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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대 오른 ‘초이노믹스’ 경제 활성화 이룰까?
조성기 기자 | 승인 2014.09.11 10:48|(174호)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경기부양책’에 올인, 양날의 칼
재계와 시장은 긍정적 평가 우세

지난 7월 22일 오전, 서울의 모 호텔의 연회장. 일주일 전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 김영대 한국경영자총협회 직무대행,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재계 5단체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최 부총리 취임 후 첫 경제계 인사들과의 대면이어서인지 꽤 묵직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러나 경제 활성화와 경기 회복 복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면서 이내 분위기는 뜨거워졌다. 이날 1시간 30분 동안의 비공개 만남은 정부의 새 경제팀에 대한 재계의 기대감이 어느 정도 충족된 자리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력한 경기부양책,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7월 16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취임하며 이른바 ‘초이노믹스’를 출범시킨 최경환 부총리의 한 달은, 이후 최 부총리 체제의 경제정책 방향을 판가름하는 바로미터와도 같았다. 지속적인 수출 흑자기조에서도 장기간의 경기불황과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더욱 악화된 경기침체 상황에서 여당 실세 정치인의 경제부총리 기용은 시장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초이노믹스’의 정책적 키워드는 단연 ‘경기부양’이다. ‘한국판 양적완화 정책’이라고 불리는 ‘초이노믹스’는 수출만으로는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적지 않은 한계를 느껴 나락으로 떨어진 내수경기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 재정 투입과 기업 지출을 유도해, 3대 경제주체인 정부와 기업, 가계의 자신감을 북돋아주고 이를 바탕으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최경환 경제팀은 최 부총리 취임 후 11일 만에 내놓은 ‘새경제팀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GDP)을 종전 4.1%에서 3.7%로 하향 조정하고 총 41조 원 규모에 달하는 유동성 정책을 발표해 국민과 재계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이어 최 부총리는 한국은행에 사실상 ‘권력형 압력’을 행사해 기준금리 인하까지 전격 단행했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초이노믹스’의 발표와 함께 해외자금이 유입된 주식시장은 일일 거래대금, 시가총액 회전율 등이 증가하면서 종합주가지수도 한때 2,090선을 찍는 등 활력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초이노믹스’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박 대통령은 “무엇보다 경제 활성화에 국정역량을 집중해 그동안 지속돼 온 침체와 저성장의 고리를 끊어낼 것”이라면서 “경제 활성화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국민 한 분 한 분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도록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내수경기가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해 ‘초이노믹스’에 힘을 실었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 시도

이어 “기업 활동의 성과가 가계의 소득을 높이고, 투자로 이어지도록 정부는 재정, 세제, 금융 등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서 내수경기를 살려낼 것”이라고 경제 활성화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당장 침체된 시장에 동력을 불어넣는 것이 ‘초이노믹스’의 과제라면 가장 먼저 손을 댈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 정책일 것이다. 실제로 최 부총리 체제 출범 이후 부동산 경기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이 증폭하고 있다. ‘건국대 부동산 도시연구원’이 전국 부동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수도권 응답자의 78%가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거래량도 수도권과 지방에서 각각 70%와 63%가 늘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새 경제팀은 부동산 시장을 발판으로 경기 전반의 활성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대체로 부정적인 기류가 많다. 우선 기존 50%에서 10% 향상시킨 ‘초이노믹스’의 금번 DTI 한도 인상 혜택은 수도권 전체가 아니라 서울지역에만 국한되고 LTV의 인상혜택(50∼60%→70%) 역시 그렇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서울의 6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가 최대 수혜자다. 서울의 강남3구 일대에 수도권 6억 원 초과 아파트의 47.0%가 밀집돼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 정책이 강남부동산을 위한 맞춤정책이라는 평가도 무리가 아니다. 최 부총리 지명 후 지난 2개월간 서울 지역 아파트 시가총액은 4조 원 가까이 늘었는데, 강남3구가 절반 이상 차지한 것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물론 호황기 부동산 시장의 온기를 이끈 것은 늘 강남 지역이었다. 금번 대책 역시 이를 기대한 정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남발 부동산 시장 붐이 다시 일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정책 필요

대출규제 완화 효과는 대출자의 소득수준이나 매입 주택가격과 직접 관련되기 때문에 소득수준이나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강북 같은 지역에서는 그 효과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공급과잉과 넘쳐나는 미분양, 저소득층의 악성 부채 수준 등의 요소들은 ‘트리클 다운’을 기대하는 정책자들의 의도만큼 강남발 부동산 붐을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란 게 중론이다.

사실 ‘초이노믹스’의 내수 활성화 정책은 인기를 위한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다는 의견이 많다. 단시간 내에 경제가 살아날 것 같은 기시감과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는 것이다. 기업은 물론 국민들이 반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시중에 돈이 풀리고 각종 규제가 풀리면 국민경제가 활성화되고 침체일로에 서 있는 내수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초이노믹스’에는 잘 보이지 않는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현 시점의 한국경제는 심각한 양극화에 처해 있기 때문에 단기간의 처방으로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는 구조적 문제에 봉착해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게 되면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독약인 줄 모르고 가계부채를 늘리게 되고 이는 가계부담을 늘려 결국 다시 내수를 얼어붙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든다는 사실이다.

특히 거시적 국제경제를 보면,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경우 금리를 인상하는 등 우리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우리가 섣부르게 유동성 정책을 펴는 사이 미국을 위시한 주요 국가들이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나서면 단기자금의 대거유출을 막기 위해 우리도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만약 현재보다 가계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인상에 들어가면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이 경우 적게는 수십만, 많게는 수백만 한계 가구들이 파산하는 초유의 사태가 닥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기업 성장잠재력 이끌어 내야 경기 회복될 터…

더불어 많은 전문가들이 경제 주체 가운데 가장 많은 수와 가장 낮은 지점을 담당하는 소상공인에 대한 인식과 정책적 배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근본적 대책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당장 눈앞의 어려움만을 해소하기 위한 이벤트성 수치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의 산업지원 예산 중 소상공인 지원예산은 0.93%에 불과하다. 대기업들과 비교해 형평성이 맞지 않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재정정책과 조세정책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방안이 빠른 시일 내에 나와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이제 막 출범한 ‘초이노믹스’가 성공을 거두려면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할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근본적 구조개혁 없는 반짝 경기회복은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새 경제팀이 명심해야 한다는 점을 꼽는다. 나아가 기업의 투자의욕을 되살려 잠재 성장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경제혁신 과제들이 조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한 가지는 정치권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30개의 경제활성화법안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 여기에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가계소득 증대 3종 세트를 골자로 한 16개 세법개정 법률안과 135개 서비스 산업 활성화 대책 가운데 제개정이 필요한 16개 법률 등 60여 개 법안이 연내 통과해야 한다. 현재 계류 중인 법률 개정안 처리가 늦어질 경우 법률 개정안에 담기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세부적인 후속조치는 무기한 대기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다. 여야 정치권이 ‘상생의 정치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이야기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최경환 호 경제팀은 ‘경제 활성화’라는 화두에 올인했다. 앞으로도 강력한 거시정책 드라이브로 공세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견된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보여준 ‘아베노믹스’에 빗댄 ‘초이노믹스’라는 별칭을 만들어 낸 만큼 최경환 호는 역동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단기부양책의 한계와 당장의 이해관계자들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등의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과연 ‘초이노믹스’가 이 험난한 암초들을 잘 비껴가면서 성공적인 경제 활성화 모델로 떠오를지는 계속 지켜볼 일이다.
 

조성기 기자  ageld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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