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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국가개조 전면 대수술 시동눈물로 대국민사과… 4•16 국민 안전의 날로
안병용 기자 | 승인 2014.06.11 16:13|(171호)

박근혜 대통령은 4월 19일 발표한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에는 다양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사과의 뜻은 물론이거니와 세월호 특검, 공무원 체계 혁신 등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특검의 경우에는 이르면 6월 본격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사 대상과 범위, 시기 등을 놓고 여야 간 입장 차가 큰 상태다. 또한,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고질적인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 복지부동•철밥통으로 표현되는 공무원 조직의 적폐가 전 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만큼 채용부터 퇴직 이후까지 비정상적 관행이 만연했던 공직사회를 뿌리째 바꾸는 방안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편집자 주>

   
 
박대통령은 “세월호 사고는 오랫동안 쌓여온,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비정상적인 관행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서로 봐주고 눈감아주는 민관 유착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다짐했다.
관피아 척결을 위한 첫 번째 대책으로 박 대통령은 안전감독, 인허가 규제, 조달업무 등과 직결되는 공직 유관단체 기관장과 감사직에는 공무원을 임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기관에 대한 공무원의 취업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통해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과 관련된 규정들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박 대통령은 해운조합, 한국선급 등 이번에 문제가 된 조합•협회를 포함해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 기관 수를 3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했다. 공무원들의 퇴직 후 취업제한 기간은 2년에서 3년으로 강화된다. 업무 관련성 판단 기준도 ‘소속 부서’가 아니라 ‘소속 기관의 업무’로 확대해 규정의 실효성을 높일 예정이다.
고위 공무원에 대해 퇴직 후 10년간 취업기간 및 직급 등을 공개하는 취업이력공시제도도 도입된다. 공무원들의 자리 이동 현황을 정밀하게 살펴 민관 유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박 대통령이 ‘공직자윤리법 개정 카드’를 꺼내 든 것은 현행법에 구멍이 너무 많고 허술해 관피아를 양산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해피아(해수부+마피아)’가 해운 관련 기관들을 장악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세월호의 안전검사도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대통령 담화 이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긴급 지시에 따라 오는 21일 민관 유착 비리 척결을 위한 전국 검사장회의를 긴급 소집키로 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주재할 검사장회의에서는 민관 유착 수사 대상과 영역, 방향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 박 대통령이 5월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관련 및 새로운 국가운용 방안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고시제 폐지 예고
박 대통령은 “민간 전문가들이 공직에 더욱 많이 진입할 수 있도록 채용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며 궁극적으로 고시제도를 폐지할 것을 시사했다.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있는 공직사회의 폐쇄성을 혁파하고 개방성•전문성의 토대 위에서 재편하겠다는 의미다. 채용, 배치, 평가, 승진 등 공직체계 전반에 ‘정상화’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공무원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옛 행정고시)을 통한 선발 규모를 대폭 축소해 민간 경력자 채용 숫자와 5대 5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밝혔다.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면서 동시에 전문성도 가미하겠다는 이야기로 민간 채용 비율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유명무실해진 공무원 개방형 직위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중앙선발시험위원회를 설치해 각 부처에 맡겨뒀던 민간 전문가 선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현재 과장급 이상 직위에 민간 전문가가 들어올 수 있도록 개방형 충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결국 공무원들만 다시 뽑아서 무늬만 공모 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질타했다.
