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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만 하다보면 발전은 없어”
정경NEWS | 승인 2014.06.11 17:50|(171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당신들 때문에 이 렇게 됐어.” 이 렇게 말해 버리고 나면 시원하기는 하지만 더 이상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 언젠가 유대인 랍 비가 쓴 책을 읽다가 유 대인들은 자신들이 피해 자라고 부르지도 않고 후세들에게 그렇게 가르 치지 않는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히틀러에 의해 무 려 600만 명이 잔혹하게 살해된 것을 두고 피해자 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을 피해 자라고 불러야 하겠는가.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당 한 참혹한 피해를 이렇게 받아들이는 데는 ‘용서를 하지만 잊지는 않아야 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 다. 유대인 랍비는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하는 순간 그 참담한 사건으로부터 배울 것이 없어져 버린다 고 말하였다.
 

살다보면 도저히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이 일어 날 수도 있다. 상식으로나 이성으로 있을 수 없는 사 건이 터졌을 때 우리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경험 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저마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게 삿대질을 하는 것으로 그치게 되면 우리가 그 사건으로부터 다음 단계로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만다.

젊은 목숨들이 억울하게 희생된 세월호 사건은 한 국 사회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는 것 과 부패고리로 심하게 얽혀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 다. 심지어 “별일 있겠어”라는 생각에서 뭐든 대충 대충 때우듯이 해나가는 일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 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초등 대처가 미흡한 것도 특정 조직의 문제나 몇 몇 인물들의 상식 밖의 행동에만 주목해선 안 된다. 고도 성장기를 통하면서 우리 사회는 곳곳에 이익단 체 혹은 준 이익단체들이 만들어졌고 이들을 중심으 로 만들어진 카르텔(단합) 구조가 곳곳에 배어 있음 을 확인하게 된다. 이런 단체들은 자체적으로 혹은 관청과 깊이 유착되어 사회 혹은 국가로부터 이익을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정 인물을 삿대질하는 요란한 분위기 속에서도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좀 더 주목해야 할 것 이다. 그런데 그런 문제는 대통령의 결심만으로 해 결되기에는 너무 뿌리가 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정 치라는 것이 지도자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 가? 그렇다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도 문제의 근원에 대해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작지만 강한 조직 개편 필요
이번 사건의 근원적인 해결책을 생각하는 사람이 라면 오래 전에 맨슈어 올슨(Mancur Olson)이란 경 제학자가 쓴 <국가의 흥망성쇠와 분배연합의 성장>이라는 저서를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어떤 나라 든지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성장과 함께 다양 한 분배연합이 활성화된다. 분배연합은 집단행동을 통해서 자신들이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 력한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분배연합의 문제를 적절 히 다룰 수 없기 때문에 역동성을 상실하는 어려움 을 겪게 된다.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국가 개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분배연 합에서 찾을 수 있다. 올슨 교수는 영국의 경험을 토 대로 “시대가 변함에 따라 영국 사회는 너무 많은 강 력한 단체들과 연합체들이 생겨나서 변화하는 환경 과 기술에 대한 적응을 지연시키는 ‘제도적 경화증’ 을 앓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많은 부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등 대처 가 미흡할 수 있었을까? 1991년에 독립된 전담 기구 에는 현장을 모르는 간부들이 그렇게 많을 수 있는 가? 적절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기구에는 현장 을 대처할 장비가 부족하고 그렇지 않은 부처에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 이유가 무엇일까? 관 출신의 인사들이 유관 기관에 가서 무슨 감독 기능을 수행 할 수 있는가? 열심히 일하는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는 섭섭할 수도 있지만 한국의 관료 사회는 상당 부 분이 이익집단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 그동안의 관행 들이 한꺼번에 드러나게 된 것이 세월호 사건이다.

이번 기회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몇 가 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일단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문제를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도의적인 책임이야 대통령이 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지 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올바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받을 수 있다. 어려움을 이용해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굳히려는 어떤 시도도 올바르지 않다. 삶이 본래 모 험적이기 때문에 어떤 사회든 어려움을 만날 수 있 다. 그런 어려움을 의연히 그리고 현명하게 대처하 는 방법은 효과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는 일이다. 분열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일부이기 는 하지만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민들의 눈에 거슬 리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다음으로 필요한 조치는 분배연합 성격을 가진 이 익집단들의 발본색원(拔本塞源)은 가능하지 않겠지 만 가능한 그 활동을 줄일 수 있는 조직 구조의 개편 작업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은 국가안전 처를 설치하여 안전과 관련된 업무를 통합・조정하 는 것이라고 한다. 또 하나의 거대한 관료조직의 탄 생이 되지 않도록 하며, 작고 강한 조직이 될 수 있도 록 해야 할 것이다. 조직 구조 개편 작업이 미시적인 조치라고 간주하면 더욱 근원적이고 거시적인 조치 도 뒤를 따라야 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를 점점 경직화시켜 버리는 분배연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안전이나 보건처럼 특수 분야를 제외하면 가능한 독과점 구조를 해체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혁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번 사건에 빛이 가리고 말았지만 규제 개혁을 위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노력만이 근원적인 해결 책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한국인들은 민첩하고 욕심이 많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더욱이 눈썰미 가 뛰어나기 때문에 뭐든 잘 해 나가려는 강한 투지 를 갖고 있다. 그러나 도덕이나 윤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개선해야 할 점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나는 이번 사건이 작고 사소한 분야에서부터 도덕성을 회복하는 그런 노력들에 불을 지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경NEWS  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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