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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혁신, 국운 바꿀 절호의 기회
최재영 | 승인 2014.06.11 17:37|(171호)

 

   
▲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나버렸다. 너도 나도 모두가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우리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는지 모두가 참담한 심경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번 사고는 너무했다. 사고 자체도 컸지만 그 사고에 대응하는 정부의 역량은 후진국 수준에도 못미쳤다. 뭐 하나 제대로 평가할 만한 것이 없다. 악덕 업주뿐 아니라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선장과 선원들의 수준, 그리고 초기 대응에 나선 해경의 행태나 정부의 후속대책, 정말 더 이상 이럴 수는 없는 일들이 지금 우리 앞에 생생한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국가개조, 국민의 뜻 헤아릴 때
세월호 참사의 이면을 보면 거기에는 우리 사회에 암처럼 퍼져 있는 거대한 부패구조가 자리 잡고 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정말 오랫동안 쌓여왔던 적폐(積弊)이기에 이미 말기 암세포처럼 치명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관료 마피아, 즉 ‘관피아’가 그것이다. 전현직 관료들을 비롯해 해운업계 안팎의 업자들,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권력기관이나 언론 등의 지역 기득권세력도 일조했을 것이다. 이들이 오랫동안 그들만의 기득권 구조를 온존시키면서 부패와 무책임, 비리구조를 양산해 낸 것이다. 워낙 규모가 크고 오래된 일이라서 과연 그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강력한 국정혁신 의지를 밝혔다. 직접 ‘관피아’라고 부르면서 그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했다. 여야가 협의해서 후속 입법을 만들면 지금이라도 제도화 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고위공직자가 퇴직 후 재취업 할 때 그 제한 대상을 현재보다 3배로 늘리고, 업무 연관성 부문도 소속부서가 아니라 소속기관으로 확대하는 내용은 매우 현실적이다. 그래야 재직 때 퇴직 후의 일자리를 놓고 뒷거래를 하거나 교묘하게 편법을 동원하려는 유혹을 차단할 수 있다. 더욱이 일명 김영란법 통과를 강조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혁신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를 발탁함으로써 더 생생하게 보여줬다. ‘국민검사’로 불렸던 안대희 내정자가 과연 인사청문회를 잘 통과해서 국무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박 대통령의 의지대로 공직사회 혁신과 관피아 척결에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안대희 카드는 국정혁신을 향한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울러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을 전격 교체했다. 이 또한 국정쇄신의 한 축인 인적 쇄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과 사람을 동시에 바꿔서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삼겠다는 박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읽힌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개조’라는 말까지 동원하며 강력한 국정혁신 의지를 밝힌 것은 세월호 참사로 위기에 빠진 국정운영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동시에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국민적 요구에 대한 화답으로 들린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결심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그 결심은 매우 바람직하다. 지금 이대로 간다면 올해 약속했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고사하고 ‘6・4지방선거’ 이후 국정이 어떻게 돌아갈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어쩌면 최악의 국면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민심의 분노는 생각보다 크고 깊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강력한 국정운영 쇄신의지를 밝힌 것은 이런 절박한 상황을 간파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보인다.
 

이젠 박 대통령도 바뀌어야…
앞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을 비롯해 국정운영과 관련한 시스템 재정비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 앞에 맥없이 무너진 국정운영의 허술한 시스템을 모두 재정비해서 다시는 이런 대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합당한 책임자 처벌과 인적 쇄신도 뒤따라야 한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경질은 이러한 인적 쇄신의 신호탄이 아닐까 싶다. 잘못된 것은 과감하게 뜯어고치고, 책임자 처벌은 일벌백계의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처참하게 무너진 ‘정부의 신뢰’를 다시 일으켜 세울 방법이 없다. 근본적이고 과감하며 단호한 의지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연결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정부로 거듭나는 것이다.

또 하나 강조할 대목이 있다. 마지막 관건은 박근혜 대통령 자신도 국정운영에 대한 철학과 인식의 수준을 달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만들고 유수한 인재들을 발탁한다고 하더라도 국정 최고의 지도자인 대통령이 바뀌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되고 만다. 박 대통령이 달라져야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고, 인재들이 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유능한 공직자가 목소리를 내고 무능하고 부패한 관료들이 퇴출되는 국정운영의 정상화가 마련되는 것이다. 그 정점에 대통령이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번 세월호 참사의 모든 책임을 자신 탓으로 돌렸다. 국정 최고의 책임자로서 박 대통령의 이런 자세는 보기가 좋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특히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대해서는 무한책임을 져야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책임론 공방에 휩싸이는 것 자체가 창피한 이야기다. “모든 것이 대통령 책임이냐”는 식의 어리석은 반문은 금물이다. 세월호 참사는 수십년에 한번이라도 일어나기 어려운 관재(官災)였다. 그것도 무능한 정부가 사태를 더 악화시킨 것이다. 이것이 전적으로 정부, 더 나아가 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 책임이 아니라면 누구의 책임이란 말인가. 따라서 박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한 것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앞으로는 박 대통령 자신부터 새로운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국정운영의 철학과 인식, 사람을 고르고 소통하는 방식, 그리고 정치권과의 관계 등에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근혜 정부 임기가 3년 반이나 남아 있다는 점이다. 역대 대통령 지도력을 볼 때 정권 초기에 국정 개혁을 강력히 추진한다. 박 대통령 임기 초기에 이번 세월호 참사 사건은 대한민국을 새롭게 개조하는 데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강력한 개혁을 원하는 국민 정서가 뒷받침되고 있는 이 시점을 하늘이 준 기회로 알고 박 대통령은 명운을 걸고 강력한 국정개혁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대전환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최재영  poeco@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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