운 제주인상(1999), 한국언론인연합회가 선정한 자랑스런한국인대상(2013), 대한민국한빛회가 선정하는 대한민국 나눔봉사대상(2014) 등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 김혜정 박물관장이 9월 30일 경기도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린 파주 북소리 2013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고지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끝나지 않는 고지도에 대한 열정

김혜정 회장이 평생 숙원으로 삼고 있는 고지도 수집 사업은 일흔의 나이는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2012년에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지도를 통한 ‘동해’ 이름찾기”라는 강좌를 운영했고, 지난해에는 일본 동경 주일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갤러리 MI에서 고지도 전시회와 한일 국제포럼을 4월에 개최했다.

또 9월에는 파주에서 “고지도, 상상의 길을 걷다”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특히 이날 전시회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국회의원 등이 직접 참관했다. 또한 김 회장은 지난 12월 제주도에서 ‘제1회 한·일 박물관 교류협력과 박물관 경영마케팅 국제포럼’을 진행했고, 재외제주경제인협회와 협력해 ‘제주 역사문화 인물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다음 세대에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한 소통의 방법으로 고지도 자료를 수집했다는 김 회장. 그의 바람대로 목련포럼이 추구하는 소통과 예술을 통해 젊은 세대가 건전한 역사관을 갖추고 올바른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 김 관장이 1737년 프랑스의 당빌(J. B D‘Anville)이 그린 ‘조선왕국지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선초롱 기자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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