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보건·의료
대한민국은 피임 후진국?여덟 번째 ‘세계 피임의 날’ 피임에 대한 인식 변화 필요
조성기 기자 | 승인 2014.09.11 14:13|(174호)

1. 결혼 7년차 직장인 박 모(39) 씨는 최근 큰 고민이 하나 생겼다. 딸과 아들, 남매를 얻은 박 씨는 더 이상 자녀를 갖지 않으려 했지만 지난해 피임의 실패로 올해 3월 셋째를 낳은 후부터 또 다시 임신이 되지 않을까 불안감에 쌓였다. 박 씨는 의사와 진지한 상담을 갖고 정관수술을 받을지 고민하고 있다.

2. 여대생 임 모(23) 씨는 최근 산부인과를 다녀왔다. 지난 6월 남자친구와 남해안으로 여행을 다녀온 것이 화근이었다. 남자친구가 콘돔 사용을 기피한 탓에 임 씨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하고 일을 치러야 했다. 곧 여행지의 일을 잊었지만 지난달 예정됐던 생리가 없자 불안한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가 임신을 확인했다.

 

   
▲ 사후피임약이 일반약으로 전환하는 것에 관하여 고려대 여학생위원회가 피켓을 들고 항의를 하고 있다.
빨라지는 첫 경험, 피임 대처는 ‘제자리걸음’

건강한 성문화를 위해 ‘피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기는 경향이 커지면서 ‘피임’에 대한 인식과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그러나 현실은 위의 두 사례처럼 제대로 된 피임을 하고 있지 못하거나 피임에 대한 그릇된 인식으로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9월 26일은 ‘세계 피임의 날(WCD ; World Contraception Day)’로 ‘모든 임신이 원해서 이뤄지는 세상을 만들자’는 슬로건 아래 지난 2007년 시작돼 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는 범세계적 캠페인이다. ‘피임의 날’을 따로 만들어 캠페인을 벌일 정도로 피임에 대해 아직도 올바른 인식과 교육이 미비하다는 현실을 방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경험하는 여성이 매년 8,000만여 명에 달하며 이 중 57%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선택한다. 특히 먹는 피임약이나 콘돔 등과 같은 피임법을 사용하지 않은 여성의 원치 않는 임신 경험은 전 세계적으로 5,100만여 건에 달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피임을 해도 잘못된 피임기구를 사용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해 임신이 된 경우도 2,500만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피임약과 임신테스트기를 들고 고민하는 여성
국내의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최초로 성경험을 갖는 나이가 10대 때였다는 응답이 30%, 20대 초반이 50%로 나타났다. 즉, 25세 이하의 어린 나이에 80%가 최초의 성경험을 하는 것으로 첫 경험의 연령이 30년 전과 비교하면 약 8~10년이 빨라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가운데 33.8%가 피임을 간혹 하거나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응답했다는 사실이다. 또 지난 2012년 국제 NGO단체 11곳이 연합해 아시아 8개국 남녀를 대상으로 피임에 관해 설문조사한 뒤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첫 성관계시의 연령은 남녀 평균 21.5세였다. 결혼을 한 후 첫 아이를 갖기 원하는 시기가 평균 31.9세임을 감안한다면 성관계 경험 후 출산까지 약 10년의 기간 동안 원치 않는 아이를 임신해 불법 낙태에 이르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피임과 낙태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제도 개선이 급선무다.

개인의 특성에 맞는 피임법 선택하라

특히 피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의 결과로 원치 않은 임신이 될 경우 여전히 불법낙태의 길로 빠져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인터넷에는 임신 개월 수에 상관없이, 보호자 없이도 수술이 가능하다고 선전하고 있는 불법병원들이 넘쳐난다. 이런 홍보글을 믿고 덜컥 수술을 받았다가 건강상 큰 위험에 빠지는 사례도 많다. 2차 세균감염으로 고생할 수 있고 심하면 불임이나 ‘낙태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빠지는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가임여성 1,000명 당 낙태경험이 있는 여성은 29.3명꼴로, OECD 국가 중 1위다.

   
▲ 거리의 피임약 광고
한편, 피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미혼의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기혼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피임연구회’의 통계에 따르면, 피임을 하지 않거나 잘못된 피임으로 기혼여성의 33%, 즉 3명 가운데 1명이 임신중절수술의 경험이 있었다.

