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원랜드 노조 창립기념일 당시 조합원 선물 구입과사내 체육대회 행사 과정에서 제기된 노조의 리베이트 의혹이었다. 특혜를 숨기려 노사가 밀약한 정황을 입수한 춘천지방검찰청은 2월 25일 강원랜드 노조 사무실을 비롯해 노사복지팀, 그리고 전 노조 전임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 검찰 조사 결과, 강원랜드는 2011년 말 직원들에게 17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고 2012년에도 ‘성과 장려금’이라는 애매한 명목으로 돈을 뿌렸다. 신용보증기금은 자연재해로 주택이 소실된 직원에게 통상임금의 700%를 지급하는 내용의 이면합의 내역도 확인됐다.

 

성실 경영의무를 위반한 강원랜드 이사진들이 줄줄이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 태백시의 부탁을 받은 사외이사가 오투리조트에 150억 지원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 통과시켰고 오투리조트의 극심한 자금난을 알면서도 결국 강원랜드가 4차례에 걸쳐 150억원을 기부금 형태로 무상지원하면서 결과적으로 자사에 막심한 손해를 입혔다. 감사원의 해임 요구로 결국 상임·사외이사를 비롯해 임기를 3개월 남기고 김성원 사장직무권한대행까지 4명이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간 ‘주요 공공기관 수익금 집행 및 관리실태’를 감사해 “성실 경영의무를 위반했다”며 지난 3월 12일 이들의 해임을 요구한 바 있다.

 

폐광지역 경제회생을 위해 폐광특별법으로 만들어진 강원랜드는 13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타공공기관들과 함께 올해부터 방만경영 집중 관리를 받게 된다. 정부는 이들 기관에 대해 고용세습과 휴직급여, 퇴직금 등 복지후생 관련 8대 사항을 평가 항목에 넣어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특히 기재부의 ‘방만경영 중점관리기관’ 3곳에 포함된 강원랜드는 올 3분기 말 중간평가 결과에 따라 예산 범위에서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최악의 경우 기관장과 상임이사 해임 등의 고강도 조처가 내려질 방침이다.

 

 

30년 전 약 14만명의 주민이 살았던 정선에는 지금 4만여 명으로 10만 명이나 인구가 줄어든 상태. 1989년부터 시작된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지역경제 공동화 현상이 벌어졌다. 침체된 지역경기를 살리겠다며 정선에 유치된 강원랜드지만, 설립 이후로도 지역경기는 여전히 어렵기만하다. 주민들은 3월 18일 정선군 사북읍 뿌리관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대정부 투쟁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가 강원랜드에 내려 보낸 낙하산 인사들을 성토하는 발언이 여러 차례 나왔다. 산업부에서 추천한 이사들과 중앙정부에서 내려온 본부장 등 임원들이 폐광지역과는 상관없는 사람들이라는 이유에서다.

 

‘낙하산 인사’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주민들의 목소리가 피부에 와닿지 않고, 결국 임기 동안 본인들의 잇속만 챙기다가 간다는 것이다. 강원랜드가 투자 적기를 놓치고 있다면 혹시 모를 지역상생도 더는 기대할 수 없기에 주민들은 마음이 조급했다. 따라서 강원랜드 내부문제는 정부가 선임한 낙하산인사가 아닌 주민이 직접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4월 14일 폐특법 재정립 및 강원랜드 바로세우기 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 위원장 최경식)는 성명서를 통해 “강원랜드를 바로 세우려면 낙하산 인사부터 근절해야 한다”며 “이번 정부의 부사장 선임은 결사반대,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쟁위는 당시 장기공석인 강원랜드 사장 선임은 차치하더라도 부사장은 강원도가 추천한 인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전방위로 힘써오고 있었다.

 

