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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특집 (4) 아베 “한일관계 개선 제안” , 박 “올바른 역사인식부터 급선무”
박선미 기자 | 승인 2014.08.12 16:50|(173호)

  지난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도쿄도지사를 만났다. 이번 접견은 서울시 초청으로 18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던 마스조에 지사 측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성사된 것이라 한다. 박 대통령이 일본 정계인사를 만난 것은 지난해 2월 취임 식 이후 1년 반 만에 처음이며 아베총리와는 임기 4년이 겹치는데도 아직 한 번도 단독 정상회담을 하지 못했다. 그만큼 그동안의 한일 관계가 얼마나 경색됐는지 알 수 있다. 마스조에 지사는 이날 “방한 직전 아베 총리와의 면담에서 ‘한·일 관계는 매우 중요한 관계로서 이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고 말했고 아베총리가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며 방한 시 대통령 예방이 성사되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 하겠다’ 는 자신의 뜻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고 말했다.

  하지만 아베는 이전에도 우리 한국 국민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길만한 도발적 언동이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싶다’는 앞뒤 안 맞는 말을 내뱉고 꿀꺽 삼켜버린바 있다. 그렇기에 이번 마스조에 지사를 통해 전달된 아베의 입장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도쿄도 차원에서 동포들 위협받지 않도록 대책 세워주길”

  박 대통령은 일본내 대표적 지한파 정치인으로 꼽히는 마스조에 지사에게 도쿄도의 제2한국학교 설립을 위한 협조를 당부하고 혐한시위에 대한 우려도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도쿄에 거주하는) 동포 중에서 취학연령에 해당하는 청소년이 1만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도쿄에 한국 학교가 하나밖에 없어 그 학생들이 공부를 하려고 하면 굉장히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재일동포사회에서 주일대사관과 함께 재일학교를 짓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부지 확보 관계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지사님께서 부지를 확보하는 데 협조를 해주신다고 해 마음 든든하게 생각한다. 아무쪼록 이 문제가 해결이 잘 되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일본 내 일부 단체의 반한(反韓) 시위는 이웃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일본의 국제적 이미지도 실추시킬 수 있는 문제란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도쿄도 차원에서 우리 동포들의 생업과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확실한 대책을 세워주기를 당부한다"며 “이는 일본의 일반 국민들은 혐한 행동에 반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조에 지사는 우선 도쿄도 제2한국학교 설립과 관련해 “전력을 다해 새 한국학교 건립이 성사되도록 확실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본 내 일부의 혐한 발언과 관련해서는 “매우 부끄러운 행위로서 올해 가을 ‘인권 주간’을 설정해 인권계몽 노력을 해 나갈 계획”이라며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이러한 증오발언이 계속되면 올림픽을 개최할 수 없다는 각오로 도쿄에 거주하는 한국인 등 외국인의 안전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혐한 시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쿄도내 한국 상가의 상황도 개선되도록 살펴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마스조에 지사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2020년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력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올림픽 개최경험과 선진 IT 기술의 공유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평창과 도쿄 올림픽이 아시아에서 연이어 개최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를 계기로 시너지 효과를 내 아시아 스포츠 발전과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마스조에 지사가 박원순 시장과 체결한 ‘서울특별시·도쿄도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대해 “정치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두 나라간 교류는 양국민간 우정과 신뢰 증진에 도움이 된다”며 “풀뿌리 차원의 지자체간 교류는 양국 협력의 저변 확대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날 자켓 깃에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접견장에 나온 마스조에 지사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많은 분이 피해를 보시고 아직까지 행방불명도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모든 동경 시민을 대표해 전체 한국 국민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한일관계,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금 한일 관계에서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집단자위권 문제, 북일 관계,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독도, 역사 문제 이렇게 6가지 정도로 나눠볼 수 있다. 아베총리는 취임 직후 전쟁 책임 자체를 피하려는 폭언들을 쏟아내 논란을 빚었고 작년 말에는 ‛특’급 전범들이 잠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최근에는 고노 담화 재검증 작업을 벌이는 등 도저히 정상적인 한일관계를 꾸려가기 힘든 상태가 되어버렸다. 또 주변 국가들의 우려와 일본 국내 여론까지 무시하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토록 헌법해석을 변경해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바꿔놓았다.

  물론 우리 정부도 한일 관계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대전제에는 공감하고 있다.

  누구보다 일본의 역사 도발 등에 강경한 자세를 보여 온 박 대통령이 이날 마스조에 지사를 접견한 것 자체가 원칙은 지켜나가겠지만 관계 경색을 풀기 위한 대화 자체는 거부하지 않겠다는 뜻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과 진정성

  박 대통령은 마스조에 지사를 통해 전달 받은 아베의 ‘관계개선의지’에 대해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진정한 신뢰 관계를 쌓아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위안부 문제는 두 나라 사이 문제뿐 아니라 보편적인 여성 인권에 관한 문제”라며 “진정성 있는 노력으로 잘 풀어나가길 기대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고노담화 훼손 시도, 집단자위권 공식화 등 일본의 잇단 우경화 행보에 경고를 보내고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전제조건을 밝힌 셈이다. 아베는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고 한 만큼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양국 현안에 대해 전향적으로 화답해야 한다. 그래야 어렵사리 물꼬를 튼 대화가 진전이 가능할 것이다.그러나 일본 지도자들의 `정상회담 희망 수사(修辭)나 한국 정부의 관계 회복 필요성에 대한 상황인식만으로 양국 관계가 회복되기는 어렵다.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지도자들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이날 마스조에 지사 면담자리에서 일본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언행을 비판하면서 “영토는 국민의 몸이며 역사는 국민의 혼이다. 올바른 역사인식을 공유하면서 두 나라가 안정적으로 관계발전을 이뤄갈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한 것도 올바른 역사 인식을 공유하지 않고는 건강한 양국 관계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일 관계를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게 한 주범은 다름 아닌 아베 총리와 일본의 주요 정치인들이다. 그들의 노골적인 역사 수정주의 태도와 언행은 우리 국민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이렇게 화를 돋워 놓은 뒤 한마디 사과도 없이 화해하자고 하는 것은 남의 얼굴에 침 뱉고 나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스윽 닦고 악수를 청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행동 변화 여부이다.

  일본이 한일관계 개선의 장애물로 작용하는 과거사 문제 해결에 진정성 있는 자세로 나설 것인 지에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만일 일본이 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인 자세로 나올 경우 본격적인 관계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큰 입장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때마침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는 어제 일본 정부에 대해 “일본군위안부 피해 여성에게 공개 사과하고 배상해야 한다” 고 권고했다. 고노 담화를 검증한다는 명분아래 고노 담화를 훼손한 아베 정권에 대한 국제 사회의 경고인 셈이다. 아베 정권이 진정으로 한일 관계 정상화의 의지가 있다면 유엔의 권고를 존중하는 자세부터 보여야할 것이다.

한미일 3각 안보 협력 정상 가동 되야

  일본은 오는 8월초, 독도영유권과 집단자위권 내용을 담은 방위백서를 발표한다. 한국과 국제사회가 뭐라고 하든 무조건 일방통행이다. 또 9월에는 야스쿠니 가을제사가 있고 연말로 예상되는 일본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 등 한일관계를 흔들 수 있는 사안들이 사방에 널렸다.

  북핵을 비롯한 동북아 정세 전반을 감안할 때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이 정상 가동 되야 한다는데 한·일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니 문제는 지금부터다. 8·15광복절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또 아베내각이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 도발적 언동을 한다면 어렵게 성사된 한· 일 양국의 고위급 접촉이 닫힐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박선미 기자  ssum@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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