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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동아시아 질서와 한국안보국군의 날 특집 ② 국방정책… 전문가가 본 허와 실
김열수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 승인 2014.10.13 17:33|(175호)

세력전이와 전쟁 가능성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심의 단극 상황이 종식되고 나머지 세계들의 부상으로 다극 또는 무극체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양보와 협력을 전제로 했던 20년 가까운 탈냉전의 질서가 사그라지고 개별 국가의 독점적 이익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질서의 축이 흔들리고 있어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질서의 축이 흔들리자 전쟁의 가능성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사실, 세력이 균형되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과 세력이 균형되는 과정 속에서 오히려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이 혼재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력 균형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세력이 균형되면 국제질서가 안정되어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모겐소(Hans J. Morgenthau)와 같은 전통적 세력 균형 이론가들은 다극체제가 양극체제에 비해 좀 더 안정적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왈츠(Kenneth N. Waltz)는 양극체제가 더 안정적이라고 주장할 뿐이다. 세력 균형이 국제질서 안정에 기여한다는 이론에 찬물을 끼얹는 이론도 있다. 오간스키(A. F. K. Organski)는 세력 균형 이론과 정반대되는 세력전이 이론을 내세워 오히려 세력 균형이 되는 과정에 전쟁이 일어날 개연성이 많다고 주장한다.
 
세력전의 이론은 지배국과 불만족 도전국 사이에 세력이 대략 균등해지면(parity), 전쟁의 개연성이 대단히 높아진다는 것이다. 세력의 균등과 불만족, 이 2가지만 충족되면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것이 세력전의 이론 핵심이다.
 
세계적 차원에서 세력전이가 가시화되고 있다. G2로 등극한 중국이 미국을 밀어부치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제를 대표하는 GDP 측면에서, 그리고 군사력을 대표하는 국방비 측면에서 양국의 경쟁이 조만간 변곡점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아시아 차원에서는 G2의 패권 경쟁과 더불어 동중국해를 둘러싼 중·일 간의 패권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크림반도를 합병함으로써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소외 당하고 있는 러시아가 중국과 밀착함으로써 크고 작은 2개의 패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동아시아 정세는 좀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었고 이것이 한국안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G2의 경제력 및 국방비의 현실과 미래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중국은 2010년, 드디어 일본의 GDP를 추월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곧 미국을 추월할 기세다. 2013년 미국의 GDP가 16조 7,242억 7,200만 달러인 데 비해, 중국은 8조 9,393억 2,700만 달러였다. 중국의 GDP가 드디어 미국 GDP의 1/2을 넘어선 것이다.
 
중국의 GDP가 미국을 추월하는 시점은 연구기관마다 다르다.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2027년, 프라이스 워터 하우스(Price Water House)는 2020년, 미국의 국가정보위원회(NIC)는 2030년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한국의 삼성경제연구원은 2026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미국과 중국의 GDP가 2025년을 전후해 역전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로 미국의 부채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GDP를 넘어선 국가부채를 통제하기 위해 미국은 연방예산자동삭감조치(Sequestration)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연방정부가 셧다운(Shut-down)이 되는 수모까지 당했다. 이런 미국과 대조적으로 중국은 2014년 5월 말 4조 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이 된 중국은 외환보유고의 3분의 2를 달러화로, 25%를 유로화로, 그 나머지를 엔화로 보유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2013년 7월 말 2조 2,773억 달러의 미국 구채를 보유하고 있다. G2의 경제력의 현실과 미래는 양국의 국방비 측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9·11테러 이후 미국의 국방비는 201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쏟아 부은 전쟁비용이 국방비 증가에 한몫을 했다. 이라크전을 종식시키면서 미국의 국방비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GDP를 능가하는 국가부채로 인해 국방비를 줄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스퀘스트의 기간은 총 10년이며 예산감축 규모는 총 1조 2,00억 달러다. 연방예산 감축 중에서 국방비의 감축 교모는 1/2로써 총 6천억 달러에 달한다. 미 국방부의 자료에 의하면, 2010년 6,910억 달러로 최고점을 찍었던 미국의 국방비는 2013년에는 5,776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향후 2019년까지 매년 최저 5,600억 달러~최대 5,890억 달러가 지출될 전망이다.
 
