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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위로하고 아파하라”‘주는 불교’ 실천하는 동국대학교 이사장 정련 나눔의 큰 스님
안병용 기자 | 승인 2014.06.11 17:19|(171호)

최근 한 달 동안 기자의 주위에는 ‘세월호’ 이야기 밖에 없었다. <정경뉴스> 6월호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세월호 사건은 눈만 뜨면 보이고 귀를 열면 들렸다. 슬픔과 아픔에 지친 대한민국에 위로의 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기자의 ‘사명’일터. 사명을 다하지 못하면 ‘직무유기’라는 굳은 생각으로 정련스님을 만났다. 60년 가까이 불법을 구해왔으며, 유치원과 대학교에서 학생들의 참 스승 노릇을 하고 있는 큰 스님이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의 세월을 훌쩍 넘는 세월동안 불교계와 교육계에서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정련스님을 만나기 위해 그가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서울 동국대학교로 찾아갔다. 맑은 날씨만큼 밝지 않은 세상사에 치유의 말씀을 전하는 인터뷰 시간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다. <편집자 주>

   
▲ 동국대학교 이사장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정련스님.
석암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정련스님은 1958년 3월 선암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8년 4월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그는 조계종 포교원장, 우리민족서로돕기 상임이사,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내원정사 주지, 내원정사 유치원 이사장, 사회복지법인 내원 대표이사,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장, 학교법인 유석학원 이사, 동아대학교 의과대학 발전재단 이사로 일하고 있다.
천막법당으로 시작한 내원정사를 부산의 대표적 사찰로 발전시켰으며, 사회복지법인 내원을 설립하고, 재활의료시설인 거제도 ‘마하병원’과 일급정신지체장애인 복지시설인 ‘반야원’을 운영하며 불교복지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2009년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장으로 선출돼 제2건학을 원력으로 세우고 동국대학교 서울•경주캠퍼스 및 의료원과 10개의 산하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의 위상제고와 도약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해왔다.
또한, 불교종립학교로서 종단과 화합을 통한 상호발전, 약학대학 유치, 경기도 일산에 바이오메디융합 캠퍼스 개교, 동국대 국제선센터 개원 등 다양한 공적을 남겼다. 석암장학회를 운영하면서 많은 학생들에게 매년 수천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 내원정사 유치원의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하며 웃고 있는 정련스님.
교육•복지사업에 정성… 부산 내원정사

부산의 대표적인 산인 구덕산 자락에 내원정사가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민도 내원정사라고 하면 잘 모른다. 조계종 원로 스님인 정련스님이 천막사찰부터 시작해 손수 불사를 하고 40년 넘도록 거처하고 있는 사찰이지만, 범어사•용궁사 등 부산을 대표하는 사찰과 비교하면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대신 ‘꽃마을’ 하면 금세 알아듣는다. 구덕체육관 뒤편의 동네가 꽃마을이다. 사람들이 구덕산 자락에 들어와 꽃을 재배하며 살던 마을이다. 그 꽃마을 뒤편에 내원정사가 있다.
내원정사는 구덕산을 도솔산이라 부른다. 정련스님이 구덕산의 옛 이름이 도솔산이라는 기록을 찾아내 도솔산 내원정사라는 현판을 내걸었다. 불교의 6천(六天)의 하나인 도솔천에는 미륵보살의 정토가 있는데 이를 내원궁(內院宮)이라 한다. 부산 내원정사의 역사는 짧지만 의미는 불교의 깊은 뜻을 헤아린다.
도솔산 내원정사는 도심사찰이며, 베풂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찰이다. 정련스님은 특히 교육과 복지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1985년 부설 유치원을 설립해 해마다 400명이 넘는 원생이 재원하고 있으며, 노인•장애우•저소득층•청소년 등을 지원하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내원정사가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만 13개에 이른다. 종교계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내원정사가 교육・복지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85년으로 사찰 인근 숲속에 유치원을 세우면서부터다. 포교에 우선 힘을 쏟아야 한다는 신도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련스님은 400명의 어린이를 가르칠 수 있는 유치원을 설립했다. 빚을 내 땅을 산 터라 이자와 자재비.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정련 스님은 유아교육에 관한 공부도 병행하며 유치원 설립에 열을 쏟았다.
그 결과 전통문화와 생태교육, 인성교육을 접목한 교과과정을 개발해 지금은 부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치원으로 평가받는다.
내원정사의 복지사업은 최소한의 서비스가 아니라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치원의 경우 전통문화, 세시풍속과 놀이, 자연관찰과 농작물 재배학습 등 독특한 교과과정을 마련해 전인교육을 실천한다.
정련스님은 “내원정사의 다양한 복지사업은 절의 수입이 많아서가 아니라 신도들이 마음으로 동참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직접 느끼고 실천한 결과”라고 말한다.

