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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세월호 법안으로 주도권 싸움 벌였다“세월호 정국은 우리가 리드한다”
안병용 기자 | 승인 2014.06.11 16:52|(171호)

5월 임시국회의 개막과 동시에 정치권의 움직임은 빨라졌다. 이는 ‘세월호 국회’로까지 명명될 정도로 이번 참사에 대한 법안 처리가 주로 이뤄질 것으로 보여 전 국민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 모두 원내 사령탑이 바뀌면서 존재감 과시가 필요한 상황에다 지방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이번 임시국회의 성적표가 상당히 중요해진 상태였다. 정치권은 같은 성격 법안이라도 세부내용에 대한 이견을 보이고 있어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뒷북’이라고 표현하며 비판하고 있는 상태라 여야가 어떻게 ‘세월호 국회’를 풀어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편집자 주>

   
▲ 여야는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 지방선거를 승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사진은 여야대표 원내4자회담.
현재 국회의 최대 쟁점은 세월호 국조 시기다. 국조는 상임위 또는 국회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추진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늦어도 지방선거 직후 국조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새누리당은 후반기 원 구성을 마치고 선거를 끝낸 뒤 차분하게 국조를 진행해야 내실이 있다는 주장이다.
양당의 원내 사령탑인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 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5월 12일 첫 원내수석부대표 회담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첫 회동 결과를 공개했던 것과 달리 그 다음부터는 지속적인 신경전을 벌였다. 이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세월호 사건에 대한 정략적 이용을 경계하며 “국회가 이제 국민을 선동하거나 정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국민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국가 전체적 측면에서 ‘국가 대개조’라는 명제 속에서 국회가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와 라디오 방송에서 “진상조사, 청문회, 국조를 계속 국회가 늦추는 것으로 유족들의 마음을 달래줄 수 없다”며 우선순위를 세월호 진상 규명에 뒀다.
이같은 전략에 새정치민주연합은 5월 국회에서 세월호 관련 상임위를 모두 열어 국민의 답답한 마음과 분노를 풀어내는 ‘세월호 국회’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5월 13일 박영선 원내대표 취임 이후 처음 열린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세월호 참사 관련 진상규명에 총력을 기울이고, 동시에 ‘세월호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데 논의가 집중됐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더 이상 국민들을 기다리라고 하는 정부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유가족들의 요청을 국회가 외면해선 안 된다”며 “세월호 관련 상임위를 모두 열어서 지금부터는 국민의 답답한 마음과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마음을 국회가 대신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특별법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윤근 의원은 5월 임시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에 ▲철저한 진상규명 ▲희생자 및 유가족을 위한 대책 마련 ▲ 향후 재발방지 등 세 가지 내용이 충실히 담겨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내외 입법 사례를 참고해 법안 제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지난 5월 13일 일부 세력이 세월호 참사를 악용해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치 선동’을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광고를 외신에 게재되하고 시민단체 주도의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집회에서 정권퇴진 구호가 등장한 것을 대표적인 갈등•분열 조장 사례로 지목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사고대책특위 연석회의에서 “이번 사고는 지난 60년의 압축고도 성장 과정에서 쌓인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자화상”이라며 “후진적 국가시스템을 선진적 국가시스템으로 바꾸기 위해 국회가 선도적으로 원인을 규명하고 종합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가운데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는 없어야겠다는 것이 국민적 정서”라며 “정치적 악용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고, 또 마음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앞서 “희생자를 한참 수습하는 와중에 외국에서까지 정부를 욕하고 대한민국의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을 지적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당 정책위원회 주도의 재난대응 국가 컨트롤 타워 정비,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핵심으로 하는 세월호 참사 후속대책 마련 작업에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날 공개한 6•4 지방선거 정책공약집에서도 ‘안전’ 관련 내용을 첫 번째 공약으로 제시했다. 세월호 참사로 이반된 민심을 조금이라도 수습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 새누리당은 지방선거를 끝낸 뒤 차분하게 국조를 진행하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후속대책 수립 골몰

