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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밝힌 ‘채동욱 사건’의 진실고위공직자들은 왜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할까
안병용 기자 | 승인 2014.06.11 17:06|(171호)

8개월여의 진실 공방은 결국 ‘채동욱 패배’로 끝이 났다. 검찰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 군에 대해 채 전 총장의 아들이 맞다고 결론을 낸 것이다. 검찰은 유전자 검사 없이는 100%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없지만 간접 사실과 경험칙에 의해 혼외자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다양한 정황증거를 통해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입증했다. 하지만 검찰은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의 뒷조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정당한 감찰이라고 보고 무혐의 처분을 내려 당국이 청와대에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편 ‘채동욱 사건’을 비롯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NLL녹취록 삭제 의혹 등을 통해 우리는 ‘이처럼 고위공직자들이 정직하지 못한가’ 하는 새삼스런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들은 왜 거짓말을 하는가? <편집자 주>

   
▲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9월 30일 퇴임사에서 "남편과 아빠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 왔고 또 앞으로 그렇게 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이 거짓말임을 후배 검사들이 확인했다.
“남편과 아빠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고 또 앞으로 그렇게 살겠다.” 지난해 9월 30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퇴임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이 거짓말임을 후배 검사들이 확인했다. 검찰이 사실상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이 사실이 맞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혼외자 결론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서봉규)는 5월 7일,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이 사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수사를 지휘한 신유철 서울지검 1차장은 “유전자 검사 없이는 100%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없지만 간접 사실과 경험칙에 의해 혼외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입증하기 위한 다양한 정황증거를 제시했다.
먼저 내연녀 임 여인이 2002년 2월 26일 받은 양수검사 동의서 ‘보호자’란에 손글씨로 ‘채동욱’이라는 이름과 서명이 기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임 여인이 임신 초기이던 2001년 작성한 산전기록부와 채 군의 2009년 초등학교 학적부, 지난해 7월 유학신청서류 ‘아버지’난에도 모두 ‘채동욱, 검사’라고 써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채 전 총장을 비롯해 임 여인과 아이 셋이서 색깔을 맞춰 옷을 입고 찍은 사진도 제시했다. 더욱이 임씨 집에서는 아들 채 군의 돌 무렵인 2003년 7월께 채 전 총장과 함께 찍은 흑백사진이 발견됐고, 세 사람은 검은색 하의와 흰색 상의를 맞춰 입고 맨발로 서 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임 여인이 채 총장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팔짱을 낀 포즈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임 여인과 채 군이 평소 ‘아빠가 채동욱 검사’라고 말하고 다녔다는 주변진술도 확보했다. 특히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 여인의 e메일 계정 ‘보낸 편지함’에서 2010년 2월 수신자 ‘채동욱’으로 표시된 편지를 한 통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지에는 “10년 세월 동안 숨 죽이고 살았지만 단 한번도 이런 날이 오리라 생각 못했다. 아이를 생각하면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제게 말씀하셨다.…(중략) …당신의 비겁함에 당신이 아이 아빠란 것이 부끄럽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어 “이제 당신은 저와 ○○(혼외자)과 아무 관계없는 사람이다. 신들이 당신을 용서하지 않길 바란다”는 구절로 끝을 맺었다.
다만 검찰은 해당 메일이 실제 보내졌는지, 채 전 총장이 수신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대전고검장이던 채 전 총장 집무실에 임 여인이 찾아간 시점에 메일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외에도 임 여인의 가정부가 받았다는 채 전 총장의 자필 연하장도 정황 근거가 됐다. 계좌 추적과 통화내역 조회결과도 증거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은 채 전 총장이 임 여인에게 수천만 원을 전달한 정황을 확인했고, 고교동창 이모씨를 통해 임 여인과 수시로 연락을 취했던 것도 확인됐다.
이같이 검찰의 정황증거가 제시되자 자연스레 채 전 총장을 뒷조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인물로 관심이 쏠렸다. 우선, 검찰은 조오영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과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 국장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서초구청과 강남교육지원청을 통해 채 군의 정보를 수집했던 국정원 직원 송모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채 군 모자의 개인정보 입수를 지시한 윗선의 불법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내렸다. 채 군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혐의를 받고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고용복지수석실 등 다른 청와대 소속 행정관들은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곽상도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등을 직접 만나 조사했지만 진술을 듣고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직무권한 내에서 정당한 감찰활동을 했다고 판단해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검찰은 사건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고 가사 도우미를 협박•공갈한 혐의로 채 군의 어머니 임 여인을 불구속 기소했다. 임 여인은 지난해 5월 빌린 돈 3,000만 원을 갚지 않으려고 유흥주점 직원 2명과 함께 가정부 이모씨를 협박한 혐의(공동공갈)다. 2009년 6~12월 채 전 총장과의 관계를 내세워 형사사건 청탁 명목으로 1,400만 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도 있다.