   
▲ 동국대학교 캠퍼스 전경.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자

세월호 사건에 대해 정련스님은 “위대한 지도자나 대문호가 되고 노벨상 받을 수도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어린학생들을 한꺼번에 잃었다. 얼마나 큰 슬픔인가. 희생자와 유가족만의 아픔이 아니고 바로 우리의 그리고 나의 아픔이다. 함께 아파하고 슬퍼해야 한다”고 애도했다. “종교인이기 전에 사람이니 아플 뿐이다”는 말도 하였다.
“위로하고 아픔을 함께 하세요”
터져 나오는 분노는 어떻게 다스리고 희생자와 유족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스님은 오늘 우리가 할 일은 위로하고 함께 아파하는 것이라 했다.
“넘어졌을 때 제 손을 짚고 일어나야 하듯이 결국 스스로 일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말로 위로해 부족하더라도 계속 위로하고 아픔을 함께 하세요. 우리 사는 것이 그들과 관계없는 것 아님을 알아야 해요.”
‘삼라만상각별색(森羅萬象各別色) 환향원래동근신(還鄕元來同根身)’. 스님은 ‘삼라만상이 제각각 다르지만 원래 한 뿌리’라는 불교 가르침을 주었다.
정련스님도 40년 전 참사를 겪고 살아남은 스님이다 보니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고 한다. 스님은 60명이 죽고 12명이 실종된 1972년 구덕수원지 붕괴에서 살아남았다.
당시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지만, 아비규환과 같던 기억은 오래 남았다. 그들을 향한 위로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단다. 그 후로 오늘날까지 올해까지 34년째 구덕수원지 희생자와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호국 영령을 위로하는 천도재(薦度齋)를 매년 지내고 있다.

   
▲ 지난 3월 31일 내원정사 만불전에서 석암장학회 장학금 지급식이 열렸다. 석암장학회는 석암스님이 부처님의 대자대비정신으로 국가 발전과 민족중흥에 기둥이 될 훌륭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1971년 설립한 장학회로, 석암스님 입적 후에도 그 유지를 받들어 1976년부터 매년 두 차례 열리고 있다. 밑줄 좌측에서 4번째 정련스님.
우리의 갈등은 탐진치(貪嗔痴) 때문

“얼마나 좋은 사회이고 세상입니까. 하지만 탐진치로 인해 행복을 얻지 못해요. 욕심(貪)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성내는 생각(嗔)에 못 참고 싸움을 벌이고, 어리석은 생각(痴)으로 올바른 사리판단을 못 해요. 세월호 참사도 모든 사리에 현명하지 못해 생긴 겁니다.”
이제 우리 모두에게는 이기심을 버리는 일이 주어졌다는 것이 스님 생각이다. 사바세계는 본래 참고 견뎌야 하는 견인(堅忍)의 세계. 하지만 오직 나 혼자 잘 살자는 생각이 커지고 커지다 보니 이번 참사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처님 오신 뜻을 되새겨야 한다. 봄이 돼 피는 백 가지 꽃은 사람 좋으라고 피지 않는다. 그대로 필 뿐이니 그 ‘무심의 경계’를 알고자 해야 한다는 거다. “산목숨 죽이는 살생하지 말라고 했지만, 자기 행복을 모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 없애는 것은 살생보다 더 잔인한 일이다. 더불어 살지 않으면 불행은 또 찾아온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을 배려하는 지혜의 등불을 켜세요.”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을 맞는 불자들에게 전하는 스님의 당부다.
스님은 “절에 와서 불공한다. 하지만 부처는 집에 있다. 어머니 아버지가 부처고 마을 할아버지 할머니가 다 부처다. 절 안 와도 그들에게 불공드려라. 불쌍한 사람에게 공양 올려라. 그들이 부처고, 그 일이 불공이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항상 진심을 보여야한다
스님의 서릿발 같은 꾸짖음이 이어졌다. “아픔을 함께한다라는 말만으로는 안 됩니다. 대통령도 장관들도 유족과 함께 앉아 그들을 봐 주고 만져줘야 했습니다. 안 먹으면 같이 안 먹고 안 자면 밤을 새워야지요. 그게 진심인 겁니다. 그랬다면 유족도 감동했을 텐데, 호위 대동하고 말만 하니 누구라서 위로가 되겠습니까.”
스님은 “중국 우 임금은 비 오면 남의 논에 물 대러 밤낮 다니느라 장딴지에 털이 날 새가 없고 바람으로 머리를 빗었다. 태평성대는 그렇게 온다”고 말했다.
이제 그런 정치인이 더욱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훌륭한 지도자라면 몸을 낮춰 서민이 찡그린 얼굴이냐 아니냐를 봐야 한다. 지도자라면서도 자신을 낮추지 못한다. 그게 중생 근기 보고 제도하라 이르신, 부처님의 하심(下心)”이라 덧붙였다.