미국의 국방비가 줄어들고 있는 데 반해, 중국의 국방비는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2014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 회의에서 올해 국방비를 전년도 대비 12.2% 증가한 8,082억 위안(약 1,320억 달러)으로 발표했다. 중국의 국방비는 1989년 이후로 2010년을 제외하고는 25년 이상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금년도 중국의 공식 국방비는 미국의 1/5 수준이지만, 2020년경에는 1/2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국의 실제 국방비는 공식 국방비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지방의 인민무장경찰 예산, 군외 연구기관의 국방 관련 연구비, 민간 군수 관련 공장 등 건설부분, 퇴역군인에 대한 정부보조금, 군수산업 관련 정부보조금, 무기수입 예산, 군의 생산 활동에 따른 수익금, 무기수출에 따른 수익금 등이 공식예산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실제 국방비는 공식 국방비의 약 1.5~1.8배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2014년 중국의 공식 국방비는 1,320억 달러이지만 실제 국방비는 1.5배를 적용할 경우 약 2,000억 달러, 1.8배를 적용할 경우 2,376억 달러로 추정된다. 향후에도 중국이 매년 두 자릿수의 국방비를 증액한다면 미국의 국방비를 추월할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만일 중국이 매년 국방비를 12% 증액한다면 중국의 공식 국방비는 5년 후인 2019년에 이르러 2,326억 달러로 미국의 40%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실제 국방비로 본다면 1.5배를 적용할 경우 3,739억 달러로 미국 국방비의 65%에 달할 것이다.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25년 중국의 공식 국방비는 4,592억 달러가 되며 1.5배를 적용한 실제 국방비는 6,957억 달러가 된다. 2025년을 전후해 G2의 국방비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G2의 GDP 역전 시기와 비슷하다.
   
▲ 지난 2012년 취역한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호'의 모습 한편, 중국은 독자 기술 핵 항공모함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
 
G2와 일본 및 러시아의 전략
 
이라크전 종전을 선포한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 이를 추진할 필요가 있었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2011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의 호주 방문을 전환점으로 바뀌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호주 의회에서 10년 가까이 지속된 ‘테러와의 전쟁’을 끝내고 아시아로 돌아오겠다는 ‘아·태 중시(Asia-Pacific Prvot)정책’ 또는 재균형(Rebalancing ) 전략을 발표했다.
 
아·태 지역으로 안보의 축을 이동시킨 미국은 공식적 동맹국들과의 역사적 동맹(Historic alliance)을 공고히 함과 동시에 역내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전략, 즉 ‘허브앤스포크 전략(Hub and Spoke strategy)’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 등과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과는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방치했던 미얀마와 라오스도 협력의 대상으로 끌어 들였다.
 
재균형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군사전략은 어떤 반접근 및 거부(Anti Access/Area Denial; A2/AD) 환경 하에서도 미 군사력의 접근을 보장함으로써 미국의 국익을 지켜내겠다는 작전적 접근(Operational Access; OA)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미 해군력 및 공군력의 60%를 아·태 지역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의 호주 방문을 계기로 다윈에 역사상 처음으로 미 해병대 2,500명을 순환군으로, 틴덜 공군기지에 전투기를, 스털링 기지에 잠수함과 핵무기 탑재 함정을 배치하기로 했다. 싱가포르에는 스텔스함을 배치했으며, 한국을 포함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미군의 순환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미국은 2014년 5월, 필리핀과 민군의 재주둔을 허용하는 방위협력증협정(EDCA)를 체결함으로써 미군이 22년만에 필리핀에 복귀하게 되었다. 중국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목도하면서 중국의 전략을 수정했다. 중국은 화평굴기 전략을 유소작위(有所作爲)전략으로 수정하면서 미군의 동아시아 진출을 거부하기 위해 태평양으로의 진출과 인도양으로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했다.
 
