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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비리 재산 반드시 환수되어야세월호 직접 연관성 관건… 검찰 총력전
안병용 기자 | 승인 2014.06.11 16:28|(171호)

검찰이 도피 중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에 주력하는 한편, 금융 당국과 함께 그의 차명(借名) 재산 찾기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유씨 일가 범죄 혐의에 대한 추징•벌금 징수는 물론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우기 위한 대비책이다. 하지만 유씨는 이미 일부 부동산을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에 담보로 잡히는 방법으로 환수 작업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찾으려는 검찰과 숨기려는 유씨 사이에 ‘전(錢)의 전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편집자 주>

   
▲ 검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장남 대균 씨를 공개 수배한 5월 22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종합터미널에서 경찰이 순찰에 나서고 있다.
유씨 일가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유씨 일가 재산 추적을 위한 별도 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재산 추적에 나설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금융감독원 팀과 함께 기존 수사팀 내 재산 추적 전담 검사와 수사관이 재산 추적 작업을 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금감원•국세청과 함께 유씨 일가의 재산 추적과 환수(還收)를 위해 유씨 일가 ‘재산 리스트’를 만들어 소유 관계 등을 확인 중이다”고 말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5월 19일 검찰 수사 착수 이후 처음으로 서울 염곡동의 이른바 ‘유병언 타운’ 등 유씨 일가 부동산 9점을 압류(押留) 조치했다. 21일에도 서울 강남구 건물 9건 등 700억 원대로 추정되는 부동산 28건을 추가로 압류했다.

유씨 재산 얼마나 환수 가능할까
정부는 세월호 사고에 따른 피해자 보상과 구조 과정 등에 든 각종 비용을 우선 지급한 뒤 유씨 일가를 상대로 구상권(求償權)을 청구해 환수한다는 방침이다. 유씨는 사고 직후 변호인을 통해 “전체 재산은 100억 원대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검찰은 국내외 차명으로 보유한 부동산과 계열사 지분까지 합하면 유씨 일가 재산이 2,0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숨겨진 재산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차명 부동산을 얼마나 찾아내고 어떻게 입증하느냐다. 검찰이 차명 부동산으로 보고 압류를 했더라도 법률상 소유주가 이의를 제기하면 법원에서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또 검찰이 유씨 일가 차명 부동산을 입증하더라도 담보로 잡힌 경우 실제 환수 금액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일명 구원파는 4월 28~29일 트라이곤코리아가 소유 중인 토지에 대해 270억 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구원파는 트라이곤코리아에 2011년 이전에 350여억 원이라는 거액을 대출해 주고서도 세월호 사고 이전까지 아무런 담보도 잡지 않다가 검찰 수사 착수 직후 재빨리 나선 것이다. 유씨는 트라이곤코리아뿐만 아니라 다른 차명 부동산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유씨 일가 재산으로 추정되는 회사 지분이나 부동산을 압류할 수는 있지만 실제 이를 환수하기까지는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지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채무 변제 순위 등을 고려하면 실제 환수 금액은 수백억 원대도 안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 일가가 실제 보유하거나 차명 보유가 의심되는 계열사 지분 가치도 예상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해진해운은 사실상 파산 상태이고, 다른 계열사들도 이번 사고와 수사 여파로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검찰은 유씨 일가의 해외 재산은 미국 정부와 형사•사법 공조를 통해 몰수를 추진할 방침이다.

유씨 일가에 사고책임 물을 수 있나
유씨 일가의 차명 재산을 찾아내 압류하더라도 실제 유씨에게 사고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 유씨 일가의 1,289억 원 배임•횡령 혐의와 101억 원 증여세 포탈 혐의 입증은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세월호 침몰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유씨가 청해진해운 1호 사원이고, 사고 직전까지 ‘회장’ 직함을 갖고 경영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 의견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유씨 일가 재산 환수에 도움이 되려면 유씨에게도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인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산 환수, 새 법 만들기보다 상법 적용이 빠르다