   
▲ 부산 구덕산에 위치한 내원정사는 정련 스님이 주지로 있으면서 불교의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
‘받는 불교’에서 ‘주는 불교’로

정련스님은 실천하는 스님으로 조계종 대종사까지 품수했다. 매주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동국대 이사장과 조계종 원로 의원 소임까지 차질 없이 해내고 있다. 41년 전 내원정사를 지을 때 세운 세 가지 목표가 바로 ‘포교와 복지, 교육’이다.
열여섯 살에 출가한 스님은 “참선도 좋지만 포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부처님 법이 아무리 좋아도 가지고만 있으면 무슨 소용 있느냐 싶어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내원정사에 다양한 사회복지와 교육 시설을 갖추고 ‘주는 불교’라는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먼길 갈 때는 짐을 적당히 짊어지어야 한다는 말과 같이 내 역량만큼 짐을 지고 긍정적으로 최선을 다하니 즐거울 뿐입니다.”

다음은 정련스님과의 일문일답.
Q _2600년 전 부처님 가르침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의미가 있나요.
A 2600년 전이나 후나 인간 심성의 근본적인 차이는 전혀 없습니다. 그렇기에 부처님의 진리의 가르침도 세월을 초월하여 언제나 큰 가르침이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항상 탐진치와 ‘나’라는 허세와 허욕을 좇아 온갖 번뇌가 그칠 날이 없지요. 욕망을 좇아 상대를 짓밟고 그 허물로 인해 내가 드러난다는 그런 못난 생각에서 이 세상이 어지럽고 갈등이 그칠 날이 없는 것입니다. ‘자기의 참모습을 바로 보아야만 모든 중생계의 고통과 갈등을 일시에 다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이 사바세계에 오신 것이지요.

Q _부처님께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한 말씀의 의미는?
A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 나 말고 따로 위대한 것이 없다는 진리의 말씀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인인개개가 다 팔만사천의 지혜와 덕상을 갖추고,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설하신 것입니다. 이러한 진리의 눈을 열면 온 세계 그대로가 진리 아닌 것이 없고 자타가 둘이 아닌 평등한 세상이 되는 것이기에 참된 세계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죠.

Q __동국대학교 이사장이 되신 다음 가장 신경 쓰신 일은 무엇입니까?
A 이렇게 큰 조직을 운영하면서 제가 제시하고 있는 핵심 가치는 “자율과 책임” 그리고 “소통과 화합”입니다. 법인 산하에 있는 여러 기관의 장에게 최대한 권한을 위임하고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해줌으로써 각 기관에서 자신들이 처한 환경과 처지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발전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동국대학교는 개교 108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아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대학입니다. 앞으로도 그동안 쌓아온 전통을 바탕으로 명문사학의 본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Q __대학교는 최고의 지성인 집단입니다. 교수진들이나 학생들에게 가장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A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수들은 지금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이 세계적인 석학이나 이 시대를 이끌어 갈 리더가 될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가르쳐주길 바라고, 학생들도 열심히 공부하여 국가를 빛낼 인재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정련스님 약력
정련 대한불교조계종 내원정사 주지
출생 1941년 경북 예천
경력 1956년 부산 선암사에서 석암스님을 은사로 출가
법명 : 정련(定鍊), 법호 : 단옹(亶翁)
1973년 천막법당인 부산 내원정사를 짓고 포교를 시작
1985년 내원정사유치원 설립 및 초대원장
1998년 사회복지법인 내원 대표이사
재단법인 내원청소년단 이사장
1999년~2001년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2009년~현재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장
2012년~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원

학력 1973 동아대학교 철학과 졸업
2001년 동국대 불교대학원 불교사회복지학과 석사

수상경력 1986년 문교부장관상 수상
1992년 교육부장관 표창
1997년 대한불교조계종 포교대상 수상
2002년 국무총리표창 수상
2011년 일맥문화대상 사회봉사상 수상
2013년 제3회 협성사회공헌상 수상(교육문화예술부문)

주요저서 1993년 ‘유아를 위한 불교교육의 이론과 실천’

안병용 기자  byahn@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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