미군의 동아시아 진출을 거부하는 A2/AD 전략이 태평양에서는 도련선(chain of islands)전략으로, 인도양에서는 진주목걸이(string of pearls) 전략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까지 제1도련선(일본-대만-필리핀-말라카 해협)을 방어하고, 2025년까지 제2도련선(오가사와라-사이판-괌-파푸아뉴기니)를 방어하며, 그 이후에는 제3도련선(하와이를 연하는 선)을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진주 목걸이에 해당되는 지역은 파키스탄의 과다르(Gwadar)항, 방글라데시의 치타공(Chittagong)항, 스리랑카의 함반도타(Hambantota)항, 미얀마의 코코군도(Great Coco)와 휑귀(Hainggyi), 태국의 송클라(Songkhla)항, 캄보디아의 쿠크섬(cook Island) 등지다. 이 지역을 연결하는 선이 진주 목걸이를 연상시킨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섬들을 핵심이익으로 선정한 후 이 섬들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2012년 9월, 일본이 센카쿠 제도 국유화 선언하자, 중국은 그 지역을 자신의 영토라는 차원에서 곧 바로 영해기선을 선포했고, 2013년 11월에는 센카쿠 제도가 포함된 방공식별구역(CADIZ)를 선포했다.
 
중국과 베트남 사이의 파라셀군도, 중국,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등 6개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스프레틀리 군도, 그리고 중국과 필리핀 사이의 스카버러 섬 등이 심각한 영토분쟁에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영토 분쟁으로 인해 일본,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로 인해 갈등의 대치선이 그어지기 시작했고 중·일 간에도 본격적인 소패권 경쟁이 시작되었다. 일본이 집단자위권의 재해석을 통해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변신하고 있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세 번째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강한 러시아’를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는 강한 나라의 전제조건이 강력한 군사력임을 인식하고 어려운 경제 환경 하에서도 군사력 건설에 대한 투자를 늦추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는 유럽 MD 배치 문제, 인권 문제, 스노든 망명 문제 등을 두고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고, 양국은 사사건건 부딪히기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은 G8 회의에 참석하는 대신 SCO에 참석할 정도로 친중국 인식을 드러냈다. 또한 러시아는 NATO 소속 유럽 국가들이 지난 20년 동안 군축을 해왔던 것과 반대로 지난 10년동안 국방비를 80%나 늘렸다.
 
크림반도 병합으로 러시아는 외교정책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이 필요했던 러시아는 거의 동맹수준의 중·러 밀월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의 대응 전략
 
미국의 쇠퇴, 중국의 부상, 일본의 우경화, 그리고 러시아의 부활로 요약되는 최근의 정세가 국가들의 합종연횡 사태를 가져왔다. 크게 보면 미·일 동맹이 한 축을 이루고 중·러가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안보정세가 전개되고 있다.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에 대해 러브콜을 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제력에 의존하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에 대해 러브콜을 하고 있다. 최근 한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일본이 북한과의 접촉을 확대하고, 중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북한이 러시아와 접촉을 확대하고 있어 동아시아 정세가 보다 복잡하게 보일지 몰라도 큰 축은 미·일과 중·러의 두 축으로 요약된다.
 
한국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일·중·러의 협력이 필요하고, 북한의 국지도발 및 전면전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라는 동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무역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국의 입장에서 중국은 한국의 최대교육대상국이자 최대 무역흑자국이다.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북한의 도발에도 대응해 하며, 무역을 통해 국가의 번영도 보장해야 할 한국의 입장에서 최상의 전략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는 과업이다. G2의 갈등이 커지면 커질수록, 중·일 간의 소패권 경쟁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한국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이 친중국 성향의 정책추진과 함께 한·중 관계가 급진전을 보이자 한국에 대해 경고를 하기 시작했다. 2013년 말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부통령은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고 했다. 올 봄 한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어느 일간지와의 사전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 안보와 번영의 기초는 어디까지나 미국”이라고 했다.
 
한국의 변심 가능성에 대해 미국의 부통령과 대통령이 경고를 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도 한국의 동맹강화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미동맹을 “지나간 역사의 산물이며, 냉전시대의 군사동맹으로 역내에 닥친 안보문제를 생각하고 다루고 처리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한국의 미국 MD 편입 가능성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크림합병 이후 외교부가 “크림 주민투표와 러시아의 크림합병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발표하자 러시아는 곧 바로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표 일행이 북한을 방문해 20여 대의 소방차 선물과 함께 100억 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탕감해 줬다.
 
한국을 조종할 수 있는 카드가 많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명과 청의 교체기에 지혜로운 외교를 했던 광해군의 고심이 오늘날 한국 외교에 요구된다. 고민스러운 양자택일을 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다자다택(多紫多擇)을 해야 할 것이다.

김열수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mjk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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