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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민생이다
최재영 | 승인 2014.07.31 11:16|(173호)

 지난달 24일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딱 100일이 지났다. 그러나 10명의 실종자가 아직도 남아 있고,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도 미진하기 짝이 없다. 오죽했으면 피해자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단식까지 하고 있겠는가. 이런 점에서 본다면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아직 끝난 것도, 아니 끝낼 일도 아니다. 이것마저 대충 넘어간다면 우리 모두에게 치욕의 상처를 다시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대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도정에 거대한 전환점이 돼어야 한다. 그래야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영령에게 조금이라도 용서를 구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최경환 부총리의 위험한 승부수

 세월호 참사는 비단 진도 팽목항이나 안산 단원고 등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온통 세월호 참사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은 웃음을 잃은 지 오래다. 모두가 뭔가 의심쩍은 눈으로 정부를 바라보며, 뭔가 불쾌한 마음으로 정치권을 응시하고 있다. 동네 길거리에서조차 활력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러다 보니 내수경기는 심각할 정도로 얼어붙어 있고, 이런 마당에 환율까지 떨어져 수출기업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도대체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가야 할지 그저 답답한 심정 뿐 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연일 경제계 인사들을 만나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 조치를 설명하고 있다. 하루빨리 지금의 춥고 긴 경제침체 터널을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조찬을 함께하며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모습도 보기가 좋다. 그리고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 5단체장을 만나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달라고 주문하는 노력 또한 높이 평가된다.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밝히며 기업이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안정적인 경제정책을 보여 줄 때 시장도 정부를 신뢰할 것이다. 그래야 투자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창출되며 경제도 성장하고 발전하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경환 경제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박 대통령이 2기 내각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강한 어조로 경제활성화와 경기회복에 집중해 달라고 주문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경기회복이 절박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의지 또한 확고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올해부터 시작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도 본격적으로 재가동해 달라고 요청했다. 비록 세월호 참사 정국이 여전히 진행형이기는 하지만 경제회생의 노력을 언제까지 손놓고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이쯤되면 최경환경제부총리 체제는 정책운용에 날개를 달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자칫 의욕이 넘치다 보면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인위적으로 환율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한국은행과의 공조라는 명목으로 금리인하에 치중할 경우 시중에 풀리는 막대한 자금의 후폭풍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돈을 빌려 부동산을 사라는 식으로 부동산시장 규제완화 정책이 노골화되고 있다. 이미 1,000조 원이 넘어선 가계부채로 마치 시한폭탄 같은 하루가 반복되고 있는데, 또 빚을 내서 부동산을 사라니, 과연 이것이 옳은 길인지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쓰디쓴 교훈을 잊고 있다는 것인가.

이 뿐이 아니다. 정부는 내수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추경예산 편성을 제외한 모든 수단을 동원키로 했다. 앞으로 40조 원을 투입해, 내수 활성화에 나서는 거시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40조 원을 쏟아 붓겠다는 것은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어마어마한 모험이다. 정부의 바람대로 내수경기가 살아나고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그 돈찬치의 열매는 대기업이 가져가고 뒤치다꺼리는 대다수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자리가 없고 가계 빚까지 짊어진 각 가정에서 이런 부담을 감내할 수 있을지 그게 걱정이다. 이미 견딜 수 없는 한계까지 도달한 국민적 고통을 더 가중시키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는 뜻이다.
 

 정치권, 민생현안을 놓고 머리 맞대야…

민생은 정부와 여당만의 과제가 아니다. 야당 또한 민생을 외면하고서는 어떤 국민적 지지도 받기 어렵다. 야당도 세월호 참사 이후 내수경기가 바닥까지 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이대로 가서 민생경제가 파탄이 나도 좋다는 식이 아니라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다시 민생을 논해야 한다. 때마침 ‘7.30 재보선’이 끝나면서 당분간은 큰 선거일정이 없다. 온전하게 여야가 민생을 얘기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시작된 셈이다. 이런 기회에 새누리당은 집권당으로서의 책임 있는 정책역량을,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책정당의 진면목을 보여줌으로써 대안야당의 가능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민생을 놓고 경쟁을 하는 ‘상생의 정치’가 그런 것이다.

내수경기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경영의 좋은 환경을 만들어 ‘투자 활성화’가 ‘기업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다시 기업성장이 ‘일자리 창출’로 나타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토록 해야 한다. 그 바탕은 제도화, 즉 법을 통해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일로서 이것은 모두 국회의 몫이다. 여야가 손을 잡고 머리를 맞대지 않고서는 풀 수가 없는 일이다.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민생 중의 민생이라는 인식을 공유한다면 정치권은 이제부터라도 손을 잡아야 한다. 이전처럼 다수당이라고 해서 힘으로 밀어붙이는 여당이라면 상생의 정치는 기대할 수 없다. 야당이라고 해서 정부가 하는 일마다 발목을 잡는다면 이미 건강한 야당도, 대안 야당도 자격미달이다.

우선 지난 두 번의 큰 선거와 세월호 참사의 긴 터널을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인사 참극의 거대한 정부 불신의 늪에서도 빠져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부터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를 가져야 한다. 통치는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정치는 더불어 함께 하는 것이다. 야당을 무시하고, 국민과 싸워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그리고 말로만 치장하는 ‘허언의 담론’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진정성을 갖고 ‘국민 속’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최재영  poeco@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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