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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특집 (2) 난마처럼 얽혀가는 동북아 지역의 역학 관계
국기연 | 승인 2014.08.11 18:43|(173호)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2기에 야심 차게 추진하려던 ‘아시아 회귀’ 전략이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그 무엇보다 한국, 미국, 일본 간 3각 동맹 체제가 복원돼야 한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극우 노선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 간 갈등이 일촉즉발의 비등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중국은 그 틈새를 이용해 영토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중국의 앞마당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특히 아베 정권의 역사 수정주의 노선을 빌미로 한국 끌어들이기 전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 사면초가에 빠진 일본은 엉뚱하게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안보팀은 난마처럼 얽혀가는 동북아 지역의 역학 관계를 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탈냉전 이후 국제사회에서 유일 초강대국 지위를 누렸던 미국이 힘을 잃어가면서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등이 한결같이 미국의 영향권을 벗어나 독자 노선을 찾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워싱턴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한국과 일본 중 어느 쪽을 선택하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24일 아베 일본 총리와 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 회견에서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갈등을 빚는 센카쿠(尖閣, 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가 미일안보조약 제5조의 적용 범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센카쿠 문제에 대해 명시적으로 미국의 방위 대상이 된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아태 지역에서는 미일 동맹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중국은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미일안보조약은 냉전시기의 산물로 그것은 제3자를 겨냥할 수 없고, 중국의 영토주권을 훼손해서도 안 된다”고 강력 반발했다.

  미국은 일본이 중국과 싸울 때에는 동맹국인 일본을 편드는 선택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동북아에서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다투면 미국은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센카쿠 열도 방어 입장을 밝히자 미국의 외교 전문지인 ‘디플로맷’은 “이제 일본이 독도를 침공하면 미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전문지는 “한국 외교부의 조태영 당시 대변인이 독도가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영토이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대상이라고 했는데, 미국은 이런 입장을 지지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이 독도를 침공하면 미국은 한국을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노’라고 이 전문지가 전했다. 미국은 독도 문제와 같은 동맹국 간 영토 분쟁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문지는 “미국이 독도 문제를 놓고 한국이나 일본이 서로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동을 취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만약 어느 일방이 공세적으로 나오면 미국의 전략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센카쿠 열도 방어 발언으로 동북아에서 일본이 제1의 우방국이고, 한국은 제2의 우방국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한국에서 나오고 있다고 이 전문지가 전했다.

  미국은 또 한반도 유사시 주일 미군의 역할 문제를 놓고 한일 간에 논란이 벌어져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베 일본 총리는 한반도 유사시 주일 미군을 투입하려면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국방부는 그러나 한반도에서 긴급 사태가 발생하면 주일 미군의 출동 문제를 미일 간에 사전 협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미일 간에 외교 밀약을 통해 합의가 이뤄졌다고 맞서고 있다.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문제도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유보해온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 해석을 내렸다. 한국에서는 당장 한반도에서 급변 사태가 발생했을 때일본이 미국과 함께 이 사태에 개입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한반도 안보와 한국의 국익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사안은 한국의 요청 및 동의가 없으면 용인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은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를 적극 지지하면서 미일협력 지침에도 이를 반영하는 협상에 착수하기로 했다.

한미일 3각 동맹 복원 가능한가


  미국은 한일 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악순환이기보다는 한일 간 협력을 증대해 가는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막후에서 한국과 일본의 팔목을 비틀고 있다. 한국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일본이 먼저 과거사 문제, 군대 위안부 문제 등에 성의를 보여야한다는 뜻을 미국 측에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동시 조치에 무게중심을 두고있다는 것이 워싱턴 외교가의 분석이다. 미국은 무엇보다 북한의 핵 및 장거리 미사일 개발 위협에 대처하고,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맞서려면 한미일 3각 동맹 체제 복원이 시급하다는 점을 한국과 일본 측에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동북아 문제 전문가인 버크셔 밀러 퍼시픽포럼 CSIS 연구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태 지역으로 외교 안보의 중심축을 이동하는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미일 3각 공조 체제가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 통합뿐 아니라 북한문제에 대처하고, 팽창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한미일 3국이 공동 전선을 구축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은 한일 간의 갈등과 대립은 한국과 중국 간 협력 및 공조 체제의 문을 열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간의 역사적인 교환 방문을 통해 한중 간 협력 체제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불만, 아베 일본 총리의 역사 수정주의 노선 등으로 인해 한국과 중국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은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 3각 동맹 체제 복원을 통해 한미·미일 양자 동맹 체제를 더욱 굳건하게 유지할 수 있다. 한미일 3각 공조 체제가 구축되면 우선 북한의 도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또 한미일 3국이 중국을 포위하지는 않는다 해도 최소한 중국이 한미일 균열의 틈새를 파고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다.”

   다니엘 슈나이더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센터 부소장은 “한국이 한일 간 갈등 해소를 위해 미국이 적극 중재에 나서주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일본은 미국의 개입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스나이더 부소장은 “조 바이든 부통령이 밝혔듯이 미국이 한일 간 과거사 문제의 중재자로 나설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일 양국이 스스로 갈등을 해소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미국이 인식하고 있어 미국의 막후 조종 역할이 불가피하다고 슈나이더 부소장이 주장했다.

한중 협력 관계는 아직 선을 넘지 않았다.


  미국 조야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 등으로 한중 관계가 발전해 한미 관계에 부담을 주는 사태보다는 한일 관계가 악화돼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3각 동맹 관계가 무너지는 사태를 더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미국을 멀리하멀리하면서 중국과 가까워지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한국과 중국 관계가 발전하는 것이 북한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있다는 것이 미국 측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니엘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최근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은 중대한 이정표이며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 양국 간 협력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러셀 차관보는 “미국은 한국이 주변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 “한중 관계 발전은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통합과 안정을 위해 적극 개입하려는 입장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은 “한반도에서 한국은 통일, 미국은 비핵화를 바라지만 중국은 안정을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한국과 중국이 경제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한중 양국 간에는 공동의 전략적 이해 관계가 결여돼 있어 한중 양국이 전략적·정치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기연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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