다만 갑작스러운 제도 변화로 공직사회가 동요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듯 박 대통령은 “전문성을 가지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공무원들은 더욱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와 함께 좀 더 나은 여건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막강해지는 총리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밝힌 공무원 ‘대(大)개조’ 수준의 쇄신, 정부조직의 대대적 개편에 따라 국무총리의 권한과 책임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조직•인사 기능을 전담하는 행정혁신처, 국민 안전•재난 대응을 총괄하는 국가안전처 등 2개 신설 조직이 모두 총리 산하로 들어가면 명실상부한 책임총리제가 실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전•재난 총괄하는 국가안전처
박 대통령 구상에 따라 새로 출범하는 국가안전처는 각 부처에 분산된 안전 및 재난대응 관련 조직을 통합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다. 박 대통령은 “지휘체계를 일원화해 현장 중심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가안전처는 현재 각 부처에 분산된 안전 조직을 통합하고, 해경의 구조•구난•해양경비 업무를 흡수해 육상 및 해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유형의 재난에 대응하게 된다. 부처별로 주관해 온 항공•에너지•화학•통신인프라 재난 역시 모두 국가안전처로 이관된다. 원자력과 식품•의약품을 제외한 모든 유형의 재난을 국가안전처가 관할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국가안전처 조직은 크게 소방본부, 해양안전본부, 특수재난본부로 구성된다. 육상 재난은 현장의 소방본부와 지방자치단체, 재난 소관 부처가 공동 대응하고, 해상 재난은 서해•남해•동해•제주 등 4개 지역본부로 구성된 해양안전본부에서 총괄해 현장 구조•구난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항공 재난을 비롯해 에너지•화학•통신인프라 등 사회 발전으로 인해 다양화하는 각종 재난에 대해서는 특수재난본부가 담당한다. 특히 첨단 장비와 고도의 기술을 갖춘 특수기동구조대도 산하에 신설된다. 초동 대처가 이뤄지지 않아 세월호 안에 갇힌 승객을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무관치 않다.

   
▲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5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국정조사와 특검 등을 논의하기 위한 4자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예산 사전협의권•특별교부세 권한 부여도…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재난안전 예산도 국가안전처가 관장한다. 박 대통령은 “국가안전처 기능 보장을 위해 안전 관련 예산 사전협의권과 재해예방 관련 특별교부세 배분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예산 사전협의권을 준다는 것은 기획재정부와 예산 편성을 우선 협의할 수 있다는 뜻으로, 안전 분야와 관련된 전권을 보장받는다는 의미다.
특히 국가안전처는 안전행정부가 재해 지역에 교부하는 특별교부세 배분 권한까지 쥐게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안행부의 특별교부세 중 재해예방 관련 금액이 절반 정도 되는데, 재해예방 특별교부금을 국가안전처가 관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재해예방 관련 특별교부세 금액은 4,930억 원이다.
국가안전처는 또 구성원이 전문가 위주의 공채로 선발되며 순환보직도 엄격히 제한해 전문성을 계속 키우는 식으로 운영된다. 전문성에 맞춰 인원을 선발하는 직위분류제가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가안전처를 국민과 전문가들이 함께 공직사회를 변화시키는 시범부처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 수용한다지만…
박 대통령은 “많은 국민이 청해진해운의 성장 과정에서 각종 특혜와 민관 유착이 있었던 것을 의심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특검을 해서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필요하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은 현재 검•경 합동수사본부, 인천지검 등에서 수사를 진행 중인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본 뒤 최종적으로 특검 실시 여부를 결정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검이 도입될 경우 2012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에 이어 역대 12번째 특별검사팀이 출범하게 된다.
담화 내용을 보면 박 대통령은 특검 수사 대상으로 세월호 선사의 비리와 이를 둘러싼 유착관계 규명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 측이 요구하고 있는 해경과 해양수산부 등 정부 측의 초동 대응 실패 문제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야당은 더 나아가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까지 겨냥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민병두 공보단장은 “국민은 사고 당시 국가의 총체적인 재난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였고 누가 직무유기를 했나를 궁금해 한다”면서 “국회는 물론 청와대까지 포함해 즉각 성역 없는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특검은 ‘상설특검법’이 발효되는 6월 19일 이후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야당은 발효 즉시 특검에 들어가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여당은 검찰 수사 마무리 이후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의 모태가 된 ‘공직자의 사익추구 및 청탁수수금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모습 / 국민권익위원회 제공
대형 사고 엄중 처벌토록 법 개정
박 대통령은 세월호 이준석(68)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을 버리고 도망친 것에 대해 “사실상 살인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심각한 인명피해 사고를 야기하거나 먹을거리 갖고 장난쳐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 사람들에게는 엄중한 형벌이 부과될 수 있도록 형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대형 재난을 키웠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안전사고의 경우 주로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적용되는데, 법정 최고형이 징역 5년에 불과하다. 다른 죄목을 추가해도 무기징역 이상의 중형이 선고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502명이 생명을 잃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이준 삼풍건설산업 회장은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받았는데, 이는 역대 대형 재난 중 가장 높은 처벌 수위였다. 검찰이 세월호 선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것도 통상의 처벌 규정으로는 중형 선고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이 ‘엄중 처벌’을 천명함에 따라 조만간 대형 인명사고나 유해식품 사범 등에 대한 단행법이나 특별법의 처벌 조항이 현행보다 훨씬 상향 조정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추진될 전망이다.