상법 제176조는 ‘회사의 해산명령’에 대한 것이다. 조항에는 ‘법원은 다음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또는 직권으로 회사의 해산을 명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다음의 사유’는 ① 회사의 설립 목적이 불법한 것인 때 ② 회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설립 후 1년 내에 영업을 개시하지 아니 하거나 1년 이상 영업을 휴지하는 때 ③ 이사 또는 회사의 업무를 집행하는 사원이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하여 회사의 존속을 허용할 수 없는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된다.
지난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며 은닉 재산 몰수를 위한 입법 계획을 밝혔고, 정부와 새누리당은 법안을 마련 중이다. 이른바 ‘유병언법’이다.
하지만 이미 상법에 유씨 관련 재산을 추적해 압류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제176조에 따라 검찰이 청해진해운•천해지•아이원아이홀딩스 등 유씨와 가족이 실질적으로 지배해 온 회사들에 대해 법원에 해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이사 또는 사원이 법령을 위반해 회사의 존속을 허용할 수 없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드물지만 검찰이 회사의 해산명령을 법원에 요청한 적이 있다. 2003년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과적운행에 따른 벌금을 내지 않고 세금을 장기간 체납한 한 운수회사에 대한 해산명령을 법원에서 받아냈다.
법원의 해산명령은 회사에는 사형 선고와 마찬가지다. 명령과 동시에 파산 절차에 돌입한다. 법원은 이를 관리하는 파산관재인을 지정해 파산에 필요한 조치들을 이행토록 한다. 파산관재인은 회사의 민•형사상 책임에 대비해 회사 관계자의 재산을 가압류할 수 있다. 부당하게 회사의 이득을 챙긴 제3자를 상대로도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파산 관련 업무 전문인 김관기(51) 변호사는 “회사 해산명령제도를 활용하면 유씨와 가족, 측근들의 재산을 추적해 압류할 수 있다. 이미 있는 법으로도 충분히 은닉 재산 환수가 가능한데, 새로운 법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이 해산명령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병언법은 김우중법 틀 안에서”
사회적 피해를 크게 끼친 기업과 경영자의 재산 몰수와 관련된 ‘유병언법’에 어떤 내용을 담게 될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기업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히면서 탐욕적으로 사익을 추구하여 취득한 이득은 모두 환수해서 피해자들을 위한 배상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그런 기업은 문을 닫게 하겠다. 이를 위해 범죄자 본인의 재산뿐 아니라 가족이나 제3자 앞으로 숨겨놓은 재산까지 찾아내어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나 ‘탐욕적으로 사익을 추구’ 등 적용의 객관적 기준을 정하기 어려운 표현들이 담겨 있다. 그런 만큼 이 법안을 추진 중인 새누리당의 핵심 의원들의 생각도 조금씩 다르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유병언법’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이른바 ‘김우중법’의 틀 안에서 내용을 보완해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우중법은 정부가 지난해에 낸 ‘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개정안’을 일컫는다. 추징금 미납자가 재산을 제3자에게 빼돌려 놓은 것으로 검찰이 확인하면 사해행위(詐害行爲, 채무자가 채권자의 재산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명의로 재산을 숨기는 것) 취소 소송을 거치지 않고도 강제로 몰수할 수 있다는 규정을 추가하는 것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법원에서 17조 9,253억 원의 추징이 선고됐지만 887억 원만 냈다. 김 전 회장은 가족과 측근들 명의로 거액의 차명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부과된 추징금을 가족에게 숨겨진 재산에서 강제 집행할 수 있도록 만든 ‘전두환법’(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을 기업인 등에게 확대해 적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김우중법은 벌금이나 추징금 강제 집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유병언씨 일가의 은닉 재산 추적에 적용되기는 어렵다.
새누리당 법사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국가가 피해자들을 대리해 손해배상 책임자들의 재산 도피나 은닉을 일찌감치 방지할 수 있는 규정이 법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의 이완구 원내대표는 “당과 정부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포괄적인 검토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우중법안과 관련 없이 새로운 형태의 법안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윤곽이 그려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유병언 ‘5공 유착설’ 의혹의 그때 그 사람들

한편 검찰이 세모그룹 유병언 전 회장(73) ‘은닉재산’ 추적에 나서면서 ‘5공 유착설’을 둘러싼 의혹도 다시 관심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유병언 일가가 승승장구하게 된 것은 5공 시절 특혜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4년 3월 23일 유 전 회장의 ㈜삼우트레이딩을 방문한 장면은 5공과의 유착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은 “애로사항을 검토해 돌봐주라”고 사공일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사공일 수석은 “당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이었던 본인은 이 건의사항의 해결이 가능한지를 관련 경제비서진과 함께 검토하도록 한 바 있다”면서 “2주 동안에 걸친 관계자들의 검토작업 결과 삼우트레이딩의 대환 요청은 은행 측이 요구하는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부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삼우 트레이딩 관계자에게 통고해 준 바 있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이형구 당시 재무부 차관보는 김명호 당시 은행감독원 부원장보를 통해 한일은행 등 4개의 삼우 거래은행 상무들과 대출문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측이 난색을 표명하자 삼우 측은 부동산 담보제공과 사업범위 축소 등 은행 측 요구를 받아들인 뒤 4개 은행에서 25억 원을 대출받았다.
검찰은 ‘오대양 사건’ 재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1991년 8월 17일 사 수석과 이 차관보, 김 부원장보 등을 소환해 대출 과정에서 불법•특혜가 없었는지 조사했다. 검찰은 8월 20일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의혹 당사자들에 대한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는 의혹 당사자의 해명 전달에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 전 대통령 동생인 전경환씨와 유 전 회장의 친분 관계는 널리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고교 시절부터 태권도를 하면서 친분 관계를 맺었다. 1986년 세모가 한강유람선 사업을 따내는 과정에서도 전경환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그러나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측은 ‘5공 유착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구원파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한강유람선 시절 5공의 비호 아래 유람선을 따냈다는 의혹이 무성했지만 1986년 당시 세무조사로 30억 원의 세금을 추징당하는 등 오히려 탄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유 전 회장이 5공 임기 말 세무조사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민정당 뒤를 이어 민자당 재정위원까지 맡으면서 건재를 과시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유 전 회장이 당시 여권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그로부터 재정적인 도움을 받은 인사들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안병용 기자  byahn@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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