그러나 4월 23일까지 마감된 부사장 공모 결과, 강원랜드 본부장 2명을 비롯해 10여 명이 최종 공모에 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는 부사장 공모에 사상 처음 내부 임원이 응모한 것이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주민뿐만 아니라 강원랜드 내부에서도 우려와 반감이 교차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강원랜드의 한 간부는 “평소 내부에서 직원들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다면 사정이 다르겠지만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며 임원추천위원회의 이번 행보에 대해 “강원랜드 품격의 문제”라고 냉소했다. 2명의 본부장은 평소 직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낙하산 임원이라는 것이다. 원기준 광산지역사회연구소장은 “초급 간부부터 경영수업을 쌓고 본부장으로 올라간 케이스라면 내부 승진으로 볼 수 있겠지만, 낙하산 본부장의 부사장 공모는 적절치 못한 케이스”라며 “이런 경우 제대로 된 리더십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상생을 모르는 강원랜드는 부사장 선출조차 지역민들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이렇게 ‘폐광지역 희망’을 외치며 시작한 카지노사업은 주민들을 배제한 경영을 해오며 민심을 잃은 지 오래다. 이 같은 강원랜드는 직원들과의 관계도 썩 좋지가 못하다. 강원랜드노동조합(신임위원장 조용일)은 최근 “사측이 직원들 얼굴에 먹칠 한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지난 4월 21일 사측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 25~27일간 전영업장의 휴장을 제안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회사 측 답변은 “NO”로 돌아왔다. 24일 노조는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성명서를 냈다. 특히 노조에서는 이번 제안을 거절한 내부기관이 상급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인지 강원랜드 경영진의 생각인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이번 회사의 태도와 관련해 노조 측은 “동종 산업인 경마와 경륜, 경정도 각 상급부처 장관들의 지시로 이번 주 휴일 휴장을 예고하고 있는데, 강원랜드는 국민적 정서와는 완전 동떨어진 행보를 하고 있다”며 “심지어 고객들도 왜 휴장을 하지 않느냐고 되묻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강원랜드 경영진이라면 이후 돌아올 그 어떤 사회적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측은 이 같은 입장을 일관하며, 야외에서 함성과 박수를 치며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경마, 경륜 등과 실내에서 조용히 진행하는 카지노와는 엄연히 다르고, 특히 리조트 특성상 콘도와 호텔예약 고객문제 등을 종합 감안해야 한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이에 노조는 “직원들에게 대표이사 대행 명의로 쓴 ‘호소문’에서 바라던 앞으로의 노사관계는 더 이상 기대하지 말라”며 “이후 국민 애도기간이 정해지면 노동조합은 재차 휴장을 요구할 것이니 그때는 강원랜드 직원들의 얼굴에 먹칠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응수했다.

 

 

정부의 외국계 자본에 대규모 카지노리조트를 허가한 것과는 달리 강원랜드의 워터월드 규모축소 방침을 밝혔다. 동남아 카지노를 선도하던 강원랜드는 이제 방만경영으로 인한 정부 관리조치로 1조4000억원이 넘는 유보금을 쌓아놓고도 새로운 먹거리 발굴은커녕 계획된 투자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지역사회 성장의 기회까지 영영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폐광지역 회생을 내걸고 만들어진 강원랜드가 매년 1천억원대의 순수익을 내면서도 지역경제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설립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지역 주민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30년 전 약 14만 명의 주민이 살았던 정선에는 지금 4만여 명으로, 약 10만 명의 인구가 대폭 빠져나간 상태다. 1989년부터 시작된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지역경제 공동화 현상이 벌어졌다. 침체된 지역경기를 살리기 위한 강원랜드 유치 이후에도 지역경제는 여전히 어렵다.

 

지난해 6월 강원랜드는 1천600억원을 들여 카지노 도박장을 두 배 가까이 늘렸다.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강원랜드는 시설 확충으로 방문객이 늘면 지역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것 아니냐며 지역민들을 달랬다. 하지만 지역경기는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강원랜드가 도박장 손님들에게 베팅 금액에 비례해 돌려주는 상품권인 ‘콤프’의 사용한도를 늘려달라는 상인들의 요구는 5년째 묵살돼왔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수익을 내고 있는 카지노는 사회공헌에 250억씩 들이고 있지만 강원도 정선, 태백 등 4개 시군에 지원하는 돈은 거의 없었다는 강원랜드 감사위의 주장도 나온다. 강원랜드 수익과 지역회생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가장 번화한 정선시내는 한낮에도 인적이 드물고 주인 없는 상가가 곳곳에 눈에 띄는 등 도시 전체는 무거운 침묵 속에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폐광지역을 돕기 위한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이른바 ‘폐특법’은 오는 2015년 시효 만료로 효력이 끝난다. 지역경제 회생을 저버리고 지역민들을 무시하는 독주행보, 직원들마저 등 돌리는 악덕경영,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무사안일의 강원랜드 행태가 계속될 경우 이제 자립기반 확보조차도 어렵다는 부정적인 해석과 비판도 계속될 전망이다.