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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라인의 문민 통제가 필요하다
정경NEWS | 승인 2014.06.11 17:55|(171호)

 

   
▲ 박상병 시사평론가 / 정치학 박사 / 본지 편집이사
박근혜 대통령의 인적쇄신 드라이브가 여전히 진행형이다. 과연 그 끝이 어디까지 인지 아직은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최소한의 ‘쇄신’ 수준에는 부합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지금 시점에서는 인적 쇄신이 절박한 상황일 뿐더러 이번에도 적당히 넘어가는 수준으로는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고강도 인적 쇄신이 불가피 할 것이다. 어쩌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를 발표하면서 동시에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교체했다. 사실상 경질이다. 물론 두 사람의 경질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한꺼번에 그것도 안대희 총리 후보자 내정과 동시에 교체가 발표됐다는 점에서 이를 박근혜 대통령의 인적 쇄신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앞으로 이어질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의 서막이라는 뜻이다.


안보라인, 전략부재 탈피해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사표가 수리된 지난달 22일, 남북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포격을 주고받았다. 큰 피해가 없어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지만 마치 무슨 각본처럼 서로 신경전을 주고받은 셈이다. 언제까지 남북관계가 이대로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메시지도 내포돼 있다. 참으로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공방전이다. 고스란히 그 피해는 서해상 인근 주민들의 몫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지난 1년 동안 남북관계는 좀처럼 국면전환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지속적인 공세에 그래도 선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지만, 선방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앞으로도 이대로 남북관계를 관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일차적으로 북한의 집요한 도발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지난 대선정국을 전후로 해서 거의 1년 내내 북한의 공세는 끝이 없었다. 사실 우리 정부는 제대로 대응하는 것으로도 바쁜 일정이었다. 그리고 여러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이에 대한 국민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잘했다는 평가가 더 많다. 따라서 선방했다는 점에서는 굳이 비판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이대로 가는 것이 옳으냐 하는 점이다.

모든 정책결정 과정에는 강경파와 온건파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야 긴장감이 조성되고 그 속에서 전략이 형성되는 것이다. 대북정책과 안보정책도 마찬가지다. 상대방과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는 쪽이 있는가 하면, 더 이상 북한에게 더 이상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는 논리도 있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입장이든 특정한 시점에서 특정한 이슈를 놓고 강경파와 온건파가 논쟁을 벌이고 머리를 맞대면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안보 컨트롤 타워의 몫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지난 1년 동안 사실상 군 출신 인사들이 안보라인을 장악하는 바람에 강경파 일색의 목소리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수없이 제기돼 왔다. 국방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정원 심지어 경호실까지 군 출신 선후배들이 완전히 장악해 버렸다. 북한과의 대화보다는 대결을 중심으로 사고했던 군 인사들이 안보라인을 장악하면서 대북정책과 안보정책의 유연성은 거의 실종되다시피 했다. 매번 북한과 공방전을 벌이며 소모적이고 답보적인 힘겨루기는 가능했지만, 뭐 하나 제대로 된 성과를 만들어 내는 데는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의미 있는 전략이란 것이 나올 수 있겠는가.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반이나 되고 있지만 아직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내용이 무엇인지 체감하기 어렵다. 북핵을 둘러싼 한미일 3각 공조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자리 걸음이다. 그러다 보니 북핵해법도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중국과 일본의 급부상이 주목을 끌 따름이다. 우리가 주저앉고 있는 사이, 러시아와 손을 잡은 중국, 미국과 손을 잡은 일본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오직 남북만이 서로 소모적인 공방전으로 세월만 보내고 있다. 이것이 과연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에 부합된다는 것인가.


인적 쇄신과 함께 정책기조의 변화도
김장수 실장과 남재준 원장의 사퇴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다. 국정원이 지난 일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를 따져본다면 남재준 원장의 사퇴는 늦어도 너무 늦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게도 황금같은 지난 1년을 허비하고 말았다. 두고두고 최악의 국정원장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김장수 실장도 무능한 안보라인이라는 비판을 계속 받아왔다.

과거처럼 국방부 장관 스타일로 국가안보실을 운영하다보니 대북정책, 안보정책의 유연성은 찾을래야 찾을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세월호 참사가 터졌을 때는 무책임한 태도로 나오는 바람에 군 출신이 맞느냐는 비난도 제기됐다. 이래저래 경질될 사람들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후임으로 어떤 사람들을 발탁하느냐는 것이다.

이번만큼은 군 출신이 아니라 민간인 출신이 국가안보실과 국정원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내부 개혁을 위해서라도 또 다시 군 출신이 자리를 맡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참에 사람만 교체할 것이 아니라 대북정책과 안보정책의 새로운 정책적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도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북핵 문제를 풀고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금의 타이밍을 놓치면 박근혜 정부에서 어떤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임기 후반기로 갈수록 대북정책의 동력이 떨어지고 특히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서는 뚜렷한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어렵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면 지금이 바로 적기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국가안보실장과 국정원장에 민간인 발탁과 함께 정책기조의 큰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도 적절한 선택이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그 동안의 접촉을 통해 협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북한도 미국의 판단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 박근혜 대통령이 대폭적인 외교안보라인의 인적 쇄신과 함께 정책기조의 변화를 추구한다면 남북관계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과는 박근혜 정부와 우리 국민의 것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말로써 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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