대법원 차원의 양형기준 강화 움직임도 있을 수 있다. 법무부는 “형법과 관련법들에 대해 개정할 필요가 있는 부분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정청탁금지 법안 일명 ‘김영란법’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문에서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 충돌 방지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드러난 ‘관피아’(관료+마피아) 유착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은 당초 원안보다 후퇴한 내용이어서 반발하는 목소리도 높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전현직 관료들의 유착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국회의 조속한 통과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은 공무원이 부정한 청탁과 함께 돈을 받거나 요구하면 청탁 성사나 형사처벌 여부에 관계없이 곧바로 공직에서 추방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의미한다.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된 사람에게 100만 원 이상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할 수 있다. 2012년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발의한 법안은 정부 초안이 마련된 지 2년 만인 지난해 7월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당초 원안은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공직자가 금품을 수수하거나 요구, 약속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수수한 금품의 5배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법무부 등은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있어야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형법 이론을 내세워 반대했다. 결국 법안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형사처벌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박 대통령의 담화를 계기로 김영란법이 다시 주목받자 수정된 법안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는 담화 직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정부가 제출해 국회에 계류 중인 부정청탁금지법은 김영란법 원안이 아니다. 대가성 없는 금품 향응까지 형사처벌하는 내용 등이 법무부의 반대로 빠진 ‘박영란법’이다. 박영란법을 철회하고 김영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전 소홀 기업에 책임묻는 ‘유병언법’
박 대통령은 “기업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히면서 탐욕적으로 사익을 추구해 취득한 이익은 모두 환수해 피해자들을 위한 배상 재원으로 활용토록 하고, 그런 기업은 문을 닫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를 겨냥한 언급이다. 정부는 우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국가가 보상한 뒤 청해진해운 측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새누리당은 정부 차원의 특별법 마련에 앞서 유병언 일가의 이름을 딴 별도의 특별법인 ‘유병언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탐욕스러운 기업과 그 가족, 관련 제3자의 은닉 재산을 빨리 찾는 데 선도적으로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은닉 재산 환수를 위해서는 국세청을 직접 동원하기로 했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의 행태에 제동을 건다는 취지여서 산업안전을 게을리 한 기업에 책임을 묻는 기업살인처벌법 제정안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기업살인처벌법 제정안은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기업이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종사자가 숨지거나 다수가 다치는 중대 재해를 일으키는 행위를 기업살인 범죄로 규정해 최고 7년 이상의 징역과 손해액의 3배 이상을 배상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영국이 2007년 제정한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 2007)’과 유사하다. 이 법은 기업이 근로자 또는 공공에 대한 안전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할 경우 기업에도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망 사고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벌금은 상한선이 없다.
하지만 국회 공청회 절차를 앞두고 있는 기업살인처벌법은 재계와 여당의 반대 기류가 만만찮다. 주영순 새누리당 의원은 “기업살인이라는 법안의 명칭이 자극적이고 기업과 근로자를 선악으로 이분화시킨다는 거부감이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논란이 적지 않은 기업살인처벌법보다는 여야 논의를 통해 절충할 수 있는 ‘유병언법’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안병용 기자  byahn@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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