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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
최재영 | 승인 2014.09.11 14:24|(174호)

   
▲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지난달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4박 5일 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세월호’와의 동행이었다. 서울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나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위로하였다. 로마로 돌아가는 마지막 날의 편지에도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해 남겼다.

교황은 ‘주님’을 부르며 아직도 실종 상태에 있는 단원고 남현철, 박영인 군 등 10명의 이름을 한 사람씩 불렀다. 그리고 “이들이 하루빨리 부모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살펴 주옵소서”라고 기도했다.

이토록 간절한 기도는 우리 국민에게 그대로 감동이었고 여전히 큰 울림으로 남아 있다. 잠시 머물다 간 교황의 자리가 지금도 더욱 간절한 것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물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말 한 마디, 몸짓 하나에도 큰 울림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진중했고 보기 좋았다. 직접 공항까지 마중 나가 따뜻하게 맞았으며, 또 청와대로 초청해서 환영식까지 베풀었다. 혹자는 청와대 환영식이 가난한 사람들을 끌어안으려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는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도 있지만, 박 대통령의 정성과 배려도 놓쳐서는 안 된다. 국가원수로서의 격과 무게도 간과할 대목이 아니다. 오히려 교황을 배려한 듯한 비교적 단촐한 행사가 더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박근혜 대통령이 무엇을 어떻게 공감하고 소통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엄격히 말해서 종교권력과 정치권력은 구별돼야 할 뿐더러 그 역할과 기능도 분명하게 구별돼야 한다. 자칫 정치의 영역을 종교의 영역과 혼돈하거나 착각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고통 받은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평화와 통합, 정의와 진실로 이끄는 가치와 지향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소통과 공감을 통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과 권위도 비슷하다. 역할과 기능, 작동 방식은 다르지만 그 지향성과 소통방식은 매우 유사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작은 말 한 마디에도 큰 울림이 있었다는 것, 고통 받는 국민을 향하는 그 섬기는 리더십이 국민에게 얼마나 큰 감동을 불러 일으켰는지, 박근혜 대통령이 제대로 공감했을 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17일, 아시아 주교단과의 만남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교황은 “공감하고 진지하게 수용하는 자세로, 상대방에게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열 수 없다면 진정한 대화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대화가 독백이 되지 않으려면 생각과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야 합니다”라고 했다. 이 말은 그대로 박근혜 대통령도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소통 부재, 공감 부재, 정치 부재의 ‘극단의 정치’를 보면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박근혜 대통령이어떤 교감을 나눴는지,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어떤 것이었는지 더 궁금할 따름이다.

정치권에서 세월호특별법 처리가 난망해지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언제든지 만나주겠다는 그 약속을 지켜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청와대 인근까지 찾아가서 노숙하며 만나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청와대 인근까지 찾아갔던 지난달 21일 박 대통령은 갑자기 수도방위사령부 지휘소를 방문하는 일정을 잡았다.그리고 지난달 22일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가 단식 40일 만에 병원으로 이동되던 날, 부산 자갈치 시장을 찾는 행보를 보였다. 마치 보라는 듯이 유가족들을 외면하는 이런 모습에 대해 우리 국민이 어떻게 볼 지가 걱정이다. 대선 때 약속했던 ‘100% 대한민국’과 같은 허망한 이야기를 재론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여한이 없도록’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 약속만큼은 잊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종교와 정치, 소통과 공감이 관건

굳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거론하는 이유는 비록 짧은 일정이었더라도 교황의 언행 하나하나가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위로, 희망과 기쁨, 공감과 소통의 진면목을 보여줬다고 보기 때문이다. 딱히 무슨 법률안을 만들어 줘서, 아니면 무슨 일자리를 만들어 줘서 우리 국민이 그토록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감동과 찬사를 보낸 것은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아픈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진정한 성직자의 모습 자체였다.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억지로 강한 몸짓이나 큰 소리로 말하지 않더라도 그의 목소리는 그 자체가 정의요, 양심이었으며 동시에 사랑이었다. 그런 소통과 공감이 있었기에 광화문 광장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았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세월호 얘기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월호특별법을 이유로 민생법안 처리에 미온적인 야당을 비판하였다. 철저하게 세월호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 또는 침묵하는 모습이다. 세월호 유가족은 물론 야당도, 또 국민도 박 대통령이 나서서 수렁에 빠진 ‘세월호특별법’ 협상에 힘을 실어 주길 바랬다. 박 대통령이 특별법 자체를 말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다짐했던 박 대통령의 발언, 약속에 대해 다시 한번 유가족들의 손을 잡고 정치권 협상에 힘을 실어 달라는 것이다. 유가족들도, 야당도 또 많은 국민들도 그걸 원하고 있다면 국가최고 지도자로서 원칙도 좋지만 아픔을 겪었고 있는 그들의 심정을 헤아려 달라는 것이다.

청와대와 박 대통령은 끝내 원칙을 고수한다면 그 원칙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다. 꽉 막힌 정치, 독선과 오만이 넘쳐나는 우리 정치에서 진정 국민을 위한 상생과 협력의 가치는 사멸하고 있다. 바로 그 자리에 피보다 더 진한 대결과 반목, 상극의 어두운 그림자가 더 짙게 드리우고 있다. 이 또한 우리 국민의 운명이 아닌가 싶다. 참으로 질기고 모진 상극의 정치, 불통의 정치가 우리 국민을 더 고달프게 하고 있다. 그래선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음성과 그 따뜻한 미소가 더욱 그립다. 박 대통령도 큰 정치를 통해 낮은 곳을 보듬는 따뜻한 행보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최재영  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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