여야는 본격적인 5월 국회일정에 돌입하기 전 세월호 침몰사고 후속대책을 각각 제시했다. 새누리당은 큰 틀의 대책을 제시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상임위원회별 접근을 통해 세부적 대책마련을 시도했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국가안전관리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이번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재난대응 국가 컨트롤 타워를 전면적으로 정비하는 등 국가재난 안전시스템을 개혁•재정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재난 컨트롤 타워를 강력한 통합적 기구로 재편하고 자연재해, 대형화재, 항공사고, 해상사고 등 대형 재난사고에 대한 유형별 안전 매뉴얼을 재점검하고 이 매뉴얼이 사고 시 현장에서 정확히 작동되고 이행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 곳곳의 안전 불감증, 관피아로 상징되는 유착 고조로 인한 감독체계 부실 등을 모두 제거하고 선진국 수준의 안전 선진국을 만들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해 퇴직공직자의 유관단체 취업, 협회 취업 등을 엄격히 제한하고 시민이 참여해 안전시스템을 직접 점검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여객선 승객이나 철도 등 다중 위험 교통시설의 안전을 재점검하고 목욕탕이라든지 다중이 모이는 시설의 안전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 상임위원회 가동을 요구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상임위원회에서 해법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세월호 관련 상임위는 모두 11개인데, 새누리당은 11개 상임위에서 할 일이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있다”며 “그러나 상임위별로 이렇게 중요한 일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관련 상임위에서 국회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가 제시하는 주요 안건을 살펴보면, 국회 운영위원회는 국가재난시스템 미작동, 청와대 초기 보고 문제다.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은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지휘상 문제점이다. 정무위원회 안건은 재난 컨트롤 타워의 상실, 초동대처의 실패, 부실기업에 대한 산업은행 지원 문제다. 기획재정위원회는 재난안전관리 구축예산을 삭감한 이유, 특별재난지역과 안전관리부처 예산지원 문제 등이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안건은 정부부처의 세월호 관련 SNS 운영 문제점은 없었는지와 비윤리적 언론보도 등이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은 수학여행과 체험학습, 과외활동 문제점과 학생•학부모들 심리 안정화 방안이다. 외교통일위원회 안건은 국제항공해상수색구조 매뉴얼 및 수색구조 협약 상 해경의 수색과정 문제점, 국제문제 비화 관련 문제 등이다. 국방위원회 안건은 재난구조를 위한 초동대처의 문제점, 부처 간 위기대응시스템 작동 여부다. 안전행정위원회 안건은 국가재난시스템의 미작동, 검경의 축소수사은폐 문제, 특별재난지역 선포 작동 여부 등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은 여객선의 불법개조, 안전점검, 안전교육 소홀 등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안건은 실종자 및 가족 신원파악 관련 DNA 검사 지원과 법의학 전문가의 지원 문제 등이다. 환경노동위원회 안건은 희생자 가족의 고용안정 및 생활안정 대책 지원이다. 정보위원회 안건은 국정원의 최초 사고 인지시점과 조치사항, 그리고 정보기관으로서 대규모 해상사고에 역할을 수행했는지 등이다.
결국 여야 모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서로 비슷한 안전 관련 법안들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세월호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관료와 민간의 유착문제에 대한 척결 논의에도 탄력을 받았다. 특히 ‘관피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공직자윤리법’과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처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새정치민주연합은 5월 국회에서 세월호 관련 상임위를 모두 열어 국민의 답답한 마음과 분노를 풀어내는 '세월호 국회'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공직자윤리법, 김영란법의 행보는…

먼저 ‘공직자윤리법’ 손질 여부가 주목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는 퇴직관료는 퇴직일부터 2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간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산하기관과 협회 등은 예외다.
공직자의 취업제한 기간과 범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힘이 실릴 가능성이 적잖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은 국회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고위 공직자들의 유관기관 취업을 폭넓게 제한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도 ‘관피아 방지법’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된 후 낮잠을 자고 있는 ‘김영란법’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이 처리될 경우 관피아의 입지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 ‘정부안’ 처리를 주장하는 여당과 정부안 이전의 ‘원안’을 고수하는 야당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처리가 미뤄져 왔다. 국회 정무위는 지난해 12월 법안을 상정한 이후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다가 지난 4월 25일 법안심사소위에 법안을 넘겼다.
2012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김영란법 원안은 ‘공직자의 대가성이 없는 100만 원 이상 금품수수 행위에 대해 징역•벌금형으로 형사처벌’, ‘공직자는 직무상의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 등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사업자 등이나 다른 공직자를 포함한 어느 누구로부터도 일체의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관피아 논란을 계기로 김영란법 원안을 되살리자는 요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처럼 여야 지도부가 이른바 김영란법 처리의 필요성을 잇따라 언급하고 있지만 법안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못한데다 여권과 야당이 세부 내용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탓에 국회 처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 4월 26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처음으로 김영란법을 심의했으나 제정안의 적용을 받는 공직자 및 공공기관의 범위만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 특히 정부와 여야 의원들은 일부 공영방송사 및 사립학교를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제정안의 경우 상임위 차원의 의견수렴 작업을 거치도록 한 현행법에 따라 공청회 등의 심의절차도 진행해야 한다. 국회 본회의 처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안병용 기자  byahn@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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