檢 정황증거
그 외에도 채 군에게 거액을 송금한 인물로 지목된 채 전 총장의 고교 동창 이씨를 회삿돈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S그룹 관계사에 재직하던 2010년 2월, 회사 어음 17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채 군 유학 전후, 혼외자 의혹 보도 전후로 채 전 총장 및 임 여인과 자주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채 전 총장이 2006년 3월 이씨가 아닌 또 다른 제3자 계좌를 통해 임 여인에게 9,000만 원을 송금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편, 검찰은 채 전 총장에 대한 청와대의 뒷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정당한 감찰이었다면서 면죄부를 줘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해 9월 6일, 조선일보가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보도하자 야권에서는 즉각 청와대를 배후로 지목한 바 있다.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처리를 놓고 채 전 총장이 황교안 법무 장관과 갈등을 겪은 직후였던 터라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에 청와대는 강력 부인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보도 이후에 혼외자 의혹 감찰에 착수했지만, 보도 전에는 그런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검찰 수사를 통해 보도 이전인 지난해 6월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이 채 전 총장 혼외자와 관련한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한 정황이 드러나자 청와대는 말을 바꿔 논란을 자초했다.
실제 지난 3월 24일 청와대는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은 지난해 6월 하순경 당시 채 총장의 처를 자칭하는 여성과 관련된 비리 첩보를 입수한 뒤 그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과 관련 비서관실을 통해 관련자 인적 사항 등을 확인한 사실이 있다”며 비위 첩보를 확인하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지난해 9월 “혼외자 관련 보도 이후 사실 확인 차원에서 감찰에 착수했을 뿐 언론 보도 전 민정수석실에서 어떤 확인 작업도 벌인 바 없다”고 했었다. 결국 이는 신빙성 없는 말로 청와대 스스로 말 바꾸기를 한 셈이 됐다.

면죄부 논란
그동안은 주로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 관련 뒷조사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주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단순히 일개 수석실이 아니라 청와대 전체가 조직적으로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뒷조사를 했다는 정황이 포착됐음에도 검찰은 여전히 채 전 총장의 혼외자는 사실이라면서도 뒷조사는 무죄라고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이 여전히 불가피한 까닭이다.

   
▲ 노태우, 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 또한 거짓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고위공직자들의 터무니없는 거짓말

고위공직자도 사람이니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공직자를 성직자나 도덕군자 중에서 뽑으라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바라는 윤리적 기대치는 과거나 지금이나 여전히 높다는 것이 사회통념이다.
심리학자들은 거짓말이, 관계를 좋게 하는 선한 거짓말이든 아니든, 주변 사람에게 ‘감정의 얼룩’을 남긴다고 지적한다. 한번 얼룩이 생기면 잘 지워지지 않는다. 이 얼룩은 관계를 서서히 식혀 결국에는 서로를 무너뜨린다.
더욱이 고위공직자의 거짓말은 더 고약하다. 그들의 헌신을 기대했던 국민의 마음을 얼룩지게 한다. ‘그들도 우리처럼’이라는 무력감(無力感)을 사람들에게 심어 주고, 양심의 기준을 저잣거리 수준으로 끌어내린다. 고위공직자의 거짓말은 그래서 사회에 치명적이다.
상담심리 전문가인 정은미(鄭殷美)씨는 “고위공직자들은 자신을 예외적 존재로 구별하려 한다”며 “자신을 ‘평균 이상’이고, 예외자로 인식(착각)하며, 자신의 거짓말과 거짓행동을 보기 좋게 포장하려 한다”고 지적 했다.
“다른 사람의 오류는 지적하지만 자신의 허물은 보지 못하는 식이죠. 남보다 잘났고 성공했다는, 그래서 자아를 보존하는(ego-preserving) 생각 때문에 자신의 편견, 비합리적이거나 부정적 감정을 외면하는 것이죠. 심한 경우 상상 가능한 나쁜 행위를 저질렀으면서도 여전히 착하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사실 정치인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들은 언제나 거짓말의 유혹과 대면(對面)하는 존재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경쟁자를 밟고 올라서는 이기적(利己的)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겉으로는 친절하고 이타적(利他的)으로 행동하며 사회적인 인정을 받으려 한다. 이들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공익(公益)’이라는 가치 속에 은밀히 숨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들의 이기적이며 이타적인 양가감정(兩價感情)은 윤리의식을 점점 무디게 만든다.
정씨는 “남들에게는 자신의 행동을 언제나 그럴듯하게 포장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모든 것을 감출 수 없고, 마음 어느 한 곳에서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구멍에서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안병용 기자  byahn@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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