이들은 피임약을 먹으면 살이 찌거나 여드름이 생기고, 자궁경부암 등 여성 관련 질병이 생긴다는 잘못된 속설 때문에 피임을 회피하거나 피임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원치 않은 임신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법낙태시술이 횡행하고 정식으로 수입 허가가 나지 않은 불법 낙태약이 온라인 상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피임과 낙태에 대한 인식은 거의 후진국 수준으로 법적·제도적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피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전문가들은 완전한 피임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신체적 특징이나 피임기간과 연령, 생활방식에 따라 개개인에 맞는 적절한 피임방법을 선택하면 피임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귀띔한다.

   
▲ 잘못된 지식 등으로 피임약에 대해 많은 여성들이 거부감을 나타낸 표현들
피임의 방법은 크게 자연피임법과 차단피임법, 호르몬피임법, 자궁내 장치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방법은 차단피임법 중‘콘돔을 이용한 피임’과 호르몬피임법 중 피임약을 복용하는 경구피임법이 있다. 또 배란기를 피해 성관계를 갖는 월경주기 조절법은 대표적인 자연피임법이다.

‘콘돔’을 사용하는 방법은 비교적 오래된 피임법으로 제대로 잘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잘못된 사용 등으로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패율이 약 15%가량으로 꽤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여성의 질내에 삽입하는 여성용 콘돔인 ‘페미돔’ 사용도 크게 늘고 있다. 실패율이 0.2% 수준으로 콘돔보다 안전하고 성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식 제고 위해 우리 사회 나서야…

가장 안전하고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는 피임법은 역시 경구피임법으로 99%의 성공효과가 있다. 여성의 몸 안에서 생리 및 임신을 가능케 하는 두 가지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통해 여성의 배란 및 생리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먹는 피임약인 만큼 먹는 방법이 중요하다.

월경주기 조절법은 배란기를 피해 성관계를 갖는 방법으로 인공적인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자연피임법이다. 배란 후 난자가 살아 있는 1일과 정자가 여성의 생식기 내에 살아 있는 2~3일을 고려해 배란을 전후로 한 ‘임신 가능 시기’를 피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여성의 배란기가 불확실한 경우 피임 실패율이 높고, 월경주기가 불규칙한 여성은 적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정관수술과 난관수술도 피임의 좋은 방법이다. 남성의 정관이나 여성의 나팔관을 묶어 정자와 난자가 통과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수술 뒤 피임효과가 높고 한번 수술로 계속 피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복원술이 있지만 복원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임신 계획이 전혀 없는 사람만 선택하는 것이 좋다.

피임방법 선택 시에는 성생활의 빈도, 출산 경험이나 특정 피임법을 사용하면 안 되는 병력이 있는지 등을 고려해 산부인과 의사 등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 맞는 피임법을 결정해야 한다.

   
▲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주최로 열린 '대학생 성교육'에서 탤런트 장서희와 학생들이 피임 실천을 다짐하는 선서를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역시 피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올바른 피임법에 대한 숙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나아가 범사회적으로 피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산시키고 적절한 교육을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피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세계의 타 국가들과 비교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왜곡된 우리의 성문화에서 기인한다. ‘피임’이나 ‘성’이라는 용어는 은밀한 것이며,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 가부장적 사회구조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피임은 여성들이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고방식이 만연해 있다. 이런 가운데, 피임의 실패로 인한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곤란을 겪게 되고 건강을 해치게 되는 것은 바로 여성이다.

이제는 왜곡된 성문화의 변화와 더불어 생리학적 건강과 직결돼 있는 피임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제는 우리 정부가 나서야 한다. 낙태추정건수가 매년 30만 건 이상 되는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성기 기자  ageldoma@hanmail.net

<저작권자 © 정경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여백
발행인 인사말회사소개정경시론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0-010)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1-11 한서리버파크 1405호  |  대표전화 : 02)782-2121  |  팩스 : 02)782-9898
사업자등록번호: 107-06-75667  |  제호 : 데일리정경뉴스  |  등록일자 2005년 5월  |  등록번호 : 서울아00449
발행일 : 2000년 4월  |  대표이사: 최재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최재영
Copyright © 2022 정경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