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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방한 결산특집③]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 방문, 그가 남긴 과제분열·불평등의 ‘한국병’ 치유에 큰 교훈 남겨
정경NEWS | 승인 2014.09.10 18:03|(174호)

교황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분명히 전달하고 실천했던 가치가 얼마나 긴 여운으로 남을 것인가? 이와 같은 질문에 섣불리 답을 내놓기 어렵다. 교황은 당연스레 여겨야 하는 ‘언행일치’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는 한국이 얼마나 기본을 잃어버린 사회인가를 일깨웠다. 교황의 ‘어록’은 숱한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는 특별히 어렵거나 새로운 뉘앙스를 풍기지 않는다. 마음을 열어 공감하는 자세를 지니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과 행동들이다.

‘가장 낮은 자의 친구’ 교황은 이번 방한에서 인간이 가져야 할 자세와 진정한 가치를 남겼다. 그는 “신자가 아닌 이들이 쇠퇴한 가톨릭의 수장조차 동경하게 된 이유”를 현대 사회가 깨닫도록 했다. 우리 사회가 가진 분열과 불평등, 이른바 ‘한국병’을 치유하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각 분야(정치·경제·사회·종교)에 던진 메시지를 정리했다.

   
▲ 경차를 타고 가면서 환영 인파에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는 교황.
정치권 향한 ‘공감’ 메시지

교황은 한국의 중요 사회문제로 정치 분열, 경제 불평등, 자연 환경의 책임 있는 관리 등을 지목했다. 이어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 협력을 증진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지난 8월 14일 청와대 연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리스도인의 자세를 빗대 말한 ‘공감’ 메시지는 정치권에도 적용된다. 그는 진정한 대화의 조건으로 정체성에 관한 명확한 인식과 공감하는 능력을 제시했다. “우리의 대화가 독백으로 머물지 않으려면 생각과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충고다.

소외계층과 사회 약자를 향한 관심도 주문했다.“사회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가난한 사람과 취약 계층을 각별히 배려하고 도와야 한다”, “경제 개념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공동선과 진보, 발전을 이해해야 한다”는 요구 등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수많은 사람의 외침, 젊은이의 절규에 응답해야 한다. 도움을 간청하는 사람을 밀쳐내면 안 된다”(지난 8월 17일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 강론)고 강조했다. 외교 관련 조언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외교란 가능성의 예술이자, 끊임없이 불신과 증오의 장벽을 허무는 도전”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정한 대화가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만남을 이끈다”고 강조했다.

경제계, ‘희망의 불빛’ 선사

‘가난한 자’를 위한 최선의 경제 지원책으로 교황은 일자리 창출과 균형 잡힌 복지정책을 꼽았다. 방한 기간에 줄곧 강조한 목소리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토대로 산출되는 신(新) 지니계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2012년 0.353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 0.314를 웃돈다. 회원국 가운데 6위에 해당한다. 지니계수는 빈부격차와 양극화를 나타내는 지표로 0.4를 넘으면 사회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한편 실물경제에도 교황 방한은 ‘희망의 불빛’을선사했다. 시복식이 열린 서울 광화문 인근 편의점 매출은 전주 대비 101.5% 증가했다. 인근 호텔의 객실도 가득 찼다.

사회 대립과 갈등 해소

전문가들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이 사회 각 분야의 극한 대립과 갈등을 해소했다고 평가한다. 폭력적 대응에 익숙한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도 전한다. 약한 자에 귀 기울이고, 차별 없이 모두를 사랑하는 교황의 ‘낮은 행보’가 사회 전반에 울림을 줬다는 것이 그들의 분석이다. 나아가 그 울림이 사회 변화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또 높고 강한 자리에 있을 것 같았던 교황의 소통·위로 행보가 사회 분노를 완화하는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위로와 평화의 감정으로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전기가 됐다는 견해다.

종교 세속화·비대화 경계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기간 내내 따뜻한 위로를 전했다. 다만 교회와 종교인에게는 엄격한 자세를 요구했다. 세속화, 비대화를 경계하며 가난한 교회가 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교황의 이와 같은 질타는 종교의 비대화 · 세속화를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로 향한다. 이는 종교의 근본 가치를 환기하라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아울러 기본으로 돌아가는 주문과도 같다.

교황은 지난 8월 15일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에서 “이 나라의 교회가 한국 사회의 한가운데에서 하느님 나라의 누룩으로 더욱 충만히 부풀어 오르게 도와주실 것을 간청한다.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이 사회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쇄신을 가져오는 풍성한 힘이 되기를 빈다”고 강론했다. 이는 한국 종교가 떠안아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교황은 4박 5일 일정을 마치고 8월 18일 떠나는 한반도 상공에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했습다”라는 작별 인사를 남겼다. 다소 아쉬울 수 있으나 ‘이 땅의 평화를’ 기원했던 교황의 참사랑을 두고 평화와 화해, 치유의 메시지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갈등의 만능해결사가 될 거라 착각해서도 안 된다. 교황은 우리가 직면한 과제를 각인했다. 정치 지도자와 여야 정치권은 각성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 국민도 교황의 이번 방문을 ‘반짝 신드롬’으로만 여기지 말고 진정한 자기 성찰의 계기로삼아야 한다. 그것이 25년만의 교황 방한 의의를 제대로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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