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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경제정책은 또 다른 부작용만 낳는다"
공병호 | 승인 2014.08.01 10:07|(173호)

 경제가 어렵다.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새 경제팀이 출범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우려가 없지는 않다. 내가 걱정하는 일은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대증요법을 대거 쏟아내게 된다면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것이다. 재정적자의 누적과 또 다른 실망감을 잔뜩 안긴 채 다음 경제팀에 과제를 떠넘기고 떠나지 않을까라는 우려 때문이다.

 정확한 처방에서 정확한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새 경제팀이 이를 제대로 해 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특히 경제팀을 이루는 주요 멤버들이 이런 저런 단기 대책으로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낙관보다는 실망스런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최경환 경제 부총리가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등장했다.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이 시중에 흘러나게 하는 제도의 일환으로 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세와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 기업은 많은 사내유보금을 쌓아놓은 채 투자에 인색한다는 시중 여론을 반영한 발상이다. 새 경제팀이 이와 비슷한 정책들을 쏟아낸다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그것은 효과는 제쳐두고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이다. 사실 기업이라는 존재는 돈을 벌기 위한 조직이다. 투자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그들이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경기가 불투명하고 자신들이 만들어 낸 상품이나 서비스가 팔릴 가능성이 없다면 자연스럽게 내부 유보를 증가시키게 된다. 대증요법의 사례를 들자면 기업의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와 같은 정책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법인세를 모두 지불한 다음에 기업의 위험관리 차원에서 갖고 있는 사내 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하겠다는 발상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당신들이 투자를 늘리지 않고 돈을 쥐고 있으니까 문제야”라는 발상에서 나오는 아이디어일 것이다.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까? 이런 정책이 재산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정책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전혀 딴판의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만일 이런 정책이 시행된다면 기업들은 다양한 회피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이 가운데 하나가 배당을 크게 올리는 방법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임직원들의 보수를 올리는 일이라 하겠다. 기업에 의한 두 가지 반응이 모두 경제 활성화에 어떤 보탬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단순명료한 처방이 해답

 그런데 내가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은 이렇게 내부 유보금을 인위적으로 정부가 줄인다면, 돌발적인 상황 변화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크게 증가하였을 때 정부를 인위적으로 낮춘 것 만큼 벌충해 줄 수 있냐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정부의 지시 때에인위적으로 사내 유보금을 줄인 기업이 있는데, 경제 상황이 어려워져서 기대한 만큼 이익을 내지 못하였다고 하자. 이런 경우에 기업은 사내 유보금을 활용하면 일정 기간 동안 어려운 시기를 견뎌낼 수 있다. 이같이 자금 수요가 발생하였을 때 정부가 뭘 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뭘 해 주어야 한다는 것도 위법적인 발상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내 유보금에 대해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의 딱한 사정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내수 경기가 너무 가라앉은 상태에서 방법을 찾다 보니까 이처럼 희귀한 정책이 아이디어처럼 툭 하고 튀어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문제가 난마처럼 꼬인 것처럼 보일 때는 근본이나 기본을 생각하면 된다. 문제가 무척 어렵게 보일수록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단순명료한 처방을 생각하면 된다.

 지금 한국 경제가 처한 문제는 명료하다. 계속해서 경제가 저성장 상황에 놓임으로써 개인들의 가처분 소득이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간신히 되살아날 것처럼 보였던 경제 심리가 세월호 사건 이후 꽁꽁 얼어붙어 버렸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난 후 나오는 정책이란 것이 수학여행 가지 말라고 하는 등 온 국민이 애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경제 활성화 불씨를 꺼지지 않게 만들지 않았어야 했지만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는 정책 입안자들은 당장 행사든, 수학여행이든 하지 말라는 쪽으로 달려가고 말았다. 우리는 흔히 경제는 심리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냉냉하게 식어버린 심리를 다시 살리는 데 그만큼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경기의 불씨를 꺼버리는 데는 더 신중했어야 했다. 시간에 쫓겨 내놓는 관료적인 발상이 대부분 이렇다. 새 경제팀이 깊이 숙고해야 하는 일은 앞으로 내놓는 정책이 이런 식으로 단기적인 기대를 모으는 데 지나치게 치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상황이 급박하고 기대를 모으면 모을수록 이런 정책들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큰 요인은 부동산 시장의 급랭으로 인한 자산 소득의 감소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몇 가지 요인을 압축해서 놓고 보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꼽을 수 있는 조치는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들 수 있다. 이 시장만 해도 되살릴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지 않았는가? 1가구 2주택에 대한 전세 임대소득 과세안은 되살아나는 부동산 경기를 냉각시키고 말았다. 이 사건을 미루어 볼 때도 귀한 재정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대안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시장이 놀랍게 받아들일 정도로 과감한 규제완화가 필요한 분야가 부동산 시장이다. 세수 확보에 여념이 없는 정부로서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정책의 우선순위라는 면에서 부동산 경기의 활성화 없는 경기 회복이라면 정책의 초점을 한시적인 감세와 토지 및 건축 규제에 대한 대대적인 완화다. 우리 경제의 상황이 위중하다고 판단한다면, 과거의 연장선 상에서 이루어지는 규제완화 정책이 아니라 규제 혁파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투자 활성화 조치는 부동산에 비해서 다소 시간이 더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에서 성역화된 영역들에 과감하게 칼을 대는 조치가 없는 한 투자 활성화는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내가 우려하는 일은 구조조정이 수반되지 않는 재정 확대책은 또 다른 부채 증가를 낳고 그 결과는 미미한 것으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공병호  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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